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52
152
수십만 명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천천히 옥타곤 안으로 들어섰다.
모두가 나의 움직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미친 듯이 끓는 피.
손끝에서부터 피로 물드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사냥의 시간.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이 한꺼번에 폭발하려는 것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대신 나는 천천히 케이지를 올라가 끝에 걸터앉았다.
“……”
가만히 주변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나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시선의 무리.
나에 대한 기대가 만연한 무리.
그냥 아무 관심 없지만, 커다란 행사에 휩쓸려 구경을 하는 무리.
타임스퀘어 빌딩의 모든 화면이 나의 모습을 중계한다.
정해진 일정이 있지만, 사회자는 감히 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나는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심상 세계에 차곡차곡 쌓은 후.
콰 앙 !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지금까지 눈을 감은 채 대기를 하던 트레버 퓨리가 눈을 번쩍 떴다.
‘아주 훌륭한 눈이다.’
자신의 모든 걸 이 무대에 건 남자다.
격투가로 쌓은 명예와 자산 전부가 딱 이 경기 승패에 달려 있다.
겨우 이벤트 매치라고 하지만, 그가 오늘을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SNS 계정이 아닌… 그의 몸 상태와 멘탈만 봐도 느껴졌다.
“음…”
분명 그런 점은 칭찬할만하다 못해, 존경스러운 부분이기는 한데…
어째서일까?
나는 그 모든 걸 철저하게 부숴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항상 로한의 영향이라고 핑계를 댔으나… 사실은 이게 바로 본연의 내 모습인가?’
나는 가볍게 고개를 털며 집중했다.
*
[와아… 제 팔에 솟은 털이 보이십니까? 제가 지금까지 수많은 경기를 중계했지만… 이렇게 무게감 있는 선수는 처음입니다.] [놀랍네요.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수십만 명이 지켜보고 있는 현장에 광역 스킬이라도 펼친 듯, 침묵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시대에 가장 뛰어난 피지컬 천재를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사람 몸이… 이번 경기에 앞서서 로한 선수가 가장 비판을 받던 부분이 바로 선택과 집중을 못한다는 것이었는데… 계체량에서도 봤듯이, 몸 상태가 히어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살인 병기 같습니다.] [아무리 농구를 했다고 하지만, 격투가와는 운동하는 루틴이 달랐을 텐데… 누가 겨우 2주만에 만든 몸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역시 유전자가 뛰어난 걸까요? 아님 젊음??] [어쨌든 확실한 건 로한 선수가 절대 오늘의 경기를 우습게 여긴 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로한의 스파링을 도왔던 선수들이 조롱, 감탄,등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오늘 경기 기대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오늘의 심판은 현재 SFC에서 가장 인정받는 호르헤 마르티네즈. 공정하기로 유명하고, 오심 확률이 극도로 낮은 심판계의 전설.
그는 케이지의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 한 후, 양쪽 선수들의 컨디션을 살폈다.
“이벤트 매치라도 이건 분명 실전이다. 페어 플레이를 하고, 그 어떤 경우에도 내 지시에 즉각 반응한다. 알겠나?”
로한과 트레버를 정면으로 마주해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심판.
“Ready?”
마지막으로 확인을 받은 후, 심판은 크게 “Fight!”를 외치며 경기를 시작시켰다.
– 우와아아아아아! 오늘에야 로한의 재수없는 저 낯짝이 뭉개지는 꼴을 볼 수 있겠어.
– 정신 나간 놈. 무슨 생각으로 종합격투기 매치를 받아들인 거야? 도대체 얼마나 SFC를 무시하면.
– 진정한 빌런이 누군지 겨루자!!
여기가 야외라는 사실을 잠깐 망각할 정도로 우렁찬 관객의 반응.
바로 옆에 앉은 사람과의 대화도 잘 안 통할 정도로 열띤 분위기였다.
“……”
물론 그런 환경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두 명의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케이지와 그 안에 있는 둘밖에 존재하지 않는 느낌.
‘건방진 새끼.’
트레버 퓨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치 옥타곤이 자신의 안방이라도 되듯 여유롭게 걷는 로한.
오히려 자신이 더 긴장했다는 사실이 트레버 퓨리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그렇다고 방심하지 말자. 철저하게 전략을 따른다.’
모든 종합 격투가들은 복싱을 기본으로 배우는만큼, 타격과 풋워크에 있어서 복싱을 따라갈 만한 투기 종목이 몇 없지만, 반대로 그만큼 모두가 익숙하기 때문에 정통 복서만큼 요리하기 좋은 상대도 없다.
심지어 로한의 트레이닝 캠프는 고작 2주. 아무리 천부적인 자질을 지녔다고 해도, 종합격투기에 대한 방어를 익히기에는 우스울 정도로 적다.
[역시 트레버 퓨리 노련합니다. 평소와 달리 안면 방어에 특화된 하이 가드를 하네요.] [글러브를 높이 들어 관자놀이와 광대뼈 같은 급소를 철저하게 막고, 팔로는 턱을 손쉽게 막을 수 있게 때문에 복서를 상대로 좋은 가드입니다.] [어? 하이 가드 중에서도 극단적으로 얼굴을 보호하는 크레이지 몽크 가드인데, 확실히 로한의 펀치력을 경계하는 모습입니다.]하이 가드는 무에타이에서 기본적으로 쓰는 자세인만큼, 안면 방어에 용이하고, 빈틈이 생기면 쉽게 킥으로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로한의 리치가 더 길고, 거리 싸움은 초일류급이기 때문에 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트레버 퓨리는 이번 경기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첫 번째 이벤트 매치에서 로한의 실력을 제대로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의 위험성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의 리벤치 매치를 위해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진짜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챔피언에 도전한다는 심정으로 몸과 마음을 준비했다.
‘무엇보다 트레쉬토크에 능하고 내 멘탈을 깨는데 능하기 때문에, 그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평정심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로한은 어떤 종목에 있어서든, 순식간에 에이스가 정신을 놓을 정도로 분노하게 만들어 놓고는, 정작 경기가 시작되면 자기는 냉철하고 기계적으로 상대를 농락하는 악랄한 놈이었다.
복싱 경기에서 허를 찔려 10초 만에 진 것도 그런 이유가 컸다.
오늘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로한의 도발에 당해주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경기 시작 1초.
“…이 새끼가?”
트레버 퓨리는 벌써 정신줄을 놓을 뻔했다.
[음… 로한 선수 무모한 거 아닌가요? 극단적인 안면 보호를 선택한 트레버와는 반대로 로한 선수는 종합격투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필리 쉘을 들고 왔습니다.]오른손을 오른쪽 안면에 가깝게 가져오는 자세이기는 하지만, 왼손은 복부까지 내려와 얼굴의 절반이 확 비는 가드 자세였다.
복싱 전설, 메이웨더의 시그니처 가드였으나, 로한의 필리 쉘을 보자마자 관객들이 웅성거리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왼손이 자유로워서 복부로 오는 킥이나, 잽을 지르기에는 좋지만… 그 이외의 상황에서는 굉장히 난이도가 어렵고 감각적인 움직임을 필요로해 종합격투기에서는 잠깐잠깐 상황에 맞춰 사용할 뿐, 주 방어 스탠스로 쓰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었다.
그러니까 정식 종합 격투기 경기를 단 한 번도 치러본 적이 없는 복서가, 그것도 복싱 경기에서조차 직접 써보지 않은 주제에 크로스오버 매치에서 들고 올 방패는 아니었다.
‘어지간히 날 무지하지 않고서는…’
휘 익 – !
[오! 경기에서는 보통 신중한 편인 트레버 퓨리.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모양입니다. 바로 가드가 비어 있는 안면에 하이킥을 날카롭게 날립니다.] [눈이 좋고 풋워크가 뛰어난 로한 선수답게 쉽게 물러서며 범위를 벗어났지만, 간담이 서늘했을 겁니다. 딱 한 번, 진짜 딱 한 번만 놓치면 바로 다운.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의 필리 쉘이 단순히 겉멋은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파악 – !
트레버 퓨리는 자신의 안면을 틀어막고 적극 전진 했으며, 로한이 응수하려고 하면 곧바로 인사이드 레그 킥을 적재적소에 시전하며 거리를 벌렸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펼쳐지는 화끈한 공방전.
‘진 적이 없어서 겁이 없는 건지, 단순히 무식한 건지…’
트레버 퓨리는 어떻게든 떨쳐내려고 해도 맹수처럼 압박하는 로한을 보며 내심 감탄했다.
자신의 주종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 자신감만 놓고 보면, 로한이 사실은 종합격투가가 아니었는지 의심이 되는 수준이었다.
‘그래봤자다. 모든 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
트레버 퓨리의 인사이이드 레그 킥은 회수가 빠른 대신 데미지가 적게 들어가지만, 어디까지나 손보다 몇 배는 강한 다리의 힘으로 가격한다.
그러다보니 데미지가 빠르게 축적될 수밖에 없고, 실제로 로한의 풋워크가 아주 살짝 둔해졌다.
일반인은 눈치채기 힘든 미세한 수준이었으나, 그것만으로도 트레버 퓨리는 활동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끊임없는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1라운드 3분 정도가 흘렀을 때.
빠 악 – !
트레버 퓨리는 지금까지 꾸준히 재미를 보던, 로한의 허벅지 안쪽을 노리는 인사이드 레그 킥을 차는 척하면서, 제대로 카프킥을 적중시켰다.
[로한이 처음으로 살짝 휘청입니다. 굉장히 매서운 카프킥이었습니다. 킥 대응에 익숙하지 않은 로한에게 있어서는, 동작도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을 거에요.] [그렇습니다. 뇌리에 인사이드 레그 킥을 입력시켜놓고, 완벽한 타이밍에 허를 찔러서 더 아래인 종아리. 카프킥을 성공시킵니다.] [로한 선수는 조심해야 해요. 트레버 퓨리는 평소와 달리 굉장히 신중하게 킥을 위주로 공격을 펼치고 있습니다.] [경기 내내 이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1라운드 동안은 풋워크가 좋은 로한의 발을 묶어버리겠다는 뜻이죠.] [조바심을 내서 무리해 들어가면 안 됩니다. 트레버 퓨리는 굉장히 영리한 선수라 덫을 깔아놓고 기다리고 있을 거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느려진 풋워크로 가만히 서 있는 샌드백으로 전락해버린 자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5라운드 경기를 받아들인 너의 패착이다.’
보통 SFC의 경기는 5분씩 3라운드 진행된다.
5라운드는 메인카드 혹은 타이틀 매치에서만 허락되는 말 그대로 살인적인 경기 방식.
로한은 체력에 자신이 있어서, 어떻게든 오랫동안 버텨서 4~5라운드에서 승기를 가져오려고 했겠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트레버 퓨리도 써먹을 수 있는 전략이 많아진다.
‘아무리 주먹이 세고, 거리 싸움에 능해봤자… 복서가 다리가 묶이면 뭘 할 수 있지?’
종합격투가가 복서를 가지고 노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
너무나 당연한 거라, 로한이 어떤 방식으로든 킥을 방어하는 방법을 준비해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너무 오만해서 그랬든, 아니면 트레버 퓨리의 킥 수준이 상상을 초월해서 그렇든, 지금까지는 아주 이상적으로 경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자, 챔피언. 네가 준비해온 걸 슬슬 보여줘라. 확 경기를 끝내버리기 전에.’
팍 !
로한이 또 카프킥을 맞으면서까지 거리를 좁혀 매서운 콤비네이션으로 압박해왔지만, 안면 방어를 집중적으로 훈련한 트레버 퓨리는 적당한 위빙과 가드로 충격을 털어냈다.
“……”
분명 알고 대처했지만, 손과 팔이 얼얼했다.
진짜 스치면 중상이라는 밈적인 표현이 딱 어울리는 하드 펀쳐.
슬슬 긴장이 풀어질 뻔했는데, 경각심을 가지게 해주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조금이나마 위축당했다는 게 기분 나빠서, 사기를 가져오기 위해 자신의 고유 기술인 미들킥을 노렸다.
준비 동작이 작고, 무엇보다 궤도가 마지막 순간에 미세하게 변하기 때문에 보고는 막기 힘들었다.
“어?”
다만 그걸 대비하고 있었다면, 무엇보다 정확한 타이밍을 읽었다면 생각보다 쉽게 방어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필이면 로한이 그런 경우였고, 필리 쉘의 장점. 즉 복부에 내려와 있는 왼팔로 순식간에 자신의 발을 잡아챈 것이다.
‘이게 사람의 힘인가??’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 쳤으나, 상상을 초월하는 악력에 손가락이 자신의 종아리에 박혀버린 느낌.
온몸에서 보내오는 위험 신호에 등골이 서늘해졌으나, 로한이 슬쩍 잡아당기자 저절로 끌려 들어가며 그대로 그의 강력한 라이트 훅을 얻어맞았다.
콰 앙 – !
문제는 여전히 한쪽 발을 잡고 있던 상태라 거대한 충격에 균형을 잃고 바닥에 심하게 떨어졌다.
충격적인 다운!
얼마나 세게 넘어졌는지, 뒤통수가 얼얼해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건 그 이후였다.
트레버는 반사적으로 그라운드 방어 자세에 들어갔지만…
“……”
로한은 가만히 그를 내려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자신이 다시 일어나기를 기다려주는 것이었다.
[재밌네요. 트레버 퓨리가 받은 충격이 상당해서, 어떻게 보면 방금 파운딩으로도 충분히 경기를 끝낼 수 있었거든요? 아마 로한 선수의 파운딩은 진짜 커다란 망치로 얻어맞는 기분일 것 같기도 하고.] [저도 그렇게 봤는데, 로한 선수는 그라운드 싸움을 굉장히 경계하고 있는 듯합니다. 방금처럼 좋은 상황이 자주 찾아오지 않을 텐데… 아쉽네요.] [어떻게 보면 현명한 겁니다. 트레버 퓨리처럼 웰라운드 플레이어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높여 잘 빠져나오기도 하고, 괜히 어설픈 그라운드 싸움보다… 자신 있는 입식 타격으로 무대를 가져오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트레버가 로한의 전략을 몰랐을 때 효과가 있는 거지… 그라운드를 이렇게까지 피한다는 약점을 노출시켜버리면 앞으로의 경기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말씀하시는 바로 그 순간, 트레버가 웃으면서 일어나네요. 타이밍 좋게 울리는 벨. 1라운드 종료입니다.] [아… 분명 다운이 된 것은 트레버이지만, 어째서인지 표정이 더 밝은 것도 트레버네요. 로한 선수가 우리의 상상보다 1라운드에 잘 해주었고, 실제 포인트로는 앞설 텐데… 이걸 어쩌죠? 앞으로의 경기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이어질 느낌입니다.]*
중계자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경기는 1라운드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이게… 제가 무엇을 보고 있는 거죠?]다만… 그것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