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6
16
내 ‘능력’은 책을 읽는다고 곧바로 발현되지는 않았다.
일단 몰입을 해야 한다.
[요리 과정을 공장처럼 분업하는 것은 식당 운영에 있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일관된 품질과 맛을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데,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따라야 한다.]책을 좀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몰입’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할 것이다.
일단 책의 내용을 읽으면 머릿속에서 상상이 가기 시작한다.
[모든 요리의 정확한 메뉴얼을 만들어라. 각 재료의 정량, 요리 순서, 온도, 요리 시간. 처음 요리를 해보는 사람이라도 그대로 따라 한다면 똑같은 요리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레시피를 완성해라.]내가 만약 특정 요리의 매뉴얼을 만든다면 어떤 식으로 할지, 책의 조언을 따라해보는 것이다.
“……”
그러다보면 더 이상 내가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인지 하지 못한다. 누가 나를 불러도 좀처럼 반응하지 않는 고도의 몰입 상태가 된다.
그리고 딱 그 때 내 능력은 작용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눈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여긴 레드 드래곤이구나. 주인아저씨가 볶음밥을 만들고 있어.’
남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분명 현실처럼 생생한 환상을 보기 시작했다.
마치 책의 문구는 하나의 열쇠로 작용해, 새로운 차원을 여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전생에 독서를 많이 하면서 생긴 내 머릿속의 세계가 한층 진화했다고 해야 되나?’
과거 현실을 잊고, 독서의 세계에 빠져 살았을 때. 그때 나만의 세계를 완성했다. 살아 숨쉬는 인물들, 그 인물들이 쌓는 서사, 서로 얽히면서 생겨나는 사건사고 등이 너무 즐거워 현실 세계를 잊을 뻔했다.
만약 당시 의사의 조언대로 그것을 바깥으로 끄집어내는 집필활동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나는 그대로 미쳐버렸을 것이다.
‘그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레드 드래곤]의 풍경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내 기억 그대로 디테일을 담아냈고, 주인 아저씨는 실제 인물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흠.’
멍하니 서 있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는 눈빛마저 똑같다.
[정확한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서 일단 평소대로 요리를 반복해서 만들어봐라. 각 횟차마다 어디서 편차가 생기는지 기록하고, 편차가 심한 단계부터 수정해보자.]현실속의 나는 계속 책을 읽고 있다. 나만의 세계에서 나는 그 내용을 들으며 ‘실천’하고 있다.
[레드 드래곤]에서 가장 많이 주문되는 요리는 볶음밥.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내 세상 속 주인아저씨는 그동안 현실에서 만들었던 볶음밥을 ‘재현’했다.
내가 임의로 설정한 하루의 저녁 타임 동안 만들었던 볶음밥 40인분을 차례대로 요리했다.
‘와, 진짜 기계라니까.’
딱히 계량기를 사용하거나 재료를 소분해두지 않는데도 눈으로 보기에는 각 볶음밥의 양이 일정했다.
웍을 사용하는 손놀림, 불의 세기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그럼 맛도 비슷할까?’
놀랍게도 나의 심상 세계에서는 ‘맛’도 느껴졌다.
나는 볶음밥 40그릇을 한입씩 먹어보고 순위를 매겼다.
[같은 요리를 반복해서 먹다보면 서로 우위를 가리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절대미각을 가지고 있거나, 그런 사람을 통해서 확실한 레시피를 선택해야 한다.]‘전체적으로 모든 그릇의 맛이 일정 수준이상이야. 하지만 그 중에서 아저씨가 만든 13번째 볶음밥이 특별히 맛있는 편이야.’
이곳에서의 나는 ‘신’과도 같다. 필요하다면 절대미각을 가질 수 있고, 가장 맛있는 볶음밥을 쉽게 골라냈다.
‘이제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이 볶음밥을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나의 의사를 이해한 가상의 아저씨는 곧바로 13번째 볶음밥을 똑같이 만들어냈다.
나는 그 과정을 필요한 만큼 돌려보며, ‘황금레시피’를 완성했다.
*
[레드 드래곤]의 주인, 장(Zhāng)은 절대 표현하지 않았지만 새로 뽑은 알바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겉모습은 무슨 갱단 앞잡이처럼 생겨가지고.’
자기도 인상 험악하다는 오해를 종종 받지만, 조금만 알고 지내다보면 자신이 얼마나 순박한(?) 성격인지 다들 금방 알아차린다.
어쨌든 이 알바는 외양과 달리 일머리가 있는 편이었다.
세세한 지시를 해주지 않아도 눈치껏 일을 하고, 요령을 피우는 법이 없다.
일하는 시간 내내 성실하게 일할 뿐만 아니라, 시키지 않아도 남은 시간 동안 알아서 일거리를 찾는 말 그대로 A급 알바였다.
‘그동안 내가 너무 잘해줬나? 슬슬 선을 넘으려고 하네?’
그래서 알바가 뜬금없이 일명 ‘황금레시피’를 자기 앞에 내밀었을 때 간신히 주먹을 다스릴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면,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아도 할 말이 없을 짓이었다.
“흠.”
이제 겨우 3주 일한 주제에, 감히 자신의 자존심인 볶음밥 레시피를 내밀다니.
“언짢으신 건 알겠는데, 밑져야 본전이니 일단 한 번만 확인해주세요. 마음에 안 들면 다시는 이런 제안 안 하겠습니다.”
“흠.”
장은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개업 이래 처음으로 1주일 이상 버틴 알바를 갈아치우는 것보다 아주 잠깐 장단을 맞춰주는 게 낫다는 계산이 나왔다.
“흠.”
‘해보든가 말든가.’
건성으로 대답을 해주자, 알바는 신이 나서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냈다.
‘쯧, 요리사의 손맛도 모르는 놈이.’
그의 손에 들린 타이머나 계량기를 보자마자 다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자신의 가게에 차별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모든 요리에 정성이 들어간다는 점.
타이머나 계량기에 의존할 거라면 요리하는 기계와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벌써부터 건성건성 듣지 마시고, 한 번만 기회를 주시죠.”
알바는 볶음밥에 필요한 재료를 하나씩 무게를 재 그릇에 따로 담았다. 굴소스, 간장, 소금, 후추 등 조미료까지 종지를 구해와 일일이 나열했다.
“아저씨 레시피 중 이 비율이 가장 맛있었어요. 실험해봐도 좋습니다.”
“흠.”
장은 내심 놀랐다. 볶음밥을 어떻게 만드는지 한 번도 알려준 적이 없는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정확하게 준비했다.
‘청주에 멸치액젓을 섞은 걸 보여준 적이 있었나?’
비율까지는 모르겠지만, 눈대중으로 봤을 때 자신이 개발한 볶음밥 맛이 날 것 같았다.
장은 이제 호기심이 생겨서라도 조금 더 놀아주기로 했다.
“아, 잠시만요. 여기 타이머를 미리 설정해놨어요. 평소 쓰시는 불 세기를 기준으로 5분 후에 기름을 끼얹으면 됩니다. 이후 모든 재료를 넣고 6분 30초 동안 웍질을 하시면 완성이죠.”
“흠.”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래봐야 11분을 낭비하는 것이다. 알바가 저녁 오픈을 완벽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장사에 지장은 없었다.
화르르르 –
장은 알바의 요청에 따랐다. 정확하게 11분만에 볶음밥을 완성했다.
“흠.”
20년 경력의 장은 볶음밥의 구수한 냄새, 잘 익은 때깔만봐도 알 수 있었다.
‘이건 맛있다.’
과연 한 입 먹어보니, 자신의 컨디션이 최고조일 때 나오는 볶음밥의 맛이다. 입안에 밥알이 골고루 씹히면서 풍미가 혀를 싹 – 감았다.
장은 믿을 수가 없다는 얼굴로 알바를 돌아봤다.
그는 이미 자신의 마음을 읽고, 두 번째 볶음밥을 위한 재료의 정량을 맞춰놓고 있었다.
화르르르 –
“……!”
특유의 ‘흠,’을 내뱉는 것도 잊었다. 두 번째 볶음밥의 맛도 거의 똑같았다. 이 정도면 일반인은 차이를 모를 정도다.
“이미 웍의 온도가 달궈져 있는데 불필요하게 오래 기다리셨어요. 이때는 5분이 아니라 1분 12초만 기다리면 됩니다. 여기서 2인분을 하느냐, 3인분을 하느냐에 따라 예열 시간, 요리 시간 다 달라지니까 여기 표를 참고해주세요.”
“……”
‘얘… 뭐하는 놈이지?’
*
내 ‘황금레시피’에 의한 볶음밥의 완성은 단골들이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어이 장! 원래도 볶음밥이 대표메뉴이긴 했지만, 요즘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는데?”
“나만 느낀 거 아니지? 와,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나 이거 추가로 2인분 포장 주문 넣을게. 우리 마누라 좀 줘야겠다.”
“나도나도. 마약 넣은 거 아니지?? 이따 자기 전에 야식 땡기면 먹어야겠어.”
손님들이 볶음밥을 먹으며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뿌듯했다. 그들의 리액션을 보면 나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거 생각보다 성취감이 대단하잖아?’
어쨌든 ‘황금레시피’ 덕분에 1인분 단위로 재료를 준비할 수 있었고, 요리 과정이 표준화되니 전체적인 시간이 3~4분씩 줄었다.
얼마 안 줄어든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도 주인 아저씨는 피크 시간대에도 훨씬 여유롭게 주문량을 맞출 수 있었다.
‘가장 고무적인 건 레시피가 완성되고 나서 매출이 20프로 늘었다는 거야.’
볶음밥을 먹기 위해서 손님들이 더 자주 방문하기 시작했고, 포장해가는 숫자가 대폭 늘었다.
“흠.”
주인 아저씨는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장사를 하셨다.
그리고…
“흠.”
그는 갑자기 나에게 스윗앤사워포크(Sweet & Sour pork: 우리나라 탕수육과 비슷한 중식 요리)를 가져다주었다.
“네?”
“흠!”
“…아저씨. 너무 양심이 없는 거 아니에요? 이것도 황금레시피를 만들어 달라고?? 이미 어지간한 알바보다 많은 일을 해준 것 같은데?”
내가 손바닥을 비비며 아저씨를 노려보자,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종이와 펜을 한 장 가져왔다.
[나, 장은 기존에서 추가로 늘어난 순이익의 20%를 알바…]그는 갑자기 쓰다 말고 멋쩍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와, 아직 알바 이름도 몰라.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후우. 그냥 저 때려칠까요?”
‘뭐야, 내 이름 알고 있었네?’
나는 계약 내용을 한 번 검토하고 당당하게 요청했다.
“거기에 시급도 계속 지급한다고 추가해주세요. 당연히 시급도 올려주시겠죠? 그동안 노예처럼 일했는데?”
“흠.”
[로한이 일하는 동안 시급…]“최소 30불로 올려주지 않으면 때려칠 줄 아세요.”
일부러 강하게 나가긴 했는데,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저씨는 황급히 계약서를 고쳐 적기 시작했다.
[로한이 일하는 기간 동안 시급 $40, 아니 30불을 지급한다.]“어?? 40불??? 그걸 왜 지워요. 40불 아주 좋아요. 40불 합시다. 네? 이제보니 통이 아주 크시네. 아니 왜 안 고쳐줘요??? 아저씨??”
내 입이 방정이지…
우리는 그대로 계약을 체결해버렸다.
하지만 솔직히 나도 후회는 없었다.
시급이 20불에서 50%나 오른 건 무척 파격적인 대우였고, 현재 내 신분으로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고수익 알바였다.
“푸흐흐흐.”
그 결과 금요일마다 기본급 $450(하루에 3시간 X 일주일에 5일 X 시급 30불)을 따박따박 받았고, 아저씨는 계약서상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저녁타임 팁까지 정확하게 절반으로 나누어주셨다.
‘아니… 팁이 더 많잖아?’
우리는 서빙을 하는 레스토랑이 아니라서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데, 단골 위주로 장사를 하는 곳이라 그런지 감사하게도 항상 팁을 남기셨다.
[로한(팁): $550]시급에 팁까지 총 1000불을 벌어들인 것이다.
일주일에 겨우 15시간 일한 것치고는 조금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한 달에 한 번, 추가 순이익에 대한 20프로를 정산받자 나는 갑자기 [레드 드래곤]에 뼈를 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게 얼마야??’
[로한(10월 추가 순이익 20%): $……]미국 피지컬 천재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