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60
160
‘드디어 NBA.’
LA팀의 연습 시설에 도착한 나는 주변을 돌며, 지금까지의 행적을 되돌아봤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구나.’
보통 루키들의 NBA 입성은 비슷한 루트를 따른다.
3월 – 대학 농구 토너먼트 참가.
대학 농구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지만, 드래프트를 생각하는 4~5성 유망주들은 자기를 PR할 수 있는 전국구 무대.
최대한 많은 연봉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상위 픽에 뽑혀야 하니, 어떻게든 더 활약을 펼치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4~5월 – 구단 초청.
드래프트를 앞두고, 구단들은 인기 유망주들을 직접 구단으로 초청한다. 간단하게 테스트를 하고, 현역 선수들을 만나게 해주는 등.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6월 – NBA 드래프트.
여기서 선수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최대한 먼저 뽑히기를 기다릴 뿐.
7월 – 첫 훈련 및 서머 리그.
보통 처음 NBA에 입성한 루키들의 일정은 구단에 와서 신체 검사를 다시 받고, 간단한 체력 훈련 및 전술 훈련을 하는 소규모 트레이닝 캠프를 가진다.
이후 정식으로 NBA에서 주최하는 서머 리그 참가.
루키를 비롯해 3~4년 안팎의 신인들 위주로 각 구단은 팀을 꾸려서 서머 리그를 뛰며 실전 감각을 날카롭게 벼른다.
8월~9월 – 휴식 및 개인 트레이닝.
그리고 대망의 10월 – 프리 시즌 및 정규 시즌 개막.
10월 첫째 주에 정식으로 구단이 선수들을 소환하며 트레이닝 캠프가 시작되고, 각 팀은 프리시즌 동안 4~5개의 경기를 뛰면서 새로운 선수와 전술을 시험하는 기간을 갖는다.
‘성적에는 안 들어가지만 프리 시즌은 팬들의 기대감을 키우는 중요한 경기들…’
나는 원래 7월부터 공식적인 일정을 소화할 생각이었으나, 창작 활동과 관련되어서 생각보다 좋은 일이 많이 생겨서 스케쥴이 많이 밀렸다.
하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기회들이 찾아와서 최대한 그런 부분들에 집중을 했고,
「Beyond Perfect Vol 2, 3, 4」는 출간을 앞두게 되었다.
‘아마 그 이상도… 곧 발표하게 되겠지.’
마음 같아서는 1~2달을 더 붙들고 있고 싶었지만, 루키가 서머 리그를 생략하는 것도 코치진이 탐탁지 않게 여겼을 텐데… 공식 트레이닝 캠프는 눈치가 보인다기보다 꼭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학교도 첫 학기가 가장 설레는 법인 것처럼…’
언제나 새로운 도전은 가슴을 뛰게 하는 부분이 있다.
“로한 선수. 이쪽입니다.”
첫날이라서 그런지 코치진에서 파릇파릇한 젊은 친구가 따라다니면서 일정을 알려주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안내해주었다.
“……”
‘프로 선수들은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더니… 과연.’
트레이닝 캠프 기간동안 훈련은 일주일에 6일. 하루에 3시간짜리 두 세션을 가졌다.
첫 세션에서는 코치가 붙어서 개인적인 체력 훈련 및 기술 훈련을 집중적으로 익혔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LA팀의 전술을 배운 후, 직접 롤을 받아서 직접 몸으로 움직여서 수행하는 전술 훈련이 이어졌다.
“와, 로한 선수… 첫 날인데도 원래 우리 팀 소속이었던 것처럼 훈련을 쉽게 소화하시네요?”
따로 담당이 있지는 않지만, 한동안 나를 도와줄 것으로 보이는 이 친구는 자신을 토비라고 소개했다.
이제 코치진에 합류한지 2년이 되었다는 체력 단련 전담 트레이너.
“특히 신인 선수들은 NBA의 복잡한 전술을 배우는데 오래 걸리거든요. 그런데 로한 선수는 과연 천재이신가봐요… 어떻게 듣자마자 빨아들이듯 배우지?? 바로 응용도 하고??”
확실히 아직 신입이라서 그런지 리액션이 풍부했다.
나를 멀리서 지켜보는 높으신 자리의 코치분들은 가끔씩 멈칫할 뿐. 애써 포커페이스를 지키시며 열심히 기록만 하기 바빴는데.
‘전술이야 뭐… 심상 세계에서 익히면 바로 체득이 되니까…’
마크 보웬의 지침이기도 했는데, LA 구단은 전술을 보강하고 또 그것을 선수에게 가르치는데 많은 돈을 투자해왔다.
그래서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해서 전술을 가르쳐주고, 어느 상황에서 유리하고 또 불리한지… 구체적인 예를 다양한 실전 경기를 토대로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내 입장에서는 심상 세계에서 쉽게 재현하며, 나중에는 그냥 전술의 구도나 진행 방향만 봐도 그 전술의 장단점이 한눈에 파악이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음, 이건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몇 없겠는데? 차라리 다섯 명 모두 호흡을 맞추기 보다, 정예 셋이 먼저 자리를 선점하고 나머지 둘이 따라오는 방식으로 공격을 하면…’
가만히 듣다보면 보완책도 생각이 나서 따로 기록을 해두기도 했다.
하버드에서 듣는 수업이라고 생각하면 바로 교수에게 이의를 제의할 텐데, 트레이닝 캠프에 앞서 지미가 신신당부한 내용을 떠올리며 꾹 참았다.
– 첫 날이야 첫 날! 어차피 LA팀을 뒤집어엎을 거 잘 알고 있는데… 딱 첫 주만 무난하게 버티자. 그게 내 유일한 소원이야. 알겠지??
‘아니 내가 망나니인가? 뒤집어 엎기는 뭘 엎어?’
나처럼 순한 사람이 어딨다고… 저런 걱정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지만… 로한 선수는 당연히 로스터 안에 드는 것도 모자라… 스타팅 멤버로 발탁되실 수도 있겠어요!”
토비는 무척 상기된 표정으로 신나게 이야기했다.
‘스타팅 멤버라…’
공식 트레이닝 캠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바로 거기에 있다.
오프 시즌에는 구단에서 21명까지 데리고 있으면서 다양한 실험을 하지만… 결국 정규 시즌 멤버를 확정지어야 한다.
로스터 최대 인원은 15. G리그와 NBA를 함께 뛸 수 있는 투웨이 계약까지 치면 최대 18명까지 로스터에 둘 수 있다.
그러니까 트레이닝 캠프에서 코치진의 분석에따라 스타팅 멤버인 주전 명단, 그들에게 휴식 시간을 벌어주며 점수 차를 유지해주어야 할 벤치 자원, 마지막으로 후보 자원들을 추린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내 목적은 하나.
나는 피식 웃으면서 토비에게 물었다.
“넌 작년의 주전 멤버 중에서 누가 자리를 비켜줄 것 같아?”
“……!”
지금까지 싱글벙글하던 토비는 갑자기 사색이 되어서는 황급히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그, 그런 걸…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물으신다면…”
내가 물어보니 대답을 해야될 것 같고… 막상하려니 후환이 두렵고.
“농담이야 농담. 곤란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
그래도 뭔가 떠올린 이름이 있으니 고민을 하는 거 아닐까?
나는 진짜 심성이 착해서 남들을 잘 놀리지 못하는데… 이래선 타격감이 너무 좋잖아?
*
LA구단의 선수들은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좋은 편이었다.
일단 프로에 입성하고, 어느 정도 적응을 하면 게을러지는 베테랑이 적지 않은데… 이런 분위기를 만든 건 당연히 20년간 팀을 지킨 터주대감 케빈 브라이언의 영향이 컸다.
‘여전히 가장 먼저 나와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훈련에 임한다. 그 간단한 드리블 훈련조차 최선을 다해서.’
그 누구보다도 엄격하고, 팀원 관리를 호되게 하는 성격이었으나… 불만이 적게 나오는 건 그의 존재감은 물론이고, 스스로가 모범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케빈 브라이언과 지난 10년간 합을 맞춰온 센터, 랄프 어윙은 볼때마다 그의 성실함과 집중력이 무서웠다.
“좀 쉬더니 몸이 많이 좋아졌네? 은퇴할 시기 놓친 퇴물인 줄 알았더니.”
“부상이 오래가긴 했나보군. 네가 이렇게까지 개길 줄이야. 처음 우리 팀으로 트레이드 됐을 때만 해도 나한테 감히 말도 못 걸은 놈이…”
“퇴물 맞네. 과거의 연연하는 걸 보니…”
“어쭈. 오랜만에 일대일? 지는 사람이 앞으로 일주일 동안 볼보이 해주는 거야.”
“아서라. 아직 연습 경기 금지 기간인 거 몰라?”
“일대일 정돈 가볍게 할 수 있지 않나? 왜 쫄려?”
과연 온 코트에서도 알아주는 최고의 콤비답게, 오프에서도 사이가 좋은 둘.
“……”
그러다 로한이 공격 코치와 함께 슛 연습을 하러 도착하자 둘은 합이라도 맞춘 듯 조용해졌다.
“어때?”
트레이닝 캠프의 첫 며칠은 스크리미지(Scrimmage: 연습 경기)가 금지되어 있어서 선수 간에 부딪힐 일이 별로 없었다.
전술 훈련도 수준 차이 때문에 고참들과 신인들이 따로 배웠고.
함께 합을 맞추고 로스터를 확정짓는 건 트레이닝 캠프의 후반부이다보니 케빈 브라이언은 로한과 몇 번 마주치지 못했다.
그래도 듣는 귀는 어디에나 있는 법.
“대외적인 이미지와 달리 성실하게 임하고 있어. 딱히 개인 기량을 뽐내거나 나대지도 않고. 의외로 1라운드 1픽치고는 모범생에 가까운?”
“그래? 자기 주제를 잘 안다면 예뻐해 줄 만 하지. 서머 리그 빠진 건 확실히 선을 넘었지만, 실력만 된다면…”
“감독님이 올드 스쿨 사람이긴 해도, 주전 경쟁에 참여시킬 생각인가 보더라고. 그만큼 기본기가 탄탄하고 고점이 높아서.”
“흐음…”
케빈 브라이언과 LA의 감독이 잘 맞는 부분이 바로 팀의 단합력을 중요시한다는 것.
‘개인 실력이 조금 떨어져도 팀으로써 움직이는 게 더 중요하다.’
반대로 말하면 팀에게 방해가 된다면 아무리 1라운드 1픽이라도 무용지물이라는 의미.
트레이닝 캠프에 참여하는 태도는 합격이지만, 정규 시즌이 시작되면 선수 한 명 한 명이 한계까지 체력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 시험을 받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자원인가.
베테랑들이 신인의 인성을 시험하고 기강을 잡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초창기에는 헤이징(Hazing: 신고식)만 한 게 없다.
“Silent treatment(묵언 수행) 동안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고?”
그 중 가장 먼저 시행하는 건 신인에 대한 묵언 수행.
팀에 처음 입단하는 선수에게 3일 동안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상대가 질문을 해도 대꾸하지 않았고, 말 그대로 투명 인간 취급을 하는 것이다.
“음… 그게, 이미 우리 전통을 알고 왔는지 전혀 개의치 않아 해. 굳이 아는 척하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질문하지도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한달까?”
따지자면 로한이 반대로 모두를 무시하는 듯한 분위기이지만, 랄프 어윙은 굳이 그렇게까지 덧붙이지는 않았다.
“그래? 생각보다 심지가 단단한 친구일지도 모르겠네.”
케빈 브라이언이 호감을 보이자, 랄프 어윙은 더 조심스러워졌다.
‘도대체 또 어떤 장난을 치려고?’
그는 리그에 오래 활동을 했던 만큼, 많은 사건 사고도 있어서 사람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런 놈이 누군가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상대가 부서질 때까지 폭언을 하고 집요하게 괴롭히곤 했다.
– 그 사람의 바닥을 보지 않았다면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본성을 드러내는 그 순간, 내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지.
생각해보니 랄프 자신도 굉장한 ‘테스트’를 거쳐서 통과했고,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동료로 성장할 수 있었다.
덕분에 함께 플레이오프 반지만 3개를 얻었고, 4개째를 노리는 상황.
“……”
랄프 어윙은 어느새 혼자 무섭게 집중해서 훈련에 들어간 케빈 브라이언을 보며 작게 몸을 떨었다.
뭔가를 골똘히 짜고 있을 때 보이는 모습.
‘도대체 뭘 하려고?’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며칠 후, 케빈 브라이언이 직접 주도해서 일을 벌였으니까.
*
트레이닝 캠프가 절반쯤 끝난 시점.
처음으로 모든 팀원이 한 자리에 모였고, 구단 측에서 성대한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팀 화합이 중요한 후반부가 시작되기에 앞서 쉬어가면서 사기를 올리는 행사.
‘오!’
안 그래도 고기를 좋아하는 나.
품종서부터 등급까지 남다른 다양한 종류의 바비큐에 나는 음식을 산처럼 쌓아놓고 열심히 먹었다.
“…아무리 운동 선수라지만… 어디에 그게 다 들어가나요?”
토비가 혀를 내두르고, 주변 선수들도 은근슬쩍 구경을 할 정도로 많은 양이기는 했다.
“음?”
이제 막 기별이 갈 정도로 먹어서, 본격적으로 음식을 가져오려는데… 갑자기 다들 자리에 앉는 분위기였다.
보니까, 중앙에 케빈 브라이언이 모두를 집중시키고 있었다.
“올해 팀에 합류한 새 얼굴들이 5명 정도 되나? 이렇게 다 함께 모인 건 처음인 것 같은데… 간단하게 소개라도 해볼까? 장기 같은 게 있으면 보여주고. 오케이?”
처음에는 그냥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하는 자기 소개 순서 같았다.
하지만 오프 시즌에 트레이드되어서 합류한 팀원 한 명 한 명이 자기를 소개하고…
“그게 다야? 바로 얼굴 까먹을 것 같은데…? 확실하게 우리한테 널 어필해보라고.”
누군가가 바람을 잡아서 어쩔 수 없이 노래를 하거나 미국식 농담을 할 때마다… 확실히 헤이징이라는 사실 알 수 있었다.
“뭐야 그게?”
그게 신호라도 된 듯, 선수들은 중앙에 나와서 자기를 소개하는 팀원에게 음식을 집어던졌다.
거의 15초가량 끊임없이.
상대는 주전들의 눈치를 보며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고, 금방 음식물 쓰레기에 뒤덮여 엉망이 되었다.
“…하하하. 이제야 좀 봐줄만하네. 그럼 다음 타자.”
새 팀원 4명이 차례대로 호명되었고, 한 명도 빠짐없이 음식물 세례를 받아야 했다.
“마지막은 우리 대망의 슈퍼 스타이신가?”
주전 센터였나?
키와 덩치가 좋은 험악한 인상의 선수가 유유히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뼈째로 돌리면서 나에게 손가락을 까딱했다.
“음…”
나는 잠깐 고민했다.
겨우 10초간의 정적이었으나, 주변이 금세 조용해졌다.
누가 침 삼키는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그들의 시선이 나에게 고정되어서 꼼짝을 않았다.
“좋다.”
나는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근처 시설물에서 로프 하나를 주워 왔다.
“잠깐만.”
주변 선수 중 4명을 자원(?)해서 꼭짓점으로 세웠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허리춤에 로프를 둘러서 사각형을 완성.
나는 팽팽하게 로프를 댕긴 후, 만족하며 그 중간으로 들어갔다.
“난 로한이다. 내 장기는 바로 복싱. 아쉽게도 글러브는 안 가져왔지만… 대충 링은 만들어졌지? 이제 본격적으로 장기를 보여주려면 스파링 상대가 필요한데…”
나는 두 주먹을 꽉 쥐며 하나를 센터에게 내밀었다.
“보고 싶으면 들어오던가?”
“……”
미국 피지컬 천재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