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7
27
“……!”
다리우스의 마지막 플레이 선택을 보고 경악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어째서 성공 확률이 월등히 높은 1점 필드골 말고, 2점 컨버젼을 노린 걸까? 오버타임이 길어지는 걸 두려워했다는 건가? 천하의 퍼시픽 하이츠가?
‘아니. 다리우스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반면 J.P.는 격양된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일어나 있었다.
‘로한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수비팀 모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수비팀의 정신력을 갉아먹고 있었던 거지.’
운동선수는 나이가 어리고 미숙할수록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감춰진 재능을 200% 발휘하기도 하고, 기존의 실력의 10%도 보여주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세를 타는 게 중요하다.
다리우스는 본능적으로 불리한 기류를 읽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겨우 3야드만 정복하면 역전승으로 게임이 끝나니까.’
또 한 번씩 공격턴을 가져 변수를 만드는 것보다, 자기의 손으로 모든 걸 끝낸다. 슈퍼스타의 자질을 가진 선수라면 당연한 선택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말로 어떻게 설명하기 힘든 괴물이 처음부터 다리우스의 계획을 눈치챈 듯했다.
‘어째서 수비 뒷선으로 물러났나 했더니…’
만약 기존의 포지션에 따라 다리우스의 러쉬 플레이를 라인에서 막아서야 했다면, 쿼터백이 공을 받은 지점에서부터 라인까지, 즉 5야드를 달려온 다리우스와 정면 충돌을 감수해야 한다.
키도 몸무게도 한두 체급 차이가 나는데, 달려오면서 추진력까지 얻었다. 로한은 가만히 선 채로 차에 치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걸 예상한지는 몰라도, 로한은 아예 라인에서 10야드가 떨어진 곳에서 수비를 시작했고, 플레이가 시작되자마자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40야드 기록도 놀라운 수준이지만… 아마 10야드 기록을 잰다면 전국에서 손꼽힐 것이다.’
고작 10야드. 스포츠카도 아니고, 그 짧은 거리를 뛰는 가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로한은 그것도 모자라 경기 내내 완벽하게 영점을 맞춘, ‘명치 파괴 태클’을 선보였다.
그 결과 다리우스의 몸이 공중에 부웅 떠올라 몇 발자국이나 떨어진 곳에 쓰러졌다.
다리우스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저, 저놈이?!”
그게 끝이 아니었다.
로한은 이후 고교 미식축구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만행을 저질렀다.
*
다음날 오클랜드 고교에선 ‘그’ 이야기뿐이었다.
– 와, 어제 경기 봄?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퍼시픽 하이츠에 이겨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 팩트임. 직관한 우리가 승자야. 또 질거라고 생각해서 안 간 애들도 꽤 있잖아.
– 내 평생 이것보다 더 흥미진진한 경기를 보게 될지 모르겠다.
오클랜드 학생들은 자신의 미식축구 팀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지만, 퍼시픽 하이츠 앞에서만큼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무리 리그 3위로 작년을 마감했어도, 애초에 노스캘 리그가 강한 고교 리그가 아니기도 하고, 퍼시픽 하이츠와는 수준 차이가 확연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 안 그래도 부잣집 도련님들이 다니는 학교라 꼴보기 싫었는데, 존나 통쾌한 거 있지.
– 응원하러 온 새끼들 첨에 엄청 고고한 척 꼴값 떨던 놈들이 최종스코어 뜨자마자 쥐도 새도 모르게 나가더라.
– …차라리 그게 낫지. 적어도 ‘그 짓’은 안 보고 떠난거잖아.
– 도대체 걔는 왜 그런거야? 다 좋았잖아? 학교 영웅 됐잖아? 그걸 왜 한 순간 다 말아 먹어야 해? 우리 학교 통째로 욕 처먹잖아.
– 쉿, 저기 온다… 로한.
.
.
.
“음?”
분명 내가 학교 정문으로 들어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복도가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안에 발을 디디자마자 거짓말처럼 싹 조용해졌다. 아무도 나를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나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 안녕 로한. 어, 어제 경기는 잘 봤어.”
가장 가까이에 서서 어쩔 수 없이 나랑 눈이 마주친 남학생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그래.”
내가 지나치고 나서야 얼어붙은 몸이 녹아내리며 헐레벌떡 교실로 들어간다.
‘뭐, 저런 반응이 이상한 건 아니지.’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충동을 억눌렀어야 하는데.’
어떻게든 잊고 싶은 순간이었다. 하필이면 만여 명 앞에서 그런 흑역사를 쌓은 것도 후회스러운데, 그게 인터넷에 박제되어 영원하게 생겼다.
나는 수업 시작하기에 앞서 다시 한번 핸드폰을 꺼냈다.
요즘 가장 인기가 있는 SNS 톡톡(talktok). 굳이 저장을 한 건 아니지만, 조금만 영상을 넘겨도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은 문제의 ‘그 영상’ 떴다.
[한 고등학교 미식축구 선수의 패기]8.1M views / 1.5K comments
‘이건 또 다른 각도잖아?’
나는 처음 보는 각도의 영상이지만, 내용은 아주 잘 알고 있다.
쇼츠 영상은 [오클랜드 vs 퍼시픽 하이츠]의 마지막 플레이만 담았다.
멀리서봐도 월등히 큰 체격의 다리우스가 나에게 태클을 당하고 거의 튕겨 나간다. 이 영상은 아니지만, 다리우스가 추하게 쓰러져 있는 모습만 담은 영상도 존재했다.
“……”
문제의 장면은 조금 이후에 나온다.
[크아아아아!]쓰러져 있는 다리우스의 가슴팍을 발로 짓밟으며 포효하는 남자가 있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여 자기의 상의를 찢고, 보호장구까지 집어던지는 모습은 야생의 짐승이 따로 없었다.
한 4~5초? 너무 충격적인 장면에 아무도 반응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퍼시픽 하이츠 선수들이 가만히 지켜보고 앉아 있을 리가 있나.
필드 위는 물론 벤츠 위의 4~50명이 우르르 남성에게 달려들었고, 어쩔 수 없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억지로 오클랜드 애들이 마중 나왔다.
올해 최악의 고교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아… 진짜 최악 맞아..’
모두 ‘로한’이라는 희대의 문제아 손끝… 아니 발끝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 아니… 패자를 저렇게 유린하는 쌍놈이 존재한다고?
– 저 새끼 저러고도 살아서 돌아갔어? 저 정도면 죽인 사람 무죄 인정될 듯.
– 너희들 너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거 아님? 잘 보면 기절한 선수 보고 당황해서 가슴 압박해주는거임. 쓰러진 놈 바로 살아나는 거 안보이냐? 좀만 늦었으면 죽을 뻔 했어.
└미친놈아 rofl(=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립인줄 알았는데 진짜잖아.
└ 태클 한 번 얻어맞고 죽은 듯 늘어지는 것도 웃긴데, 밟히자마자 정신 차리는 거 벌써 3~4번 다시 보고 있다. LMAO!
‘승리에 취해가지고… 나도 모르게.’
변명을 하자면,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트라이아웃 때도 조금은 경험했지만, 만여 명 앞에서 치른 실전 경기는 차원이 달랐다.
경기의 모든 게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 처음으로 다리우스에게 태클을 성공시켰을 때.
온몸의 세포를 깨우는 듯한 아드레날린 러쉬, 그 쾌감에 취해 정신을 못 차렸다.
다리우스와의 악연이 있던 ‘로한’이 하필 그 때 나의 감정을 휘어잡으며 바로 다리우스를 짓밟았던 것이다.
– 왜 패냐고? 그냥. 니 면상만 보면 토가 나와. 피부가 검은 것도, 하얀 것도 아냐. 냄새 날 거 같은데?
– 원망스럽지 않냐? 넌 평생 니 부모의 선택 때문에 평민을 못 벗어날 거야.
– 어떻게 동양인 새끼랑 놀아나지? 알고 보면 쿵푸 마스터 아니냐? 하하하하.
– 좀 더 발악해봐. 그래야 내가 괴롭히는 맛이 있지. 이건 뭐 벌레만도 못한 놈이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다리우스를 내려보며 수많은 감정이 떠올랐다. 기억의 편린에 지나지 않지만, 그 감정의 물결은 압도적이었다.
‘나야 다리우스가 오랫동안 로한을 괴롭혔다는 걸 알지만… 남들이 보기엔 오히려 내가 최악의 쓰레기잖아!’
어쨌든 결과는 나만 뒤집어썼다. 다음날 바로 노스캘 리그 미식축구 협회에게서 경기 3회 출전 금지를 당한 것이다.
아예 영구 제명되어 이 지역에서는 고교 스포츠에 참여하지 못할 거란 소문이 돌았는데, 어째서인지 금방 잠잠해졌다.
“…….”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집어넣고, 최대한 조용히 교실 구석에 박혀 있었다. 며칠, 유령처럼 존재하듯 안 하듯 숨죽여 수업만 들었다.
*
출전 금지를 당한 3주 동안 내 나름대로 바빴다.
벌써 [레드 드래곤]에서 일 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갔고, 「그녀가 사라졌다」의 온라인 연재가 막 시작된 시점이었다.
그동안 미식축구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오전에는 그래도 팀 훈련에 참석하는 횟수를 늘렸다.
‘내가 이 정도로 미식축구에 진심이 될 줄은 몰랐지.’
이게 모두 그날의 전율을 잊지 못해서다.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 나의 손끝에서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드라마는 스포츠의 매력. 평생을 전신마비로 살았던 나에게는 가히 중독적이었다.
“……”
“요즘 계속 멍 때리더라?”
“……”
“엄마~ 로한 경기 뛰면서 머리를 다쳤나봐.”
여유가 생길 때면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는 나를 발견했다.
일반적인 사람도 어느 정도는 그렇겠지만, 난 ‘기억’을 소처럼 끊임없이 되새기는 버릇이 있다.
전신마비의 후유증이라면 후유증이겠다. 하루 종일 누워 있으면 어떻게든 시간을 때워야 하고, 뇌를 자극하는 것이 그나마 체감상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당연히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 현실을 도피하고, 조금은 더 희망적인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고 싶었던 내 나름대로의 발악이었다.
그래서 나는 보통 책의 내용을 달달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여러 차례 읽었고, 그 내용을 아주 선명하게 상상했다.
캐릭터 한 명 한 명, 그들이 활동하는 배경은 물론, 소설 속에 묘사된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속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바로 ‘빈공간 채우기’였다.
그 어떤 소설도 모든 걸 묘사하지 못한다. 매 장면 캐릭터의 머리 스타일, 착장, 표정, 감정, 동선을 담지 않았다.
스토리의 흐름상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독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설이 그 어떤 영상매체보다 매력적인 이유가 바로 독자가 자신의 상상력으로 ‘빈공간을 채우기’ 때문 아닐까?
어쨌든 이런 독서 습관? 혹은 반복적인 망상 덕분에 나는 살아 숨을 쉬는 ‘심상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내가 되새김질한 기억을 생생하게 담아내는 가상의 세계.
지금까지 읽었던 책의 등장인물들, 배경 등이 ‘기반’을 이루었고, 그 위에는 내가 나중에 직접 창조한 나만의 캐릭터와 그들의 서사가 복잡하게 얽힌 ‘틀’이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심상 세계 안에는 간혹 나만의 ‘현실 기억’도 지분을 차지했다.
‘……’
내가 일부러 잘 방문하지 않는 심상 세계의 어두운 한 편에는 전생의 현실 기억들이 한둘씩 박제되어 있다.
굳이 되새기지 않았지만, 너무 기억이 선명해 경험함과 동시에 바로 심상 세계에 반영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건?’
근데 놀랍게도 그 어둡고 절망적인 공간에, 새로운 기억이 부상했다.
바로 다리우스를 짓밟고 울분을 토하는 ‘로한.’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로한은 남의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저질러버렸다.
‘하하하…’
어째서인지 보고 있으면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도 되었지만, 솔직히 웃음이 났다. ‘현실 기억’ 중에서 나를 웃게 하는 유일한 기억.
뭔가 보고 있자면 기분이 이상했다. 뇌의 구석 어딘가 간지러웠다. 처음 경험하는 기묘한 감정. 나는 미증유의 감정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심상 세계 속에서 그 장면을 한참 바라봤다.
‘……!’
그렇게 한 2주가 더 흘렀을까?
나는 여전히 뭔가에 홀린 듯, 심상 세계를 찾아와 ‘로한’이 다리우스를 무너뜨리고 짓밟는 장면을 되돌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변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상 세계의 다른 공간이 멋대로 침입하여 ‘로한’의 구역을 제멋대로 파괴하고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든 개입해 두 파편이 섞이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생각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이 심상 세계의 질서는 내 의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잠깐? 이건 내가 전생에 썼던 작품 중 하나 아냐?’
근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강제로 침입하여 ‘로한’의 구역을 오염시킨 공간은 다름 아닌 내 작품이었다.
작품의 내용을 떠올린 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곧이어 모든 변화가 잠잠해졌고, 이내 두 개로 나뉘어져 있던 구역이 하나로 완전히 융합되었다.
그 안에서는 기존의 두 이야기가 하나로 합쳐… 완전히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어냈다.
‘……!’
완성된 이야기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묘한 떨림이 나의 온 몸을 지배했다.
‘이게 세상에 선보일 나의 두 번째 작품이구나.’
얼른 현실로 꺼내달라고 나에게 아우성을 치는 듯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바로 음성녹음 AI앱 [드래곤 브레스] 앱을 열어 집필을 시작했다.
미국 피지컬 천재가 되었다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