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51
151
“……”
J.P.는 최근 몇 개월, 심기가 굉장히 불편했다.
아직도 로한이 자신의 핏줄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래서 그동안 너그럽게 봐주었거늘.’
능력이 출중하다면, 한 번쯤 반기를 들 수도 있는 법.
반란의 탄압을 통해 왕의 위엄은 재증명되기 때문에, J.P.는 이런 도전을 오히려 기꺼워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로한은 성공적으로 자신의 왕국을 갉아먹었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크롬웰의 무게를 거부하고, 그 가치를 훼손하기까지 하자, J.P.는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라 직접 개입하며 하룻강아지에게 세상의 이치를 가르쳐주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이것이 생각보다 쉽게 진화되지 않는다는 점.
“트레버 퓨리가 물챔피언 따윈 상대도 안 뙨다며 호언장담을 했지만, 10초만에 KO패를 당하며… 계약 조건에 따라 300million(=3900억) 전부가 로한에게 정산되었습니다.”
“……”
“하버드의 대학 농구 전국토너먼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무조건 Final Four에 올라가고, 운이 따른다면 결승에서 우리의 스탠퍼드와 맞부딪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
“직관하셔서 잘 알겠지만, 1점 차이로 아쉽게 스탠퍼드가 패배. 하버드의 승리로 전국 토너먼트가 마감되었습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랭킹에만 있던 로한 선수의 등급이 샤크 워커를 제치고 1위. 현재 모든 NBA 구단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
“‘Kings’를 통해 전국 토너먼트 대진표 예측 이벤트의 주인공, 로한에게 세후 633 million(=823억) 지급을 완료했습니다.”
“……”
자신의 편인 줄 알았을 때, 진즉에 정당하게 증여한 가산이 1 Billion을 넘어선다.
그런데 그 이후 트레버 퓨리와의 첫 이벤트 매치를 추진하느라 투자한 막대한 자금을 통으로 날렸고, 이후 왕조를 노리는 스탠퍼드 대학 농구팀을 박살냈다.
전국 토너먼트라는 미국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에서 무려 자신의 상당한 자산이 투자된 스탠퍼드를 제물로 삼아, 정작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등극한 로한.
그 과정에서 대진표 예측 이벤트를 통해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경로를 통해 1 Billion을 더 털어간 것은 뼈 아팠다.
‘안 그래도 금리가 이렇게 높은 시기에…’
그래서 사비로 1 Billion까지 거는 조건으로 [로한 킴 vs 트레버 퓨리 II]를 무리하면서까지 성사시킬 수밖에 없었다.
재정적인 타격이 너무 커서가 아니라, 이대로라면 로한의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미 자수성가한 10대 중에서는 가장 영향력이 있는데다, 천문학적인 돈이 몰리고 있다. 한 번쯤 제동을 걸지 못하면… 더 이상은 짓밟을 수 없는 규모까지 커버린다.’
Too big to fail.
그 말을 이제 겨우 19살이 된 새싹에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정해야 했다.
로한은 어른들의 방법으로 처리해야할 수준까지 올라왔다.
“SFC 오너, 킬리언 화이트의 도움으로 로한의 캠프가 초청한 8명의 선수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놀랍게도 선수들은 보통 실전 경기보다 스파링에서 더 많이 부상을 입는다.
킬리언 화이트의 말에 따르면 SFC의 경우, 4~50%는 어쩔 수 없이 부상을 숨기고 경기를 치른다고까지 했다.
그러니 로한이 훈련 도중 어쩌다 부상을 당하는 건 이상하지 않은 일.
초청된 선수들은 금전적인 동기부여까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도미닉 본즈에게서 연락이 안됩니다.”
“……”
느낌이 이상했다.
로한을 거칠게 다뤄줘야 하는 스파링 상대들과의 연락이 두절됐다.
“훈련 영상을 조금이라도 촬영해 온다면 적지 않은 사례를 해준다고 했는데, 모두 연락 두절되었습니다.”
그것도 8명 모두.
[아이언복싱] 체육관에 들어가기 전까만 해도, 다들 한탕 해서 은퇴할 생각에 희희낙락하던 이들이, 어디 조용한 곳에 묻혔는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J.P.는 이미 두세 명이 그럴때부터 이상함을 감지했다.
‘차마 자기 손으로 스파링 영상을 공개하지 못할 정도로 처참했다는 거겠지.’
로한이 차머스와의 타이틀전을 앞두고 다양한 복싱 선수들과 스파링을 했던 일이 떠오른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어쩌면 로한은 종합격투기를 파훼할 방법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그래도 로한이 상대했던 스파링 선수들과 트레버 퓨리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진정한 최강자.
비록 복싱 경기에서는 망신을 당했다지만, 복싱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종합 격투기에서는 복서들을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거기에 현재 기량이 전선기 이상으로 올라왔고, 각오까지 상당하다. 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도 트레버 퓨리 8, 로한 2로 승률을 놓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로한의 2할도 어디까지나 한 번의 럭키 펀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
J.P.는 며칠 동안 고민을 하다가, 여전히 느낌이 좋지 않아서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상대는 NBA의 총재 월터 골드.
“어, 날세. 이번 이벤트 매치의 성사 사실에 무척 못마땅했었지? 내 얼굴을 보고 한번은 물러서줬지만… 내가 영 신경이 쓰여서 말이야. … 그냥 자네가 원하는대로 하세. 내 직접 말리고 싶지만은… 그 나이대의 아이들을 잘 알지 않나. 잔소리로 듣고 오히려 청개구리처럼 반대로 해버리니… 그래그래. 한 번 생각해보고 연락해주게.”
J.P.는 웃으면서 통화를 하다가 전화가 끊기자마자 정색했다.
훌륭한 도박사는 매 경기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접을 때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 더 많은 것을 잃기 전에 과감하게 손절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새롭게 판을 짜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야말로, J.P.가 오늘날의 왕국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었다.
‘자, 외통수다. 어떡할 셈이냐?’
*
지금의 NBA를 있게 한 전설적인 인물, 월터 골드.
그는 실제로 농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고등학교 교사 출신이었다.
“만나서 반갑네.”
영상이나 매체를 통해서 접해본 적이 있었지만, 직접 만난 월터 골드는 더 소탈한 분위기였다.
비쩍 마르고, 체구도 작은 왜소한 노인이었지만, 악수를 청하고 시선을 교환해보니 진정한 거인을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30여 년째 총재를 하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이군.’
내심 감탄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불쾌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른 자리였으면 저도 더 반가웠을 것 같습니다.”
“아, 그렇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갑자기 만나자고 해서 미안하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셨겠죠.”
“어쩌면?”
월터 골드의 태도는 무척 가볍게 느껴졌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진지해서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어쩌면이요?”
“그래. 같은 이유라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질 거고, 누구한테는 하찮을 테니까.”
“음, 일리가 있습니다. 그 결정은 제가 할 테니, 메시지나 전달해주세요.”
“역시,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친구라 과감하구먼. 허허.”
“……”
내가 웃지 않고 가만히 그를 마주보자, 월터 골드도 씨익 웃으며 본론에 들어갔다.
“먼저, 몇 개월 전의 일이긴 하지만, 퓨리와의 첫 번째 이벤트가 아주 성황리에 진행된 것을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그때 NCAA는 물론 우리 NBA 측의 부드러운 조언이 있었지?”
내가 지미를 쳐다보자,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속삭였다.
“Division 1에서 활동하는 대학 농구 선수가 같은 디비젼 안에 소속된 스포츠 활동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프로 경기는 건당으로 허락을 맡아야 치를 수 있다는 연락이 오긴 했어. 중요하지 않아서 걸렀지만.”
그런 경우가 워낙 희귀해서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어쨌든 프로에서 활동하는 실력의 선수가 아마추어들과 함께 경쟁을 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의미에서 생긴 제도.
하지만 나는 육상, 복싱이 아닌 대학 농구를 하고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뭐, 전미 대학 체육 협회(NCAA)에서 나서는 건 이해가 대충 되지만, 전미 농구 협회(NBA)까지 겨우 이벤트 매치를 가지고 호들갑을 떨 일인가요?”
“아무래도 우리 협회와 소속 구단들은 대학 유망주에 관심이 많지 않겠나. 그때 막 자네의 NBA 드래프트 등록 루머가 돌던 시기라, 진지하게 드래프트를 고려하면 신체적인 부상은 물론, 농구 선수로서의 명예가 실추될만한 행동은 자제해달라고 권고했네.”
“음,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별 의미 없는 잔소리였네요.”
나는 지지도 않았고, 부상을 당하지도 않았으니까.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아마 내가 NBA에 입성하면 오히려 도움이 되면 됐지, 악영향이 되진 않을 것이다.
빌런, 악동, 트레블메이커라는 이미지들만큼 화제성을 불러 모으기 좋은 게 없다.
그런데 정작 월터 골드의 눈썹이 불쾌함에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우리 NBA는 일시적일 뿐인 자극적인 소재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네. 결국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건 길고, 오래, 클래스 있게 농구를 해온 선수들. 불쏘시개보다 숯에 투자를 하는 편이지.”
“대충 무슨 말씀이 하고 싶은진 알겠네요. 그래서요?”
“……”
월터 골드는 잠깐 말없이 나를 올려다봤다.
웃고 있지만, 그의 악의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의 본질부터 증오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 표정.
“우리 NBA는 이미 지나갔지만 자네의 첫 번째 이벤트 매치는 물론, 이번 리벤치 매치를 승인할 수 없네. 부상 위험도 너무 크며, 우리 협회가 추구하는 평화적인 이미지와 거리가 머네. 안 그래도 폭력이 쉬워지는 시대에, 앞으로 문제는 두 주먹으로 해결하자는 풍조를 부추기지 않나.”
“음, 반박할 여지가 많은 말이지만… 일단 저는 아직 NBA 소속이 아닙니다.”
나에게 이래라저래라할 권한도 없고, 주최측이 완전히 다른 리벤지 매치를 무산시킬 힘은 더더욱 없다.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말을 최대한 좋게 이야기했다고 보면 됐다.
“자네가 NBA에서 활약해주기를 가장 기대하는 사람이 나네. 앞으로 프렌차이즈 스타는 물론, 어쩌면 진정한 고트 논쟁의 주역으로 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하지만.”
월터 골드는 나를 똑똑히 노려보며 말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도록(one rotten apple spoils the whole barrel) 내버려둘 수 없는 것이 나의 역할이네.”
“그 말씀은?”
“굳이 이 리벤지 매치를 진행하겠다고 하면, NBA 드래프트 등록을 취소, 선수 자격을 영구 박탈할 것이네.”
“……”
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없이 지미와 시선을 교환했다.
역시 불길한 예상은 틀리는 법이 없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음?”
“수십만 명이 저를 직접 보러 와주고, 또 어쩌면 세계 곳곳에서 1억 명이 중계를 봐준다지만… 총재님께서 이렇게까지 경고하신다면 깔끔하게 접어야죠.”
“설마?”
“당연히 그냥 하는 말이죠. 하하. 표정을 보니, 제가 이번 매치를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걸 확신하신 듯 하네요.”
“……”
딱딱하게 굳은 월터 골드의 표정.
하지만 곧 이어 처참하게 일그러질만한 일이 벌어졌다.
바깥에서 황급히 뛰어 들어오는 NBA의 측근들.
“이게 무슨??”
처음에는 월터 골드도 당황하다가, 이내 귓속말로 뭔가를 전해듣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분노했다.
“나를 가지고 놀아?”
그러면서 대기실 한편, 삼각대에 거치된 스마트폰을 가리킨다.
나는 영화 「A Good Man」의 촬영을 돕던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아! 맞다. 우리 경기에 앞서서 팬분들이랑 라이브 방송 중이었지. 설마 아직 켜져 있는 건 아니지?”
“……”
월터 골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보였지만, 측근들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끌려 나갔다.
하지만 이미 바깥에서 콘서트를 즐기고 있던 수십만 명의 인파는 모든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고, 그를 향해 엄청난 야유와 음식물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 아니, 지금 이 자리에 와서 경기를 무산시키려는 꼰대가 있다?
– 어디서 겨우 NBA 총재가 월드컵급 경기에 찾아와서 이래라저래라임?
– 와, 권위의식에 찌든 백인 상류층 아저씨의 전형 아니었음? 개 소름돋네.
곧 생명의 위협까지 받기 시작한 월터 골드는 순식간에 타임스퀘어를 퇴장할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으면서 나에게 손을 흔들었던 J.P.
나는 이번에 반대로 창밖에 딱딱하게 굳은 채 서 있는 그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주었다.
“그 속이 시원하긴 한데 말이야.”
지미가 어색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어쩌면 NBA와는 관계를 돌이키기가 쉽지 않겠어. 그런데 결국 NBA도 하나의 커다란 회사고, 돈으로 돌아가는 곳 아니겠어?”
그는 자신감 있게 나의 어깨를 탁 쳤다.
“우리 클라이언트가 원하시니, 내가 어떻게든 상황을 정리해볼게. 미안,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데… 어차피 결과는 알 것 같고, 지금 당장 꺼야 하는 불이 커서.”
“너무 무리하진 말고. 고맙다.”
“이게 내 일인데 뭐. 하루하루 스펙타클하네.”
나와 지미는 서로 마주보며 웃다가, 각자 결연한 얼굴로… 각자의 전장을 향해 나아갔다.
-……
-……
직전까지 폭동의 현장이나 다름없던 타임스퀘어.
내가 입장하기 시작하자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난 딱히 입장 음악도 고르지 않았다.
조지 코치와 지오반니 관장님을 제외하고 다른 안투라지를 두지도 않았다.
셋이서 천천히, 옥타곤을 향해 걸었다.
원래라면 나 다음으로 입장해야 하는 트레버 퓨리가 미리 케이지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정식 SFC 매치가 아닌, 이벤트성 리벤지 매치.
그는 어디까지나 패배자이자 다시 한번 경기를 요청하는 컨텐더의 위치였다.
‘음, 역대급 챔피언은 챔피언인가.’
지금까지의 가벼운 분위기를 집어던지고, 옥타곤 위에서 마주선 트레버 퓨리는 맹수의 기운을 흘리고 있었다.
그 기운에 영향을 받아 내 심장이 힘 있게 뛰며, 피가 확 돌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즐거워졌다.
*
…그렇게,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적인 리벤치 매치가 시작되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