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5
35
‘에세이가 포함된 경시대회라니.’
글을 쓸 수 있는 기회 자체로도 충분히 즐거운데, 제한 시간이 주어지고 남들과 경쟁을 한다니까 무척 설렌다.
나는 서둘러 주제부터 확인했다.
[주제: 인권이란 무엇인가](1000단어 안팎으로 에세이를 완성해주십시오)
“……”
짧지만 무척 심오한 질문.
순간 인권에 관련해 내가 지금까지 읽은 수많은 서적이 떠올랐다.
「앵무새 죽이기」나 「1984」와 같은 픽션이나,
「인간의 존엄과 자유」, 「우리는 인간이다」와 같은 논픽션.
인권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었다.
[인권은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 권리다.] [인간에게 자유가 주어지고, 차별이 없어야 한다.] [인권이 보호받아야 비로소 사람은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이걸 하나로 엮어서 에세이를 완성한다면?’
이미 어려운 부분은 유명한 저자들이 대신해줬다.
나는 그걸 토대로 에세이의 뼈대를 만들어봤다.
머릿속으로나마 논리정연하게 기승전결을 완성하고,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수준 높은 에세이였다.
“……”
하지만 쓰는 재미가 없었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생각과 견해를 녹여냈지만, 어디까지나 껍데기에 불과하다.
‘나의 일부분을 담아보자.’
글에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이라 표현하고 싶다.
나는 심상 세계를 맴돌며 인권에 대해 고민했고…
“……!”
마침 내가 [창조]한 인물 중, 인권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캐릭터가 떠올랐다.
그는 ‘인권’만 생각하면 역겹다는 얼굴로 헛구역질을 했다.
[인권은 허상이다.] [오로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을 세뇌시키는 악질 프로파간다.] [아무도 나의 자유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평생 목숨을 걸고 쟁취하지 않는 한, 노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가만히 듣기만 해도 웃음이 났다.
얼른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나는 ‘그’에 빙의하여 거침없이 에세이를 작성했다.
“……”
솔직히 엉망이었다. 뚜렷한 기승전결도 없고, 문체는 공격적이다.
‘마음에 쏙 든다.’
그런데 읽는 맛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음모론에 지나지 않는 궤변일 수 있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피가 끓는다.
마음을 움직이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그래. 인생에 그냥 주어지는 건 없다. 인권은 내가 정의하고 내가 만들어가겠다.’
1,000단어는커녕 500단어밖에 채우지 못한 짧은 에세이였지만 다시 한 번 읽어봐도 가감할 구석이 없었다.
결국 나는 겨우 30분 만에 에세이를 제출했다.
당연히 첫 제출자였다.
*
모든 데카슬론 대회는 USAD 협회가 주관했다.
작년의 챔피언, 그라나다 힐스 고교가 포함된 캘리포니아 주 예선은 전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최상위 지역구.
존 뷰크 부협회장은 올해의 유망주들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직접 참석했다.
“우리는 스타가 필요합니다.”
그는 대회 시작 전부터 준비 위원들을 모아놓고 강조했다.
“경시대회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
모두 알고 있지만, 뷰크 부협회장 앞에서 언급하길 꺼렸다.
“소셜미디어의 발전을 통해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는데, 막상 경시대회는 지루하고 참가자는 너드밖에 없다…는 선입견 때문이죠.”
“……”
“네, 다들 그게 선입견이 아니라고 생각하죠? 또 중국계 미국인 아니면 인도계 미국인만 수상을 하는 그들만의 리그라면서 말이죠.”
아무도 대답하지 않지만, 그것 자체가 대답이었다.
“그게 맞지만 틀렸습니다.”
“……?”
“아마 그들 중에서 우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겠죠. 아니, 반드시 그럴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의미가 퇴색되는 건 아닙니다. 각자의 문화권에서 우선시하는 가치를 위해 개인적인 부분들을 희생하면서까지 이 자리에 온 특별한 학생들입니다.”
뷰크 부협회장은 모든 사람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우리가 그들을 그냥 그렇고 그런 또 한 명의 동양인으로 생각하는 건 서사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그들의 사연을 몰라서, 어떤 성장 배경이 있는지 관심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는 곁에 있는 몇몇 카메라들을 가리켰다.
“여러분이 직접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또 한 명의 참가자가 아닌, 그들이 진짜 누구인지 관심을 가져보세요. 그것만으로도 정이 가고, 참가자를 응원하는 마음이 생기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제야 몇몇이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부협회장님… 예년보다 카메라가 많은데, 혹시?”
“맞습니다. 우리가 넷플에 투자해 데카슬론 대회의 예선과 본선을 담는 다큐멘테리를 찍고 있습니다.”
뷰크 부협회장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데카슬론은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경쟁의 무대. 그 어떤 서바이벌 쇼보다 매력적인 요소가 충분하다.’
“이건 리브랜딩이 아닙니다. 그냥 데카슬론의 진면목을 온전히 담을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경시대회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캘리포니아 지역 예선 참가자 명단을 들어보였다.
“이 안에서 우리는 스타를 찾아야 합니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이 대회를 준비했고, 세상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기 위한 큰 야망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분명 있습니다. 그를 찾아주세요. 우리의 경시대회가, 아니 미국 교육의 미래가 여러분 손안에 담겨 있습니다.”
“부협회장님… 오프 더 레코드로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어차피 알아서 편집되니 편하게 말씀하세요.”
상대는 잠깐 주저하다가 이내 물었다.
“그… 평소보다 되게 오글거리는 컨셉을 잡으신 건 촬영 때문인가요? 저희도 혹시 그런 말도 안 되는 텐션을 맞춰야 하는지…”
“5분만 끊었다 갈까요? 아… 자네는 잠깐 남도록 하지.”
*
어쨌든 부협회장의 메시지는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교육,”을 위한 사명감을 갖고 어떻게든 스타를 발굴하라고 지시했지만,
협회 내부 이메일로는 다큐멘터리의 고정적인 출연자라도 한 명이라도 찾아낼 수 있다면 따로 “파격적인 포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은밀히 약속했다.
[1일차]준비위원들은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학생이 조금만 눈에 띄어도 바로 부협회장에게 쪼르르 달려가 유망주로 추천했다.
“부협회장님!!!”
“…또 폴 자넨가. 앞으로 하루에 한 학생만 추천하게 제한을 두던가 해야지… 이래가지고 무슨 일이 진행된다고.”
“이번엔 진짜입니다. 1일차 개인 시험 전과목 만점 받은 학생이 있습니다!”
“뭐라고??”
촬영 중이 아니면 내내 심드렁한 눈빛을 하고 있던 부협회장이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것도 흑인 학생입니다.”
“뭐라고!!”
처음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려 전국 최하위 등급을 받은 오클랜드 고교 재학생입니다.”
딱히 PC의 압박이 아니더라도, 일단 희소성 있는 캐릭터일수록 화제가 된다.
‘이렇게 극악한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학생이라니! 모든 게 완벽하다!!!’
부협회장은 황홀한 얼굴로 재촉했다.
“다, 다시 한 번 말해주게.”
“전형적인 Rags to riches(누더기에서 부자가 되다=개천에서 용 난다) 사례입니다. 동양인 흑인 혼혈이고, 오클랜드 2학년… 7과목 모두 만점 받은 유일한 학생입니다.”
“아아아… 역시 신은 나를 버리지 않… 잠깐 혼혈이라고 했나? 설마 동양인처럼 생긴 혼혈은 아니겠지?”
“피부가 완전히 검진 않고, 따지자면 반반 닮은 것 같지만 그래도 흑인에 가깝습니다.”
“아아아! 아주 좋아. 일단 2일차까지 주시해보자고. 1일차 성적만으로도 주목할만하지만, 배점은 2일차 3일차로 갈수록 커지니까 혹여나 본선 진출을 못하면 아무 의미 없어.”
“넵! 알겠습니다.”
[2일차]준비위원 폴은 어깨가 축 처진 채 부협회장을 찾았다.
“왜… 벌써 무슨 사고라도 친 건가.”
“그건 아니고… 그 만점자가 오늘 30분 만에 시험치고 나왔답니다.”
“아. 글쓰기가 강점은 아닌 모양이군. 개인 점수에선 밀리겠지만, 팀 구성원은 어떤가? 한 명이라도 에세이를 준수하게 쓴다면 본선 진출 가능성이 있지.”
“그나마 3학년 한 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 시험 성적도 9위여서 기대해볼 만합니다.”
“좋았어! 그 아이 시험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채점해서 결과 보고해.”
“넵!”
그날 저녁 폴은 파워볼이라도 당첨된 사람마냥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왔다.
“기뻐하십시오!”
“설마 에세이 순위권 안에 들어온 건가??”
“제시카라는 학생이 같은 팀인데 에세이 4등을 했습니다.”
“아주 훌륭해! 그럼 팀 순위가 어떻게 되나?”
“오클랜드 고교가 1등입니다.”
“아직도?! 1일차에 격차를 꽤 많이 벌린 모양이군. 그럼 로한 군의 개인 순위도 많이 떨어지진 않았겠는데?”
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전혀 안 떨어졌습니다. 놀랍게도 로한 군의 에세이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등에 뽑히면서 개인 순위, 팀 순위 모두 1위로 2일차 마감했습니다.”
“신이시여!!!”
[3일차]3일차야말로 데카슬론 경시대회의 꽃.
마지막 시험으로 팀별 토론 대회가 진행되었다.
‘솔직히 앞의 두 시험보다, 토론 대회가 가장 중요하다.’
개인 시험은 가진 지식을 테스트하고,
에세이는 그것을 얼마나 논리정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지.
마지막 토론은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대중 연설 모두를 한꺼번에 활용하는 학문의 정점이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개인 시험 25%, 에세이 30%, 토론 45%로 배점이 가장 높아 단번에 순위가 뒤집힐 수 있는 날.
‘오클랜드 고교가 꼭 3위 안에 수상해서 본선진출을 해야 이 모든 고생을 한 의미가 있다.’
뷰크 부협회장은 토론 대회를 직접 관전을 할 정도로 관심을 보였는데…
‘타고난 슈퍼스타인가?’
오클랜드 고교는 디펜딩 챔피언, 그라나다 힐스 고교를 상대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특히 로한이 한 마디 한 마디를 할 때마다, 그라나다 힐스 고교는 반론조차 꺼내지 못하고 쩔쩔맸다.
‘처맞을까 봐 말을 못 한 것 같기도 하고?’
로한이 눈을 부라리며 강력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데, 솔직히 뷰크 부협회장 본인도 시선을 피하게 되더라.
어쨌든 캘리포니아 주 지역 예선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축하드립니다, 부협회장님.”
“폴, 자네도 고생 많았네.”
“넷플 제작진 측은 피드백 없었습니까?”
“아주 만족하고 갔네. 반드시 ‘스타’를 만들어주겠다고 장담을 하더군. 이대로 본선에서도 좋은 그림 만들어주길 바래야지.”
“그러고 보면 영화도 아니고… 진짜 오클랜드 고교의 엔딩까지 완벽하지 않았습니까? 팀 내부에 그런 드라마가 존재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너무 고맙지. 원래 어떤 쇼든 악역이 필요한 법인데, 자처해서 그런 역할을 해주다니.”
둘은 좀 전의 일을 떠올리며 헛웃음을 흘렸다.
*
토론 대회가 끝나자마자, 제시카는 씩씩거리며 나에게 따졌다.
“니, 니가 뭔데 날 팀에서 제명해!!!
미국 피지컬 천재가 되었다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