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7
37
뷰크 부협회장은 얼어붙은 듯 한참동안 움직임이 없었다.
“……”
일명 ‘심폐소생킥’이나 ‘Fuck you’ 세레모니나…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미식축구인지, 과격한 퍼포먼스의 프로레슬링인지 구분이 힘들었다.
‘저게 본 모습인가?’
데카슬론 대회 내내 지켜본 로한 킴은 겉으로만 불량해 보이지, 카리스마 넘치고 지적인 면모까지 있는 인재였다.
“……”
하지만 영상 속 로한 킴은 무섭다 못해 광기까지 묻어났다. 적어도 미식축구 필드 위에서는 빌런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학생을 우리 데카슬론을 홍보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픽스해도 괜찮을까요?”
폴 대표의 질문에 뷰크 부협회장은 잠깐 상상을 해봤다.
‘뛰어난 지적 능력의 모범생 vs 혼돈의 스포츠 악당.’
상반된 이미지를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히려 잘 됐어. 이 정도의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도 보기 힘드네. 우리 대회를 다른 타겟층을 공략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야.”
“…저희가 공략하고 싶은 타겟층이 맞을까요?”
“……”
폴 대표는 뷰크 부협회장의 표정을 보자마자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다.
‘전국 일주에 끌려다니며 온갖 잡일은 다 시키겠구나…’
*
‘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경시대회 우승에 대한 반응이 상상을 초월하네.’
레이몬 교장 선생님은 대회가 끝나고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실을 부정하는 단계였다.
“이건 절대 기억 상실 같은 게 아니다… 아직 인류의 과학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특별한 진화를 거친 게 분명하다. 실험실로 보내 두뇌를 조사해 봐야 하는데 내가 아는 동료에게 전화를 해서…”
나를 볼 때마다 계속 기계적으로 작게 중얼거리시는데, 눈빛이 너무 섬뜩해서 최대한 교장 선생님을 피하게 되었다.
[Congratulations! 로한과 아이비, 오클랜드 고교를 빛내다. 데카슬론 지역 예선을 1등으로 통과!!]학교 게시판 곳곳에도 우리의 우승 소식이 게재되어 있었다.
오클랜드 고교가 교육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학업적으로는 아무런 성과를 보여준 적이 없었다. 이 기회를 틈타 이미지 메이킹을 하려는 시도였다.
– 데카슬론이 뭐야? 올림픽 같은 건가???
– 멍청한 놈아, 경시대회잖아. 올림픽 말고 올림피아드 같은 공부 대회야.
– ??? 책벌레들이 참가하는 그런 거?? 우리 학교에서 그런 대회도 나갔어? 큰 행사인데 왜 소문도 안 났지?
– 너 같은 꼴통이 대다수인데 소문이 나겠냐. 애초에 우리 학교는 원하면 누구든 저런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것부터 문제였어.
물론 이미지 메이킹은 대실패였다.
오클랜드 학생들은 수업도 지루하면 잘 안 들어가는 아이들인데, 경시대회의 결과 따위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1주일 동안 학교를 빼고 데카슬론을 치르고 왔건만… 나의 부제 자체를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
나랑 마주치면 과거의 이미지 때문에 여전히 피하거나… 조금 더 대범한 경우엔 미식축구를 잘 보고 있다고 한 마디 하는 게 전부였다.
“아들!”
하지만 집에서는 완전히 반대였다.
“너무 축하한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하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구나. 네가 자랑스럽다.”
아버지와 엄마 모두 진심으로 기뻐했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되어서 그렇다던데… 죽다 살아나서 그런가??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지만, 너무 달라진 거 아냐?”
리아는 끝까지 의심스럽다는 말투로 말했지만, 첫 만남에 비하면 표정이 꽤 밝아졌다.
아이비가 그동안 ‘로한’ 때문에 그녀가 한 고생에 대해 간략하게 알려주었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조금씩 열리는 걸 보면 얼마나 여린 아이인지 알 수 있었다.
“우리 나가서 뭐 맛있는 거 사먹어도 되는데… 정말 홈메이드 치킨 괜찮겠어?”
“네. 전 집밥이 젤 맛있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오늘은 한국식 후라이드 치킨을 해주마.”
아버지가 두 팔을 걷어 치킨을 준비하셨고, 엄마는 옆에서 보조했다.
닭을 손질하고 양념하고, 튀김옷을 입히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런 나의 시선을 읽으셨는지, 아버지가 멋쩍게 웃었다.
“아직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구나. 너희가 어렸을 때 한국식 치킨집을 운영했어. 엄마랑 내가 하루종일 매달려있다보니 미안하게도 너희가 집보다 치킨 가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
“그때 참 둘 다 너무 귀여웠는데… 어느새 이렇게 컸는지 모르겠어요.”
“그러게… 로한이 특히 치킨을 좋아했는데. 남부식 치킨도 그렇지만, 아빠 기를 살려주고 싶었는지 한국식 치킨이 최고라고 맨날 친구들한테 자랑했어.”
‘……?’
이상한 일이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냥 듣고만 있었는데, 심상 세계가 열리며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재구성되었다.
정말 허름하고 작은 가게.
[레드 드래곤]이 차라리 전문 레스토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잘 것 없는 가게였지만, 그 안에서 행복하게 뛰어노는 로한과 리아의 모습이 보였다.아버지는 더운 여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닭을 튀기셨고, 언제나 그렇듯 엄마는 최대한 열심히 아버지를 도왔다.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행복한 가정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나는 문득 가게의 중앙에 걸려 있는 액자를 보다가, 정신을 차려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 치킨집에… 지금 우리 거실에 걸려 있는 엄마의 초상화가 있었나요? 메인홀 벽에 같은 곳에…?”
“……!”
순간 부모님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그게 기억이 나니?”
“워낙 어렸을 때의 일이라… 나중에 커서도 전혀 기억을 못했던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두 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이내 어색하셨는지 웃으면서 농담을 하신다.
“이거, 벌써 기억이 돌아오면 엄마는 조금 섭섭해질 것 같아. 지금의 로한과 막 정이 들기 시작해서…”
“다이애나.”
정작 아버지는 진지하셨다.
“우리의 로한이잖아. 기억이 온전한 로한이도, 지금의 로한이도 우린 항상 아낀단다. 그러니까 과거를 피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억지로 변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어.”
“맞아요. 지금도, 과거도… 결국 우리의 아들이니까.”
“……”
묘한 느낌이었다.
전생에는 행복한 순간, 슬픈 순간을 항상 혼자 보냈기 때문에 이렇게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가족 사이가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로한이가 의외로 애정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 삐뚤어진 걸까?’
리아를 보면 바람직하게 잘 큰 것 같은데… 내가 아는 로한은 정반대였다. 위험한 과거의 인연도 굉장히 많고.
“다 됐다. 이제 다들 앉자.”
마침 아버지의 한국식 치킨이 완성됐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후라이드 치킨과 고추장 베이스의 양념까지.
“오늘은 아들이 주인공이니, 먼저 한 번 먹어보렴.”
아버지는 가장 잘 튀겨졌다는 닭봉을 내게 건넸다.
“후후.”
살짝 뜨거워서 조금 식힌 후, 한입에 쏙 넣었다. 오물조물 씹으니 뼈만 쏙 빠져나온다.
눈이 확 커졌다.
“아니… 그 치킨집 왜 망했어요? 먹어도 먹어도 너무 맛있는데??”
솔직히 [레드 드래곤]의 신메뉴로 추천하고 싶을 정도의 완성도였다.
아버지와 엄마는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 더 먹으라며 치킨 그릇을 우리 둘에게 밀어주었다.
‘내가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인가?’
나는 사양하지 않고 치킨을 독차지하다시피했다.
전생에는 맛을 잘 못 느껴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치킨도 별로 즐기지를 못했는데… 혼혈로 빙의한 지금 미국 땅에서 한국 치킨에 중독될 줄이야.
참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그… 경시대회 이야기 좀 해줘. 아이비가 너무 좋았다고 하는데, 난 도저히 상상이 안 가네? 미식축구에선 온갖 깽판을 치는 망나니가… 캘리포니아 주 최고의 너드라는 게…”
“아, 너무 좋았지. 다들 공부에 진심인 아이들 사이에서 공부도 하고 경쟁을 하니까 생각보다 너무 재밌더라. 리아 내년에는 너도 한 번 나갈래?”
“잘 나가다가 갑자기 왠 급발진? 내가 그걸 왜해??”
“아냐아냐. 대학 준비에 그만한 게 없어. 안 그래도 오클랜드 고등학교는 등급이 낮아서 학점 잘 받아봐야 큰 소용 없고, 앞으로 나랑 하루에 다섯 시간씩만 함께 공부하자. 1년… 아니다 너는 한 2년은 꼬박 준비해야 간신히 커트라인을 통과할 수 있…”
퍽, 퍽 퍽!!!
“아악!”
리아가 씩씩대며 인정사정없이 나를 때렸다.
“아니 공부하기 싫은 사람 억지로 시킨다는 것은 둘째치고, 왜 난 2년이나 준비해야 해? 넌 한두 달 뚝딱 해치웠잖아?? 바로 1등 했잖아?? 나 무시해???”
“무시하는 게 아니라, 객관적인 판단이야. 2년도 네 능력을 조금 올려 친 감이 없잖아 있긴 한… 으악! 엄마, 평소엔 잘 말려주면서 왜 내버려둬? 나 이러다 다치면 미식축구 못해?? 어???”
“진짜 남매가 아니라 완전 원수라니까. 너 두고 봐라. 내가 꼭 1년 안에 똑같이 1등 찍는다. 이렇게 무시 받고 못살아.”
그녀는 그대로 내 방에 처들어가 내가 경시대회 준비에 썼던 수많은 책들을 자신의 방으로 옮겼다.
‘자존심 센 것만 놓고 보면 로한에 뒤처지지 않는다니까.’
나는 그런 리아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고,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그런 나를 부모님들이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하하…”
아직은… 이런 분위기가 좀 어색했다.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뒷정리는 제가 할게요.”
“너무 잘 먹어줘서 보는 아빠가 다 배불렀다. 다음 주에 또 해줘야겠어.”
“설거지는 그냥 두렴. 오늘 같은 날, 주인공을 고생시킬 수 없지.”
“그래도…”
“얼른 들어가래도!”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쫓겨났다.
안 그래도 고스트 에이전트와 「착한 사람」 관련 미팅이 잡혀 있던 차라 잘됐지만, 그래도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음 주에도 요리를 또 해주신다고?’
진행하시는 무역 사업이 어려워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자주 출장길에 오르시던 아버지.
요즘은 유독 집에 오래 계셨다.
“……”
방에 들어가기 직전, 잠깐 돌아봤더니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셨지만, 아버지에게서 어째서인지 무척 익숙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삶의 무게에 지쳐 있는 사람에게서만 받을 있는 그런 느낌 말이다.
*
고스트 에이전트는 「She’s Gone」의 계약을 따내려다가 자존심을 크게 다친 이후, 「A Good Man」의 공모전에는 정말 목숨을 걸었다.
‘한 작품을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한 적이 있었나?’
초창기에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었다.
자신이 목표로 했던 3대 공모전의 심사위원과 인연이 닿았고, 직접 「A Good Man」을 검토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예상보다 지출이 커졌지만… 확실한 리턴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야.’
솔직히 S급 에이전트가 아니라면 쉽게 성사시킬 수 없는 일.
워낙 명망 높고 까다로운 심사위원들이기 때문에 연락이 닿는 것부터가 너무 어렵고, 청탁을 하려면 오로지 그들이 깊이 신뢰하는 측근을 통해 적지 않은 후원까지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렇게 온갖 물밑작업을 해봤자 ‘공정한 심사’를 약속 받는 게 전부. 겨우 출발선상에 서는 대가로 좀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말인즉슨 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출품한 작품 95%는 제대로 검토도 안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이 확실하니까, 그걸로 충분하다.’
실제로도 고스트 에이전트의 도박은 통했다.
각 심사위원에게서 미리 연락이 온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베리타스 문학상.’]– 「A Good Man」 대상 수상
[빅5 공동 주최하는 ‘넥스트 베스트셀러.’]– 「A Good Man」 기대작 수상
[미국도서협회의 ‘미국 소설상.’]– 「A Good Man」 미국 신인상 수상
‘다들 작품 보는 눈은 있군.’
평범한 작가들은 평생을 노력해도 입선조차 힘든 일류 공모전들.
「A Good Man」은 그 세 곳 모두에게서 수상을 확답받았다.
‘하버드만 대상인 게 좀 아쉬운데? 역시 다른 공모전들은 대상 내정작들이 있었던 건가…’
분명 기대작이나, 미국 신인상도 유의미한 상은 맞지만, 고스트 에이전트가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는 다시 심사위원들과 접촉해 하버드의 베리타스 문학상은 「A Good Man」의 대상을 확정지었다는 사실을 흘렸다.
그러자 미끼를 문 공모전이 있었다.
[빅5 공동 주최하는 ‘넥스트 베스트셀러.’]– 「A Good Man」 기대작 수상 → 대상 수상
무조건 빅5 출판사를 통해서 최소 작품의 배급은 맡겨야 한다는 조건부 대상 제안이었지만, 어쨌든 선택은 작가의 몫. 에이전트인 자신의 역할은 작가에게 최고의 옵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미국도서협회 노인네들은 워낙 고집들이 세셔서…’
아쉽게도 미국 소설상은 여전히 신인상에 그쳤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이 정도만 돼도, 빅5 출판사가 침을 줄줄 흘리면서 달려들 수준이야. 차라리 예술 작품 출간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와 일을 해도 괜찮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고스트 에이전트는 얼른 이 기쁜 소식을 c.k. 작가와 온라인 미팅 약속을 잡았다.
‘이 정도면 나도 체면치레는 한 거지.’
그는 득의양양하게 발표 자료를 준비했다.
세 공모전 수상이 주는 의미.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며, 매출의 극대화를 위해 어떤 전략을 써야 하는지 최대한 자세하게 담았다.
‘굉장히 명석한 작가이니, 나의 가치를 정확하게 이해하겠지.’
드디어 계약을 맺을 때가 되었다!
과거의 굴욕을 떨칠 생각에, 고스트 에이전트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뭐야 이 연락은?’
…적어도 한 이메일을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A Good Man」을 담당하고 있는 에이전트는 보시오.] [이 작품, 정식으로 ‘이 시대 문학상’에 출품하시오.] [나쁘지 않은 결과가 있을 거요.]– 피터 오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