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4
34
와그너 교수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지녔다.
‘우리에겐 후학 양성의 의무가 있습니다.’
인간의 삶은 짧지만, 우리는 조상이 남긴 유산을 대대로 발전시키며 현재의 눈부신 문명을 이뤄냈다.
그리고 발전의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문학은… 제자리 걸음이지 않을까요?’
대중의 이목이 지문에서 영상으로 쏠리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
그래도 독서량이 이리도 급격히 줄어드는 현 실태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영상 매체로는 대체할 수 없는, 독서만의 즐거움을 모두가 누렸으면 합니다.’
헤밍웨이, 포크너, 오웰, 셀린저, 스타인백등을 읽으며 자라온 와그너 교수.
독서를 통해 사고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는 경험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비록 사회가 독서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지만,
나 하나의 노력으로 한 명씩 교화할 수 있다면… 마치 나무를 한 그루씩 심듯 세상을 조금 더 이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로한은 와그너 교수의 마음에 쏙 들었다.
‘어려서부터 혼자 소설을 쓰려고 마음먹다니…너무 기특하지 않습니까?’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백날 독서의 필요성, 창작의 중요성을 설파해도 아무 의미 없다.
다만 이렇게 스스로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배움을 청하기 마련.
와그너 교수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A Good Man」의 표지를 넘겼다.
‘오호, 시작부터 독자의 공감을 사고,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장치를 썼군요.’
습득한 기술이 아니라 풍부한 독서량을 바탕으로한 감각적인 저술 같았다.
‘개인 경험을 녹여낸 건가? 사건 하나하나가 너무 생생하고,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날카로운 면이 있습니다.’
기대 없이 읽었기 때문에 더욱 놀라웠다.
아마추어답게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 문맥, 단어들이 보였지만, 그건 교수의 직업병 때문에 눈에 띄는 것이지 몰입을 깨뜨리진 않았다.
“……”
따뜻한 눈길로 「A Good Man」을 한 장 한 장 넘기던 와그너 교수는 간혹 경악하며 몇 번이나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읽었다.
‘정녕 의미 없는 장면이 없습니까?! 사건에 사건이 쌓이며 한 생명체로 살아 숨 쉬는 이야기라니…’
와그너 교수는 점차 말이 없어졌다.
아무런 반응 없이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며 「A Good Man」을 읽었다.
“……”
와그너 교수는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고 한참 사색에 빠졌다.
그는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2회차이지만, 넘기는 장면 없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었다.
단어가 입에 감기는 느낌을 만끽하며 오랜만에 순수하게 독서 그 자체를 즐겼다.
‘다시 읽을수록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수준의 작품이라니… 정말 인생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와그너는 결국 「A Good Man」을 두 번 완독했다.
폭발적인 감정의 향연.
‘도대체 이게 얼마 만에 느끼는 만족감인지 모르겠습니다.’
와그너 교수는 시간이 늦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늦은 시간에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다름이 아니라,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네?]“이런 훌륭한 역작을 출간도 전에 먼저 볼 수 있는 영광을 주시다니… 너무 가슴이 벅차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미흡하거나 보완하면 좋을 부분이 있었나요?]“그런 건 미처 생각도 안 해봤습니다. 감상은 전화로만 전달하기 어려우니 다음에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도 괜찮겠습니까?”
[그럼요. 시간 내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제가 더 감사하죠. 그런데… 이렇게 밤늦게 전화를 드린 이유는 혹시 이 작품을 제 지인 한 명에게 보여줘도 괜찮은지 허락 맡기 위해서입니다.”
[아… 지인분에게요?]“제가 가장 믿는 지인이고, 학생… 아니 작가님에게도 도움이 될 겁니다. 피터 오웬이라는 친구인데, 만약 조금이라도 꺼려지신다면 제 부탁은 없던 걸로…”
[네?!! 아니요, 완전 영광이죠!! 노벨 문학상 타신 작가분이 제 작품을 읽어주신다니. 너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다행이네요. 그 친구도 너무 좋아할 겁니다. 조만간 다시 연락 드릴게요.”
와그너 교수는 정중하게 전화를 끊고, 급히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또 뭐에 또 꽂혔나? 어디 고서점에서 재밌는 책이라도 발굴했나?]“일어나 계실 것 같았습니다. 그… 심사를 맡고 있는 공모전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말씀하셨죠?”
[아직 검토 중이지만, 마땅한 작품이 없어서 이번에는 당선작을 뽑지 않을 수도 있네. 시대가 변해서 인재들이 대부분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 쪽에 집중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갑자기 왜?]“꼭 한 번 읽어봐주셨으면 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오! 오랜만에 신작이라도 쓴 겐가. 접수 마감한 진 좀 됐지만, 자네의 신작이라면 내가 힘 써봄세.]“제 작품은 아니지만… 오히려 제 작품보다 훨씬 관심이 생길 겁니다. 일단 읽어보고 연락주세요.”
*
데카슬론 1일차 개인 시험은 모두 객관식.
그날 밤 바로 인솔 교사를 통해 결과가 전달되었다.
“…다 같이 확인하자.”
소피아 선생님은 의외로 긴장한 눈치였다. 사실 내색은 안 했지만, 다들 마찬가지였다.
“누구 점수부터 확인해줄까?”
“저요!”
“그래, 아이비. 담당 과목을 위주로 공부했구나?”
“네… 아무래도 준비 시간이 부족해서 적어도 팀에 방해는 안 되려고 열심히 했습니다!”
아이비의 담당 과목은 수학(80점), 예술(82점), 문학(74점).
“고생했어. 다른 과목까지 합친 개인 순위는 2000명 중 533위야.”
“아…”
“1학년이란 걸 감안하면 대단한 거야. 이번에 경험해봤으니까, 내년엔 더 잘 할 수 있겠지?”
“물론이죠!”
소피아 선생님은 흐뭇한 얼굴로 우리의 신입생을 격려했다.
“그 다음은 제시카 성적을 보자. 담당 과목 문학 91점, 사회과학 89점, 음악 97점이야.”
“우와!! 너무 대단해요. 전 문학이 너무 어렵던데, 다행히 제시카가 잘 봐서 팀 점수는 살렸네요. 감사합니다.”
아이비는 자신의 담당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70점대가 나온 문학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계속 제시카를 치켜세우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 말씀대로 1학년이 그 정도면 잘한 거야… 우리 학교에 너 같은 신입생이 들어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제시카는 차마 아이비를 마주보진 못했지만, 얼굴을 붉히며 격려해주었다.
“아이비 네가 1년만 일찍 들어와 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러니까요… 제시카는 내년에 4학년이라 참가 안 하니까, 제가 아무리 잘해봐야 팀 성적은 더 안 좋아지겠어요.”
제시카의 개인 순위는 무려 9등.
“우와아! 9등?? 각 학교에서 공부 젤 잘한다는 사람들 나왔을텐데 9등??? 진짜 공부를 잘하시는구나… 너무 부러워요.”
“난 세 번째 참가한 거잖아.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 거의 1년 내내 이것만 준비했어.”
나머지 과목도 전반적으로 잘 봤기 때문에 9위라는 상당히 높은 순위가 나왔다.
“9위면 나머지 시험들을 통해서 충분히 개인 수상권에 진입할 수 있어. 조금만 더 힘내자.”
“네!”
제시카의 보기 드문 밝은 모습.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뭐야? 내 점수가 걱정된다 이거야?’
아무래도 아이비가 평균 이상은 해주었으니, 팀 점수도 기대해볼만 한데… 나를 구멍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로한…”
소피아 선생님은 핸드폰 스크롤을 열심히 내리다가… 순간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선생님이 얼어붙은 듯 아무런 반응이 없자, 아이비는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제시카는 아예 한심하다는 듯 날 흘겨봤다.
“기대도 안 했다. 큰소리만 칠 줄 알지… 에휴 팀 점수는 버려야지 어쩌겠어.”
“……”
이번에는 의외로 ‘로한’도 반응하지 않았다.
‘아마 그럴 필요성이 없어서겠지.’
소피아 선생님은 몇 번이나 화면을 다시 새로고침해서 점수를 재확인한 끝에야 나를 쳐다봤다.
“GED 시험 때문에 조금 기대를 하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내일은 뷔페 말고 스테이크 썰러 가자! 교장 선생님께 청구하지 뭐.”
“그게 무슨??”
선생님은 의아한 둘을 위해서 친절하게 나의 점수를 읽어주셨다.
“로한 킴, 개인 순위 1등. 전 과목 만점이야.”
“……!!!”
나도 조금은 놀랐다. 과하게 준비한다고 했는데, 정확한 내용을 미리 숙지하지 못한 질문이 두 개 있었다.
나름대로 논리정연하게 유추했지만, 그 두 개는 틀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른 문제를 다 맞힌 것 보다, 헷갈리는 두 개를 맞춘 게 훨씬 짜릿해.’
그 때까지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던 아이비가 내 두 손을 잡고 마구마구 흔들었다.
“아니, 만점이면 팀 점수도 1위라는 거잖아요.”
“그래. 로한 덕분에 1일차 만점, 팀 순위 1위야. 그라나다 힐스가 2위.”
“대박! 이렇게 캐리당한다고?? 미국이 주목하는 최고의 문제아 로한 킴한테??”
“음… 썩 기분 좋은 표현은 아닌 것 같은데?”
“대학 수준인 AP 수업만 듣길래 공부는 좀 하는 줄 알았지만… 이건 진짜 남들한테 말해줘도 아무도 안 믿을 거에요. 리아는 특히!!”
“대단하다, 대단해 로한. 겨우 1일차라지만, 우리 학교가 최하위권을 벗어난 것도 모자라 1위라니!”
소피아 선생님과 아이비는 한동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시험은 이런 맛으로 치는 거 아니겠어?’
오로지 한 명만 이 분위기에 적응을 못했다.
“이게… 말이 돼? 어떻게?? 채점이 잘못된 거 아니에요?? 니가 1등이라고???”
“제시카. 너 지금 굉장히 무례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이번에는 내가 나서기도 전에 소피아 선생님이 먼저 차단했다.
“선생님은 이게 납득이 돼요? 이렇게 어려운 시험을 만점? 7과목 다 만점?? 전 최소 1년을 바쳐서 준비했다지만 얘는요? 사기를 친 게 아니고서야…”
“제시카. 로한은 GED 시험도 이미 만점을 받은 사례가 있다. 너 증거도 없이 같은 학교 학생을 의심하는 건 심각한 행동이야. 징계 사유가 될 수도 있어.”
“…그래도… 이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제시카는 혼자 씩씩거리면서 분을 참지 못했다.
나는 잠깐 그녀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냥 너한테 불가능한 거야. 모든 사람을 너랑 같은 지적 수준이라고 판단하면 안 되지.”
“……”
제시카는 꽉 쥔 두 주먹을 부르르 떨다가, 나에게 삿대질을 했다.
“…어떻게 치팅(Cheating:부정행위)했는진 모르겠지만, 내일이면 니 실력이 다 까발려질걸? 꼴찌나 면하면 다행이지…!”
전형적인 악당의 대사를 하고 퇴장하는 제시카는 우습지도 않았다.
정작 내가 걱정이 되는 건…
‘잠깐. 방금 지적 수준 언급하면서 깐족거리는 건 로한이 한 거야?? …설마 내가 한 건가??’
*
데카슬론 2일차.
제시카는 밤새 잠을 못 자 얼굴이 푸석했다.
‘만점이라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그녀 말고도 점수에 의문을 표한 사람이 많은지, 협회는 ‘로한’이 만점을 받은 게 정확하며 그 어떤 부정행위의 조짐도 없었다고 못 박았다.
‘말도 안 돼. 주최측 누군가가 매수당했어. 그렇지 않고서야…’
역시 세상은 부조리하다.
안 그래도 로한이 상류층 집안의 자제라는 소문이 돌더니, 제시카는 그게 사실임을 100% 확신했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 시험은 절대 부정행위가 있을 수 없다.’
2일차 시험은 바로 에세이 쓰기.
시험 시작 시간이 되자 감독관이 안내했다.
“책상 위에 종이 한 장이 있을 겁니다. 2시간 안에 주제에 맞춰서 자유롭게 에세이를 작성하시면 됩니다. 바로 시작해주세요.”
종이 맨 위에는 에세이의 주제가 적혀 있었다.
[주제: 인권이란 무엇인가](1000단어 안팎으로 에세이를 완성해주십시오)
제시카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평범한 학생도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마당에, 두뇌까지 근육인 운동선수가 과연 에세이를 쓸 수 있을까?’
특히 1000단어 에세이는 난이도가 상당했다.
기껏 해봐야 종이 한 장, 앞뒤만 사용할 수 있는 적은 분량.
그 안에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담아야 한다.
그것도 번뜩이는 주장과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에세이만 집중적으로 연습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평소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더라도 낭패를 보기 쉬운 유형의 시험이었다.
‘다행이야. 내가 이미 몇 번 준비해본 주제야.’
반면 제시카는 거침없이 에세이를 채우기 시작했다.
미국 피지컬 천재가 되었다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