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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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우리는 [마법도서관] 홈페이지부터 확인했다.
“보시다시피 메인페이지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배너를 마련하였습니다. 구매 프로세스도 간편화하여, 미리 개인 정보를 기입한 유저라면 두 번의 클릭으로 결제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가 득의양양하게 설명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혹시 제가 지난번에 제안한 건…”
“아, 작가님! 진짜 저희 플랫폼 내부에서 얼마나 반성을 많이 했는지 아십니까. 지금까지 아무도 작가님처럼 독자친화적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없었다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개발팀 닦달해서 제안해주신 이북 연동 서비스도 완벽하게 구현하였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고요. 그래도 빠르게 적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독자분들과 실시간으로 호흡할 수 있는 창구가 열려 있는 편이 좋아서요.”
“그런 부분도 너무 좋지만, 이로 인해 이북 판매량도 2~3배 이상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북 연동 서비스.
[마법도서관]측에서 임의로 붙인 명칭이라 좀 생소하긴 한데, 「그녀가 사라졌다」의 정식 출간을 앞두고 내가 먼저 제안한 서비스였다.‘무료 연재한 걸 전부 비공개로 돌리는 건 너무 아까웠어.’
아무래도 단행본과 이북이 출시되기 때문에 기존에 무료로 연재했던 1부는 플랫폼에서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그게 당연하지만, 며칠 생각해보니 한 달간 연재하며 독자들이 매 편 달아준 댓글들이 마음에 걸렸다. 너무 행복했던 추억.
나야 언제든 비공개한 연재란을 확인할 수 있지만, 연재를 따라오며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함께 「그녀가 사라졌다」를 즐기던 커뮤니티를 삭제해버리는 느낌이었다.
오랜 시간 독자로 살아온 나는 그 빈자리가 클 것 같아서 제임스에게 제안을 했다.
– 전부 비공개로 돌리는 대신, 「그녀가 사라졌다」를 유료 연재란으로 남겨두는 게 어때요? 이북을 결제하는 구독자에게만 접속할 권한을 주고, 이어서 2부 내용까지 연재처럼 나누어서 등록하는 거에요.
전체적인 리뷰만 남길 수 있는 이북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매 편 의견을 남길 수 있는 유료 연재 형식도 병행하자는 뜻이었다.
– 그럼 1부의 댓글과 반응을 그대로 살릴 수 있고, 이후 2부 내용도 독자들이 함께 즐기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제임스는 내 제안을 처음 듣고 너무 충격을 받은 얼굴로 한참이나 정신을 못 차렸다.
“역시 작가님은 젊으셔서 그런지 감각이 대단하십니다. 내부적으로 프로덕트 테스트를 했는데, 모두 200% 대만족하였습니다. 인터넷 연재를 통해서 대대적인 홍보를 하였기 때문에, 수요가 상당할 겁니다.”
“제임스 말대로 독자들이 만족하셨으면 좋겠네요.”
“바로 수치로 확인하시죠.”
제임스의 말에 케이트가 바로 실시간 판매 현황 대시보드를 실행시켰다.
“……”
우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She’s gone」 – 12월 1일
Softcopy sales(종이책 판매): 0
eCopy sales(이북 판매): 0
“하하… 아직 오픈한 지 5분 밖에 안 돼서 열심히 결제를 하고 있을 겁니다. 아, 집계까지 딜레이가 좀 있었나?”
제임스는 어색하게 변명했고, 케이트는 애꿎은 터치패드만 매만졌다.
우리는 거의 30분처럼 느껴진 5분이 더 흐르고 나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위이잉 –
케이트는 진동과 함께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대표님, 본사에서 대표님과 연락이 안 닿는다고…”
“이런. 오는 내내 업무를 처리하느라 핸드폰이 죽었어. 혹시 폰 좀 빌릴 수 있을까?”
제임스는 나에게 양해를 구하곤 조금 떨어진 구역에서 통화를 했다.
“…뭐라고?”
항상 점잖던 제임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일부러 더 멀리 떨어지더니 잠깐 고성이 오갔다.
‘치프 에디터면서 대표라더니, 생각보다 성격이 있는 스타일이군.’
방금 전까지 언짢은 기색이 역력하던 그는, 정작 나에게 다가오자 송구스럽다는 듯 말을 꺼냈다.
“면목이 없습니다. 트래픽은 어떻게 감당되는데, 너무 많은 유저가 동시에 결제를 진행하느라 시스템이 마비되었다고… 또 이런 일이 생겨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런 사태를 대비해서 TF를 꾸려서 대기 시켜놓았으니 금방 해결될 겁니다.”
“대, 대표님. 이것 좀 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그때 제시카가 다급하게 제임스를 불렀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노트북을 가리켰다.
「She’s gone」 – 12월 1일
Softcopy sales(종이책 판매): 0→1120→2873→4000
eCopy sales(이북 판매): 0→2000→4000→6000
“……”
우리는 다른 의미에서 할 말을 잃었다.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달라지는 판매수량. 너무 가파르게 올라가서 우리는 기뻐하기보단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몰랐다.
제임스는 급하게 본부와 메시지를 주고 받고 나서야 다시 특유의 뻔뻔한 미소를 되찾았다.
“아, 이거 참. 죄송하게 됐습니다 작가님.”
“설마? 이 숫자가 정확한 건가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초판을 너무 적게 찍은 것 같습니다. 너무 런칭 일정을 늦추면 무료 연재의 효과가 떨어질 것 같고… 그렇다고 더 앞당기자니 초판부수가 부족하고. 그나마 오만부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혼자서 계속 중얼거리는 내 눈치를 살피는 제임스를 보며 나는 어쩔 수 없이 그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었다.
“초판 5만부는 너무 많다고 속으로 욕했던 제가 성급했어요. 치프 에디터님을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요, 욕까지 하셨나요?”
“제 눈빛을 읽으신 게 아니었군요? 그럼 말을 주워담을게요.”
“…아.”
케이트는 그런 제임스를 보며 안간힘을 다해 웃참했고, 제임스가 눈을 치켜떴지만 안타깝게도 카리스마는 묻어나지 않았다.
‘이걸 정말 예측한 건가?’
초판부터 5만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10만부 증쇄.
고스트 에이전트도 “시간을 두고 결정해도 되는 일을… 도박하는 것도 아니고,”라며 제임스가 정신이 나간 게 분명하다고 욕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제임스를 다시 볼 수밖에 없었다.
“대표님, 이 추세대로면 이번 달에 무조건 품절될 것 같아요. 바로 증쇄까지 들어간 건 미친 짓… 아니 좀 과감하다고 생각했는데, 대단하세요.”
“이번 달이라니? 이번 주 안에 다 팔린다. 작가님도 한 번 지켜보시죠.”
나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시시각각 숫자가 달라지는 종이책 판매 현황.
심지어 20% 더 저렴하고, 결제와 동시에 바로 읽을 수 있는 이북은… 종이책보다 더 많이 팔렸고, 더 빠르게 팔리고 있었다.
*
“품절 되었다고? 벌써???”
아직도 「그녀가 사라졌다」에 미련이 남은 사이먼하퍼의 치프 에디터, 로렐라이 콜린스.
그녀는 가장 먼저 종이책과 이북을 한 부씩 구매한 사람 중 하나였다.
일부러 알람을 맞춰놓고 제때 들어가서 망정이지, 다음날 아침 거짓말처럼 종이책 구매 링크가 사라졌다.
하루 만에 품절 되어버린 것이다.
“몇 부를 찍었길래? 못해도 2만부는 찍었을 텐데, 그게 하루 만에 다 팔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5000부만 팔려도, 주 단위로 집계하는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등재된다.
그런데 하루에 2만부는 영화나 드라마가 잘됐거나, 정말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아닌 한 거의 나오지 않는 수치였다.
“제 동기가 ‘마법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데, 초판 5만부 찍었답니다.”
“…5만부??”
로렐라이는 속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꼈다. 자신의 손끝에 닿았던 기회. 그걸 놓친 그 순간부터 심해진 정신적 고통이 지금 한계에 도달했다.
“전부 똑똑히 들어. 무조건 c.k.작가 차기작 가져와. 어떤 조건을 내밀어도 괜찮아! 계약서 싸인만 받아올 수 있으면, 내 이름을 팔아서라도 최고 조건을 맞춰주마.”
결국 그녀는 직원들을 달달 볶으며 한바탕 사무실을 뒤집었지만, 여전히 기분이 나아지질 않았다.
‘아무리 천만 뷰를 찍은 인터넷 연재작이지만, 하루 만에 5만 부가 팔렸다고? 이북은 더 팔렸을 거 아니야??’
이런 현상은 굉장히 드물지만, 아예 전무후무한 일은 아니었다. 로렐라이는 이쪽 업계에 몸을 담으며 몇 차례 목격한 적이 있다.
‘보통 신드롬의 전조 현상이다…’
그 당시 문화에 크나큰 족적을 남기는 작품들만이 보일 수 있는 패턴이었다.
로렐라이는 사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예 일정을 비우고, 어제 구매했던 「그녀가 사라졌다」의 이북을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
그녀의 확신만 커졌다.
‘꼭 잡아야 한다. 에디터의 인생에 두 번은 안 올 기회야.’
*
나는 그날 밤잠을 설쳤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그녀가 사라졌다」 종이책을 매만졌다.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이야기가, 많은 독자분들의 사랑을 받아 연재되고, 이젠 종이책으로 나와 성공적인 출간이 이루어졌다.
[ghostagent: 축하해. 모든 메이저 배급사에서 최고의 계약 조건으로 「그녀가 사라졌다」의 유통을 제안했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해외 배급도 조율하기 시작할 거야.]그리고 ‘마법도서관’에서읜 직접 판매는 그냥 시작에 불과했다. 이번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이제 「그녀가 사라졌다」가 전국에 깔리는 일만 남았다.
“……”
아직도 실감 나지 않았다. 첫 정산을 기대하라는 제임스의 말도,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는 고스트 에이전트의 말도 현실성이 떨어졌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정신력을 분산시키던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위이잉 –
[아버지]나도 모르게 주저하게 됐다.
이제 엄마와 리아는 적당히 편해졌지만, 아직 아버지는 어색했다.
내 아버지가 아니란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로한’의 영향인지는 잘 구분이 안 됐다.
‘자주 못 본 것도 영향이 있겠지.’
무엇보다 무역 일을 하시기 때문에 출장이 잦으셨고, 집에 오셔도 하루 이틀 정도 재정비차 오신 게 전부.
워낙 과묵하셔서, 오랜만에 만나도 “잘 지냈냐,”정도의 대화가 다였고… 멀리 계시다 해서 먼저 연락하시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일단 전화는 받았다.
– 별 일 없니?
“네. 별 일 없습니다.”
– 그래. 미식축구 경기 소식은 네 엄마에게서 잘 듣고 있어. 출전 정지가 풀리고 4경기 연속 이겼다고?
“네. 운이 좋았어요.”
– 네 에이전트에게 권한을 일임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감사합니다. 바쁘실텐데.”
– 그리고… 그거 나도 한 권 샀다. 아주 재밌었어.
“…감사합니다.”
어째서인지 아버지가 재밌다고 칭찬하시자 부끄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 아직 네 엄마나, 리아에게 밝힐 생각은 없고?
“당장은요.”
– 그렇게 알겠다.
“감사합니다.”
– ……
“……”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고작 1~2분의 정적도 너무 길게 느껴졌다. 이대로 끊어야 하나 고민을 할때 쯤 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 아직도 기억이 전혀 돌아오지 않은 거니?
“네…”
– 그래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 기억이 꼭 돌아올 거야.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아버지가 있어 본 적이 없지만, 표현이 무척 서툴러도 ‘로한’을 굉장히 아낀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로한의 기억이 돌아오길 바라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해. 왤까?’
지금까지 마주친 모든 사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으면 바랬다. 아버지만 빼고.
위이잉 –
‘어? 갑자기 문자는 왜 보내신 거지?’
아버지의 문자는 처음이라 당황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 훨씬 당황스러웠다.
[아버지: 네가 기억을 잃기 전에… 그러니까 병원에 실려 가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네 삼촌 차머스였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몇 번이나 찾아가서 따져봤지만 별 성과 없이 쫓겨났어. 혹시나 기억난다면 꼭 나에게 말해줬으면 좋겠다.]‘차머스?’
그 이름을 보자마자 분노가 치밀었다. ‘로한’이 항상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심기가 불편한 분노조절장애에 시달리긴 했지만, 이번엔 정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감정을 가라앉히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나는 차머스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았고, 그를 예의주시하기로 마음먹었다.
*
며칠 후 고스트 에이전트에게서 연락이 왔다.
[ghostagent: 이…이게 뭐야!!!!!]문자를 통해서도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느껴졌다.
[나: 벌써 다 읽었어? 어제 막 보냈잖아.] [ghostagent: 나도 다 읽을 생각은 아니었어!!! 이런 무시무시한 괴물을 보내놓고 뭐? ‘나중에 시간 나면 가볍게 읽어줘?’ 난 그래서 네가 가볍게 써본 습작인 줄 알았잖아!] [ghostagent: 「그녀가 사라졌다」를 완결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수준의 작품을 써내? 니가 사람이야?] [ghostagent: 근데 「착한 사람」?? 이거 진짜 니가 쓴 거 맞아? 주제의 결도 다르고, 이야기의 구성도 다르고, 문체도 다르고…] [나: 너도 마음에 들었으면, 제임스랑 조율해서 이것도 연재해볼까 싶은데? 당장은 아니어도 「그녀가 사라졌다」의 열기가 조금 식을 때쯤?]이미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했으니, 그걸 레버리지하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고스트 에이전트는 완전히 다른 제안을 했다.
[ghostagent: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나에게 더 좋은 생각이 있어. 이런 작품은 차라리 방법을 완전히 바꿔보는 게 어때?]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