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67
167
[모든 전문가가 입을 모아 우려를 드러낸 LA. ‘그’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동부의 패왕 밀워키. 챔피언 ‘로한’에게 KO 패.] [육상과 복싱에 이어 농구까지 제패하나? 크롬웰의 피가 진하게 흐르는 진정한 스포츠맨 로한.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
케빈 브라이언은 원래도 언론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스타는 결국 스토리메이킹이 중요하니까.’
조던과 같은 시기에 활동을 했던 케빈 브라이언이기에, 그 중요성을 더 크게 느꼈다.
‘대단한 선수는 맞지만, 이미지메이킹이 그렇게 되었고, 추억보정까지 들어가서 이제는 신격화가 된 거다.’
선수를 중심으로 더 많은 일화가 떠돌아다닐수록 그것을 이야기하는 팬들이 많아진다.
많이 언급될수록 스타성을 연명해나가는 것이 바로 슈퍼 스타.
최소 조던급, 혹은 그 이상으로 이름을 남기고 싶은 케빈 브라이언이기에 따로 홍보팀까지 둘 정도로 이미지에 신경을 쓰고 있었고, 은퇴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았다.
“한두 번 반짝이는 루키들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년 동안 꾸준히 정상급 실력을 유지한 선수는 오로지 케빈 한 명 뿐이지요.”
[니케] 출신 홍보팀장이 격려의 한 마디를 했지만, 케빈 브라이언의 얼굴은 더욱 구겨졌다.누군가가 위로를 해줘야 하는 상황 자체가 용납이 안 된다.
‘문제는 나에게 남은 시즌도 1~2년 밖에 없다는 거다.’
수많은 아이비리그 출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어 만든 은퇴까지의 그림.
아름다운 한 작품으로 NBA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그림이 시작부터 일그러졌다.
[덴버 99: LA 110] [LA 130 : 유타 116] [클리브랜드 88 : LA 101] [새크라멘토 114 : LA 120]강력한 밀워키를 잡고 4연승에 모자라, 이후 4연승을 추가.
리그 시작부터 8연승을 거둬들이고 있다.
물론 그건 케빈 브라이언의 샌프란시스코도 마찬가지이지만, 미치고 환장할만한 사실은 LA는 그럴만한 전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팀과 비교해서 몸값이 거의 절반밖에 안 되는, 역대 LA 로스터 뿐만 아니라 리그 최하위 수준.’
[현대판 다윗과 골리앗? 안 그래도 초호화 로스터로 샐러리캡을 넘어 상당한 럭셔리 텍스를 내는 샌프란시스코. 극단적인 리빌딩을 통해 날씬해진 LA. 하지만 지금까지 리그 성적은 같다??] [샌프란시스코의 팀 샐러리가 $240M(=3120억) 도달. 최하위급인 LA는 이제 $130M(=1690억)으로 반토막. 돈으로 농구하는 시대는 끝인가??]언론이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팬들의 관심을 사는 건 하루 이틀 있었던 일이 아니었으나, 문제는 스포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언더독의 프레임을 LA가 가져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LA가 주인공이라면 그 주인공의 대척점에 서 있는 악당, 그러니까 라이벌도 아니고, 주인공이 꼭 무찔러야 하는 상대를 샌프란시스코로 놓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케빈이 LA의 라이벌이었던 샌프란시스코로 옮긴 시점부터 어느 정도 팬의 반발을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걸 실력으로 찍어 누르고, 플옵 우승으로 무마시킨다. 이후 화려하게 귀환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기억하셔야 합니다.”
“……”
케빈 브라이언은 차분하게 심호흡을 했다.
‘그래. 목표를 잊지 말자. 전설이 되는 거다.’
그는 리그에서 20년을 살아남은 베테랑을 넘어서 노장이었다.
항상 정상급을 유지한다는 건 그 사실 자체로 존경받을만한 일이나, 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열광하고, 환호를 하던 팬들도… 장기집권이 이루어질수록 결국 자기가 추락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사건 하나하나를 크게 다루고, ‘결국 그렇게 될 줄 알았어,’ ‘약물 한 거 아니야?,’ ‘에이 승부조작이네,’ ‘저거봐 저거봐. NBA가 뒤를 봐주고 있다니까? 심판 판정 이상한 거 안 보여?,’ 등 온갖 수모를 다 당한 것이 말년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더 열정적으로 뛰어야 과거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데…’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은 팬들의 날선 평가. 잠깐의 기복도 이제 은퇴한 타이밍을 놓친 퇴물이라는 비수로 돌아온다.
그래서 로한이라는 돌이 굴러오자, 새롭게 시나리오를 짠 것이다.
– 정상으로 올라가는 상대를 응원하지만, 정상에 서는 순간, 그 사람이 추락하기만을 기다리게 되는 건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빌런이 개과천선하는 스토리에 열광하는 것도 인간입니다.
친정팀을 떠나, 최고의 라이벌이자 현재 챔피언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면 LA의 입장에서 잊을 수 없는 역적이 된다.
자신이 떠난 LA의 성적이 형편 없을수록 효과는 더욱 좋다.
절망에 빠져 그 모든 분노가 케빈으로 향할 때. 케빈은 당당하게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하고, MVP까지 차지한다.
그리고 다시 LA로 귀환.
시궁창에 빠진 LA를 구원해 플레이오프 진출, 거기에 우승까지 노릴 수 있다면 선수 케빈 브라이언의 경력은 완성된다.
NBA의 역사에 영원히 기록되는 것이다.
그 여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첫 단추.
“일단 케빈이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은 LA와의 첫 경기입니다. 원정 경기인만큼, 케빈이 건재하다는 걸 확실히 알려야겠죠.”
일단은 철저하게 악당이 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기세가 좋다지만… 이제 겨우 리그의 10%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잘 됐다. 이렇게 모든 팬들의 가슴이 벅차올랐을 때. 플옵에 대한 기대감이 꽉 찼을 때.’
더욱 처절하게 LA를 박살내야겠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없는 굴에서 왕노릇을 하며… 팀을 단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있겠지?’
열심히 발악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짓밟을 때 더욱 희열을 느낄 테니까.
*
LA팀을 위한 훈련장.
“이제 곧 샌프란시스코 전인데… 어떡하죠?”
이번에 영입된 5년차 스몰포워드 카이 리버스가 초조한 기색으로 물었다.
“글쎄다…”
랄프 어윙은 난감한 얼굴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8연승.
작년은 케빈의 부재 때문에 당연히 부진했고, 재작년에도 LA는 8연승을 기록한 적이 없다.
케빈 브라이언은 원정으로 떠날 때마다 리듬이 깨져서, 원정 경기 때마다 약한 모습을 보였고, 아무래도 팀 자체가 케빈 브라이언을 위해 돌아가다보니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은퇴를 앞두고는 정규 리그가 플옵 진출의 수단이라고만 생각했던 점도 있고…’
어쨌든 이렇듯, LA는 시즌 초반부터 좋은 기세를 탔는데… 팀의 분위기는 굉장히 불안정했다.
팀이 활약할수록 감독을 비롯한 핵심 코치진은 난감한 상황.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고 있기에 언제든 목이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인지하는 듯했다.
나름 공격 전술 코치를 비롯해, 반 감독파를 위주로 훈련이 진행되기는 하나,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
그런데도 8연승을 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한 선수 때문이었다.
‘로한…’
지금의 LA는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형편이 없는 팀이다.
케빈을 포함해서 핵심 주전 셋이 떠났고, 그 아래 자원도 대거 트레이드. 그 빈자리를 현재 영입 가능한 매물 중에서 급하게 끌어 모았으니 개개인의 전력도 전력이고, 한 팀이 되어서 활동한 게 이제 30일도 안 되었다.
아무리 천상계, NBA라고 하지만, 다른 팀 같은 팀을 상대로는 형편 없는 경기력을 보일 수밖에 없는 전력이었다.
‘그런데 우린 이겼다.’
대부분 하위권 팀이라고 해도, 재작년의 챔피언이자 작년의 결승 진출자 밀워키를 상대로도 승리했다.
[도대체 LA는 어째서 계속 이기는가? 전문가들도 고개를 맞대어 고민을 하지만, 뾰족한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전문가들의 평가도 이러한데, 사실은 선수 본인들이 가장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그나마 NBA 판에 오래 머물러 경력을 갖춘 랄프 어윙은 조금이나마 감을 잡았다.
‘로한이 빈자리를 채운다. 그것도 상대하는 팀에 맞춰서 최적화 하면서.’
로한은 평소 화려한 플레이를 즐기지 않지만, 알게모르게 공수를 지배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상대의 흐름을 끊기도 하고, 무엇보다 적팀의 에이스를 도발한 후 아예 멘탈을 박살내는 농락으로 경기의 흐름을 다시 가져온다.
‘처음에는 그냥 인성이 안 좋아서 에이스 킬러를 자처한다고 생각했지만…’
8경기가 지난 지금.
로한의 심리전이 아니었다면, 8연승은 불가능하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운이 좋아서? 아니면 상황이 잘 맞아 떨어져서 결과가 좋았지만… 이대로 두면 팀이 금방 무너지잖아요? 로한이 구심점이 되어서 팀을 잡아 줄 줄 알았는데…”
“……”
어느새 자신의 주변으로 카이 리버스와 함께 영입된 3&D(3점과 수비에 특화된 롤 플레이어) 선수 앨런 포프, 그리고 원래 LA 기존 멤버였던 데릭 소이어까지 모였다.
지금까지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언제든 퇴출 될 수 있는 운명. LA에서의 기회를 잘 살리지 않으면 언제든 G리그나 유럽으로 쫓겨날 수 있는 이들이기에, 어떻게든 성과를 올려야하는 처지의 인물들이었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
그러니 어떻게든 로한의 마음에 들어, 팀에서 자리를 잡고… 이번에 기적을 써서 NBA에 안착하고 싶은 것이 이들의 마음이었으나… 그런 건 안중에도 없는지 로한은 자신의 훈련에만 집중했다.
팀 훈련에도 참가하지만, 형식적으로 임할 뿐. 다른 팀원에게는 아무런 지시도 전달사항도 없었다.
경기에서도 마찬가지.
‘알아서 잘해라,’는 말은 신뢰가 부재할 경우 굉장히 무서운 말이기도 했다.
“뭐, 어쩌겠나. 강제한다고 팀의 단결력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우리끼리라도 열심히 하고, 로한이 필요할 때 실수하지 않아서 기회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
랄프 어윙은 그런 힘 빠진 소리밖에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지금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로한이었으니까…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그나마 다행인 건, 로한이 아예 다른 팀원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막판에 언드래프트 되었던 선수 한 명을 데려오면서, 지난 며칠, 거의 항상 옆에 끼고 있는 선수가 한 명이라도 생겼다.
‘스티브 보웬이라… 같은 대학 출신 선수가 한 명이라도 있는 게, 팀에 소속감을 가지기 좋겠지.’
구단주의 친인척이라는데, 로한의 측근이라서 그런지 팀 내적으로는 별 소란이 생기지는 않았다.
물론 언론은 미친 듯이 물어뜯었지만…
‘좋은 변화를 가져다주기를…’
이런 팀 같지도 않은 팀이, 조금이라도 더 팀이 될 수 있기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케빈의 오른팔이었던 랄프 어윙은 이제는 이런 걸 바래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했다.
*
‘미친놈… 미친놈이 둘로 늘었다.’
랄프 어윙은 어이가 없었다.
반반한 스티브 보웬의 면상만 보고, 전형적인 백인 선수들처럼 스타일리쉬하고 전술적인 플레이에 충실할 줄 알았다.
“그거 좀 부딪혔다고, 아기처럼 울면서 심판한테 일러? 씨발 여기가 유소년 캠프인 줄 몰랐네.”
[9경기] [샌안토니오 94 : LA 105] 승경기는 승리했으나 스티브 보웬은 NBA 데뷔 경기서부터 파울 아웃하고 퇴장. 테크니컬 파울까지 받으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다.
[10경기] [디트로이트 121 : LA 128] 승“여기가 헐리우드야? 억울한 연기는 존나 잘하네.”
경기 내내 수비를 거칠게 하더니, 선수 두 명과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두 번째 경기에선 상대 주전 하나에게 부상까지 입히며 또 파울 아웃. 벤치 클리어링까지 일어나며 플레그런트 1 파울 누적.
[11경기] [인디애나 111 : LA 112] 승세 번째 경기에서는 1쿼터 만에 파울 당할 위기에서, 심판이 먼저 화가 머리 끝까지 나 퇴장을 시켰다.
심판을 상대로도 드잡이질을 하려던 걸 로한이 한 번 쳐다보지 않았으면, NBA의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른다.
‘…팀이 더 개판이 됐잖아?!’
더욱 기이한 것은, 어쨌든 LA가 승리하며 11연승을 기록하게 되었다는 사실.
그렇게 위태위태한 LA…는 12경기에서 숙명의 라이벌, 샌프란시스코를 홈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제발 별 일이 없기를…’
지금까지 자신의 뜻은 하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따지자면 완전 반대로 이루어졌으나… 랄프 어윙은 간절히 빌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