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49
149
트레버 퓨리와의 리벤지 매치.
첫 번째 이벤트 매치와는 달리 종합격투기 룰을 따른다지만, 우리의 전략은 어쨌든 복싱을 베이스로 가져가는 것이다.
– 어차피 오래전부터 다른 무술들을 익혀온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스타일을 바꾸기보단, 복서로서 종합격투가를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효율적이다.
나도 동의했다.
나에겐 너무 생소한 그래플링을 비롯한 서브미션 등.
분명 요즘 종합격투기의 트렌드인 무술들을 한번 씩 경험해볼 필요성은 있지만, 프로 레벨에서 괜히 어쭙잖게 흉내를 내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 어쨌든 너의 거리 조절과 풋워크는 똑같이 통용될 것이다. 거기에 무서운 집중력과 무모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추진력까지 있으니, 무조건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보통 전문가들이 꼽는 내 최대 강점은 하드 펀치. 복싱에서도 최고고, 아마 종합격투기에서도 견줄만한 상대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오반니 관장님의 생각은 좀 달랐다.
– 분명 네 하드 펀치는 업계 탑이 맞다. 거기에 눈이 좋아서 아무리 빠른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체격이 좋은데도 민첩성까지 갖춘 모순적인 파이터지. …장점을 늘어놓으니 끝도 없는데… 하고 싶은 말은 네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말도 안 되는 산소통. 바로 체력이다.
나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모든 종목에서 통용된다.
체력이 부족하면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고 해도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한다.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멀쩡한 체력의 일반인과 견주어도 위험할 정도로 형편 없어진다.
그래서 아무리 시험 기간이라고 해도 나는 체력 단련만큼은 게을리 하지 않았고, 거기에 간단한 근력 운동과 한두 가지의 기술을 연마하는 것으로 최소 하루에 2~3시간은 운동에 할애했다.
– 네가 돌진하는 호전성만 죽이고, 가만히 수비에 집중할 수 있다면… 상대의 체력을 천천히 갉아먹은 후 통째로 삶아먹을 수 있을 것이다.
지오반니 관장님은 이 경기를 받아들이는 것을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욕하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셨다.
– 나라고 젊은 혈기를 모르겠나. 하지만 투기 종목에서 100%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경기는 없다. 최대한 유리하게 조건을 맞춰갈 뿐. 한 번의 잘못 들어간 펀치로 승패가 갈리기에, 재밌는 것이 이 세계. 그런 상황에서 모든 조건이 불리하게 돌아가는 종합격투기 경기를 승낙했으나… 그 결과도 책임져야겠지.
최대한 서포트는 해주지만, 조지 코치의 말에 따르면, 지오반니 관장님은 솔직히 내가 패배하기를 바라고 계신다고 말했다.
‘어차피 공식적인 경기도 아니고, 내가 이런 경기를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오만함의 극치라고… 그러니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차라리 언제든 쉽게 중단해도 복서로서의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이벤트 매치에서 경험하는 게 낫다는 거겠지.’
그런데 그건 나를 너무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다.
나는 그동안 트레버 퓨리의 훈련 영상을 하나도 빠짐없이 봤고, 심상 세계에서 그려질 때까지 분석하고 연구했다.
승리할 자신이 없었다면, 애초에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일단 몇 가지를 실험해봐야겠지만.’
나는 천천히 오픈 핑거 글러브를 착용하며, 주먹의 감각을 확인했다.
첫 실험 상대는 도미닉 본즈.
그는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내내 미소를 잃지 않으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부디 오래 버텨주길.’
이것저것 실험해보고 싶은 게 많았다.
*
조지 코치는 간단한 스파링임에도 불구하고, 도미닉이 외부 손님인만큼 자세하게 규칙을 읊어주었다.
“도미닉. 네 역할은 어디까지나 로한의 훈련을 도와주는 거야. 종합 격투가를 상대한 경험이 굉장히 부족하기 때문에, 일단은 많이 부딪혀보며 감각을 익히는 거지. 네가 생각하는 로한의 약점을 공략하되, 성공적인 정타 혹은 테이크다운이 이루어지면 거기서 멈추는 거다. 후속타는 없다. 알겠나?”
“음, 챔피언의 말을 못 들었습니까? 훈련은 실전처럼. 물론 죽기 전에 멈추겠지만, 분위기에 휩쓸리면 후속타가 들어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 정도 감정도 컨트롤 못하는 놈이 종합격투기를 하진 않겠지.”
“당연히 스포츠맨쉽이 투철합니다만… 투기 종목이 또 기세가 중요한 스포츠 아니겠습니까. 그냥 어떤 사고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우리 챔피언이 인지하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말이 길어지는군. 악의가 보이는 공격을 한다면 바로 스파링 중단. 위약금을 청구하고 고소까지 진행할 수 있으니 내 지시를 즉각 따르길 바란다.”
도미닉은 조지 코치가 신중하게 나올수록 더 기분이 좋은 눈치였다.
“아이고, 역시 챔피언은 안전한 버블 속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고 있었네. 하긴, NBA도 뛰어야 하는 귀한 몸이시니… 제가 살살 하겠습니다.”
“……”
도미닉은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그의 살기어린 눈빛, 꽉 쥔 두 주먹 등… 몸의 의지는 완전히 상반된 듯했다.
‘뭐, 몸을 사리지 않겠다면 나야 좋지.’
순수하게 훈련만을 도와주기 위해 선의로 스파링을 받아들인 사람에게는 선뜻 실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나마 도미닉은 몸이 튼튼하고, 마인드(?)까지 좋으니, 실험 상대로는 확실히 최적격.
우리는 간단하게 몸을 점검하고 서로 마주 섰다.
“곱상한 얼굴 안 다치게 지금이라도 헤드 기어를 착용하는 게 어떻나?”
“맞을 일이 없어서 괜찮을 것 같네요.”
“오, 그런 자신감 좋아. 그래 나중에라도 필요하면 손들어. 농구 선수라 타임아웃이 있어야 편하겠지?”
“도미닉도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요.”
“허허, 그래그래. 고맙다.”
말로 하는 신경전은 거기까지였다.
우리는 서로 옆으로 돌며 거리를 가늠했다.
도미닉은 생긴 것과(?) 달리 꽤나 신중한 편이었다.
나를 무시하는 듯하지만, 내 두 주먹에 눈을 떼지 않았다.
‘머리가 좋은 게 아니라… 동물적인 감각이 뛰어난 스타일이야.’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듯, 쉽게 거리를 주지 않았고, 가드도 철저하게 올렸다.
그는 스스로도 이렇게까지 대비하는 이유를 모르는 듯했으나, 어쨌든 한 스포츠의 랭커까지 오른 인물이 만만할 리가 없다.
휙 – !
대치 상태가 지겨웠는지, 도미닉이 먼저 로우킥을 시도했다.
원래 장기도 아니고, 몸이 나에 비해 둔한 편이라 쉽게 횡이동으로 회피.
팍 !
거기에 로우킥을 차느라 살짝 벌어진 가드를 틈으로 정확한 잽을 날렸다.
적지 않은 데미지에 놀란 눈치.
놓치지 않고 연타를 몸통과 오른쪽 뺨에 먹였다.
그의 두터운 몸이 휘청거렸지만, 금세 고통을 떨치고 나에게 테이크다운을 시도하길래 나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떤 경우에도 클런치를 당하면 안 되고, 거리가 지나치게 좁아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도미닉 정도의 무식한 피지컬이면 유효타 몇 번은 씹어먹고 그냥 달려들 가능성이 높았고, 그래플링의 영역으로 가면 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특히 트레버 퓨리는 도미닉보다 월등한 레슬링, 브라질리언 주짓수의 실력자이기 때문에, 스파링 단계에서부터 최대한 그들의 공격권을 벗어나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다.
“음, 주먹이 쓸만하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 정도가 아니군.”
“오, 스파링이어도 꽤 힘을 실었는데 가소로웠나?”
“아니… 잘못 맞으면 충분히 경기를 끝낼만한 피니셔다.”
“……?”
도미닉의 칭찬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나도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종합격투기에서 타격기가 절반은 먹고 들어가지만, 어째서 딱 절반 뿐인지 보여주마.”
작정을 했는지, 눈빛부터 달라졌다.
나는 주먹에 쥔 힘을 억지로 풀어야 했다.
‘의외로 진지하게 나오니까 나도 시원하게 때려보고 싶잖아?’
지오반니 관장님이 스파링 전에 신신당부한 부분이 있었다.
– 원래 사람의 주먹은 타격에 좋은 도구가 아니다. 특히 너와 같은 하드 펀쳐 스타일은 글러브가 얇아질수록 극도로 조심해야한다. 수많은 신경이 뭉쳐 있는데다, 주먹 자체가 깨지는 경우도 종종 생기기 마련. 종합 격투기에서는 힘을 뺀 핀 포인트 타격에나 집중해라.
스트레이트나 훅이 아닌, 잽과 같은 펀치를 집중적으로 다루라는 뜻. 부족해진 파괴력은 정확하게 급소를 때리는 핀 포인트로 영점을 잡아 보충한다.
그것만으로도 도미닉이 극도로 조심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니, 펀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는 점은 분명 실전에서도 먹힐 수준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
휙 후욱 – !
번개 같은 잽으로 계속해서 가드를 두드리고, 거리를 벌리지만, 확실히 도미닉은 적응을 해나갔다.
방어에 치중하면서 인내심 있게 한 걸음씩 좁힌다.
내가 오히려 파고 들어가면, 도미닉의 특성상 보기 드문 백스텝으로 순식간에 멀어진다.
그의 실전 경기에서도 이런 방어적이고 침착한 스타일은 본 적이 없었다.
‘동물적인 본능은 참 대단한 거야. 나도, 아무 생각 없이 한 번 저질러봐?’
도미닉을 상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충동성을 억누르기가 어려웠다.
심상 세계를 통한 치밀한 시뮬레이션, 모든 상황에서 최적의 방식을 계산해 정확하게 이행하는 수행 능력등…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장점들은 분명 매력이 있으나, 답답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어쨌든 이론적으로나마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그것을 그대로 현실로 옮겨오는 과정이었으니까.
‘나도 감히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오로지 본능과 감각에 충실하게 몸을 움직인다면?’
태풍에 몸을 맡겨, 그냥 이끄는 대로 움직인다.
피를 끓게 하는 낭만이 있지만, 그 결과는 대부분 참혹하기 마련.
나는 계속해서 잽을 날렸지만, 도미닉은 여전히 수비에 치중했고, 조금 위험하다 싶으면 짧지만 빠른 로우킥으로 날 견제했다.
내가 더 긴 리치로 공간의 우위를 잡으려고 하면, 묵직한 로우킥이 날아오니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킥이라…’
주먹과는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타격에 유리한 도구.
파괴력 자체가 주먹에 비해 2~3배이고, 확실히 긴 거리까지 타격을 줄 수 있으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로우킥은 특히 잽처럼 가볍게 때리다가도, 큰 동작의 변화 없이 강력하게 날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도미닉은 그의 체격적 우위를 이용해먹을 줄 아는 파이터였다.
타이밍을 뺏겨 로우킥을 허용하면 최소 기동력에 제한이 생기고, 어쩌면 그에게 충분히 테이크다운을 시도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
‘재밌군. 아주 재밌어.’
복싱도 분명 복싱만의 매력이 있지만, 어째서 대중이 종합격투기에 열광하는지 조금씩 이해가 된다.
지지부진한 신경전이 계속되자, 도미닉이 먼저 한숨을 내쉬었다.
“아쉽군.”
“……?”
“열심히 잽을 던진다고 하지만, 사실은 초근접전을 두려워해서 계속 도망치는 셈 아닌가?”
“음,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래봤자 시간을 소모하기만 할 뿐, 아무 성과가 없지.”
“네? 성과가 없다? 체력 싸움을 하는 건데요? 겨우 3분 만에 숨을 헐떡이는 게 누구다? 이렇게 두 라운드나 더 뛰면… 어떻게 될까요?”
“……”
도미닉의 입이 굳게 다물어졌다.
조바심이 잔뜩 난 얼굴.
그의 머리가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릴 정도였다.
‘음, 한 번쯤 속는 셈 당해줘야 하나?’
나는 먼저 그의 덫에 걸려주기로 했다.
“그래서. 조언이 있습니까? 여기서 제가 뭘 하면 좋을까요?”
도미닉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미국 피지컬 천재 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