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0
40
“도대체 월세가 얼마니..?”
엄마는 내 집이라는 말에 너무 큰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어느 정도 나의 이중생활을 알고 있던 아버지는 오히려 그래서 지금 상황이 더 이해가 안 되는 눈치.
반면 리아는 갑자기 내 손 냄새를 킁킁 맡고, 팔을 자세히 훑기 시작했다.
“아버지에겐 미리 말씀드렸지만, 아직 부끄러워서 엄마한테는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어요.”
“나는!”
“너한테 말해야 함?”
“……”
나는 바로 가방에서 책을 한 권 꺼냈다.
「그녀가 사라졌다」 by c.k.
“이거, 제가 쓴 책이에요. 정식으로 출간된지 얼마 안 돼서 지금에서야 보여드리네요.”
“……???”
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둘은, 여기가 내 집이라는 말보다 더 말도 안 되는 말을 들은 반응이었다.
“니, 니가? 책을???”
리아는 책을 뺏어 들더니 그 내용물을 자세히 살폈다.
“진짜 소설책이잖아. 작가 이름 c.k.는 또 뭐야? 그냥 아무 책이나 가져와서 우리한테 프랭크(Prank: 장난, 몰카)하는 거 아니지?”
뜬금없이 집을 공개하는 것도 모자라 작가 커밍아웃까지 하니 충분히 의심할만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증언을 보태주었다.
“인터넷 연재를 위주로 하는 줄 알았더니… 결국 종이책도 나왔구나. 표지가 아주 멋있어. 축하한다 아들.”
“아니 당신! 알고 있었으면 나한테 귀띔해줄 수 있었잖아요.”
“그게… 아들이 먼저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싶어서. 좋은 일이잖아.”
“하지만…”
엄마는 계속 내 책과 나를 번갈아보며 외계인 보듯했다.
아무래도 엄마가 평생을 안 로한과, 나의 갭이 너무 클 것이다.
리아는 그래도 믿지 않았다.
“아무리 책을 그렇게 달고 살았다 해도, 정작 책을 쓰는 건 완전 다르지 않나? 니 머리로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해?”
“지금 캘리포니아 경시대회 우승자의 지능을 의심하는 그쪽은 학점이 몇이라고요?”
“…어쨌든! 그리고 나도 잘 모르지만 보통 작가는 가난하지 않아? 책 한 권 쓴다고 레이크사이드 집 월세를 감당할 수 있나??”
이번엔 제법 날카로운 질문에 부모님의 이목까지 쏠렸다.
“…여기요.”
어차피 결국 이 집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밝혀야 하는데, 그냥 바로 정산 내역을 공개했다.
“……”
시간이 멈춘 듯했다.
다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깐족대길 좋아하는 리아 마저 뻣뻣하게 굳었다.
“…뭐, 뭐라고?! 얼마???”
“단위가… 이게 정말 맞니??”
부모님의 반응은 당연했다. 솔직히 소설 한 권 써서 $1.7M(=22억)을 버는 작가가 몇 명이나 있을까?
나는 마약을 팔지 않았고, 사기를 치지도 않았으며, 그 어떤 범죄와도 연루되지 않았다고 해명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마법도서관]의 제임스와 통화를 하고, 판매 내역까지 확인한 후에야 가까스로 이해한 듯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의문이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대단하다, 아들. 정말 자랑스럽다. 크게 성공했구나!”
“책을 쓴 것 자체로도 충분히 놀라운 일인데, 엄청난 작가님이셨어. 엄마도 꼭 읽어볼게.”
한동안 집 따위는 뒷전이었다. 부모님이 한참이나 나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셨다.
“……”
기분이 오묘했다.
‘나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하는 사람들이구나.’
전생에서는 누려보지 못한 사치. 나는 멋쩍게 웃으면서 감사함을 표했다.
‘그래도… 이제 겨우 시작이고, 내가 더 많은 금액을 정산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좀 나중에 밝혀야겠지?’
일단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기로 했다.
*
우리는 메릿(Merritt)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새집을 한참 구경한 후,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더 안전한 동네에 경치도 좋고, 세련된 신규 주택.
가족의 상기된 표정을 보자 내가 다 뿌듯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너의 집에 들어가서 사는 건…”
그런데 부모님은 괜히 죄책감을 느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자녀의 도움까지 받기에는 염치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럼 우리 혼자 살아요? 우리가 걱정되지도 않으세요?”
“우리??”
그 사이 자기에게 중요한 키워드는 귀신같이 알아듣고 리아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까 유심히 니 방 골라 놓은 거 아니었어?”
“하..하.. 그렇게 티가 났나…”
나는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렸다.
“우린 부모님이 필요해요.”
“…맞아. 저기 들어가서 살고 엄마 아빠 없으면 나한테 요리 청소 시킬 거 아냐. 그건 안 되지.”
“그래, 넌 그냥 들어오지마.”
결국 부모님도 우리의 간절한 눈빛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셨다.
“그럼 한동안만 신세를 지마. 그래도 일정 월세를 내고, 공과금은 우리가 책임져야지.”
“그건 나중에 따로 상의하는 걸로 하고… 진짜 들어오시기로 약속하신 거에요.”
아버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나와 리아는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 가족은 화기애애하게 언제 이사를 갈지, 가구는 어떻게 배치할지 등을 상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어? 잠깐만. 전화 좀 받을게요.”
엄마는 무척 들뜬 목소리로 통화를 나누더니,두 주먹을 흔들었다.
“우리 집, 사겠다는 오퍼가 왔어요.”
“…벌써?”
일찌감치 중개사를 고용하고 판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지만, 아직 사진 촬영이나 오픈 하우스와 같은 홍보를 아예 하지 않은 상태였다.
“올려놓은 매물가보다 15% 높게 사겠다고 해요!”
“……!”
“특이한 건 나중에 매매 계약을 체결할 때 대면으로 진행 하자더라고요. 어쨌든 너무 잘 됐죠! 이제 빚을 다 갚고도 당신 사업에 더 투자할 수 있을 거에요.”
엄마는 너무 기뻐서 눈물까지 흘리며 말했다.
‘경제적으로 정말 힘드셨구나.’
나와 리아는 거의 처음으로 기쁨의 시선을 교환했다. 물론 곧이어 어색해서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일이 잘 풀려서 너무 잘 됐다.
“…다행이야, 정말.”
아버지는 웃으면서 엄마와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었지만, 나는 아버지의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이상하다. 마냥 기쁜 일은 아닌 건가?’
*
– 엇, 너 왜 누워 있어? 숨쉬기 힘드니?? 심폐소생킥!
– 미친놈아. 거기 잘 못 밟으면 사람 뒤져.
– 그래? 누군 오히려 살아나던데??
– 헉, 새꺄 조용 안 해? 저기 다리우스 지나가잖아.
‘제기랄!’
평소 같았으면 남들의 뒷담화에 직접 갈궈줬겠지만, 다리우스는 그냥 못 들은 척했다.
그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보통 고등학교에서 4학년 졸업반은 황금기라 불렀다.
적어도 고등학교 안에서는 남 눈치 볼 것 없는 나이이기도 하고, 정작 미성년자라 책임질 일 없으니 가장 자유로운 시기.
거기에 미식축구와 같은 주전 쿼터백의 경우에는 고등학교에서만큼은 어지간한 셀렙보다 인기가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그 개새끼 때문에!!’
그리고 다리우스는 무려 ‘크롬웰 프리미엄’이라고 해서 고등학교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인지도를 지닌 슈퍼스타.
지금까지 살면서 유명세가 주는 모든 혜택만을 마음껏 누렸는데, 하필이면 가장 찬란해야 하는 졸업반 시기에 유명세에 따른 폐해마저 겪어야 했다.
으드득 –
바로 자신의 두 살 어린 조카이자, 한 번도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은 로한 킴 때문.
‘심폐소생킥이라니…’
웃기지도 않은 밈이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완전 명치에 깔끔하게 들어간 태클을 당해 잠깐 기절했다.
그런 상태의 선수를 발로 짓밟다니?
‘나도 안 할 짓을…!’
악마도 울고 갈 만행이 아닌가.
그런데 제명은커녕 3주 결장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당했다.
‘분명 아버지가 손을 쓰셨어.’
그게 가장 신경 쓰였다.
점점 아버지의 눈에 드는 잡종 새끼. 그리고 그런 하찮은 잡종 새끼 때문에 온라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상황에 화를 참기가 어려웠다.
‘눈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할 놈들이 감히 익명의 힘을 빌려서 나댄다니까.’
‘심폐소생킥’ 사건 당시 한동안은 잠도 잘 안 왔고, 후유증에 시달려서 후속 경기까지 졌다.
올해만큼은 완벽한 전적을 남기고 고교 리그를 은퇴하고 싶었는데, 이래서는 재학 내내 당연하게 달성했던 리그 1위 자리도 위태로웠다.
[퍼시픽 하이츠]8승 2패 – 리그 1위
[오클랜드]7승 2패 – 리그 공동 2위
[리버티]7승 2패 – 리그 공동 2위
퍼시픽 하이츠는 지난주 마지막 경기를 치르면서 리그 마감.
문제는 오클랜드와 리버티가 아직 한 경기가 남았다.
[오클랜드 vs 리버티]이 경기에서 리버티가 이기면 자신들과 똑같이 8승 2패를 기록하지만, 리그의 규칙에 따라 퍼시픽 하이츠가 리버티와의 리그 경기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퍼시픽 하이츠가 1위를 유지한다.
반대로 오클랜드가 이기면 또 똑같이 8승 2패. 문제는 리그 개막식에서 퍼시픽 하이츠가 오클랜드를 상대로 졌기 때문에, 오클랜드가 최종 1위로 리그를 마감한다.
‘이게 다 그 빌어먹을 컨버젼 플레이 때문에!!’
누구에게 분풀이를 할 수도 없다.
아직도 [퍼시픽 하이츠 vs 오클랜드]의 마지막 10초가 생생하게 기억났다.
악몽으로도 몇 번을 꿨는지 모른다.
1점 뒤처지는 순간. 그때 안전하게 필드골을 시도 했으면 동점이 되어서 오버타임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굳이 역전승을 위해 2점을 노리고 직접 공을 운반했다.
그 결과 ‘심폐소생킥’이라는, 아직도 떡밥이 죽지 않는 전설적인 밈이 탄생했고, 리그 첫 경기에서부터 졌으며, 이대로는 리그 1위로 빼앗길 상황에 처했다.
반면 로한은 그가 결장한 세 경기 중 두 경기를 진 거지, 로한 본인이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전승.
심지어 매 경기 뛰어난 기술력과 경기 이해도를 바탕으로 수많은 하이라이트를 생산해내며, 요즘은 스포츠 방송을 탈 정도로 주목받고 있었다.
얼마나 언터쳐블인지,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도 퍼포먼스로 인정받으며 악동 이미지까지 구축하고 있다.
퍼퍼퍽!
다리우스는 집에 오자마자 지하의 운동장에서 샌드백을 쳤다.
로한의 얼굴을 상상하며 지칠 때까지 쉴새 없이 때렸다.
아무리 때려도 마음속 응어리는 풀리질 않았다.
“으아아아!!”
펑!
결국 샌드백이 찢어지자 그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질렀다.
“어이, 내가 샌드백은 그렇게 치는 게 아니라고 했지?”
다리우스 문득 고개를 돌렸다.
몸 자체가 흉기라고 느껴질 정도로 날카롭게 단련되었지만, 그것보다 살기가 형형한 눈빛의 소유자.
“차머스? 여긴 무슨 일이야.”
“잠깐 아버지한테 용건이 있어서. 끝나고 집에 가려다 형편없는 펀칭 소리가 들려서 나도 모르게 와봤지.”
“……”
다른 사람이 그런 소릴했다면 바로 욕부터 박았겠지만, 차머스는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현 프로 복싱 4대 통합, 언디스퓨티드 챔피언(Undisputed Champion: 반박의 여지가 없는 최강의 복서).
차머스 크롬웰.
19살부터 지금 39살까지. 무려 20년 동안 프로 경기 50전을 치러 50승을 거둔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위아래 없는 다리우스였지만, 배다른 형 차머스에게만큼은 무척 공손해졌다.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5년 안에 처늙겠지.’
그런 다리우스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차머스는 웃으면서 다가왔다.
“넌 지금 마치 주먹을 검처럼 쓰고 있어. 마치 베듯이 때리니까, 그런 형편없는 펀치로도 이런 샌드백이 찢어지는 거야.”
그리곤 직접 시범을 보이기 위해서 다리우스를 휙 밀었다.
“일단 일직선으로 때리는 연습을 해. 발끝에서부터 주먹까지 힘을 완벽하게 전달하는 거지.”
팡!
“……!”
무슨 대포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그 묵직한 샌드백이 3미터를 쭉 밀려나 벽에 부딪혔다.
바로 곁에 서 있었던 것만큼 위력이 확연히 느껴졌다.
‘맞으면 무조건 죽는다.’
다리우스는 아주 깍듯한 태도로 감사를 표했다.
“귀한 시범까지 보여줄진 몰랐어. 그대로 연습해볼게.”
차머스는 그런 다리우스가 귀엽다는 얼굴로 볼을 꼬집었다. 거의 멍들 정도로 아팠지만, 다리우스는 찍소리도 못했다.
“요즘 그 아이 때문에 골치 아프다면서? 다이애나네.”
“골치 아프긴 무슨. 잠깐 반짝하다가 사라질 놈이야.”
“그랬다면 우리 귀여운 막내동생이 심폐소생킥한 번 당했다고 이렇게 패배자처럼 찌그러져 있진 않겠지.”
“…그건 또 언제 들었어..”
차머스는 실실 웃고 있었지만, 굉장히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다리우스 너… 위험한 거 알지?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경기 내내 처참하게 당한 것도 모자라, 전국적인 망신까지 당했어. 이러다 눈 밖에 나는 거 금방이야.”
다리우스는 신경 끄라고 말하려다, 차머스와 눈이 마주쳐서 입을 꾹 다물었다.
“너, 내가 한 방에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 알려줄까?”
“뭔데?”
다리우스는 처음으로 흥미를 보였다.
“…미친 거 아냐?”
그런데 그 방법이라는 게, 자신의 상상을 초월했다.
*
‘드디어 리그 마지막 경기인가?’
벌써 학기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어느새 노스캘 리그의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 위해 필드 위에 섰다.
[오클랜드 vs 리버티]전통적인 강호 리버티 고교.
노스캘 뿐만 아니라 인근에서 수비로 가장 유명한 팀.
하필이면 퍼시픽 하이츠와 같은 리그라서 만년 2위를 벗어나지 못한 비운의 팀이지만, 전국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실력 있는 팀이었다.
“준비 됐지?”
“준비는 나를 맞아야하는 상대팀이 해야겠지.”
“……”
웨이드 존스와의 대화는 한 학기 내내 익숙해지지 않았다.
어쨌든 경기 시작에 앞서, 양 팀은 포지션을 잡았다.
– 뭐야, 쟤네… 갑자기 포지션이 바뀌었네?
– 무슨 생각이지? 리그 내내 디펜시브 라인 섰던 둘이잖아.
– 저거 진형, 효율성이 너무 떨어지지 않아?
잠깐의 소란이 일었다.
그럴만도 했다.
오늘의 경기를 위해서, 나랑 웨이드 존스는 파격적인 포지션 변경을 했으니까.
‘기대해도 좋다고.’
나는 얼른 뛰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