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7
147
“로한이 드디어 훈련에 돌입한 모양이야.”
SNS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로한 목격담.
로한은 이제 셀렙 중에서도 셀럽으로 인정받아, 대중이 직접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시각각 업로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간단한 웨이트로 몸을 풀고 있던 트레버 퓨리는 조소를 머금었다.
“이벤트 매치 2주 전에?”
“그것도 기존에 찾던 복싱 체육관을 찾아갔나봐.”
“트레이닝 캠프를 위해서 아직까지 접촉한 종합격투기팀이 없다더니… 제대로 미쳤군.”
보통 경기 전 최소 3개월은 훈련에 몰두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아무리 정식 경기가 아닌, 이벤트 매치라고 하지만 로한은 어디까지나 프로 복싱 선수.
대외적으로는 종합격투기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놈이 너무 태평하다.
‘아무리 내가 첫 번째 이벤트 매치에서 망신을 당했다지만, 이번도 결과가 똑같을 거라고 방심하면 실망인데?’
로한은 분명 복싱으로 치러진 첫 번째 이벤트 매치에서 별다른 훈련 없이 곧바로 경기를 치렀다.
문제는 그때 한 번의 펀치를 잘못 맞고 10초만에 나가떨어진 트레버 퓨리.
여론은 자신의 편이긴 했지만, 아직도 수많은 짤이 양산되고 있는 최고의 흑역사였다.
‘만만치 않은 놈인 줄은 알았지만… 설마 그 정도일 줄이야.’
트레버 퓨리는 여론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로한이 단순히 럭키 펀치로 그날의 경기에 승리한 게 아님을 알았다.
방심하지 않았지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치열한 수싸움에 말려서 허무하게 당해버렸다.
그렇게 머리를 쓰는 스타일인 줄 알았다면 훨씬 조심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자신을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경기에 졌으리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하지만 종합격투기는 완전히 다른 판이야.’
로한이 옥타곤에서의 승부를 피할까봐 걱정이었지, 일단 어떻게든 옥타곤으로 끌고 들어오면 충분히 설욕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분위기는 좋아. 그동안 열심히 훈련하는 영상들을 올려서 팬들의 기대감도 올렸고, 상대적으로 이미지도 많이 좋아졌어. 나쁜놈이라도 더 나쁜놈을 상대로라면 영웅이 될 수 있는 거지.”
“하지만… 흑역사를 지우기엔 역부족이야.”
“그래. 어쨌든 패배는 패배고, 10초만에 진 건 사실이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철저하고 로한을 가지고 놀다가 죽여버려야 해.”
“후우. 당연하지.”
안 그래도 첫 번째 이벤트 매치를 통해 선수 생명이 위험해진 상태.
아무리 자신이 SFC 최고의 트러블 메이커이자 흥행 제조기라고 하지만, 상품 가치가 떨어지면 하루 아침에라도 버림받을 수 있는 처지다.
지금이야 로한과의 리벤지 매치를 앞두고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지만, 이번 경기의 결과를 통해 천국에 갈 수도, 지옥에도 갈 수 있는 것.
‘나의 모든 게 걸려 있다.’
목숨이 달려 있는 것처럼… 트레버 퓨리는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그 어떤 정식 매치보다 더 열심히 몸을 관리했고, 무엇보다 경기 외적인 부분도 소홀하지 않았다.
– 걱정하지 마라. 로한이 훈련을 위해 섭외하는 모든 종합격투기 선수에게 수십만불을 안겨줘서라도 매수할테니까. 옥타곤 위에 서기 전부터 거친 스파링으로 부상을 잔뜩 입은 상태로 이벤트 매치를 치르게 될 것이다.
로한이 실전과 같은 스파링을 통해 복싱 경기를 준비한다는 건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
그걸 무모하다고 비난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사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스파링을 통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게 되고, 정작 경기에서 만전의 상태가 아니어서 오히려 훈련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파다하다.
‘이렇게까지 늦게 훈련에 임할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두주 밖에 안 남은만큼 최대한 많은 스파링을 통해 경험을 쌓으려고 하겠지. 조급한만큼 부상을 당할 위험은 훨씬 커진다.’
J.P.가 몇 번이나 확실히 준비했음을 확인시켜주었고, 트레버 퓨리가 할 일은 묵묵히 훈련을 집중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그냥 남이 깔아주는 판을 제대로 활용만 하면 되었다.
휙 휘익 –
트레버 퓨리는 날카롭게 벼린 칼처럼 예기를 뿌리며 훈련에 임했다.
그의 컨디션은 전성기 시절 그 이상.
트레버 퓨리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로한을 화려한 제물로 삼아 재기를 할 수 있을지로 가득 찼다.
*
나는 체육관을 찾은 김에, 합숙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래, 큰 경기를 앞둔 놈이 겨우 2주 남은 시점에 찾아왔으면 합숙 정도는 해야지.”
조지 코치는 그나마 다행히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오반니 관장님은 여전히 못마땅한 눈초리로 지시했다.
“일단 컨디션 테스트부터 하도록. 조금이라도 시원찮으면 쫓아낼 줄 알아.”
워낙 올드스쿨에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라, 기본도 안 되어 있으면 아예 봐줄 마음조차 없다고 못 박으셨다.
나는 간단하게 줄넘기를 하고,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몸을 풀었다.
“…이게 농구 선수의 훈련 강도??”
복싱 선수가 체력 훈련을 가장 빡세게 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키스. 그는 나를 놀려줄 심산이었는지 활짝 웃으면서 내 훈련을 지켜보다가… 은근슬쩍 멀어지기 시작했다.
“키스, 어디 도망 가지? 너도 로한 옆에 붙어서 함께 훈련을 해라. 아무리 그래도 현역이 외도한 탕아보다 못해서 쓰나.”
“…음. 관장님. 딱 봐도 훈련을 게을리한 놈이 아닙니다. 아니… 이전보다 훈련 강도가 높아졌는데요?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상을 당하는 느낌입니다.”
“시끄럽다.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훈련량을 몇 배로 늘려주마. 그동안 체육관에 늘러붙어 있던 게 부끄럽지도 않나?”
“…하아… 도대체 왜 찾아와가지고…”
키스는 투덜거리며 어쩔 수 없이 내 훈련 루틴을 따라했다.
원래 농구 시즌에도 복싱 체력 훈련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나.
내 피지컬은 고통과 한계에 금방 적응하기 때문에, 훈련 강도를 대폭 증가시키지 않으면 금새 퍼져버렸다.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시간 동안 최대한 몸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운동을 찾다보니, 어지간한 프로 선수도 따라하기 힘든 고강도의 루틴이 생겼다.
결국 키스는 30분 만에 떨어져 나갔지만, 나는 1시간을 가볍게 채웠다.
어느새 다가온 토니 로이스가 함께 훈련을 시작하더니 이를 악물며 간신히 버텨냈다.
“……”
그 어떤 선수든 트집을 잡고 가르침(?)을 내려주시는 지오반니 관장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거죠, 관장님?”
“눈이 썩을 정도는 아니군.”
나는 피식 웃으며 이제 미트를 칠 준비를 했다.
지오반니 관장은 잠깐 나와 키스를 번갈아 보더니, 바닥에 퍼져 있는 키스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그만 쉬고 링 위로 올라가라. 어느 정도 몸도 푼 것 같으니, 오랜만에 스파링을 해보자고.”
“…관장님? 혹시 저에 대한 불만을 이런 식으로 푸시는 건 아니죠?”
“시끄럽다. 두 체급을 석권한 챔피언이, 겨우 프로 경기 한 번 치른 애송이를 상대로 앓는 소리냐?”
“음, 올림픽 복싱 경기들은 안 쳐주시나요? …올림픽 일정이 어지간한 프로 경기들보다 살인적인데.”
“혀가 길어지는 걸 보니 아직 체력이 남아도는 모양이군.”
“……”
결국 키스는 자신의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고는 링 위로 올라갔다.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는군.’
슈퍼 웰터에서 시작해 챔피언으로 등극하고, 체급을 올려 미들급까지 석권한 키스. 지금은 비시즌이라 제법 체중이 불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은 전혀 둔해지지 않았다.
“제법 머리를 썼네. 어차피 스파링을 하는 그림이라서 일부러 체력을 비축한 거지?”
“이래서 똑똑한 놈들이 싫다니까.”
키스는 링 위에서 히죽 웃으며 사악하게 나를 내려다봤다.
어쩐지 일찍 퍼진다 싶더니, 괜히 체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한 연기였다.
‘어쩌면 지오반니 관장도 알면서 봐준 걸 수도.’
재밌다. 아주 재밌다.
부웅 – !
나는 단 한 번의 도움닫기로 휙 뛰어올라 링 안으로 안착했다.
“…지진 난 줄. 진짜 퍼포먼스 엄청 좋아해요.”
키스는 끝없이 깐족거렸지만, 그가 긴장하면 나오는 습관이라는 걸 알았다.
“겁 먹을 필요 없어. 그냥 스파링이잖아?”
“…그게 더 무섭거든.”
말은 그렇게 하지만, 키스는 점점 집중력을 높였다.
그동안 못 본 사이 진짜 챔피언다워졌다.
자세, 눈빛, 움직임 하나 하나가 그의 실력을 증거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진정한 투사.
곱상한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노병만의 거친 느낌이 묻어났다.
“어이. 스파링이야. 그리고 너희 둘 친하잖아. 철천지원수처럼 보지 말라고.”
조지 코치가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지만, 우리 둘이 대치하자, 점점 살벌한 기운이 링 위를 뒤덮었다.
엄살을 부리고, 말은 가볍게 해도, 키스는 절대 져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스파링이고 뭐고, 이 참에 내 기세를 꺾어버리겠다는 살기까지 느껴졌다.
“에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말썽쟁이 두 명이나 나에게 보내시다니. 마음대로 해라. 이벤트 매치고 뭐고…”
조지 코치는 한숨을 쉬며 직접 보호 장비까지 차고 스파링을 진행시켰다.
“……”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어슬렁거릴 뿐. 한동안 주먹을 교환하진 않았다.
‘확실히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남다르다.’
처음에 나에게 그것을 가르쳐준 것이 키스였다.
상대의 리치가 닿지 않는 곳으로 물러나고, 공격을 가할 때만 살짝 걸치고. 그리고 순식간에 다시 거리를 벌리고. 상대의 리듬에 맞춰서 거리를 조절하면, 거의 정신도 못 차린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십상이었다.
휙 – !
과연 아슬아슬한 거리에 서 있는 키스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넸더니, 키스는 손쉽게 고개를 틀어 피해버렸다.
그게 신호였다.
휙 휘익!
치열한 공간 장악 싸움이 벌어졌다.
쉴새 없이 스탭을 밟아 거리를 좁히고 벌리고. 아슬아슬한 공방을 교환했으나, 제대로 걸리는 건 없었다.
리치는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지만, 가벼운 몸을 내세운 민첩성, 그리고 뛰어난 눈썰미가 키스의 목숨을 연장시켜주었다.
‘이게 복싱의 재미지.’
체육관의 그 누구도 숨을 거칠게 내쉬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주먹을 교환했고, 나는 덕분에 키스의 스탠스와 스텝, 그리고 체중 이동을 빠르게 습득하기 시작했다.
픽 – !
키스의 눈동자에 깃든 의문은 점점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게 농구 선수의 움직임이 맞아? 누가보면 밥만 먹고 복싱 훈련을 한 줄 알겠는데??”
점점 손 끝에 걸리는 감각이 좋았다.
숨겨진 한 수가 있는지, 키스는 수준 높은 위빙으로 나의 타이밍을 빼앗아 회피했고…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바디샷을 때리거나 잽으로 거리를 벌리며 유효타를 올렸다.
‘챔피언은 챔피언이구나.’
주먹도 제법 매서워서 데미지도 쌓였다.
“마지막 1분만 하고 마무리한다.”
조지 코치의 말에 키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한계 이상으로 움직였기에, 끝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나는 마음이 여려서, 키스가 이대로 몸 성히 스파링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지만, 내 안의 ‘로한’은 마지막 1분이라는 말에 ‘훈련 모드’를 종료하고 ‘실전 모드’로 전환을 해버렸다.
파 앙 – !
키스가 가드를 제대로 하고 있는 상태여도 상관 없었다.
절묘한 타이밍에 접근해, 일단 공격권 안에만 들어가면 정타를 넣었다.
그의 가드가 자동문처럼 활짝 벌어질 수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파괴력!
“미친!”
그나마 키스라서 자세가 무너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거리를 벌렸지, 아니었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했다.
이후 키스는 안간힘을 다해 스텝을 밟았고, 아웃복싱의 정수를 펼쳤다. 한계까지 몰아붙여 발걸음이 신의 경지까지 오르는 수준.
“호오. 역시 배울 게 많단 말이야?”
“…무슨 인간 복사기냐?? 내가 피땀 흘려서 평생을 쌓아올린 기술력을 빼앗으려고???”
말싸움을 하며 여유를 부리는 척 하지만, 키스는 실제로 좀처럼 거리를 주지 않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아 살살 약 올리는 느낌.
파 앙 !
그러다 허점을 읽고 아슬아슬하게 쳐도 가드만 흔들릴 뿐, 몸의 균형은 그대로였다.
“와, 스치면 죽을 듯?”
아슬아슬한 신경전이 끝난 건 스파링이 끝나기 5초전.
참다 못한 내가 그냥 닥돌했다.
허점투성이인 나를 상대로 키스는 더 이상 거리를 벌리지 않았다.
결국 그도 승부사. 마지막 5초에 모든 걸 걸어보기로 하고, 나의 급소를 노리기 시작했다.
빡 !
난 그대로 맞아주었다. 경로와 움직임을 읽었기 때문에, 치고 빠지려는 동작을 미리 막아세워 가벼운 바디샷을 날렸다.
“커헉.”
간을 제대로 맞았는지, 그대로 쓰러지는 키스. 고통에 한동안 몸부림을 치다가 이내 대자로 뻗었다.
“사기야. 누군 지옥의 관장님 아래에서 몇 개월 동안 굴렀는데… 누군 숨만 쉬어도 강해지고. 하아…”
나는 키스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누군 그동안 논 줄 아나.”
“그치?? 사실 너도 죽어라 훈련하고 있었지? 몰래 다른 체육관이랑 계약한 거 아니야? 하버드에 은거 고수가 숨어 있어?? 밤잠까지 줄여가며 복싱 기술을 연마한 거지??”
“음?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공부해서 하버드 올 A 맞고, 농구 대학 리그 우승, 전국 토너먼트 우승에 여친까지 사귀느라 바빴다고.”
“…개자식. 내가 꼭 니 눈에 피눈물 나오게 할 거야. 관장님. 저도 합숙 훈련 시작하겠습니다. 로한 놈의 면상에 시원하게 훅을 넣어서 K.O를 시키기 전까지는 그만두지 않겠습니다!”
훈련을 사랑하는 지오반니 관장님은 당연히 좋다구나 하실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키스와 나를 번갈아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불가능한 목표다. 그냥 세체급 석권으로 목표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맞다.”
“…관장님?”
*
다음날, [아이언복싱] 체육관을 찾은 거구의 사내가 있었다.
‘뼈 하나를 부술 때마다 백만불이라고 했던가?’
으드득 –
로한의 스파링 상대로 초청받은 랭커 종합 격투기 선수.
그는 간단하게 몸을 풀며 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미국 피지컬 천재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