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2
42
오클랜드 공격 라인맨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이거 괜찮은 거야? 이건 감옥 가도 할 말 없겠는데…?’
‘씨바 쟤 안 움직여. 설마 죽은 거 아니지?’
‘악마다! 나는 악마를 보았어!!!’
‘아까 존나 개겼는데 어쩌지… 지금이라도 사과하면 봐주려나.’
리버티 수비 라인맨은 노스캘 리그 정상급이다. 퍼시픽 하이츠의 수비 라인보다 근소하게 우위로 놓는 사람이 많았다.
인성이 더러운 것에 정비례하여 크고 무거우며 의외로 민첩했다. 말 그대로 한 명 한 명이 피지컬 괴물들.
“……”
그런데 그중에서 유명 대학 입학이 가장 먼저 확정된 디안테가 거품까지 물며 쓰러졌고, 방금 또 한 명의 리버티 라인맨이 정신을 잃었다.
“이 새끼들이 정신 나갔나… 빨리 안 떨어져?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심판은 불같이 화를 내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게…”
다른 리버티 라인맨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쓰러진 동료와 오클랜드 선수들을 번갈아봤다.
“갑자기 쟤가 튀어나와서 충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날카로운 한 명이 라인맨 사이에 껴 있는 로한을 지목했다.
“나?”
로한은 세상에서 가장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심판을 쳐다봤다.
“전 그냥 지시받은 플레이에 따라 충실히 움직였습니다만?”
“…근데 널 보는 너희 팀의 표정이 왜 그래?”
그야말로 공포, 혼돈, 경악, 혐오 등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오클랜드 라인맨의 표정.
“글쎄요. 아무리 상대팀이라도, 부상을 당한다는 건 안타까워서 그런 거 아닐까요? 워낙 착한 녀석들이라… 그렇지??”
로한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그들에게 살인미소를 지어주자, 라인맨들은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 한 번만 더 수상한 일이 벌어지면 바로 퇴장이다. 알겠나?”
“넵!”
심판은 여전히 석연찮았지만, 이번에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다시 경기를 재개시켰다.
“…표정 관리 좀 하자?”
“미안.”
세상 선한 얼굴이었던 로한은 심판이 멀어지자 마자 금방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오클랜드 공격팀은 후다닥 자신들의 포지션을 되찾아갔다.
*
‘진짜 사기적인 스킬이야…’
나도 솔직히 감탄했다.
‘로한’의 기운을 빌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시도해볼 마음이 안 생겼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상당한 고난이도의 기술이었다.
‘괜히 미식축구 프로 레전드가 아닌건가…’
심상 세계는 내 인생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는 그곳의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편이었다.
특히 ‘나만의 도서관’에 어떤 책들을 들여놓는지는 굉장히 중요한 안건인데…
내가 미식축구를 준비하면서 빌린 책 중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게 만들던 일종의 마공서가 한 권 있었다.
「반칙도 잘하면 예술이다」 by 로렌스 테이텀
로렌스 테이텀은 세이프티라고 불리는 최종 수비수 역할을 소화한 선수였다.
별명은 무려 “The Cheat,” 즉 ‘반칙’ 그 자체였다.
그가 낸 책의 제목처럼 반칙도 잘하면 예술이라는 말이 바로 로렌스 테이텀 때문에 생겼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선수가 필드 위에서 반칙을 범했지만, 그만큼 은밀하고 효과적인 반칙을 하는 선수는 없었다.
오랫동안 종합격투기를 익혀 배운 기술들을 경기 내내 펼치며, 맞붙는 상대가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집요하게 괴롭혔다.
로렌스 테이텀에게 당한 상대팀 선수가 얼마나 많았는지, 그는 아예 자신의 책 한 챕터를 할애해 그들의 증언(=폭로)을 담았다.
[피해자 1 “분명 이웃집 친구처럼 친근하게 웃으면서 다가오는데 어느새 나는 바닥에 꽂혀져 있었다. 억울한 건 심판이 파울도 안부르더라.”] [피해자 2 “미친놈이 연기는 또 얼마나 잘 하는지, 상대팀 쿼터백을 속여서 자기한테 패스하게 하더라??”].
.
[피해자 999 “내로남불(double standard)이 젤 재수 없었어. 반칙 한 번 당하면 눈이 뒤집혀서 두 배 세 배 괴롭혀. 진짜 양심 뒤진 놈 아니냐??”]현역 당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로렌스 테이텀이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의로 반칙을 가한 선수 중 단 한 명도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
‘호기심에 몇 페이지만 읽어보려고 했는데, 끝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읽자마자 「반칙도 잘하면 예술이다」에 매료 되었고, 나름대로의 금제를 해두었지만, 저절로 ‘나만의 도서관’에 비치되었다.
지금까지 경기를 뛰며 수많은 충동을 억눌러야 했지만, 딱 한 번. 다리우스를 상대로 개방했던 미식축구계의 마공서.
나는 그 금단의 마공서를 오늘의 경기에서 아주 잠깐 펼쳐보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는 또 다시 교체 되어 새롭게 필드에 나온 리버티의 라인맨을 보며, 심상 세계에서 「반칙도 잘하면 예술이다」을 닫고 다시 책장에 꽂아 넣었다.
‘이제 사람이 좀 착하게 살아보려고 하는데… 세상이 안 도와주네.’
다음 플레이를 위해 양 팀이 정렬하는 가운데, 리버티 쪽 세이프티(Safety: 최후방 수비)가 내 어깨를 툭 치면서 지나갔다.
“감히 둘씩이나 담궈? 다신 깝죽대지 못하게 반쯤 죽여버린다.”
내 안의 ‘로한’은 물론, 어째서인지 「반칙도 잘하면 예술이다」가 저절로 책장 안에서 튀어나와 활짝 펼쳐졌다.
…막상 심상 세계 안에서 마공서가 열리니, 이젠 하다못해 ‘로렌스 테이텀’의 활활 타오르는 의지까지 느껴졌다.
‘한 놈으로도 감당하기가 힘든 상황에…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건가.’
나는 앞으로의 사태가 불안한 마음에 머뭇머뭇하며 내 위치를 찾았다.
“쫄았냐, 병신아.”
그런데 내 모습에 상대 세이프티가 가소롭다는 듯 조롱했다.
‘에효, 나도 이젠 모르겠다.’
*
말콤은 리버티의 세이프티를 담당하고 있는 핵심 선수였다.
‘저 재수 없는 새끼, 안 그래도 한 번 밟아주려고 했어.’
지금 노스캘 리그에서 로한을 모르는 선수는 없다.
현재 소속된 대부분의 팀이 패배한 것도 모자라, 망나니 세레모니로 능욕까지 당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툭하면 알고리즘의 타고 널리 퍼지고 있는 ‘로한 모음’ 영상들.
‘어떻게든 복수를 해달라고 사정한 놈이 한둘이 아냐.’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적으로 빌런 포지션은 리버티 고교가 담당했는데, 이 구역 미친놈이 하루아침에 판도를 바꿔놓았다.
‘이게 크롬웰 효과인가? 우린 온갖 욕을 다 처먹는데, 저 새끼는 오히려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추앙하는 놈들까지 생겼어.’
불공평한 세상이다. 자기들은 어디 나가서 리버티 고교 소속이라고 함부로 이야기도 못하는데, 더한 만행도 서슴지 않는 악마 놈은 단기간에 셀렙이 되었다.
“……?”
그래서 애초에 악감정을 가지고 오늘 경기에 임했는데… 경기의 흐름이 이상했다.
말콤은 자신의 절친 디안테가 실려 나가는 순간부터 오클랜드 공격진을 유심히 살폈다.
자신이 맡은 세이프티는 수비팀 포지션 중에서 최후방을 담당하기 때문에 경기의 양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 자식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 확실하다.’
두 번째 플레이, 그리고 또 다른 라인맨이 쓰러지자 말콤은 확신했다.
악마놈이 얼마나 교활한지, 심판의 콜은 없었지만 자신의 눈까지 속일 수는 없었다.
‘잡히면 퇴장당할 각오로 아예 병신을 만들어놔야겠어.’
“하이크!”
다시 오클랜드의 공격이 시작됐다.
리버티 쪽 주전 라인맨이 전원 물갈이돼서 그런지, 이번에는 오클랜드의 라인이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뭐야. 저 새끼들 갑자기 눈빛이 달라졌잖아?’
가만 보니 눈빛만이 아니라, 기세 자체가 달라졌다. 이 경기에서 지면 정말 죽는다는 각오로 달려드는 게 이 멀리에서도 확연히 느껴졌다.
‘약이라도 한 건가?’
1쿼터에서 리버티 수비팀의 장기를 살려 제대로 기세를 꺾어놨는데, 이렇게 갑자기 살아나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어쨌든 공격라인이 버텨주니, 쿼터백 대런 로저스가 주변을 살피며 패스를 던지려고 한다.
오클랜드에서 그나마 봐줄만한 리시버 사무엘 토레스가 깊이 침투하고 있었고, 신입생이지만 어지간한 주전보다 존재감이 큰 웨이드 존스도 빈 공간을 찾고 있었다.
‘어디냐.’
수비수가 한 명씩 맡았지만, 둘 다 만만치 않은 기량을 지닌 리시버들이라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도움이 필요한 쪽으로 최대한 빨리 지원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
“뭐야!!”
하지만 대런 로저스는 유독 시간을 끌었고, 결국 수비수 한 명이 라인을 뚫고 그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대런 로저스는 태클 당하기 직전,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공을 뒤로 뺐다.
‘설마 쫄려서 갑자기 전략을 바꾼 건가?’
몰리다 보면 쿼터백이라도 마음이 급해지고, 즉흥적인 플레이를 펼치게 된다.
어쨌든 공을 받은 건 러닝백 로한. 당연히 공을 들고 뛸 줄 알고 수비진은 그것에 맞춰서 진형을 앞으로 당겼다.
최대한 그를 빨리 눕혀서 전진을 막아야 했던 것이다.
‘미친놈 아닌가? 저런 도박성 플레이를…’
그런데 로한은 공을 받자마자 휙- 긴 패스를 던졌다.
리버티 수비팀은 물론, 코치진에서도 비웃음이 나왔다.
– 진짜 쟤네도 제정신이 아니구나. 저런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 러닝백이 롱 패스를 던져? 저놈은 미식축구를 영화로 배운 거 아냐?
– 아니 던질 거면 사람 있는 쪽으로 던지던가. 아예 보지도 않고 바로 던져?
– 쫄려서 그렇지 뭐. 쿼터백이 괜히 쿼터백이겠어. 다 달려드는 위급상황에도 침착하게 상황을 살펴야지, 쯧.
관중석에서도 소란이 일었다.
그런데 의외로 오클랜드 측 관중들의 반응은 반대였다.
– 드디어! 패스를 하는구나. 이 순간을 기다렸다고!!
– 나 소름 돋았어. 저래서 러닝백으로 포변한 거구나… 쿼터백 뒤에 있으면 후방 패스를 받을 수 있잖아.
– 듀얼 쿼터백이라… 엄청난 전략을 숨기고 있었어!
점점 환호성이 커지더니, 귀가 다 얼얼할 정도로 난리가 났다.
‘…웨이드 쪽인가.’
말콤은 일단 공을 향해 뛰고 있었다. 저 미친 로한은 무려 50야드(46m 가량), 즉 필드를 거의 횡단하는 긴 패스를 던졌다.
저 정도면 쿼터백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팔 힘을 지닌 것은 맞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확도. 아무리 멀리 던져봐야 아무도 없는 곳에 던지면 아무 의미 없다.
“저 새낀 또 왜케 빨라! 잡아!!!”
그런데 웨이드 존스의 기세가 상상을 초월했다.
마치 들소가 전력을 다해 뛰듯 힘이 넘치고, 심지어 빨랐다. 그는 아예 공을 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며 묵묵히 뛰었다.
그래도 패스 실패일 수밖에 없었다. 다들 그렇게 확신했다.
착 – !
그러나 필드를 가르는 공이 결국 땅에 떨어지기 직전.
웨이드 존스는 팔을 확 뻗었고, 그 안에 거짓말처럼 미식축구공이 깔끔하게 착 감겼다.
“…역시. 나를 최고의 리시버로 만들어주기 위해 하늘이 내려주신 조력자.”
“……”
웨이드 존스는 개소리를 내뱉고는 유유히 터치다운 존에 들어갔다.
[오클랜드 6 : 리버티 0]말콤은 물론, 그 모습을 멍청하게 지켜보고 있던 리버티 수비팀은 뭔가 경기가 아주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연이겠지? 설마 저 플레이를 노렸을 수가 없어. 그렇지??!!’
쿼터백 대런 로저스도 저런 말도 안 되는 패스를 완벽하게 성공시킬 수 없다.
겨우 러닝백인 로한에게 대런 로저스 이상의 팔 힘과 정교함이 있을 리 없다.
‘아니 생각해보면 쟨 디펜스 라인맨이잖아. 그래, 공 던질 일이 하나도 없는 포지션 주제에 그냥 운 좋게 얻어걸린 거야.’
누군가는 로또에 당첨이 되듯, 로한의 절박한 즉흥패스가 우연히 터치다운으로 이어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두 번 다시 시도하면 무조건 패스 실패, 어쩌면 턴오버로 이어질 최악의 플레이가 될 것이다.
“……”
하지만 이후 이어진 2, 3, 4쿼터를 통해 리버티 수비팀은 물론, 경기장 전체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저, 저게 사람이야??”
“도대체가…”
상상보다 훨씬 참혹한 광경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