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43
43
[오클랜드 vs 리버티]여러모로 주목을 많이 받는 경기였다.
일단 지난 5년 동안 큰 순위 변동이 없었던 노스캘 리그에 대이변이 일어났다.
1강, 2중, 7약 체제에서 개막식 첫 경기부터 1강이 무너진 것이다.
– 진짜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 고교 리그가 이렇게 흥미로웠던 적이 있나?
– 전체적으로 실력이 우상향한 것도 한몫할 듯.
퍼시픽 하이츠, 리버티, 그리고 오클랜드 세 팀이 리그 일정 내내 치열하게 엎치락뒤치락했다.
마지막 주까지도 리그 1위가 확정이 안 되었을 정도.
그래서 [오클랜드 vs 리버티]의 리그 폐막식 경기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경기가 또 한 번 대학 경기장에서 진행되고, 심지어 만석을 차지한 더 큰 이유가 따로 있었다.
– 난 솔직히 미축 별 관심 없는데, 로한 보러 옴.
– 나도나도. 이번엔 어떤 미친짓을 할지 너무 궁금하잖아.
– 경기도 엄~청 화끈해. 난 룰도 잘 모르는데, 로한이 공 잡으면 심장이 두근두근 하더라.
바로 오클랜드 최악의 망나니, 로한 킴 덕분.
“리아, 요즘 니 브라더 인기가 장난 아니더라.”
매 경기를 빼먹지 않고 직관하는 리아와 친구들.
SNS에 가장 진심인 알리사가 자신의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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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한의 망나니 세레모니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그의 인스타 팔로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분명 학기 초에 2천명 남짓이었는데, 3개월만에 1백만명을 넘긴 것이다.
게시글도 없고, 스토리 활동도 하지 않는 것치곤 상당한 인기.
“…아직도 저런 닉넴 쓰는 거야?”
리아는 진심으로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
“첨엔 좀 그랬는데, 이젠 잘 어울리지 않아?”
“글쎄. 나도 갱스터는 좀 아닌 듯. 겉으론 차가워도, 속은 따뜻한 남자랄까.”
아이비의 대답에 알리사가 정색했다.
“…아이비 쟤 요즘 이상해… 그 공부벌레들 파티하는 곳 다녀오더니, 자기 혼자 뜬금없는 이야길 꺼낸다니까?”
“너 설마 우리집 바퀴벌레 좋아하는 거야? 정신 차려!”
아이비는 못 들은 척 미식축구 경기에 집중했고, 그런 아이비를 클로이가 물끄러미 관찰했다.
“하아… 오늘은 또 어떤 만행을 저지르려나.”
리아는 벌써 두통이 생기는 듯했다.
다행히 경기 내용 자체는 시원했다.
*
– 2쿼터.
[오클랜드 7: 리버티 3]리버티의 공격팀은 리그 평균 수준이라, 로한과 웨이드가 빠진 오클랜드의 수비팀이라도 제법 잘 막아주었다.
결국 공격 횟수를 모두 써버린 리버티 공격팀은 먼 거리에서 필드골을 성공시켜 3점을 얻으며 쿼터를 마감했다.
– 3쿼터.
[오클랜드 35: 리버티 6]오클랜드의 듀얼 쿼터백 전술은 파괴적이었다.
이젠 대런 로저스의 패스뿐만 아니라, 로한의 돌진 혹은 패스라는 3가지 경우의 수를 모두 대비해야 했다.
그런데 오클랜드 공격팀이 얼마나 훈련을 많이 했는지, 이 3가지 경우의 수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계되어 혼란을 가중시켰다.
“으으윽!”
“또 당했어!! 쟤 고의라니까? 심판!!!”
“지금 몇 명이나 교체당한 거야??”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리버티 수비진의 끊임없는 교체.
‘뭐야… 왜 로한 옆에만 붙었다 하면 다들 넘어지고, 쓰러지고, 다치는 거냐고!’
로스터에 남은 선수도 거의 없었다.
현재 필드 위에서 뛰는 수비 주전은 자신을 포함해 둘. 나머지는 보통 시즌 내내 벤치만 지키는 놈들이었다.
오클랜드의 날카로운 공격을, 리버티가 만전이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런 팀으로는 상대의 터치다운을 허무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4쿼터
말콤은 오클랜드의 마지막 공격 플레이가 되어서야 경기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의문이 해소되었다.
‘아… 이렇게 부상을 당하는 거구나.’
시종일관 대런 로저스가 전진 패스를 던지거나, 허를 찌르는 타이밍에 로한이 공을 넘겨 받고 전진 패스를 던지던 오클랜드 공격팀.
그것만으로도 리버티 수비진은 무너졌고, 일방적인 원사이드 게임이 되었다.
‘갑자기 왜 뛰나 했더니…’
그런데 마지막 공격에서는 로한이 드디어 러닝백답게 공을 받자마자 돌진했다. 경기 첫 러쉬 플레이였다.
“막아!!”
“니가 막아!!”
계속 패스만 해대던 놈이 뜬금없이 뛰니까 라인들이 미처 대처를 하지 못했고, 결국 말콤이 직접 나서야 했다.
‘심지어 달리기도 빨라?’
말콤은 신을 욕하며 안간힘을 다한 끝에 겨우 엔드존 앞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
그게 문제였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콤은 당연히 태클을 했고, 로한은 태클을 피하기 위해 기이하게 몸을 꺾었다.
빠아악!
그 와중에 사고가 일어났다.
로한이 뒤로 떨어지며 헬멧으로 말콤의 중요부위를 가격한 것이다.
보호대가 무의미할 정도로 정통으로 맞아 하늘이 노래졌다.
“……!”
말콤은 자기가 욕했던 신을 아주 잠깐 알현하고 왔다.
정신을 차렸을 땐 로한이 두 팔을 뻗어 공이 아슬아슬하게 엔드존 안에 들어간 장면이 보였다.
[오클랜드 63 : 리버티 6]참혹한 경기 결과.
“따흐흑…”
특히 말콤은 모든 것을 잃은 경기였다.
*
[오클랜드 vs 리버티]의 화끈한 경기가 끝났지만, 관중석은 고요했다. 아무도 집에 가기 위해 일어나지 않았다.– 우와아아아아!!!!
– 로한! 로한! 로한!
오클랜드 학생들은 전부 관중석에서 일어나 로한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가 학교의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은 오늘 경기의 승리, 그리고 리그 1위가 주는 여운을 만끽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 두그두그두그… 큰 거 온다.
– 개교 최초로 리그 1위 등극!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세레모니를 할까?
– 오클랜드 최악의 망나니! 세레모니 타임~
‘망나니 세레모니’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한 로한에 대한 기대감이 관중석을 전염시켰다.
“저기… 리아.”
주변의 열렬한 반응에 아이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리아에게 물었다.
“혹시 로한한테 오늘 무슨 세레모니를 할지 들은 거 있어?”
“…제정신이 박혀 있으면 오늘처럼 크게 이겼을 땐 굳이 상대를 도발하지 않겠지.”
“로한이?”
“……”
반박불가의 지적에 리아의 입이 꾹 닫혔다.
필드 위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오클랜드 미식축구부를 보니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
갑자기 노래 소리가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 노래는?’
작년에 유행한 메가히트곡이었다. 중독성이 상당해서 어느새 사람들이 함께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한참 피 끓는 10대. 고등학생들 위주로 경기장은 금세 콘서트장으로 물들었다. 소리 지르고, 춤추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노래가 클라이막스에 다다랐을 때.
경기장의 중앙으로 십여 명의 여학생들이 당당하게 입장했다.
– 우와아아아아!! 치어리더 팀인가?
– 미친 존나 예뻐. 폐막 기념 스페셜 이벤트인가??
순식간에 미식축구 경기 당시의 열기보다 훨씬 뜨거워졌다.
그때까지 별생각이 없이 하품을 하던 클로이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쟤는??”
“……!”
리아도 누군가를 알아보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미친 거 아니냐고!!!’
*
‘음… 지금이라도 난 발을 빼고 싶은데.’
나는 입장하는 10대의 여학생들을 보며 뒷걸음질을 치게 되었다.
♪♩♬♩♪♬♪♩
그사이 신나는 노래에서 어느덧 끈적한 노래로 장르가 바뀌어버렸다.
여학생들은 도발적인 눈으로 각자의 파트너를 찾아 일렬로 세웠다.
바로 우리 오클랜드 고교 주전팀원들을 말이다.
그녀들은 접이식 의자를 하나씩 들고 왔는데, 그것을 펼쳐놓고 앉아서 감각적인 춤을 추었다.
– 개자식들!!!!! 부럽다!!!!
– 미식축구만 잘하면 다냐!! 우리도 함께 즐기자!!!
관중석 어디선가 괴성이 들려왔지만, 경기장의 광기 어린 분위기에 묻혔다.
귀가 얼얼할 정도로 커다란 함성은 여학생들의 춤 동작 하나하나에 맞춰 반응했다.
‘이게 미국 고등학교 문화인가?’
하긴, 물병 뒤집기 하나만 잘해도 전교생이 난리가 난 적이 있는 걸 떠올려보면… 지금 광란의 도가니가 펼쳐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
그런데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잠깐 정적이 흐르는 순간이 찾아왔다.
여학생들이 춤추다 말고 각자의 파트너를 자리에 앉힌 것이다.
그중에서 눈이 가장 깊고, 매력이 흘러넘치다 못해 마력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위험한 분위기의 여자아이가 나를 확 잡아끌었다.
“……!”
그리고 그녀들은 곧바로 우리 위에서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랩댄스(Lap dance: 무릎 위에서 추는 춤)를 추기 시작했다.
더 이상 뜨거워질 수 없을 것 같던 경기장의 분위기가 말 그대로 뒤집어졌다. 이러다가 관중석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부터 들었다.
‘이런 게 가능하단 말이야?’
나는 고등학생들이 이렇게 놀 수 있다는 것이 적잖은 문화충격이었는데, 갑자기 나의 파트너가 내 얼굴을 부여잡았다.
“어딜 봐. 나 안 보고.”
렌즈인가? 보석처럼 빛나는 보랏빛 눈동자를 나도 모르게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녀는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은은한 미소를 지었는데, 그 모습이 뇌리에서 좀처럼 떠나질 않았다.
– 어… 근데, 저 여자애들… 엄청 낯익지 않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세레모니는 금방 끝날 수밖에 없었다.
양 팀의 코치진이나 교사들이 나선 건 아니었다. 어차피 마지막 경기라 조금은 풀어주는 경향이 있었고, 무엇보다 갑자기 제지했다가는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냥 뒤늦게 관중들이 우리의 ‘의도’를 간파했을 뿐이다.
– 허억!! 쟤 말콤 전 여친 아냐??
– 야 저 금발 애는 리버티 쿼터백 여동생이잖아!!
– 저기 티나는… 디안테 현 여친인데… 미치지 않고서야…
– 그러고 보니 한명 한명 다 리버티 선수들과 연관 있는 여자들 아냐??
– 설마… 이번에도 망나니좌가 망나니좌 한 건가!!
– 대애애애애박!! 경기에서 참혹하게 짓밟은 것도 모자라, 현 여친, 전 여친, 가족이고 뭐고 다 건드리는구나.
경기가 끝나고 승자를 위해 일찌감치 퇴장했던 리버티 미식축구팀이 헐레벌떡 다시 뛰어왔다.
그들은 여학생들의 얼굴을 한 명씩 확인할 때마다 분노 게이지가 실시간 상승하는 듯했다..
“이 새끼들이 진짜 오늘 끝장을 보자 이거지?”
“그래, 무슨 미식축구냐. 남자는 주먹으로 승부를 봐야지!”
그리고 성공적인 세레모니의 끝은 언제나 그렇듯, 최악의 벤치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죽어! 죽으라고!!”
“너희가 이러고도 사람이야?? 이렇게까지 우릴 매장시켜야 속 시원하겠어?”
눈이 아주 제대로 뒤집힌 리버티 선수들은 앞뒤 볼 것도 없이 주먹을 휘둘렀고,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있던 오클랜드 애들도 한두 대 맞다보니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진짜 피 튀기는 패싸움이 일어나자 관중석은 또다시 열광했고, 코치진들은 기겁을 하곤 난입했으나 무기력하게 휩쓸려다녔고,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이 투입되고 나서야 사태가 일단락되었다.
*
다음날 학교, 지역 뉴스, 인터넷 모두가 난리가 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건 또 뭐야?”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인물이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아 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