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1
21
「그녀가 사라졌다」 연재 마지막 날.
제임스는 직접 오클랜드를 찾았다.
“여기가 맞나?”
그는 [레드 드래곤]이라는 허름한 중식당 앞에 도착해서 몇 번이나 주소를 확인했다.
“여기가 맞아요, 대표님.”
“정말 그렇단 말이지? 참, 독특한 작가님이야 하하.”
제임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보통 젊은 학생들은 화려한 파티를 좋아하지 않나?’
c.k. 작가(로한) 덕분에 마법도서관은 한 달 만에 북미 10위권 연재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물론 현재의 위상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자신들의 역량에 달린 것.
어쨌든 「그녀가 사라졌다」는 감히 금전적으로 환산하기 힘든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었다는 점은 변함없다.
‘그래서 기본적인 성의를 보이기 위해서 아주 제대로 돈을 뿌리러 왔는데…’
– 작가님, 아주 성대한 애프터 파티를 열어야겠습니다. 샌프란에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베누’ 예약했습니다. 지인들, 가족들 모두 부르세요. 우리 마법도서관이 모든 준비를 할 테니, 편하게 와주세요!
그런데 놀랍게도 c.k. 작가가 정중하게 거절했다.
대신 시간에 맞춰 여기 [레드 드래곤]에서 만나자고 요청했다.
띠링 –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는 집이네?”
오후 8시쯤인데도 빈 테이블이 거의 없었다.
“일단 음식 냄새가 너무 좋아요. 작가님 단골집인가 봐요?”
제임스와 매니저 둘 다 표정이 밝아졌다.
허름한 외양에 비해 안쪽은 분위기가 좋았던 것이다.
잠깐 주변을 둘러보던 매니저가 물었다.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는 방식이네요. 곧 마지막 주문을 받는 시간인데, 미리 오더를 넣을까요?”
“일단 다른 테이블 둘러보면서 눈치껏 대표 메뉴 하나씩 시키고, 내가 작가님에게 따로 뭔가 드시고 싶은 게 있으신지 여쭤볼게.”
“네, 바로 주문 넣고 다시 올게요.”
제임스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아, 네 작가님. 저흰 미리 자리를 잡으려고 일찍 도착했는데, 혹시 좋아하시는 메뉴가 있으신가요? 준비하겠습니다.”
– 아, 그러셨구나! 약속 시간에 딱 맞춰 오셔도 되는데… 잠깐만요.
“네?”
제임스는 갑자기 통화가 끊기자 당황했다.
“……?”
그런데 갑자기 주방에서 소란이 일더니, 아주 건장한 청년(?)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설마?’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마스크, 양쪽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고무장갑, 그리고 머리 한 올도 새어나가지 않는 촘촘한 위생머리망으로 중무장하고 있어서 못알아볼 뻔했다.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탄력적인 근육이 아니었으면 전혀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자, 작가님?’
c.k. 작가도 자신을 알아봤는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듯 손짓했다.
‘여기서… 알바를 하고 계셨던 건가??’
고등학생이 알바를 하는 건 지극히 평범한 일이었지만, 왠지 c.k. 작가와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겨우 30일 만에 장르 소설계를 뒤흔들어놓은 천재적인 작가.
업계의 지인들에게 듣기론 수십만 달러의 계약금을 제안한 출판사가 두 자릿수였다.
‘그런 사람이 겨우 16살, 고등학생이며… 중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있을 줄 누가 상상하겠어.’
나이는 어리지만, c.k. 작가에 대한 존경심까지 생기려고 했다. 정말 어려서부터 열심히 사는 사람…
“…어어?”
순간 제임스가 제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누군가가 c.k. 작가를 불러세웠다. 멀어서 말은 잘 안 들리지만, 마침 자리를 비운 테이블을 치워달라는 의미로 보였다.
“……”
식당의 아주 익숙한 풍경.
하지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을 시킨 손님이 바로 자신이 데려온 매니저였고, 그걸 이행하는 알바가 c.k. 작가였다는 것이다.
‘근데… 완전 A급 알바시잖아!’
안타깝게도 제임스가 나서기도 전에 c.k. 작가는 순식간에 6인 테이블을 깔끔하게 치워놓았다.
“대표님! 제가 저 테이블 잡아 놨어요. 안 그래도 자리가 좋아서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딱 그 때 손님이 나간 거 있죠.”
“그래… 나도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그… 알바생분 말이지…”
“엄청 싹싹하고 일머리가 있더라고요. 보통 이런 작은 식당의 알바는 불친절하고 띠거운 편인데, 너무 마음에 드는 거 있죠. 대표님, 팁을 좀 넉넉히 주는 게 어때요?”
“……”
‘작가님이 혼자 편하게 오라고 했을 때 그냥 잘 들을 걸.’
제임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
나는 근무 시간이 끝나자마자 제임스의 테이블에 합류했다.
“작가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네? 갑자기 왜요???”
그런데 앉자마자 ‘마법도서관’ 출판팀 매니저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이 두 손 모아 사과했다.
“그게…”
자초지종을 들은 나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아니, 그게 무슨 죽을죄에요. 갑질을 한 것도 아니고, 조심스럽게 부탁하셨잖아요. 생각해보면 재밌는 해프닝이긴 하네요, 하하.”
그래도 매니저는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흐리면 그게 더 힘들 것 같다고 타이르니 그제서야 활짝 웃었다.
“저 하나 축하해주겠다고, 이렇게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장 아저씨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신경 좀 써주셨어요.”
대표 메뉴 볶음밥, 스윗앤사워 포크는 물론… 그동안 준비해온 비장의 무기까지 한 상을 가득 채웠다.
“오늘 같은 날, 정말 좋은 곳에서 모시고 싶었는데…”
“전 여기가 제일 편해요. 안 그래도 두 분이 연재 내내 신경도 많이 써주셔서, 한 번쯤 대접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제임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접이라니요?? 당연히 저희가 사야…”
“장 아저씨가 제 친구들 온다고 하니까 돈 안 받는다고 했어요. 매니저님 오더는 결제 취소했고요.”
“치, 친구요?”
“네. 우리 친구 아닌가요? 하하, 농담이고 사실 제가 소설을 쓰는 건 주변 사람들에게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거든요. 아직 뭐, 내세울 만한 결과도 없고… 괜히 부끄럽더라고요.”
“내세울 게 없다니요! 지금 ‘그녀가 사라졌다,’ 때문에 출판계가 아주 난리가 났는데…?”
제임스와 매니저가 서로 호들갑을 떨었지만, 난 그러는 게 더 낯 뜨거웠다.
“원치 않으시니까… 여기까지만 말할게요. 그래서 친구분들이나 가족분들을 초대 못하신 거군요.”
“아… 그게 말이죠. 제가 딱히 친구가 없고, 아직 가족한테는 미안한 게 많아서… 편하게 부를 수가 없었어요.”
“……”
“에이, 전 괜찮으니까 다들 고개 드세요. 두 분이 와주셔서 충분히 기쁘고 행복하니까, 음식 식기 전에 같이 먹어요!”
내가 먼저 먹기 시작했다.
둘은 내 눈치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들었다.
다행히 화제는 금방 바뀌었다.
“음??!!”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요?? 맛 자체는 어지간한 미슐랭 스타보다 낫겠는데요?”
“아니, 어떻게 이런 맛이??”
제임스와 매니저는 어느새 모든 걸 다 잊고 음식을 흡입하기 바빴다. 마지막 그릇까지 싹싹 비우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자, 작가님 설마… 저희 때문에 못 드신 거 아니죠?”
“괜찮아요. 전 어차피 평일은 매일 와서 자주 먹거든요.”
“네?? 아, 돼지… 식성을 드러낼 곳이 따로 있지…”
매니저는 또다시 자책하며 자기 입을 손으로 때렸다.
제임스가 또 다시 음식을 시키거나 자리를 옮기자고 했지만, 나는 괜찮다며 극구 말렸다.
“벌써 시간이 많이 늦었잖아요. 얼른 계약서 작성하고 돌아가셔야죠. 저도 더 늦으면 엄마한테 혼나요.”
“아, 네… 미성년자셨죠.”
둘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보다가 이내 계약서를 꺼냈다.
바로 「그녀가 사라졌다」의 정식 종이책 출간 계약서.
그동안 빅5는 물론, 어지간한 네임드 출판사 모두에게서 계약 제안이 왔다. 특히 사이먼하퍼는 삼고초려를 하겠다는 의지로 또 한 번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작가님. 정말 저희와 진행해도 괜찮으시겠어요? 당연히 마법도서관은 사활을 걸고 최선을 다해 ‘그녀가 사라졌다’를 서포트하겠지만… 그래도 더 좋은 기회가 많으셨을텐데.”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일을 한다는 게 중요하죠. 연재 기간동안 충분히 능력을 증명하셨잖아요? 종이책 출간도 당연히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는 최소한의 이윤만을 남기고 모두 ‘그녀가 사라졌다’에 매출을 위해 재투자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지는 할 필요가 없고, 가능한 수준에서 조금만 신경써주세요.”
나는 고스트 에이전트와 상의한 끝에, 마법도서관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종이책 또한 여기를 통해 출간하기로 했다.
‘이미 온라인에서의 마케팅이 확실하게 된 만큼, 오프라인 배급망을 뚫는 건 어렵지 않아. 그럼 출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홍보와 매니징을 해줄 마법도서관이 나쁘지 않겠지.’
무엇보다 아직 중소규모의 출판사이다보니, 메이저에 비해 조건 자체가 월등히 좋았다.
– 마법도서관 출판사
[계약금 $300,000] [선인세 $0] [기본 인세 10%] [손익분기점 넘길 시 30% 정산] [마법도서관 자체 판매 부수는 50% 정산]“아시다시피 아버님이 잠깐 LA에 계시는 동안 보호자 서명을 미리 받았습니다. 작가님만 서명하시면 계약은 마무리됩니다.”
나는 검토를 위해 이메일로 보내준 계약서와 다른 점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 바로 사인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차기작도 저희와 함께 하고 싶으실 정도로 압도적인 서포트를 하겠습니다.”
“기대할게요.”
“아, 혹시 고스트 에이전트와 정식 계약을 하셨나요? 이제 출판 일정 조율할 게 있으면 그 쪽으로 연락을 드릴까요?”
“음… 그게, 계약을 한 것은 아니지만, 업무 관련해서는 그쪽으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신속하고 깔끔하게 잘 처리될 거에요.”
“네?”
“음… 그렇게 됐어요.”
난 차마 더 자세히 설명하지는 못하고, 둘이 떠나는 것을 마중 나갔다.
‘고스트 에이전트의 자존심은 지켜줘야지…’
고스트 에이전트는 이번 계약에 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게 자존심 상해서… 차기작을 통해 설욕하기 전까진 커미션 없이 일하기로 했다.
그래도 문서작업, 일정 조율, 업체 간 연락 등 에이전트가 할 일은 충실하게 하는지라 기본 15%는 약속했는데도 막무가내였다.
‘진짜 괜찮은데…’
*
미식축구부 트라이아웃이 끝나고 3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의 일이었다.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앞마당에 무슨 야외 짐(Gym: 헬스장)이 펼쳐져 있었다.
‘이게 뭐야?’
풀업바, 벤치 프레스, 스미스 머신, 런닝 머신, 스텝 박스, 스태어 마스터, 레그 프레스 머신… 등등 진짜 없는 것 빼곤 다 있었다.
그것도 어지간한 하이엔드 짐에서도 보기 힘든 전문가용 장비들이었다.
‘이거 다 팔면 우리 집보다 비쌀 거 같은데…’
그때 인기척을 느꼈는지, 엄마가 난감하단 얼굴로 바깥에 나왔다.
“이게 다 뭐에요?”
“할아버지가 보내셨어.”
“이걸 다 어디에 놓으라고?”
“…그러게 말이다. 공간이 부족하면 아예 운동할 때 쓸 수 있는 스튜디오를 사주겠다고 하셨어.”
“……”
“성장기에 잘 챙겨 먹어야 한다고, 앞으로 전문 요리사가 만든 식단이 매일매일 배달온다더라.”
“갑자기 왜요?”
“글쎄다. 너랑 이야기가 된 줄 알았지.”
“음, 마지막 대화는 잘 끝났는데요.”
“앞으로 운동 코치가 붙을 테니까, 커리큘럼을 잘 따른다면 생활비도 보태주신대. 한 달에 1만 불(=1300만원 가량).”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다. 엄마는 그걸 오해한 모양이었다.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아들,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부모가 돼서… 우리는 해주지 못하는 것들이야.”
“아, 진짜! 내가 그딴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했지?! 내 인생 내가 알아서 한다고!”
“…로한?”
순간 나는 내 입을 틀어막았다. 엄마도 깜짝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혹시… 기억이 차츰차츰 돌아오는 거니?”
“죄송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단 좀 쉬러 들어갈게요.”
“그러렴. 쓰러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어째서인지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생각보다 복잡한 사연이 있구나…’
나는 침대 위에 누워서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할아버지가 보내준 장비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속이 뒤틀렸다. 그리고 엄마가 담담하게 그것을 모두 받아도 좋다는 식으로 말하자 도저히 폭발하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밤사이 생각을 정리한 나는 바로 전화를 했다.
“할아버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미국 피지컬 천재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