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59
159
여름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건 NBA 드래프트.
[로한, NBA를 대표하는 프렌차이즈, LA에 입성하다!] [기적의 3%!! 극악한 확률을 뚫고 1라운드 1픽을 얻은 LA. 어쩌면 파워볼보다 가치 높은 선수를 당첨된 걸지도…] [로한과 킹 브라이언의 콤비를 보게 되나? 다시 플옵을 꿈꾸는 LA!!] [신인이자, 이미 월드 클래스 스포츠 선수인 로한의 NBA 도전기. 과연 노장이 많은 LA팀에 녹아들 수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드래프트가 끝나고, LA팀은 정식으로 나와 지미를 초청했다.
다만 그 장소가 의외였다.
“음, 비행기를 탈 필요는 없네?”
“그러게. 딱히 가고 싶지 않은 곳에 우릴 부르다니…”
바로 크롬웰이 구단주로 있는 샌프란시스코 팀의 홈구장.
지은 지 5년 정도밖에 안 된 최신식 체이스 센터였다.
현재 NBA 플레이오프 파이널, 즉 결승전이 진행되는 두 경기장 중 하나.
오늘은 바로 파이널의 마지막, 그것도 7경기가 펼쳐지는 날이었다.
[진정한 진검승부. 샌프란시스코 vs 덴버 7경기가 펼쳐진다!!] [작년, 파이널의 주역들이 다시 모였다.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덴버에게 우승 트로피를 넘겨주어야 했던 샌프란시스코. 올해는 다시 자존심을 회복하나?] [샌프란시스코 주장 로키 그랜트, “7경기까지 끌고 온 건 홈 경기에서 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3월의 광란 결승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이 몰리긴 했다.”
“그러게.”
지미의 말대로 체이스 센터 일대는 물론, 샌프란시스코 전체적으로 교통 체증이 심각했다.
과장이 아니고, 거리도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스포츠의 힘이 정말 대단하긴 해.’
한 프로 스포츠의 구단이 플레이오프 우승을 한다는 건, 지역의 축제나 다름없었다.
대부분이 샌프란시스코 팀 저지를 입고,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곧 착륙하겠습니다. 준비해주세요.”
다행히 우리는 LA 구단의 배려로, 우리 집이 있는 오클랜드에서부터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차로 2~3시간도 족히 걸릴 수 있었지만, 헬리콥터로는 체이스 센터까지 30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
– 뭐야? 여길 헬리콥터 타고 온다고?? 뭐 VIP라도 온 거야?
– 정작 선수들도… 버스 타고 도착하던데… 도대체 누구야?
적잖게 소란이 일었지만, 애초에 헬리포트는 바깥에서 잘 보이지 않는 위치라 정체가 발각되지는 않았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띠링 –
[속보! 방금 체이스 센터로 도착한 로한…! 슈퍼스타답게 헬리콥터로 여유롭게 땅을 디디다.] [아무리 집안과 사이가 안 좋다고 하나, 결국 크롬웰 가의 지원을 받는 듯한 모양새.]내가 황당한 얼굴로 핸드폰을 내려다보자 지미가 어깨를 으쓱했다.
“파이널이잖아. 곳곳에 기자가 깔려 있고, 여기 주변 고층 빌딩이 한두 개야? 찍새들 아예 똬리를 틀고 있을 걸?”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빨리?”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겸손하신 거 아닌가? 우리 로한님은 NBA 1라운드 1픽이자, 스포츠 재벌 가문 크롬웰의 사생아. 운명의 장난처럼 샌프란시스코 최고의 라이벌 LA에 드래프트. 그런 폭풍 한가운데에 떨어져 있는 사람이 7경기에, 유명 인사라도 쉽게 허가해주지 않는 헬리콥터로 도착했다? 이건 스포츠에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도 못 참지…”
“음, 그렇게 말하니까 어디 막장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같기도 하고.”
지미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이 더 판타지더라고?”
우리는 LA 구단 프런트 직원의 안내를 받아 경기장이 한눈에 보이는 VIP 박스 스위트에 도착했다.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 커다란 곳이 아닌, 조용히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왔나?”
과연 그곳에는 딱 두 사람이 먼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LA 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GM, 즉 단장이 흐뭇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상석에는 싸늘한 시선의 남성.
직접 말을 섞어본 적은 없지만, 모를 수가 없는 인물은 바로 엘리의 아버지.
현재 월스트리트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마크 G. 보웬이었다.
‘엘리의 분위기나 기품은… 아버지에게서 영향을 받은 건가?’
중년의 나이이지만, 오히려 연륜이 깊이를 더해주는 듯한 분위기.
눈빛만으로도 나는 새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처럼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래도 엘리의 아버지니… 나름 예의를 차려야겠군.’
명색이 전생에 동방예의지국에서 나고 자란 심성이 고운 나였다.
“로한?”
그런데 이상하게 손이 주머니에서 나오지를 않는다.
내 뜻과는 달리(?) 건들건들하면서 대충 마크 보웬의 옆에 앉았다.
“재밌군.”
그런 나를 흥미롭다는 얼굴로 관찰하는 그.
지미는 평소와 달리 조금은 긴장을 한 기색이었으나, 나는 ‘로한’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오히려 편안했다.
“후우…”
결국 뒤늦게 지미도 내 옆에 앉았다.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약에 대한 논의는…”
마크 보웬이 갑자기 한 손을 들어보였다.
“경기 끝나고. 일단은 파이널을 즐기는 게 어떻겠나.”
“알겠습니…”
지미도 그러고, 나도 이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갑자기 충동적으로 본심(?)을 드러났다.
“아뇨. 시간 낭비하기 싫으니, 일단 조건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지미가 원망의 눈길로 나를 바라봤고, 마크 보웬도 슬며시 나를 돌아봤지만… 나는 담담하게 그들을 마주봤다.
“……”
잠깐의 정적.
지미는 안절부절 못했으나, 결국 마크 보웬이 단장에게 손짓을 했다.
“…여깄습니다.”
단장은 탐탁지 않은 눈빛을 보냈지만 마크 보웬의 지시를 착실하게 따랐다.
나와 지미는 검토용을 따로 1부씩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속독에 능한 나는 금세 내용을 훑었고, 지미도 곧이어 핵심을 파악하고는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마크 보웬은 그런 우리를 보며 코웃음을 치곤 펜을 건냈다.
“시간 낭비하기 싫으니, 바로 서명하지?”
내 말을 되돌려주었으나, 반박의 여지는 없었다.
– NBA는 나름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어. 경력을 중요시하거든.
루키에게는 루키만의 샐러리 기준이 있다.
그래서 드래프트 1라운드 1픽이 중요하다.
1픽에게 가장 높은 샐러리 기준이 허용되고, 픽이 내려갈수록 조금씩 차감되니까.
– 1라운드 1픽 첫해 샐러리는 1200만불(=156억). 그걸 기준으로 구단의 재량으로 최대 120%까지 제안할 수 있어.
과연 LA는 나에게 최대치를 제안했다.
그건 예상대로였는데, 예상을 벗어난 것은 다름 아닌 기간.
– 구단은 드래프트한 루키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지녀. 최소 단위가 2년 계약. 하지만 3년차, 4년차도 구단이 원한다면 우선권을 가지게 돼.
그리고 당연하지만, 다년차 계약일수록 샐러리를 최대치로 맞춰주는 방식이다.
루키가 보통 더 짧은 계약을 하게 되는 경우는 드래프트에서 정식 선택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언드래프트로 픽업되는 경우.
하지만 내 경우 LA는 따로 승인을 받아 1라운드 1픽임에도 불구하고 1년 계약, 최대치 샐러리를 보장했다.
“우리 데스크가 보고하기를, 이런 계약이 아니면 자네가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
“……”
정확했다.
J.P.에게도 정확히 말했지만, 계약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 드래프트를 거부할 수 있다.
루키들은 보통 1년 도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옵션이 많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1년 후라도 잘 성장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꿀릴 게 없었던 것이다.
“신인이지만, 타 종목에서는 월드 클래스 선수이기 때문에 걸맞는 대우를 하기로 했다. 결과를 보여다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할 테니.”
보통 신인에게 훈련 일자, 식습관, 품위 유지의 의무 등 다양한 제약을 거는 것이 당연한 곳이 NBA인데, LA팀에서는 시즌 중 필수적인 훈련 일정이 아니면 거의 100% 자유를 주었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계약서이고… 이면 계약서는 따로 있다.”
이것만으로도 루키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조건이었는데, 단장이 내민 이면 계약서는 어지간한 프렌차이즈 스타 못지않은 파격적인 대우가 약속되어 있었다.
“……”
‘이것이 월스트리트식 협상?’
서명할 수밖에 없는 계약. 내가 원하는 걸 정확하게 읽고, 그 이상을 제시하니… 우리는 바로 악수를 나누었다.
“그럼 이제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겠나?”
“넵.”
파이널 마지막 경기는 과연 기대 이상이었다.
대학 농구와는 수준이 달랐다.
스탠퍼드가 5성 유망주로 가득했다지만, NBA에서는 5성 유망주가 아니었던 벤치 자원을 찾기 어려웠다.
천상계에서 살벌한 경쟁을 뚫고, 주전으로 활활 날아오르는 선수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농구는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리고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런 나를 유심히 관찰하던 마크 보웬이 물었다.
“내년에는 자네가 이 무대 위에 설 수 있을 것 같나?”
“그럼요.”
“내후년에도? 삼년 뒤에도?”
플레이오프 3연속 우승. 프렌차이즈 왕조의 기준이 되는 쓰리피트를 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제가 원한다면. 하지만 LA와 함께일지는 구단주님에게 달려 있겠네요.”
마크 보웬은 처음으로 소리가 날 정도로 웃었다.
작았지만, 귀에 또렷한 웃음소리.
“허세 같으면서도 허세 같지 않단 말이야. 그런데 말이지…”
“……?”
“잡아먹히지 않을 수 있겠나?”
“잡아먹히다뇨?”
“LA팀은 지금 킹 브라이언의 통치하에 있다. 모든 구성원이 오랫동안 합을 맞추었고, 아무리 너라도 한동안은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성질을 죽이고 맞춰줄 수 있겠냐고.”
지난 20년간 NBA를 제패한 GOAT 중의 GOAT.
자기 관리가 얼마나 뛰어난지, 동기들은 진즉에 은퇴하고, 후배들도 적지 않게 코트를 떠나간 시점에 아직도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나도 당연히 존경하는 플레이어 중 한 명.
그와 함께 뛰는 것은 진정한 영광이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전설에 대한 예우로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말했다.
“당연하죠.”
“오호?”
마크 보웬은 물론, 지미까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나를 돌아봤다.
“최소한 하루 이틀은 선배 대접을 해드려야죠.”
“……”
그럼 그렇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둘.
이후 우리는 경기에 집중했다.
아슬아슬한 접전 끝.
샌프란시스코는 작년의 패배를 설욕하고, 2025년 NBA 플레이오프 챔피언으로 등극.
현재 가장 구단 가치가 높은 팀의 위상을 굳건히 했다.
반대편 박스 스위트에서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는 J.P.를 보니 이 모든 걸 산산조각 내고 싶은 충동이 강해졌다.
*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들은 일찌감치 휴식기를 갖는다.
보통 그 기간은 5월말서부터 9월말까지 대략 4개월.
물론 마냥 쉬는 기간이 아니라, 각자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회복하고 몸을 만들고, 또 개인 코치를 통해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중요한 시기.
그리고 휴식기라고 아예 아무런 일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 국제 대회에서 참가하기도 하고, 신인의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NBA 서머 리그에 참가한다.
주로 신인, 혹은 아직 실력을 증명하지 못한 젊은 선수들 위주로 참가하는 서머 리그는 그해 드래프트 된 루키들이 NBA의 시스템에 얼마나 적응했는지 엿볼 수 있는 첫 기회이기도 했는데…
[로한 킴. 서머 리그는 생략한다. 구단의 선택인지, 개인의 선택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부상? 혹은 오만함? 로한 킴의 서머 리그에 불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로한은 깔끔하게 서머 리그를 무시하고, 다른 주전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정규 리그 개막 한달 전, 공식적인 LA팀의 트레이닝 캠프 시기에 맞춰서 구단에 도착했다.
팀 전체가 모여서 다음 시즌을 바짝 준비하는 트레이닝 캠프.
“루키 주제에, 이제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고?”
그런 로한을 아니꼽게 생각하는 선수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하아… 이래서 유망주들은 골치가 아프다니까.”
주전 선수들은 실실 웃으면서 연습 첫날을 맞이했다.
미국 피지컬 천재 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