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
4
나와 리아는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버스 타는 애가 별로 없네?”
“……”
“하긴, 다들 운전면허가 나올 나이이니 자차를 타려나?”
“……”
“나중에 우리도 돈 모아서 차를 하나 살까?”
“……”
궁금한 것도 많고, 딱히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리아에게 계속 말을 걸었는데 리아는 내가 물어볼 때마다 점점 자리를 옮기기만 했다.
‘뭐, 일단 이것도 반응이라면 반응이겠지.’
관계 회복은 시간을 두고 해야할 것 같았다.
그렇게 대략 20분 정도가 흘렀을까? 스쿨버스는 곧 학교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야외 야구장을 지나 정문으로 들어설 때쯤, 학교의 이름이 보였다.
[Oakland Highschool]나는 집에서 검색했던 내용을 떠올려보았다.
– 설립년도: 1869년
– 재학생: 1500명 이상
– 전국 랭킹: 15,163/18,000
오클랜드에서도 가장 흑인 분포도가 높고 범죄율이 높기로 유명한 동네 이스트몬트에 위치한 공립 고등학교.
‘졸업률이 30%이하라고 하던가?’
오클랜드는 물론, 캘리포니아에서 최하위를 다투는 학교로 대학 진학률, 수학 능력 모두가 부족한 것도 모자라 졸업 자체를 포기하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봐서 그런가? 학교 분위기가 어디 교도소처럼 삭막하게 느껴지는데?’
스쿨버스에 내려서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로운 환경이라 두려움 반, 설레임 반.
하지만 이렇게 건강하고 튼튼한 몸이 있는데 뭐가 문제랴.
‘어째서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꿈에서 깨기 전까지 최대한 만끽해보자.’
나는 학교앱을 통해 미리 파악한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국의 고등학교는 내가 거쳤던 한국 교육과정과 달리 대학교 시스템과 더 가까웠다.
졸업을 위해 들어야 하는 학점이 있었고, 학생이 직접 골라서 전체적인 수업표를 짜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수학이라… 미국 수학은 더 쉽다던데, 진짜 일까?’
수학 자체야 어느 나라나 똑같겠지만, 진도가 한국에 비해 느리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중학교 1~2학년이 다루는 내용을 고등학교 내내 배운다고 하던데.
어쨌든 오랜만에 공부를 할 생각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전생에도 수업 듣는 걸 무척 좋아했다. 아무래도 몸이 불편해서 대부분 인강을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직접 참석할 수 있다니!
웃음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그런 나의 모습이 이상했나?
– 저 새끼 로한 아니야? 아니, 얼마만에 학교를 나오는 거야?
– 옷차림은 또 왜 저래?? 엄마나 사다줄 옷 같은 구닥다리를…
– 쟤 지금 가방 메고 있냐?? 마약 팔러 왔나??
아이들이 나를 보고 소곤거리는 소리가 너무 또렷하게 잘들렸다.
“어엇! 미안. 너무 오랜만에 봐서 깜작 놀랐어…”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전부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학교에서도 내 평판은 딱히 좋지 않았구나.’
하긴 집에서도 안 좋은 놈이, 바깥이라고 좋을 리가 있나.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최대한 조용히 수학 교실로 향했다.
거의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보니 학교가 꽤 넓었는데, 정말 20분을 꼬박 걸어서 겨우 근처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찾았다.’
이제 막 수학 수업 교실의 문을 열려고 했는데, 갑자기 교내 방송이 울려 퍼졌다.
[로한 킴? 로한 킴이 학교에 왔다고 하던데, 이 방송을 들으면 바로 교장실로 튀어오도록. 5분 안에 안 오면 바로 퇴학 처리할 테니 당장 와라.]“……!”
나는 황급히 학교앱을 통해 지도부터 확인했다.
‘방송을 조금만 더 일찍 하던가!’
위치를 확인한 나는 최대한 빨리 뛰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교장실은 정문 근처. 그러니까 내가 걸어온 20분의 거리를 고스란히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어? 근데… 나 달리기가 좀 빠른 편 아닌가?’
전생에 달릴 일이 없으니 딱히 비교 대상이 없었다. 다만, 그런 내가 느끼기에도 내 몸이 무척 가볍고 달리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살았겠구나.
전생의 내 처지가 슬픔과 동시에, 지금 이순간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 저 새끼 뭐야? 실실 쪼개면서 존나 뛰고 있네.
– 교장이 불렀다고 바로 튀는 거 보소. 그럼 그렇지, 학교 마약 팔러 왔다니까
– 아니 근데 피지컬 하나는 미쳤네. 역시 그쪽 가문 사람인가… 저 정도면 운동선수급 아냐?
*
“후우…후우…”
20분을 걸어왔던 거리를 5분만에 뛰어오려니 나름 긴장을 했는데, 정작 교장실 앞에 도착하고 보니 30초 가량이 남았다.
처음에는 숨이 조금 차올랐지만, 호흡을 가다듬으니 금세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오, 이게 건강한 몸의 피지컬인가?’
전생에는 고개만 몇 번 돌려도 금방 지쳐서 포기하곤 했는데,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되돌아보게끔 했다.
똑똑 –
“들어오게.”
근엄한 목소리에 다시 긴장이 좀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 유명한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과 닮은 70대의 노인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모건 아저씨는 좀 더 점잖은 신사 느낌이라면, 이 사람은 좀 꼬장꼬장한 분위기야.’
“……”
교장 선생님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진짜로 찾아오다니. 애초에 학교에도 잘 안 오는 놈이 도대체 무슨 변덕이 불어서 순순히 날 찾아왔지?”
“네? …그냥 단순히 호출하셔서 왔는데요. 아무래도 퇴학당하면 조금 곤란할 것 같아서…”
내 논리정연한 대답에도 교장 선생님은 점차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가 호출해서 왔다고? 퇴학당하기 싫어서??”
그는 차라리 내가 마약을 팔기 위해 학교에 다시 왔다고 하면 순순히 믿을 눈치였다.
“네가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 같다는 네 엄마의 전화를 받고도 코웃음을 쳤지만… 지금 네 꼬라지를 보니 믿을 수밖에 없겠군.”
“……”
‘교장이 아무리 불러도 무시하고, 퇴학 따위는 우스웠던 아이였구나.’
최대한 로한 킴의 컨셉을 지키고 싶다가도, 가끔은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놀라웠다.
“일단 앉아라.”
교장 선생님은 나를 보기만해도 두통이 심해지는지 계속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우리 학교는 감옥에 가지 않는 한 먼저 나서서 퇴학처리를 하지 않는다.”
“아, 학생은 아무래도 어리니까 두 번 세 번 기회를 주어서 갱생의 여지를 남기는 거군요.”
“…대부분 실제로 수감 되거나, 알아서 자퇴를 하기 때문이지. 그나마 남은 쥐꼬리만큼의 학생들을 출석일자가 부족하거나 성적이 미달 되었다고 퇴학시키면 학교 존속이 어려워진다.”
교장 선생님은 안 그래도 늘 부족한 예산이 재학생의 숫자에 따라 확 줄어들 수도 있다고 투덜거렸다.
‘졸업률이 30% 미만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에는 그런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구나…’
재학생 1500명 중 70%가 감옥에 가거나 고등학교를 자퇴한다니. 그런 지옥의 통계라면 아마 1학년이 남은 2, 3, 4학년을 모두 합친 숫자보다 많을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학교앱에 제가 2학년이라고 나오더라고요. 말을 들어봐서는 지난 1년동안 거의 학교에 안 온 것 같던데…”
“자랑이다 이놈아.”
“…죄송합니다.”
“그래, 퇴학조치도 어려운 상황에 무슨 유급을 시키겠냐. 학교에 이름만 올려도 저절로 학점을 채워서 졸업을 할 수 있지.”
“아아… 고생이 많으십니다.”
“나를 가장 골치 아프게 하는 너한테서 듣고 싶은 말은 아니구나.”
“……”
우리는 한동안 어색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정말 기억을 잃은 게 맞나?”
“…네.”
“그것 참 편한 변명이로군.”
교장 선생님은 여전히 의심이 되지만 더 추궁하지는 않았다.
“네가 학교에 진 빚도 기억 못하겠지?”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시더니… 기억을 잃은 제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시는 건?”
“기억을 잃은 것뿐만 아니라, 개념까지 상실했나??”
“아, 진짜 제가 빚이 있다는 거군요. 죄송합니다. 일단 모든 사람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요.”
“…계속 말을 섞어봤자 나만 머리가 아프니 거기까지 하지.”
교장 선생님은 아예 두통약을 4~5알 통째로 씹어드셨다.
“너는 운동 특기생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들어왔다. 생활비까지 지원되는 도시 장학금이라 액수가 꽤 큰 편이었던만큼, 유지 조건도 까다로웠다.”
“아…”
“기억이 조금은 난 건가?”
“아뇨.”
“…당연히 출석일자, 평균 성적이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운동부 활동을 꾸준히 참석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리그에서의 성적이야 네가 컨트롤 할 수 없지만, 훈련에 참가하고 꾸준히 대회에 출전하는 건 당연히 포함되어 있지.”
나는 바로 교장 선생님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근데 저의 전적을 봐서는 모든 부분을 소홀히했겠네요.”
“남의 일처럼 말하니 더 기분이 나쁘군.”
“…죄송합니다.”
“그렇다고 몰아세우기에는 환자를 다그치는 것 같아서 양심이 찔리고… 거 참 영악한 놈이로고…”
교장 선생님은 이어서 진지하게 말했다.
“네가 입학하면서 선금으로 받은 액수가 총 2만불이다. 네가 유지 조건을 깨면서 전부 환불해야 하는 금액이지.”
“……!”
“학교 등록금이랑 교재 보조금 등 학교 운영관련으로 들어간 돈은 내가 임의로 환불 처리해 도시에 반납했지만 미납금이 아직 1만불 남았다.”
1만불 자체가 한화로 1200만원에 육박하는 거금. 우리 가정형편을 고려하면 내 체감보다 훨씬 부담되는 금액이라는 것쯤은 파악할 수 있었다.
“그걸 네 엄마가 지난 1년 동안 분할해 꾸준히 상환하고 계셨다. 아니라면 진즉에 퇴학 처리가 되었겠지.”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퇴학을 시키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마 빚을 갚지 않는 것도 불법이겠지.
‘내가’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나를 어떻게든 졸업시키기 위해서 필요 이상의 지출을 부담하고 있는 엄마에게 죄송한 마음부터 들었다.
‘희망이 없는 망나니라도… 제 자식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겠지.’
나는 교장 선생님에게 정중히 여쭈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될까요?”
“…이해가 빠르군.”
“단순히 제가 죄책감을 느끼라고 장황하게 설명하실 분은 아닌 것 같아서요.”
“그렇다. 네가 지금이라도 장학금 유지 최소 조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면, 내가 도시 위원들에게 읍소해볼 수 있다. 어쩌면 다시 장학금 지급이 재개될 수도 있겠지.”
“장학금 유지 최소 조건이라면?”
교장 선생님은 서류를 하나 보여주었다.
[장학금 지급 유지를 위해 갖춰야 하는 최소 조건. 아래 항목 중 하나만 충족시키면 된다.]– 미식 축구, 야구, 농구 중 한 종목을 선택해 바시티 팀에 합류한다.(Varsity: 고교 리그에 참여하는 주전).
– 재학 내내 모든 과목 성적을 평균 이상 유지 한다(C학점 혹은 GED 시험으로 대체 가능).
엄청난 조건을 상상했던 나는 서류를 읽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청 쉽네요?”
“그렇지? 너라면 그 어떤 운동 종목이라도 아주 쉽게 바시티 팀에 들 수 있을 거다. 대회 성적과는 상관없이 재학내내 바사티 명단에만 이름을 올려도…”
“아, 전 GED시험을 칠 생각입니다. 그냥 바로 날짜 잡을까요?”
“…뭐???”
교장 선생님을 내가 처음 교장실을 찾아왔을 때보다 더욱 놀란 얼굴로 뒷목을 잡았다.
“네, 네가 시험을?? 기억을 잃었다면서???”
“음, 공부는 지금부터 하면 되죠. 어차피 기억을 잃은 게 오히려 나은 거 아닐까요?”
“일 리가 있군.”
“……”
*
나는 말이 나온 김에 다음날 바로 일정을 받아서 온라인으로 GED 시험을 치렀다.
“……”
교장 선생님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탄식을 내뱉었다.
“맙소사…”
미국 피지컬 천재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