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9
19
‘신인 작가도 갑이 될 수 있다.’
고스트 에이전트는 그것을 나에게 증명했다.
내 작품을 원하는 출판사가 늘어날수록 내가 지닌 협상권은 강력해진다.
그렇다면 출판사가 원하는 작품은?
‘결국 대중성이 검증된 작품이겠지.’
그래서 편집자들이 까다롭게 원고를 검토하고, 소규모의 독자를 상대로 테스트를 치르기도 한다.
그리고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 확실한 방법이 있다.
‘온라인 연재를 해봐야겠어.’
신인 작가가 대중성을 검증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
마침 연재처로 적당한 곳이 하나 있었다.
*
내가 [미제 7]을 완성했을 때, 여러 출판사와 작가 에이전시에게 투고 메일을 돌렸다.
다행히 작품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아, 몇몇 곳에서 긍정적인 답신을 해줬다.
당연히 빅5 중 하나인 사이먼하퍼와 가장 유의미한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흥미로운 제안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직접 미팅까지 가진 경우가 딱 한 곳이 더 있었다.
“맙소사, c.k. 작가님!”
LA에서 나를 찾아온 제임스는 ‘마법도서관(ML)’이라는 온라인 기반 출판사의 치프 에디터였다.
“만나주셔서 영광입니다. 이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는 한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굉장히 젊은 남자였는데, 몸에 잘 맞지도 않는 수트를 차려입고 공손히 악수를 청했다.
“보내주신 ‘미제 7’은 마스터피스입니다. 아직 출간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원고를 직접 읽어보게 되다니. 오늘의 만남을 제 자서전의 한 챕터로 할애하겠습니다.”
“아… 네. 그렇게까지는 하실 필요가 없는데.”
굉장히 특이한 캐릭터였다. 처음에는 그냥 영업을 위해 과장을 심하게 하는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대화를 하다보니 진심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 부담스러워.’
“평생 혼자 살아온 줄 알았던 주인공이 갑자기 아내의 기억을 떠올리며 흔적을 쫓는 추적 스릴러. 손에 땀을 쥐고 보게 되었습니다. 한 번 읽으니 도저히 내려놓을 수가 없더군요.”
“아…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편집팀 만장일치로 무조건 계약을 추진하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네…”
“하.지.만. 당연히 저희에게만 투고하신 건 아닐테고, 더 규모 있고 자본이 흘러넘치는 출판사에서 이 기회를 덥석 물겠죠. 눈이 장식도 아니고.”
“……”
“그래서, 저희는 조금 다른 제안을 드리려고 합니다.”
“출간 계약이 아닌 다른 제안이요?”
“네!”
그는 굉장히 들뜬 기색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주로 판타지와 SF 장르의 작품이 주를 이루는 동명의 남성향 웹소설 연재 플랫폼, ‘마법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 미리 조사를 좀 해봤어요.”
“아, 그러시군요! 그럼 괜찮으시다면 작품의 홍보를 위해 ‘미제 7’의 초반부만 저희 플랫폼에서 연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
정말 색다른 제안이라, 나는 더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다.
“미국에 소설을 온라인상으로 연재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핸드폰 앱까지 포함해서 대충 100여곳이 됩니다. 물론 일정 기준 이상이 되는 업체만 포함해서요.”
그중에서 마법도서관은 미국에서 20위권의 중소규모 웹사이트.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의 조회수는 각 챕터당 4~5000회 정도였다.
“아직 한창 성장하고 있는 플랫폼이라 성에 차시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마법도서관’ 최고의 장점은 연재 성적이 바로 흥행성의 정확한 척도가 된다는 것입니다.”
제임스가 자신 있어 할 만했다. 플랫폼의 포트폴리오를 보니까 최상위작은 종이책으로 출간해서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간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많은 대형 출판사들이 실시간으로 ‘마법도서관’의 연재작을 체크하고 있으며, 컨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건도 신인 작가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고요.”
그럴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흥행성이 검증되었다면, 그냥 책으로 내기만 해도 돈이 된다. 출간 전부터 마법도서관을 통해 팬까지 확보했으니, 손익분기점은 넘기고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면 대형 출판사 쪽에서도 최상위작에 대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네요.”
이미 이것만으로도 조금은 관심이 생겼는데, 제임스는 여기에 쐐기를 박았다.
“확인해보시면 알겠지만, 마법도서관은 그냥 연재처입니다. 저작권은 당연히 작가님 본인에게 있습니다.”
“만약 우리의 연재 플랫폼에 선연재를 결정하시게 되면 가장 잘 노출될 수 있도록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고, 외부 독자의 유입을 위해 마케팅도 아끼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미제 7’이 마법도서관을 한층 성장시켜줄 핵심 컨텐츠가 되리라 믿으니, 함께 협력하여 윈윈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솔직히 내 예상보다 생산적인 미팅이었다. 미리 ‘미제 7’의 흥행성을 시험해볼 수 있다는 부분에 마음이 움직였다.
아마 사이먼하퍼의 연락이 아니었으면, 그 자리에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음 작품을 진행하게 될 때 연락을 할까 싶었는데.’
나도 일이 이렇게 흘러갈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제임스: 작가님, 런칭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습니다. ‘마법도서관’ 내부에선 이미 이주일 전부터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왔고, 정식 런칭과 동시에 구글, 아마존 광고도 시작될 예정입니다. 진행 상황 바로바로 노티드리겠습니다.]‘…일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비록 맛보기 연재라지만, 나에게는 출간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투고 메일이랑 다르게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나의 글을 선보이는 건 일이었으니까.
심지어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바로 들어오는 온라인 연재이기 때문에 긴장감은 배가 되었다.
10월 1일.
결국 「그녀가 사라졌다 She’s gone」의 연재가 시작되었다.
‘미제 7’의 구상을 시작했을 때부터 떠올린 제목.
그녀가 사라졌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였고, 제임스는 너무 완벽한 제목이라고 극찬을 했다.
‘내가 뭘하든 호들갑을 떠는 것 같긴 하지만…’
[제임스: ‘그녀가 사라졌다’ 정식 오픈되었습니다. 트래픽이 폭발하는 중입니다.]나는 애써 느긋하게 천천히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사실 북마크로 이미 저장을 해놔서, 바로 내 작품으로 연결됐다.
[「She’s gone」 written by c.k.]파트 1 – 빈자리가 느껴진다 / 조회수: 1001
파트 2 – 소포가 도착했다. / 조회수: 980
파트 3 – 아내가 단서를 남겼다 / 조회수: 917
“……!”
오픈한지 불과 5분.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 성과가 있는지, 벌써 천명 가까이 유입이 됐다.
너무 설레발치고 싶진 않지만, ‘마법도서관’ 1위 작품의 업로드 후 24시간 조회수가 5000회라는 걸 생각해보면 좀 기대해도 되는 성적 아닐까? 아닌가? 맞나? 틀렸나?
위이잉 –
바로 그때 제임스의 문자가 또 왔다.
[제임스: 작가아아니이이임!!!! 대박입니다. 벌써 1000을 찍다니요. 이건 베스트셀러 1위 감입니다. 영화 삼부작 계약하시죠!! 감독은 제임스 카메론 어떻습니까?]“……”
내 설레발은 설레발 축에도 못 낀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그래도 덕분에 긴장은 좀 풀렸네.’
나는 조금이나마 웃게 만들어준 제임스에게 고마워하며, ‘마법도서관’ 창을 닫고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집어던졌다.
이러다가 하루종일 핸드폰만 보고 있을 것 같아서, 차라리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려는 마음에서였다.
‘조회수는 하루에 한 번만 확인하자. 제임스 연락도 당장은 볼 필요 없으니까… 책이라도 읽을까?’
나는 그동안 읽으려고 벼르던 책을 가방에서 꺼냈다.
그동안 [레드 드래곤] 알바도 바빴고, 미식축구부 훈련도 이따금 참석했으며, 학교 과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빌려만 두고 아직까지 못 읽은 책이었다.
“…에잇!”
호기롭게 책을 펼쳤지만 한 페이지도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나는 바로 핸드폰을 다시 가져와, 내 작품 페이지를 실시간으로 새로고침했다.
*
‘귀찮군.’
이삭 윈드그로브는 한 가지 요청을 받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받는 요청이다. 그리고 하루에도 수십 번 무시하는 요청이다.
‘신인 작가의 작품을 감평해달라니.’
자신의 작품이 50여 개국에서 판매량 1위를 하고, 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매출 1 Billion(=1.3조 가량)을 기록하면 마냥 좋을 줄 알았다.
‘유명세에 따라오는 책임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세상이 좀처럼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를 않는다.
‘이번 건 아무리 나라도 차마 무시할 수가 없네.’
이삭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 요청의 다른 점은 바로 요청자에게 있다.
‘생각해보니까 제임스가 이런 부탁을 하는 건 처음인가?’
제임스 골드스타인에게 은혜를 입은 입장이었다. 적어도 그에겐 이런 사소한 일 따윈 당당하게 요구할 권리가 있었다.
다만 그를 알고 지낸 10여년간 실제로 자신에게 뭔가를 요청한 건 처음이었다.
[제임스: 아저씨. 이번에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 있습니다. (링크). 한 번 읽어보시고 마음에 들면 감평을 직접 작성해주세요. 아니지. 마음에 안 들 리가 없으니, 읽어보시고 추천사를 남겨주시는 걸로 하죠.]“당돌한 놈…”
그래도 아주 조금은 흥미가 생겼다.
‘이 정도까지 자신이 있단 말이지?’
글이 막힌 김에 산책을 나섰다. 집 바로 앞이 산타 바바라의 아름다운 해변가.
그는 산책을 나서며 핸드폰으로 제임스가 보내준 링크를 클릭했다.
[「She’s gone」 written by c.k.]파트 1 – 빈자리가 느껴진다 / 조회수: 3553
제임스는 내심 감탄했다.
“음? 요즘 웹사이트가 커지고 있다더니…”
자주는 아니고, 잊어먹을 때쯤 마법도서관을 방문하는데… 겨우 연재를 시작한지 이틀만에 이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것도 총 세 편밖에 없는 작품을…?’
이삭은 나름 진지하게 파트 1을 읽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이 감상평을 남길 정도는 아니지만, 제임스의 얼굴을 봐서 간단한 소감 정도는 전달할 생각이었다.
‘쉽게 읽힘. 감정선을 자극함.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파트 2 – 소포가 도착했다. / 조회수: 3480
이삭은 여전히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며 파트 2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중간까지 읽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우뚝 멈춰 섰다.
“어머, 이삭! 웬일이에요. 밖에도 다 나오고??”
이삭은 자신이 그동안 열심히 공들이고 있던 이웃의 대학생 딸이 먼저 말을 걸었지만, 쉿 –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댈 뿐. 고개도 들지 않았다.
“바쁜가 보네요…”
실망하든가 말든가. 이삭은 파트 2를 완독할 때까지 핸드폰에서 단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
‘분위기가 180도 반전됨. 완벽한 스릴러의 시작. 등골이 서늘해지며 몰입도가 100%에 가깝게 높아졌다.’
이삭은 자신이 땡볕에 서 있다는 것도 잊은 채 급하게 파트 3로 넘어갔다.
파트 3 – 아내가 단서를 남겼다 / 조회수: 3517
‘다시 조회수가 높아졌어?’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그냥 클릭해보는 독자의 수가 많을 때 생기는 현상이다.
어쨌든 파트 1을 읽은 사람 대부분이 파트 3까지 읽었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바로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
파트 3를 읽는 이삭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이게… 사람의 글쓰기인가?’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읽었다.
그 답지 않은 일이었다. 이삭은 너무 많은 책을 읽고, 너무 많은 책을 쓴 입장이라 어지간한 수준의 작품을 보면 두통이 생기는 직업병이 있었다.
‘아깝다. 파트 3가 끝나간다는 게 너무 아까워.’
거의 실시간으로 스크롤이 줄어드는걸 아껴가면서 읽을 정도였다.
“……”
이삭은 다급하게 문자를 했다.
[나: 파트 4 내놔!! 아니, 아예 원고 전체를 넘겨라. 당장.] [제임스: 아쉽게도 저희는 「She’s gone」 절반 분량까지만 연재하기로 했어요. 나중에 책으로 나오면 보세요.] [제임스: 파트 4는 곧 올라가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앞으로 한 달간 하루에 한 편. 오후 6시에 연재될 예정이니 꼭 알림 설정하시고요.]“……”
“……”
이삭은 자신이 설계 당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알고도 당해줄 수밖에 없잖아…’
*
「그녀가 사라졌다」 연재 5일차.
“…이게 맞아?”
나는 마법도서관에 접속하자마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죄송합니다. 긴급 서버 점검 중이오니, 조금만 기다려…
‘갑자기 왜? 설마… 서버가 터졌나?’
미국 피지컬 천재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