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53
153
[로한 킴 vs 트레버 퓨리 II]1라운드가 끝나자마자, 관객들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 솔직히 1라운드는 로한이 압도했다, 인정?
– 그건 눈이 있다면 부정할 수 없지. 복싱판에서도 로한의 풋워크는 최상급으로 분류돼. 아슬아슬한 거리 조절에 내가 정신이 혼미하더라.
– 복싱은 아무래도 주먹만 쓰니까, 리치가 긴 로한이 유리하게 경기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으로 킥으로 응수하는 트레버를 상대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아. 누가보면 종합격투기 선수인줄.
– 근데, 킥을 저렇게 많이 맞아도 됨? 좀만 있으면 다리가 완전 묶일 거 같은데?? 이거 다 퓨리의 큰 그림 아냐??
– 나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로한 다리가 의외로 멀쩡하지 않아? 보통 벌겋게 붓기 마련인데, 아무리 인사이드 레그킥이 대부분이었다고 해도… 별로 맞은 표가 안 나네?
그때 수많은 화면을 통해 1라운드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나오고 있었다.
유효타는 없지만, 로한의 거센 주먹이 퓨리의 가드를 때릴 때마다 극심하게 흔들리는 퓨리의 눈동자.
퓨리의 신속하고 정확한 레그킥을 정강이뼈로 받아내거나, 미세하게 자세를 바꿔서 대비하는 로한의 노련함.
[콰 앙 !]특히 로한이 기다렸다는 듯이 퓨리의 미들킥을 꽉 잡고 잡아당기며, 그 반동에 강력한 훅을 얹어 그대로 바닥에 콰앙 – 뒤통수부터 떨어지는 퓨리의 모습에 동화되어 관객들이 다 찡그릴 정도였다.
– 퓨리 바닥에 부딪히자마자 뒤통수 깨진 거 아냐? 눈이 풀렸는데?
– 개 아깝다. 분명 피니쉬 들어갈 수 있는 상태였음. 로한의 파운딩 몇 번이면 사후 세계 왔다갔다 했을 듯.
– 종합 격투기에서도 1라운드만에 참패당할 뻔했네. 그럼 강제 은퇴당하는 거지.
– SFC 오너, 킬리언 화이트 간담이 서늘했겠는데?? 요즘 로한의 인기가 부상하고, PPV 겁나 팔아먹으면서, 다시 복싱의 시대가 오는 거 아니냐. SFC에서는 로한만큼 화끈하게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도 없다. 한물갔다는 평에 수익까지 포기하면서 이번 이벤트 매치 허락해줬는데…
– 지금 속 부글부글 끓고 있을 듯. 도박하는거 좋아해서, 트레버 퓨리가 이긴다에 백만 불 정도 박았다고 자랑했잖아.
1라운드의 여운에 잠식된 수십만 명의 관객들.
장내에 감도는 열기에, 경기 재개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공지한 대로, 2라운드는 SFC의 킬리언 화이트 대표님이 함께 해주시기로 했습니다.]그리고 이벤트 매치답게, 중계의 풍성함을 위해서 유명 인사들이 초청되었는데, 그 첫 번째 인물이 바로 홍보 자리라면 빠지지 않는 SFC의 오너이자 대표인 킬리언 화이트였다.
[최근 화이트 대표님이 크게 화제가 되었었죠? 복싱이고 종합격투기이고, 다 필요 없이. 락커룸에서 로한과 트레버와 싸움이 붙으면 누가 이길 것 같냐는 질문에 ‘진정한 빌런이 버릇없는 MZ 세대에게 예의를 뼛속 깊이 가르쳐줄 것이다,’ 대답하셨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신가요?]인터넷에서 바이럴 되어서 수많은 매체가 다뤘던 내용이다.
이 시대 최강자가 누구냐? 어떤 투기 종목의 챔피언이 가장 센가?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투기 종목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식지 않은 떡밥이며, 크로스오버 매치가 잘 성사가 안 되기 때문에 평생 잠재울 수 없는 영원한 의문이기도 했다.
‘누가 이딴 놈에게 중계를 맡긴 거야?’
킬리언 화이트는 중계자의 질문에 아주 잠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현장의 수십만 명만이 아닌, 1억 단위의 시청자를 고려했는지 금세 비즈니스적인 면모를 되찾았다.
[물론. 길거리 싸움에서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지만, 다들 알다시피 초근접전은 타격이 아닌 그래플링의 영역입니다. 거리가 안 나오니 하드 펀쳐는 무슨. 붙잡히는 순간 2~3초 안에 서브미션을 당해 무기력하게 뒤질 겁니다.] [역시 화이트 대표님답게 거친 표현을 사용하셨지만, 트레버 퓨리 선수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자신하시는 것치로 로한 선수가 꽤 선전을 했는데, 화이트 대표님은 1라운드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복서의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를 훨씬 더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데 어떻게든 잡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안타까웠죠. 운이 좋게 발목을 잡아 유효타 딱 한 방을 먹이는데 성공했지만, 그게 오늘 경기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일 겁니다.] [아무래도 로한 선수가 그라운드를 아예 포기한 모습에서 그렇게 확신을 하시는 거겠죠?] [당연하죠. 킥을 사용하지 않으니 타격 싸움에서 불리하고, 클린치 싸움과 그라운드 싸움은 아예 피할 수밖에 없으니… 1라운드처럼 킥의 데미지를 감당하면서 무리를 할 수밖에 없는 구도입니다.] [하지만 로한 선수는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위험한 장면을 만들어냈죠.] [그래봤자입니다. 트레버는 한계의 상황에서 더 집중력을 발휘해 기적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챔피언. 피니쉬를 못하니 몇 번이나 되살아나서 로한을 괴롭힐 거고, 로한은 결국 라운드가 거듭할수록 데미지가 축적되어 나중에는 고깃덩어리가 된 처참한 상태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SFC가 곧 최강자가 모이는 천상계 대회라는 이미지를 굳건하게 다지기 위해 이번 이벤트 매치를 허락한 킬리언 화이트답게, 끊임없이 로한을 깎아내리며 퓨리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그 효과가 대단했다.
킬리언 화이트의 호언장담에 관객들의 호응이 점점 커졌다.
– 더 빌런!!! SFC의 챔피언!!
– 퓨리 ! 퓨리 ! 퓨~리!!!
로한이 피투성이가 되어 참혹하게 패배하는 모습을 고대하는 일부 무리의 열광적인 환호성이 타임스퀘어에 울려퍼졌다.
[과연 화이트 대표님의 말씀대로 경기가 진행될지 기대하면서…! 2라운드가 시작됩니다!] [트레버 퓨리!! 이제 상대를 파악한 걸까요?? 시작부터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로한을 압박합니다.] [한 번 붙잡혔던 미들킥을 서슴없이 사용하네요! 처음으로 얻어맞고 밀려나는 로한 선수! 슬슬 다리가 무거워지는 모양입니다.]킬리언 화이트는 그럴 줄 알았다며, 한 마디를 보탰다.
[이거, 이거, 트레버가 먼 길 와준 현장의 관객분들을 위해서 1라운드는 시간을 끌었던 모양입니다. 예의 없이 바로 경기를 끝내지 않고, 가지고 놀다가… 이제야 비로소 본 실력을 보여주네요.] [아아 그랬던 겁니까? 역시 복싱은 복싱 선수가, 종합격투기는 종합격투기가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겠죠.] [오? 그래도 로한 선수가 위험한 킥은 쉽게 흘리고, 아슬아슬하지만 거리 조절도 잘 해내고 있습니다. 이러다 틈을 찾으면 언제든 순식간에 경기를 끝낼 파괴력을 지닌 선수이니,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겠습니다.]필리 쉘이라는 위험천만한 가드로 경기에 임하고 있지만, 트레버는 좀처럼 비어 있는 안면을 공략하지 못했다.
‘그래, 풋워크는 인정하마. 머리를 노리는 하이킥만큼은 절대 거리를 주지 않고, 틈을 주더라도 왼손으로 언제든 낚아챌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어서 트레버를 압박하는군.’
킬리언 화이트는 굳이 그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으나, 아슬아슬한 균형이 깨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설마?’
문제는 그 방향이 완전히 반대라는 것.
*
‘비록 1라운드에서 망신을 다했지만… 결국 이기는 건 나다!’
트레버 퓨리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화려한 인사이드 레그 킥, 아웃 사이드 레그 킥, 미들 킥 등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계하며 기세를 가져왔다.
처음에는 방어를 잘하는 듯싶더니, 워낙 빠르게 다양한 각도로 킥이 들어와, 경험이 부족한 로한의 입장에서는 임기응변으로 막기 시작했고, 문제는 방어 자세가 흐트러지기 시작한다는 것.
팍 !
그러다보니 위험한 로한의 종아리 아랫부분에 카프킥이 제대로 들어가, 로한의 다리가 땅에 고정된 듯 굳어버렸다.
일단 적중하면 고통도 고통이지만, 순간적으로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지점에 정확히 맞았다.
‘지금!’
트레버 퓨리는 방심하지 않고 안면 가드를 탄탄히 한 채 빠르게 태클했다.
테이크다운!
복서에게 종합격투기의 무서움을 보여주기 가장 좋은 그라운드 싸움으로 로한을 농락시킬 작정이었다.
‘…웃어?’
그런데 갑자기 간담이 서늘해졌다.
무시하고 몸을 숙여 테이크다운을 하려는데…
파 악 – !
로한이 기다렸다는 듯 뒤로 물러나며 인사이드 레그킥을 찼다.
‘이건???’
물러나면서 상대방이 진입하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노려 상대의 안쪽 허벅지를 때리는 기술.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굉장히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무게 중심의 이동을 신경 쓰면서 정확한 자세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상대를 타격한다는 게 쉽지가 않았다.
다만 잘만 활용하면 계속 거리를 벌리며 상대의 접근을 막고, 거기에 데미지까지 줄 수 있는 최고의 방어이자 공격이라 트레버 퓨리가 가장 선호하는 기술 중 하나.
그래서 1라운드에서도 두세 번 정도 잘 써먹었는데, 그걸 자신이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냥 킥을 쓰는 것도 아니고, 이런 고난이도의 기술을??’
이렇게까지 깔끔하게 발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킥을 쓰지 않은 로한이다. 자신을, 아니 모두를 속여왔던 걸까?
아니면… 설마, 1라운드에서 몇 번 당해봤다고.. 그걸 곧바로 따라하는 건가? 그게… 가능한 일인가?
트레버 퓨리는 말도 안 되는 가정을 애써 지우며, 당황한 기색을 지웠다.
‘쯧, 차라리 다른 기술을 쓰지.’
자신의 주특기라는 말은, 그 대응책도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레버 퓨리는 통증을 무시하며 더 빠르게 접근했다.
이 기술을 정확하게 적중한 상대가 가장 예상하지 못하는 대응이 바로 더 거리를 좁혀오는 것이다.
보통은 맞은 쪽이 경계하며 진입을 꺼리기 마련.
그 심리를 역이용하면 허를 찌를 수 있었…
빠 악 – !
그런데 로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또 한 번 풀백하며 똑같은 기술을 이번에는 왼발로 펼쳐보였다.
어쩌다보니 함정에 정확하게 빠져든 꼴.
마치 짜고 만든 액션씬처럼, 로한의 인사이드 레그킥이 정확하게 트레버 퓨리의 허벅지를 때렸다.
“……!”
그런데 이번에는 충격이 차원이 달랐다.
분명 첫 공격도 감탄을 할 정도로 깔끔했는데, 이번에는 아웃사이드 레그킥이나 다름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왼발로 하는 킥이 더 세다고?? 그러고보니…’
평소에는 분명 오른손잡이로 보였고, 또 그렇게 경기에 임했지만, 따지고보면 복싱에서도 오소독스와 사우스포로의 스위치가 자유로운 놈이었다.
무엇보다 왼손 펀치가 훨씬 강력하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는데, 킥도 마찬가지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아니, 아예 이런 경기에서 킥을 시도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위험!’
그렇게 정신이 없던 와중에서도 트레버 퓨리의 생존 본능이 그를 살렸다.
놀랍게도 로한은 수준 높은 풀백 인사이드 레그킥을 적중시킨 것도 모자라, 왼발로 킥을 한 회전력을 살려 그대로 뒤로 돌며 팔꿈치를 휘둘렀다.
그것도 긴 다리와 팔을 십분 활용해 깊숙이 들어오며.
예술에 가까운 백 스피닝 앨보우를 순식간에 선보인 것이다.
휘 익 – !
“크윽!”
필사적으로 도망치듯 뒷걸음질 쳐 머리 한중간에 맞는 것은 피했지만, 얼마나 엘보우가 깊었는지 그래도 자신의 뺨을 스쳤다.
그것만으로도 칼이 아닌 거대한 도끼에 맞은 듯 충격이 상당했다.
날카로운데다 무겁고 뭉툭하기까지 한 도끼.
그 여파로 폭탄을 맞은 듯 아예 뺨이 찢어발겨져 피가 흩뿌려졌다.
말 그대로 분수처럼 터져 나오는 핏물.
빠른 시간에 피가 너무 많이 흘러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으나…
“……”
트레버 퓨리는 정작 로한의 모습을 보고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의 피로 온몸이 적셔진 로한.
그는 피로 물든 두 손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웃는 것처럼 보이는 건 피를 너무 많이 잃은 자신의 환각인 걸까?
그러다 로한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을 노려보았다.
“……”
뭐지?
분명 지금까지 여느 상대와 다름없이 경기를 펼치던 로한이었지만, 트레버 퓨리는 이 순간. 겨우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듯한 심연의 공포에 잠식되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로한이 다가와 자신의 몸을 번쩍 들고, 그대로 바닥에 콰 앙 – 별다른 기술 없이 순수한 힘으로 무식하게 내려찍어버릴 때까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
그게 트레버 퓨리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로한 킴 vs 트레버 퓨리 II]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SFC에서 악동 이미지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스타가 미들급 챔피언 트레버 퓨리라면, 명실상부 최강자는 라이트 헤비급을 제패한 후 시시하다며 곧바로 헤비급까지 평정한 챔피언 미카엘 발락.
트레버 퓨리는 나쁜 남자 이미지를 영리하게 활용해 티켓 파워를 키우는 스타일이라면, 미카엘 발락은 본질 자체가 나쁜 놈이었다.
어려서부터 마약을 팔고 패싸움을 하며 자라 소년원을 자기 집처럼 들락날락거렸고, 자기방어라고 판결이 내려졌지만 사람을 죽인 전적도 있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성인이 되었다고 개과천선할 리가 없다.
그나마 자기 체질에 맞는 SFC를 찾아 성공적으로 데뷔해 18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최연소 챔피언에 등극했지만, 유명세를 얻고 나서도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 활동 기간 절반은 법정 싸움을 하거나 감옥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 악질임에도 불구하고, 격투기 실력만큼은 역사상 최고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말 그대로 지상 최악의 챔피언.
미카엘은 화면 속에서 말도 안 되는 힘으로 트레버 퓨리를 바닥에 내려찍은 후, 쾅 쾅 쾅 쾅 – 무자비하게 파운딩을 하는 사내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보다못해 온몸을 날려 개입한 심판은 물론 코너까지 모두 달려들어도 사내 한 명을 제지하지 못했다.
사내가 직접 정신을 차리고 흥분을 가라앉히고 나서야 제 발로 떨어졌을 뿐.
“오호라. 아직은 억누르는 것 같지만… 나와 같은 놈이 또 있었군.”
미국 피지컬 천재 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