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38
38
고스트 에이전트는 c.k. 작가와의 미팅을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을 최대한 널리 퍼뜨려보자.’
자신이 작품을 읽으며 느낀 전율을 최대한 많은 독자와 공유할 때. 거기에서 고스트 에이전트는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찾았다.
그는 미팅에 앞서 미리 작가-에이전트 계약서도 준비했다.
‘처음 컨택했을 때 당연히 계약할 줄 알고 일찌감치 완성해놓은 건데.’
불과 4개월밖에 안 지났지만, 그 사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She’s Gone」이랑 「A Good Man」.
‘이 두 작품으로 이미 상위 1%의 작가가 되었어.’
그런 c.k. 작가의 나이는 고작 17살.
예술 업계에 원 히트 원더가 많다지만, 고스트 에이전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미래가 훨씬 촉망받는 작가야. 그의 성장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니.’
그는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래,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해 자신은 에이전트 업계에 뛰어들었다.
지금의 내가, 파워볼에 당첨된 사람보다 더 큰 희열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그건 아닌가…’
어쨌든 그런 고스트 에이전트에게 곧바로 찬물이 끼얹어졌다.
[「A Good Man」을 담당하고 있는 에이전트는 보시오.] [이 작품, 정식으로 ‘이 시대 문학상’에 출품하시오.] [나쁘지 않은 결과가 있을 거요.]“…피터 오웬??”
모를 수가 없는 업계의 거물.
고스트 에이전트는 급히 인맥을 통해 피터 오웬의 이메일 주소부터 확인했다.
‘무려 개인 이메일이잖아?’
좀처럼 놀라는 일이 없는 그였지만, 지금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상황 파악이 안 됐다. 결과는 눈앞에 보이는 그대로고, 그렇다면 원인은? 원인은???
어떻게 노벨문학상 수상자 피터 오웬이 「A Good Man」의 존재를 알게 된 걸까?
업계에 빠삭한 고스트 에이전트는 도저히 그 경로를 추측할 수가 없었다.
“……”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생소한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그것도 꽤 최근에.
‘설마??’
*
나는 미팅 시간에 맞춰서 우리만의 비공개 서버에 접속했다.
기다리고 있었는지, 입장과 동시에 채팅이 실시간으로 떴다.
[ghostagent: 내가 졌어. 도대체 무슨 마술을 부린 거야?] [c.k.: 지다니?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ghostagent: 도대체 「A Good Man」을 무슨 수로 피터 오웬에게 전달한 거야?? 나도 온갖 수단을 다 써봤지만, 비서의 답신조차 받지 못했어.] [c.k.: 아…! 그게 말이지, 운이 진짜 좋았는데…]채팅을 치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c.k.: 근데 너는 그걸 어떻게 알았어? 와… 정보력이 뛰어나다는 건 알았는데, 이런 사실까지 알아낼 수 있어? 며칠 되지도 않은 걸…]새삼 고스트 에이전트의 능력에 감탄했다. 정보 입수 경로를 혼자 추측해보고 있는데, 고스트 에이전트가 서둘러 나의 오해를 정정했다.
[ghostagent: 나도 그냥 내 뛰어난 정보력을 통해 알아냈다고 하면 좋겠지만, 피터 오웬님께서 친히 직접 이메일을 하셨어.] [c.k.: 아, 진짜?? 나한텐 아무 연락이 없으셔서 별 관심이 없으셨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와그너 교수님이 갑자기 에이전트가 있는지, 있으면 연락처를 알려달라 하시더니 그게 다 피터 오웬님께 전달하기 위해서였구나.] [ghostagent: 와그너 교수?? 아!! 피터 오웬이 세실 와그너랑 친하지!! 너 와그너 교수랑 친분이 있었구나! 하긴 UC버클리면 네가 사는 곳이랑 가까울 테고, 혹시 사제지간이야? 그럼 네 필력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래도 미친 재능이지만.] [ghostagent: 그래서 와그너 교수를 통해 「A Good Man」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거구나!]“……??”
어째서인지 오해가 점점 쌓여가는 것 같아서 내가 황급히 끼어들었다.
[c.k.: 아니야 그런 거. 이게 이야기가 좀 긴데, 간단하게 요약하자면…]나는 일단 고스트 에이전트에게서 영감을 받고 다른 중소 규모의 공모전에 지원을 한 일.
[ghostagent: …거의 30곳에 지원했다고?? 천잰가?? 명망 높은 공모전을 통해 상의 질을 챙기고, 최대한 많은 공모전에 출품해 상의 양을 챙긴다? 확실히 나중에 출간할 때 여러 곳에서 상을 받았다고 홍보하면 훨씬 파급력이 클 거야.] [ghostagent: 나는 에이전트가 돼서 왜 그런 생각을 못한 거지…]출품 결과를 확인하다가 지나가던 와그너 교수의 눈에 띈 일.
[ghostagent: 그냥 공부를 하러 갔을 뿐인데, 그곳에 와그너 교수가 나타났을 뿐이고, 마침 공모전 결과를 확인하고 있어서 와그너 교수가 먼저 감평을 해주겠다 제안했을 뿐이고… ]나중에 「A Good Man」을 읽고 나서 따로 연락이 와 피터 오웬에게 전달해도 되냐고 허락을 구한 일을 마지막으로 내 이야기를 끝마쳤다.
[ghostagent: 자칭 S급 에이전트라는 놈은 그동안 쌓은 인맥과 자금력을 총동원해 거의 한 달간 밤낮으로 영업해서 간신히 3대 공모전 출품했는데…] [ghostagent: 작가는 그런 의도 없이 순수하게 작품을 보여주고, 그걸 마음에 들어한 와그너 교수가 직접 피터 오웬에게 넘겨… 마감한 지 한달이나 된 ‘이 시대 문학상’에 출품할 기회를 만들었다 이거지.] [ghostagent: 내가 무슨 에이전트냐. 내가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데… 그냥 나가 죽어야 하나.]“…잠깐…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이 시대 문학상 출품??’
그게 무슨 소리인지 묻자, 오히려 고스트 에이전트가 더욱 혼란스러워했다.
[ghostagent: 설마 피터 오웬이 이번 ‘이 시대 문학상’의 심사위원장으로 뽑힌 걸 몰랐어? …그냥 나한테 먼저 연락을 한 건가???. 그럼 「A Good Man」가 수상하게 되었다는 것도… 지금 처음 듣겠네??]“????”
고스트 에이전트는 바로 피터 오웬의 이메일을 공유해주었다.
[c.k.: 에이, 그냥 출품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란 언질만 주셨네. 대상이 아닌, 입선 정도로 그치는 거 아닐까?] [ghostagent: …‘이 시대 문학상’은 대상 하나만 뽑아. 4년에 한 번씩, 한 작품만. 그것도 무려 노벨 문학상 작가의 인정을 받는 역대급 명예라고.]그렇기 때문에 다른 3대 공모전과는 급 자체가 다르고, 실제로 수상 결과가 상업적인 대흥행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몇 안 되는 공모전이라고 열심히 설명했다.
[c.k:…에이 설마. 그냥 좋게 봐주신 거겠지. 진짜 수상까지 할까?] [ghostagent: 피터 오웬이 절대 헛소리는 안 하는 사람이야.] [ghostagent: 미리 축하해. ‘이 시대 문학상’ 하나만으로도 나머지 공모전을 다 합친 것보다 몇 배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거야. 내가 괜히 삽질해서 우리 작가님 신경만 쓰이게 했네. 그냥 혼자 내버려두었어도 충분히 성공했을텐데. 하.하.하.]고스트 에이전트는 점점 혼자 중얼거리듯 채팅을 쳤다. 내 나름대로 열심히 달래주려 했지만, 상심이 큰 듯… 며칠 쉬어도 괜찮냐고 허락을 맡은 후 로그오프 했다.
‘왜지? 그래도 고스트 에이전트가 아니었으면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했을 텐데?’
나는 사실 공모전보다 유명한 작가분들이 내 작품을 좋아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행복했기 때문에 그의 기분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동안 너무 열심히 일해서 지친거겠지, 뭐.’
*
로한의 할아버지, J.P. 크롬웰은 나이가 들면서 인내심이 많아졌다.
‘조급할수록 일을 그르치게 되더라.’
그동안 차분하게 로한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다.
지난 6번의 오클랜드 고교 미식축구 경기를 일일이 다 챙겨봤을 정도였다.
경기 영상 한 번만 본 게 드물었다.
‘미식축구 선수로써…점점 빠르게 완성되어 간다.’
평생 수많은 유망주를 만났지만, 로한이야 말로 정말 눈부시게 빛나는 재능을 지녔다.
너무 탐이 나서 도저히 가만히 기다릴 수가 없었다. 얼른 자신의 품 안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보고 싶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가까스로 인내할 수 있었다.
상대를 먼저 찾아가는 쪽이 협상에서 지고 들어간다. 특히 지난 만남을 통해 관계가 소원해진 상태.
‘어차피 시간은 내 편이다.’
J.P.는 딸 가족의 경제적인 형편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거면 됐다.
다른 자녀들과 마찬가지로… 다이애나 역시 자신의 가족이 고생하는 걸 오래 지켜보지 못할 것이다.
*
김진헌은 개인 무역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난 5년간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집에 들어간 날짜를 다 합쳐봐도 1년에 한 달이 안 됐다.
중국에서 물건을 소싱하고, 세관을 비롯한 유통망을 뚫고, 미국에서의 판매처를 구축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난관도 많고 지지부진한 면이 있었다.
‘2~3년만 투자하면 어느 정도 길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든 말을 뒤집어버리는 중국 공장들, 수시로 바뀌는 세관법, 점점 비싸지는 판매처의 수수료등은 예상 범위 안이었다.
문제는 국제 정세.
‘갑자기 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나, 전쟁이 터지질 않나… 날씨도 오락가락하고 이젠 인플레이션에 기준금리 상승까지…’
뭔가 이제 좀 해볼만하다 싶으면, 자신의 노력을 한순간에 원점으로 되돌리는 큼지막한 재해들이 일어났다.
솔직히 원망스러웠다. 지난 15년간 큰 위기 없이 우상향하던 세계의 경제가 하필이면 자신이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휘청거리다니.
‘밤잠 줄이고 가족을 떠나면서까지 노력한 결과가 빚뿐이다.’
심지어 사업 자금으로 빚을 낸 거라 변동 금리가 적용돼서 상환액이 벌써 3배 가까이 올랐다.
‘원금이 줄어들질 않는다.’
사실 지난 1년은 진즉에 사업을 포기하고 돈이 되는 일은 뭐든지 했다.
위험한 건설 현장 위주로 나가면서 적지 않은 위험수당을 받았고, 잠을 줄이고 휴일까지 반납해 우버랑 배달 일을 틈틈이 병행했다.
그렇게 몸을 혹사시켜 적지 않은 금액을 벌어도 그놈의 금리 인상 때문에 이자가 늘어가는 속도를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 이제 더 이상 못 참겠어요. 이혼하기 싫으면 얼른 집에 돌아와요. 우리 결혼한 거 아니에요?? 모든 책임, 혼자 지려다 쓰러지지 말고 같이 헤쳐 나가요.
결국 다이애나의 최후통첩으로 김진헌은 집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오클랜드로 돌아와서도 일자리를 열심히 찾아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서슬 퍼런 감시 때문에 집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다.
– 일단 일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말고, 몸부터 회복해요. 그동안 너무 마음고생 많이 했죠?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그래도 가족을 생각하며 열심히 살았는데… 이상하게 아내의 위로를 듣자마자 저절로 눈물이 났다.
그녀를 껴안고 한참을 펑펑 울었다. 평생 그랬떤 기억이 없는데.
결국 며칠 요양하면서 상의한 끝에 은퇴자금 전부, 그리고 집을 팔아서 빚의 대부분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괜찮아요. 짐을 다 털고 가벼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거에요.”
다이애나의 손을 꼭 잡고, 자녀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오, 오느 무스 날이에요? 유난히 저녁이 푸짐한데…”
“좀 다 먹고 말해. 진짜 먹는 양 보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야 짐승.”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 함께 거실에 모였다.
오랜만의 가족회의(Family council).
“……”
김진헌은 한참 동안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도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어느새 아이들이 이렇게 커서…’
문득 자녀들이 태어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성장하는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미안하다. 내가 부족해서… 우리 집을 팔게 되었다. 빚을 갚는 동안만 작은 콘도나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할 것 같은데, 그 기간을 어떻게든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마.”
“……”
어느 정도 원망을 듣게 되지 않을까? 최소한 해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넵, 알겠습니다. 이사 준비 할게요!”
“최대한 빨리 집을 비워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 세팅을 할 테니까…”
로한과 리아 모두 너무 쉽게 받아들였다.
빚에 대한 그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표정도 너무 밝아서, 과연 우리의 처지를 이해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얘들아?”
둘은 어느새 자기 방에가서 벌써부터 짐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항상 티격태격하기 바쁜 아이들이 어쩐 일인지 오늘은 죽이 잘 맞는다.
“아, 맞다. 아버지, 혹시 엄마한테 ‘그’ 이야기 하셨어요?”
그러다 문득 로한이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그 이야기? 아… 아니. 네가 직접 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지금이 적당하겠네요.”
그는 다시 쇼파에 앉아, 영문을 모르는 엄마를 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저, 돈 좀 있습니다.”
“그렇겠지. 그동안 ‘레드 드래곤’에서 열심히 알바 했잖아.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절대 너에게….”
“아, 그것도 있지만… 사실 조~금 더 보수가 좋은 일도 하고 있었어요. 아버지 허락 하에.”
“그게 무슨?”
*
나는 그동안 번 돈을 떠올리며, 과연 가족에게 어느 정도를 밝히면 좋을지 고민을 했다.
“그게 말이죠…”
나름대로 줄여서 말하기는 했는데… 엄마는 당연하고, 나의 이중생활을 알고 있는 아버지까지 깜짝 놀랐다.
“…뭐, 뭐라고?! 얼마???”
“단위가… 이게 정말 맞니??”
미국 피지컬 천재가 되었다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