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1
41
나와 웨이드 존스의 충격적인 포지션 변경.
이제야 처음 선보이는 변화지만, 사실 몇 주 전부터 이야기가 나온 주제였다.
코치진과 나, 그리고 주장 대런 로저스가 오래 준비한 끝에 우린 ‘최고의 방패’ 리버티 고교팀을 상대로 포지션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겉으론 너무나 완벽하고, 멘탈까지 단단한 대런 로저스가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
노스캘 고교 미식축구 리그는 총 10주의 일정이었다.
매주 금요일에 진행되는 10경기.
퍼시픽 하이츠와의 충격적인 개막식 승리 이후, 오클랜드 고교는 최초로 리그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컨텐더(Contender: 경쟁자, 후보자)에 올랐다.
‘나의 재능은 정말 보잘 것 없구나.’
주장 대런 로저스가 그렇게 꿈꿔왔던 상황이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무력함만 느꼈다.
퍼시픽 하이츠와의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오로지 한 명의 사기적인 플레이어 덕분.
로한은 이후 어이없이 3주를 결장하게 되었는데, 그때 진행된 3경기 중 2경기를 졌다.
오클랜드는 로한이 복귀하고 나서야 연전연승을 할 수 있었다.
“……”
자신의 기여도가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수비팀인 로한이 매 경기 공격팀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린 순간 쿼터백의 입지는 한없이 작아진다.
‘매번 턴오버를 만들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을 해버린다.’
고교 수준에서는 그렇게 드물지 않은 일이긴 해도, 모든 경기에서 이 정도로 활약하는 수비팀은 오클랜드가 유일하다.
아니, 로한이 진두지휘하는 수비팀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분명 학기 초만해도 로한에 대한 악감정만 가지고 있던 수비팀이, 이젠 자진해서 그의 지시를 따른다.’
애초에 주장의 포지션이 아니지만, 그래서 더 대단하다. 오로지 실력으로 모두의 인정을 받고 잡음을 완전히 없앴으니까.
‘반면 나는 공격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도 이번 시즌에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다리우스를 보면서도 열등감을 느꼈지만, 이 정도의 무력감은 처음 겪었다.
다른 팀도 아닌 바로 자신의 팀원 때문에 이런 감정에 시달리다니.
대런 로저스가 꽉 쥔 주먹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한심하긴.”
“……?”
어느새 집에 온 쌍둥이 클로이가 혀를 찼다.
그녀는 어느새 응급키트를 가져와 자신의 손을 깨끗하게 소독하고 드레싱했다.
“쿼터백이 제 손을 자해하면 어쩌자는 거야? 공은 어떻게 던지려고.”
대런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럼 오히려 우리팀 공격이 더 나아질 거야. 아주 유능한 쿼터백 자원이 있거든.”
그래, 아마 그래서 더 견디기가 어려운 것 같다.
팀에 자신보다 나은 쿼터백이 있다.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팀 전체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부분.
다만 상대가 알아서 다른 포지션을 찾았고, 그 포지션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활약을 펼치기 때문에 아직 현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만약 자신이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이 로한을 쿼터백으로 삼을 것이고… 오클랜드의 공격팀은 아마 리그 최고의 창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악마의 재능이야. 실제로 악마인 것 같기도 하지만…’
클로이는 그런 대런을 도도한 눈빛으로 지켜보다가 살살 뺨을 짝- 때렸다.
“벌써 잊었어? 너 재능 형편없는 거, 잘 알고 있잖아?”
“……”
“중학교서부터 지금까지, 다들 천재라고 떠받들어주니까 이제 진짜인 줄 알았어?”
그녀의 말이 자신의 가슴을 후벼팠다.
사실이었으니까. 대런은 그 누구보다도 미식축구를 사랑하지만, 지닌 재능은 그녀의 말대로 형편없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주전치고는 모자란 게 팩트다.
타고난 피지컬 자체가 평범한 수준. 그런데 그가 오늘날의 스타 쿼터백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네가 잘하는 건 딱 두 가지야. 그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집념.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절실한 노력.”
대런에게는 다른 선택권 자체가 없었다. 11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독기를 품고 미식축구에 매진했고, 마음먹은 이후 단 하루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가 중학교 시절 각광 받을 수 있었던, 비교적 피지컬 차이가 학생 사이에서 덜 두드러진 것과, 그 누구보다도 노력한 시간이 월등하게 많아서였다.
‘고등학교부터 피지컬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기 시작했어.’
1학년부터 힘에 부쳤다. 입학 전 여러 학교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는데, 피지컬 괴물들이 상당히 많았다.
캘리포니아의 수많은 강호 고교들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자신의 고향인 오클랜드 고교로의 진학을 고른 것도 사실 겁을 먹어서였다.
‘만만했어. 여기선 잘 할 자신이 있었다.’
너무 못하는 학교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잘하는 학교도 아니다. 딱 날 위한 무대.
실제로 오클랜드 입장에선 자신이 최고의 유망주였고, 이 정도 수준의 쿼터백 자원이 없어서1학년 때부터 주전을 뛰며 활약할 수 있었다.
‘리그 중위권 팀을 1년만에 3위로 끌어올렸어.’
이보다 이상적일 수가 없었다.
이젠 자신의 이름을 보고 더 좋은 신입생들이 오클랜드에 지원했고, 웨이드 존스와 같은 전국구 유망주를 얻으며 한층 강한팀이 되었다.
다만… 이렇게까지 강한팀이 될줄은 상상도 못했다.
‘크롬웰이 주는 무게감이 이 정도였나.’
다리우스도 모자라, 로한의 존재감은 대런의 정신력을 갉아먹었다. 팀은 계속 연승 행진이지만, 스탯으로 놓고 보면 자신의 기여도는 작년보다 떨어지고 있다.
그 점이 대런을 조급하게 하는 것이다.
“정신 차려. 이래가지고,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있겠어?”
“……”
대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엉망인 집. 멀쩡한 물건이 없었다. 어머니는 금방 찾아오겠다며 연락이 안 된 지 3년이고, 아버지는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집에 안 들어오는 게 속 편했다.
“너라도 독립하라니까. 모델을 잘되잖아.”
“…약속했잖아. 딱 고등학교 때까지만이야. 같이 떠나는 거야.”
“초등학교 때 한 약속을 아직도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넌 날 이 지옥에서 혼자 두고 떠날 수 있어?”
“……”
클로이가 대런의 머리를 품에 안았다.
대런은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위로받았다.
“…다시 열심히 해볼게.”
*
– 쟤,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니야?
– 너무 위험해보이는데? 연습벌레가 이젠 아예 기계가 된 것 같아. 안 망가지나?
– 그래도 리스펙이다. 자신을 저렇게까지 채찍질할 수 있다니.
미식축구부는 안 그래도 평소 연습량 많은 대런 로저스가, 거기서 강도를 한 단계 더 높이는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
나도 내심 감탄했다. 다행히 혹사하는 수준까지는 안 가고,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부분이 놀라웠다.
굉장한 정신력과 자제력 없이는 불가능한 훈련 스케쥴. 코치진을 긴장시킬 정도의 고강도 훈련이었지만… 대런 로저스는 차분하게 자신을 날카롭게 벼렸다.
“코치님. 제가 공격 전술을 몇 가지 공부해왔는데, 혹시 저희 팀에 적용할 방법이 있을까요?”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인 분야는 전략전술. 대런은 평소에도 미식축구 관련 공부를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최근에는 자발적으로 코치진 전술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다.
‘진짜 미식축구에 제대로 미쳤구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굉장히 반듯한 모범생과 같은 이미지의 주장이었지만, 미식축구에 대한 집착은 광기에 가까웠다.
“저, 로한?”
그러던 어느날 대런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는 아무래도 같은팀이지만, 수비와 공격으로 나뉘어 같이 호흡을 맞출 일이 아예 없었다.
특히 ‘로한’과 초창기에 상당한 트러블이 있었던만큼 서로 존중은 하지만 거리를 좁힐 계기는 없었는데, 그 미묘한 관계를 먼저 깬 것이다.
“이미 수비팀의 슈퍼스타를 귀찮게 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장착하면 유용할지도 모르는데, 혹시 다른 포지션을 연습해볼 마음 있어?”
“다른 포지션?”
“갑자기 공격으로 포변하면 상대팀의 허를 찌를 수 있을 것 같아서.”
나는 대런의 진지한 태도에 잠깐 고민했다.
“내가 쿼터백하면 넌 뭐 하려고?”
“네가 원하면 언제든 쿼터백 경쟁할 생각 있어. 하지만 일단 내가 생각하고 있는 포지션은 러닝백이야.”
러닝백이라면 보통 쿼터백의 뒤에 자리를 잡는 공격 선수. 공을 받으면 정면으로 라인을 뚫고 전진하는 돌격대장이다.
“음, 내가 굳이? 차라리 웨이드 존스라면 잘 어울리기는 하겠지.”
미안한 말이지만, 현재 주전 러닝백이 약한 건 사실이다.
당장 내가 맡아도 공격의 전술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내가 수비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훨씬 영향력이 큰데, 굳이 그걸 버리고?
“그건 맞아.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건 전통적인 러닝백이 아니야.”
“그럼?”
“런닝백임과 동시에 두 번째 쿼터백이 되는 거야.”
“……?”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하지만 이어진 대런의 설명을 듣자, 그가 그리는 그림이 단숨에 보였다. 아주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완벽한 수야. 공격팀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걸 보완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진화 시킬 방법이야.’
헤드 코치도 적극 찬성한 결과, 우리는 평소 훈련을 소화한 후… 대런이 제시한 듀얼 쿼터백 전술을 익혔다.
나는 금방 익숙해졌는데, 듀얼 쿼터백 전술은 실시간으로 진형이 변하고 각 포지션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다양해져서 다른 공격팀원들이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그래도 리그가 끝나기 전에 한 번쯤은 써볼 수 있겠는데?’
*
우리는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리그의 마지막 경기에 임했다.
이번 경기만 이기면 리그 1위.
하지만 인생사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더라.
[오클랜드 0 : 리버티 0]벌써 1쿼터가 끝.
‘과연, 수비로 유명할 수밖에 없겠어.’
겨우 1쿼터를 치렀지만, 우리 공격팀과 수비팀 모두 꽤 지쳐 보였다.
“저 새끼들 미친 거 아냐? 진짜 함해보자는 거 같은데.”
“작년보다 더 악랄해졌어. 디안테 저놈은 그냥 깡패야. 수비는 무슨 수비, 무차별 공격이라니까?”
“짜증나. 줘패고 싶은데, 정작 우린 심판한테 존나 걸려.”
나는 경기를 뛰면서 왜 우리팀이 리버티 고교를 그렇게 꺼렸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진짜 더러운 팀이야. 집중적으로 반칙을 훈련하는 게 분명해.’
미식축구의 특성상 거친 몸싸움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상대의 헬멧을 잡거나, 폭력을 쓰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그런데 리버티 고교는 거의 모든 선수가 반칙을 서슴지 않았다.
– 오, 아직도 걸어다니네? 얼마나 튼튼한지 테스트 좀 할까?
– 이야~ 니 부모는 한 대 처맞고 제발 봐달라고 싹싹 빌던데. 넌 눈빛이 좋다 야.
– 우리끼리 내기할까? 누구 한 명 뼈 부러뜨리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아예 불구를 만들면 더 좋고.
폭언과 폭행이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놈들이다.
‘고교 리그는 심판의 수가 적고, 카메라 판독을 하지 않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준비해온 전략을 펼치기도 전에 라인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아니면 절묘한 타이밍에 대놓고 반칙을 해 경기의 흐름을 끊는다.
리버티 팀은 반칙이 심해서 퇴장 및 교체당하고, 우리는 감정이 격해지거나 부상 때문에 교체당하는 양상.
겨우 12분의 경기를 치렀지만, 각 팀에서 최소 3명씩 물갈이됐다.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우리팀은 몰리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어떻게든 라인이 시간을 벌어줘야 쿼터백이 공을 던지든, 내가 패스를 받아서 듀얼 쿼터백을 돌리는데… 그런 기회가 몇 번 생기질 않았다.
“자, 2쿼터 시작이다. 다시 가자. 쟤네들은 신경쓰지 말고 준비한 대로만 하면 돼.”
대런은 언제나 그렇듯 이런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팀을 다독였다.
“그래, 잘 해보자.”
“아오… 이러다 몸이 남아나질 않겠네.”
“경기 언제 끝나. 아직 1쿼터야.”
공격팀은 어슬렁어슬렁 필드 위로 이동했다.
나는 가만히 그 모습을 보다가 오랜만에 자의로… 내 안의 ‘로한’을 깨웠다.
“야 이 버러지 같은 라인 새끼들아.”
순간 덩치가 좋은 공격 라인맨들이 살벌한 눈빛으로 날 돌아봤다.
“…말조심 해라.”
“수비 좀 한다고 다들 오냐오냐해주니까 우리가 병신으로 보여?”
나는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태도가 끼꺼웠다.
“화도 낼 줄 아네? 난 또 겨우 리버티 새끼들한테 쫀 줄 알았잖아. 그렇게만 하라고, 어?”
“……”
나는 라인맨 다섯, 그리고 또 다른 러닝백을 맡은 웨이드에게 간단한 지시를 내렸다.
“너희… 우리가 준비한 공격 전략에서 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았는지 잘 알지?”
“뜬금없이 왜? 이런 상황에 너 잘났다고 칭찬 듣고 싶냐?”
나는 히죽 웃으면서 감히 대드는 놈의 어깨를 팍 쳤다.
그는 “으악,”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 경악한 눈으로 나를 돌아보는 얼굴에 공포가 새겨져 있었다.
“덩치는 산만한 놈이 엄살은.”
“…아니… 무슨 힘이…”
어쨌든 본보기를 세운 보람이 있었는지, 라인맨들의 태도가 그럭저럭 공손해졌다.
“아직도 이 경기 이기고 싶으면, 나… 퇴장 당하지 않게 알아서 잘 가려라.”
“…그게 무슨?!”
*
2쿼터 시작.
오클랜드 고교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공격 라인맨들이 수비 라인맨들을 막는데 집중하지 않고, 엉거주춤 뭉쳐 있었다.
“미친놈들. 겁먹어서 움츠러든 거 보소.”
이미 오클랜드 선수 두 명을 교체시킨 리버티의 디안테가 사악하게 웃으며 달려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빠악!
갑자기 관중석에서도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커다란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
필드 밖의 코치진과 관중들은 물론, 필드 위의 심판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못 봤다.
다만 양팀의 라인맨들을 모두 물리자, 거품 물고 쓰러져 있는 디안테의 모습이 드러났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쓰러졌어?”
심판들이 열심히 추궁했지만, 리버티 라인맨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아예 보지도 못했고… 오클랜드 라인맨들은 창백한 얼굴로 입을 꾹 닫았다.
어쩔 수 없이 경기를 재개시켰다.
오클랜드 고교의 두 번째 공격.
“하이크!”
대런이 공을 받아 플레이가 시작되자마자…
빠악!
리버티의 라인맨이 또 한 번 픽 쓰러졌다.
“이 자식들이 미친… 어?”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심판들은 바로 뛰어들었지만, 이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
어째선지 쓰러진 리버티 쪽보다, 오클랜드 쪽 라인맨들의 얼굴이 더욱 겁에 질려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