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3
23
“……!”
나는 잠에서 깨어 벌떡 일어났다.
‘꿈이었구나.’
온몸이 식은땀에 흥건히 젖었다.
어지간하면 씻고 싶었지만, 가족이 자는 시간이라 옷만 갈아입었다.
“……”
다시 잠을 자려해도… 아직 꿈속에서 느꼈던 그 섬뜩함이 가시지를 않았다.
– 이 새끼 그냥 전신마비도 코스프레 아니야? 사실 특별대우 받으려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것 같은데?
…하필이면 전생의 일을 꿈꾸게 될 줄이야.
‘그것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기억을…’
내가 지내던 보육원은 후원도 잘 들어오고, 좋은 어른이 많은 곳이었다.
전체적으로 아이들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어떤 단체든 별난 몇몇이 있기 마련.
– 오올, 부럽다야. 쌤이랑 하루 종일 붙어 있겠네?
처음에는 질투 정도였다.
사춘기의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외모의 생활지도원 분이 나를 담당하게 됐다.
밥 먹여주고, 몸 뒤집어주고, 마사지해주고. 업무 시간이 아닐 때도 찾아와서 함께 책을 읽는다든가 날 정말 잘 챙겨주셨다.
당연히 씻는 거라든가, 화장실은 남성분이 와서 도와주었지만, 내 의사와 상관없이 실수를 하면 가끔은 직접 처리해주시기도 했다.
– 이야, 철수 성공했네. 쌤이 직접 만져주니까 어때? 갑자기 없던 감각이 막 살아나는 거 아냐?
나는 아이들의 음담패설에 정색하며 받아주지 않았다.
솔직히 화를 내고 싶었지만, 전신마비로 살다보면 그런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억누르는데 익숙해진다.
– 너, 요즘 일부러 쌤 있을 때만 똥오줌 지리지? 유독 즐기는 거 같은데??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나의 무반응에 오기가 생겨 밑도 끝도 없이 놀려대는 아이들 앞에서 한숨을 쉬었다.
– 뭐야, 새끼 표정 봐라? 왜, 기분 나빠? 어?
그 무렵부터 애들은 괜히 나를 툭툭 치기 시작했다.
– 오, 전신마비 개좋은데? 진짜 아무것도 안 느껴져? 알고보면 맷집 센 슈퍼 히어로 아냐? 푸하하.
처음에야 조심스럽지, 갈수록 폭력에 무뎌지는 아이들은 점점 강도를 높였다.
자고 일어나면 없던 멍이 생기고, 뼈가 부러져 깁스를 차야 했던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그게 건강 악화의 증상인 줄 알고 정밀검사를 받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 처, 철수야! 괘, 괜찮아. 당황하지마. 119 부를게.
심각한 두통과 함께 눈을 떴더니, 얼굴이 창백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 생활지도원분이 다급하게 전화를 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나는 발가벗겨져 있었고, 바닥은 피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누군가가 내 온몸에 바늘로 낙서를 해 놓은 것이다.
“……”
범인은 잡혀서 소년 교도소에 갇혔지만, 나는 그 때 받은 충격을 평생 떨치지 못했다. 잊고 싶어도 깊은 흉터는 죽을 때까지 간직해야 했다.
‘다리우스를 만난 게 계기가 된 건가…’
사실 지금 이 순간도 전생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항상 신체적 위험을 경계하고, 남과 다투지 않기 위해 순응하고.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평생 약자로 살았기 때문에 소심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로한이 나를 도와주는 셈이야.’
이렇게 건강한 육체가 생겼고, 어지간하면 넘어갈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에도 ‘로한’은 불 같이 화를 냈다. 아주 조금은 참아도 될 것 같은 상황에 풀악셀을 밟는다.
“…하하.”
그럴 때마다 당시에는 당황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웃음이 나왔다. 자기 성질대로 사는 건 위험하지만, 때론 속 시원한 일일 수도 있구나. 무조건 참는 게 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로한으로 살아가며, 알게 모르게 나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어.’
과거의 흉터를 하루아침에 극복할 순 없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삶이 점점 재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만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을 순 없지.’
나도 결심을 했다.
‘로한’의 몸이 기억하는 다리우스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를 완전히 지워내리라고.
*
“잘 생각했다. 그래, 네가 운동을 하지 않는 건 신에 대한 모독이야. 알겠나!”
“…아, 넵.”
“어떤 포지션이든 원하는대로 맞춰줄테니, 꼭 와야 한다. 꼭!”
“알겠습니다.”
“아니지, 바쁘면 훈련에 불참할 수도 있지. 내키면 나오거라. 불편한 선수가 있으면 언질을 주고.”
“……”
헤드 코치는 신이 나서 몇 번이나 나에게 확답을 받고는 자리를 떠났다.
안 그래도 미식축구부 트라이아웃이 끝나고 코치진은 거의 매일 나를 찾아왔다.
‘다른 종목도 경험해보고 입부를 결정하려고 했는데…’
아직 해보고 싶은 스포츠가 많아서 일단 입부 제안을 거절했다.
미식축구는 워낙 강도 높은 훈련을 받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는 점이 꺼려졌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리우스를 만나기 전이었지.’
미국 안에서만큼은 미식축구의 인기가 절대적이다. 그것에 평생을 바친 다리우스를 보니 꼭 미식축구가 하고 싶어졌다.
자신의 시스템이 곧 법이라고 생각하는 할아버지에게도 한 방을 먹이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다.
‘리그 개막 첫 경기가 바로 퍼시픽 하이츠라…’
공교롭게도 4학년 다리우스가 주전으로 이끄는 팀이었다.
나는 바로 달력앱에 경기 날짜를 저장했다.
D-5
겨우 5일 남았다. 트라이아웃을 위해서도 나름 준비를 했지만, 이번 경기만큼은 만반의 준비를 다할 생각이었다.
나는 가장 먼저 키와 몸무게를 쟀다.
[Height: 6ft 2in(=188cm)] [Weight: 170lbs(=77kg)]‘다행히 몸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
‘로한’에 막 빙의하여 병실에 깨어났을 때가 187cm에 몸무게는 겨우 64~5kg 정도였다.
나야 평생 전신마비의 장애인으로 살다가 갑자기 이런 몸이라도 갖게 되었으니 팔팔(?)하다고 느꼈지만, 객관적으로 돌이켜봤을 때 건강한 상태는 아니었다.
키에 비해 너무 비쩍 마르고, 근육량이 형편없었다.
‘산 송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양실조가 의심됐어.’
하지만 다행히 10대가 가진 젊음, 그리고 ‘로한’의 피지컬 자체가 사기였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꼬박꼬박 집에서 밥을 챙겨 먹어?”
“그냥. 맛있잖아.”
“진짜 기억을 잃은 게 맞구나.”
“……”
그동안 대부분의 끼니를 집에서 챙겨 먹었다. 학교에서도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가져갔다.
어차피 알바를 시작하기 전에는 돈도 없었고, 실제로 엄마의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잘 먹으니 얼마나 좋니? 이렇게만 먹으면 평생 밥해줄 수 있어.”
“엄마, 말이라도 그렇게 하면 안 돼! 상상만 해도 끔직해…으윽.”
“리아야?”
건강하게 잘 먹는 것만으로도 나의 몸은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다. 미식축구 선수치고는 한참 부족했지만, 어쨌든 지금처럼 정상인 범주의 몸무게에 도달했다.
“후우…”
물론 잘 먹는 것 이외에도 기본적인 체력 단련과 근력 훈련을 병행했다.
초창기엔 무슨 대단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고, 최대한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장애도 없으면서 이런 축복받은 몸을 이렇게까지 학대하다니!’
나는 책을 몇 권 찾아 적당한 스케쥴을 짰고,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운동을 즐겼다.
다만 그것만으로도 트라이아웃에서 1위를 찍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 훨씬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연한 느낌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확신은 있었다.
어쨌든 정식 경기는 트라이아웃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살벌하고 힘이 들 것은 자명한 사실.
‘특히 퍼시픽 하이츠는 이 지역 압도적인 1위 팀이다.’
나는 각오를 새로이 했다. D-5. 첫 미식 축구 경기에 앞서 체계적인 일정을 짜기로 마음먹었다.
‘뭐든지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해.’
트라이아웃을 준비하면서 학교 도서관의 미식축구 관련 서적은 전부 빌려왔기 때문에 자료는 충분했다.
일단 이론을 제대로 정립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음? 이런 식으로 운동할 수 있다고??’
내가 무서울 정도로 갑자기 몸이 너무 빨리 좋아지기 시작했다.
*
의도하지 않은 일이었다.
미식축구 관련 전문 서적들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되었다.
과학적인 근거와 생물학적인 이치를 토대로 신체를 단련하는 방법 구상했고, 단련이 어떻게 몸을 강화시키는지 ‘이해,’ 했다.
[운동은 근육을 자극하여 근육 섬유의 크기와 강도를 증가시킵니다. 근육은 운동에 대한 대응으로 섬유들을 더 굵게, 더 강하게 만듭니다. 이는 근육의 단백질 합성이 증가하고, 근육 세포의 크기와 수가 증가하는 과정으로….]“……?”
몰입한 상태에서 개념을 ‘이해’하게 되면 머릿속 심상 세계가 열렸다.
극한의 집중력. 그곳에서 나는 특정 신체 부위를 어떤 방식으로 훈련해야 좋을지 일일이 연상해 봤다.
‘이러니까 나름대로 이미지 트레이닝이 되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다보니 온몸이 근질근질거렸다. 직접 해보고 싶어서 도저히 이대로 책만 읽고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바로 학교 헬스장(Gym)으로 달려갔다.
몇 번이나 중량을 쳐본 결과, 어이없는 결과가 나왔다.
‘…이게 말이 되나?’
핸드폰에서 내 개인 기록을 찾았다.
[트라이아웃 당시]벤치프레스: 115kg
스쿼트: 155kg
내 몸무게 77kg을 고려하면 이 정도만 해도 고교 운동선수 레벨이었다. 이대로 몸을 회복하고 꾸준히 훈련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무척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심상 세계에서의 ‘훈련’만을 마친 오늘.
[D-5]벤치프레스: 115kg ->145kg
스쿼트: 155kg -> 198kg
겨우 하루 만에 기록이 너무 좋아졌다. 찾아보니까 내 체급에서는 어지간한 정상급 프로리그 선수 못지않았다.
‘아니… 이렇게 몇 단계를 그냥 뛰어넘어도 돼?’
나는 너무 놀라서 다시 심상 훈련도 하고, 몇 번이나 더 무게를 쳐봤지만 기록은 여전히 벤치 145kh, 스쿼트 198kg이었다.
‘이게 현재 내 육체 기준으로 극한까지 근력을 끌어올린 건가?’
한계를 확인한 나는 이번에 종목을 바꿔보기로 했다.
D-4
다음날, 나는 근력 대신… 달리기에 집중했다. 미식축구에서는 근력만큼이나 중요한 부분.
일단 책으로 이론을 이해하고, 심상 훈련에 들어갔다.
[파워런: 10-20m 거리를 최대한 빠르게 달린 후에 정지하는 연습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이를 통해 발목과 하체의 근육을 강화하고, 발바닥에서의 푸시와 발의 랜딩을 개선하면…] [힐런: 힐런은 경사진 길에서 달리는 훈련으로, 경사를 이용하여 발목과 하체의 근육을 더욱 강화하고…] [스프린트 드릴: 다양한 스프린트 드릴을 통해 달리기 가속을…]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싶으면, 마지막으로 직접 달려보면서 ‘체득’했다.
[D-4]40야드: 4.79초 -> 4.50초
“……”
정확하게 딱 3번을 달려봤더니, 최고 기록이 나왔다. 트라이아웃 기록에 비해 무려 0.29초나 빨라졌다.
그 이후에는 무슨 짓을 해도 기록이 향상되지 않았다.
‘이게 고교 1위 기록이라고?’
찾아보니 미국에서 17살 기준, 40야드 대쉬의 공식적인 신기록은 4.52였다.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피지컬이 사기인건지… 아니면 심상 세계가 사기인건지…’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육체가 점점 발달한다는 건 너무 아름다운 일이었다. 사람에게 과연 왜 마약이 필요할까? 운동을 통한 근육의 고통이 곧 쾌감이거늘…
나는 나머지 3일도 알차게(?) 보내며 [퍼시픽 하이츠] vs [오클랜드]의 경기를 준비했다.
*
“퍼시픽 하이츠 공격!”
동전 던지기의 결과, 퍼시픽 하이츠가 먼저 공격에 나섰다.
퍼엉 !
그 결과 오클랜드가 최대한 멀리 공을 찼고, 결국 25야드 선에서 퍼시픽 하이츠의 첫 공격이 시작됐다.
– 와아아아아!!!
– 다리우스! 다리우스! 다리우스!!
다리우스가 필드 위를 밟자, 경기장 전체가 뒤흔들렸다.
그는 이미 노스캘 미식축구 씬에서는 슈퍼 스타. 과연 인기가 상당했다.
비록 관중수 때문에 대학 경기장을 따로 빌렸지만, 오클랜드에 위치한 곳이라 따지자면 퍼시픽 하이츠의 원정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다리우스의 팬이 월등히 많아 보였다.
다리우스는 그런 광적인 열기가 당연하다는 듯 손을 흔들며 관중을 컨트롤했다.
“음?”
그는 주변을 둘러보다 문득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건방진 새끼. 우릴 상대로 감히 라인을 서?”
당연히 쿼터백으로 출전할 줄 알았던 로한이 수비로 나온 것도 모자라 라인에 자리를 잡았다.
가장 힘이 세고 덩치가 큰 선수들이 서는 최전선! 비록 디펜시브 엔드, 즉 라인의 가장 끝에 섰다지만… 로한이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이다보니 수비벽이 허술하게 보였다.
다리우스는 이를 갈면서 자신의 팀에게 작전을 지시했다.
“야, 한 번쯤 공격권을 잃어도 상관없으니까… 제대로 기선제압을 해보자고.”
공격 라인맨들이 무조건 로한에게 집중적으로 달려든다.
바로 병원에 실려가면 더 좋다는 농담과 함께, 다들 공격 시작을 위해 포지션을 잡았다.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로한의 건너편에 선 공격팀은, 그가 계속 뭔가를 중얼거리자 인상을 찌푸렸다.
“극히 드물지만, 특정 상황에서 트럭이 경차에 부딪혀 날아간 실사례가 있다. 높은 속력, 충돌 지점, 그리고 지형을 이용하면 아무리 트럭이라도 거짓말처럼 공중에 부웅 뜨게 된다.”
미국 피지컬 천재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