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1
51
계체량을 무사히(?) 끝내고, 조지 코치가 조용히 나를 선수 대기실로 끌고 갔다.
“어떻게 된 거야?”
“제가 요즘 잘 먹잖아요. 뒤늦게 살이 좀 붙나봅니다.”
“…3일 만에? 13파운드(6kg)가 찐다고?”
“성장기가 그래서 무서운가봐요, 하하.”
그동안 조지 코치가 나의 증량 프로그램을 도와주었다.
식단부터 운동 스케쥴을 시간 단위로 짜주었고, 옆에 붙어서 일대일 트레이닝을 했다.
조지 코치와 마지막으로 체중을 쟀을 때가 3일 전.
‘어제 쟀을 때랑 똑같이 나왔지.’
3주 전: [84kg]
3일 전: [89kg]
계체량: [95kg]
3주 동안 정말 영혼을 갈아 넣은 결과 5kg도 간신히 찌운 것이다.
그런데 하루, 아니 그것도 아니고 그냥 자고 일어나니까 6kg이 늘었다.
태연한척 하지만 여기서 가장 놀란 건 나.
“잠깐…”
나의 몸을 세심하게 관찰하던 조지 코치는 잠깐 눈이 커졌다.
“…키도 살짝 큰 거 같은데? 원래 체육관 처음 찾아왔을 때가 6ft 2in(=190cm) 쯤이었지?”
그는 바로 줄자를 가져와서 내 키를 쟀다.
[6ft 4in(=193cm)]“……”
우린 어색하게 시선을 교환했다.
“아무리 성장기라지만… 이미 확 클 시기는 지난 거 아니야? 일단 몸에 이상은 없는지 체크부터 해볼까.”
어쨌든 당장 중요한 건 내일 경기. 조지 코치는 진심으로 걱정된다며 나의 컨디션을 체크했다.
나도 궁금했던 상태라 줄넘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단거리 달리기 등 지금 이 자리에서 하기 쉬운 걸 위주로 선보였다.
“……”
조지 코치는 심각한 얼굴로 나의 기록을 확인했다.
“너, 약 한 거 아니지? 오늘 도핑 테스트 했고, 내일 경기 전후로 두 번이나 더 할 거야.”
“네버. 제가 몸을 끔찍이 아낀다는 거 아시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빨리 키가 크고 체중이 분다고? 심지어 기량은 거기서 더 좋아졌어.”
나도 잠깐 운동하면서 느꼈다.
온몸에 활력이 넘쳤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이 내 몸 안에 갇혀 있는 느낌. 전부 폭발시켜버리고 싶었다.
“하아… 어쨌든 알았다. 좋은 게 좋은 거지. 오늘 고생했고, 들어가서 푹 쉬어라. 아침 일찍 데리러 갈게. 그때 다시 한 번 테스트하는 걸로 하자.”
“넵. 코치님도 고생하셨습니다. 다른 팀원분들에게도 대신 인사해주세요.”
“다들 좋아서 하는 일이야. 이 정도 큰 행사에 참여할 일이 어디 있겠어.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야.”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너도 꼭 쉬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 알겠지??”
조지 코치는 내가 또 몰래 훈련을 할까봐 마음이 안 놓이는지 몇 번이나 신신당부했다.
“걱정마십쇼. 그 정도는 아니에요~.”
사실 평소라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몇 시간이라도 운동했을 것이다. 더욱 강해진 몸을 테스트도 해볼 겸.
‘그럴 시간이 어딨어.’
하지만 나는 오늘 꼬옥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가족과 함께 외식 후, 아빠 차를 빌려서 바로 대형 서점으로 이동했다.
‘진짜 심상 세계에서의 독서로 몸이 좋아졌단 말이야?’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신체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늘면서, 실제로 키도 크고 체중도 불었다.
그렇다고 둔해지거나 후유증이 있기는커녕, 오히려 운동신경이 좋아졌다.
‘이 좋은 걸 또 안 해볼 이유가 없잖아?’
나는 서점에서 닥치는대로 책을 골랐다.
「완벽한 신체는 유전?」
「운동선수의 근육은 다르다」
「아이언맨: 핵주먹의 비밀」
「남성성, 이것만 따라하면 더 굵어질 수 있다」
총 스무 권을 결제해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
취침 시간을 정해놓고, 최대한 많은 책을 읽었다.
극한의 몰입이 이루어졌을 때. 결국 심상 세계가 열렸고, 나는 차곡차곡 ‘나만의 도서관’에 책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와 얼마만이야. 너무 설레서 잠이 안 오네.’
그동안 훈련을 워낙 열심히 해서 베개에 고개만 갖다 대도 바로 잠이 들었지만, 오늘은 무려 5분이나 걸렸다.
“……!”
다음 날 아침,
나는 정신이 들자마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가장 먼저 신체 지수부터 쟀다.
“뭐야, 똑같잖아?”
마지막으로 속옷 안을 들여다봤다.
“……”
실망감을 감춘 채,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 냉수 샤워를 했다.
‘이미 몸이 최적화되었단 의미겠지. 당장은 이 이상 기대하기 힘들겠어.’
하지만 그러면서 은연중에 느낌이 왔다.
언젠가는 몸에 충분한 성장인자(Growth Factor)가 축적되면, 또 한 번의 환골탈태 아닌 환골탈태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
오늘은 특별히 J.P. 크롬웰의 지시에 따라, 집에 남아 있는 식구끼리 아침 식사를 가졌다.
“일이 있어서 경기에는 참석을 못하게 되었다. 대신 중계로 꼭 챙겨보마.”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차머스? 프로모션에 힘을 쓰는 것 같던데, 성과가 좀 있나?”
차머스는 득의양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절 모르십니까? 현장 티켓은 VIP석까지 전부 다 팔았습니다. PPV(Pay per view: 유료 시청 티켓)는 최종 집계를 해봐야 알겠지만, 추세로 봐선 백만뷰를 찍을 것 같습니다.”
“뭐, 그 정도면 체면치레는 하겠군.”
이 테이블에서 그게 J.P.식 극찬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PPV 백만뷰!
비록 건당 $30불로, 정식 복싱 경기에 비해선 절반 가격밖에 안 되지만, 백만뷰라는 숫자가 주는 파급력은 상당했다.
“이벤트성 매치이긴해도, 올해 최대 매출을 올릴 복싱 경기가 될 예정입니다.”
굵직한 챔피언 결정전이 아니면 PPV 백만뷰가 1년에 한 번도 잘 안 나오는 시대.
그런데 고작 아마추어 경기가 역대급 매출을 올리는 건 J.P.에게도 인상 깊었다.
“요즘은 복싱 선수의 정식 경기보다, 인플루언서 복싱의 화력이 더 대단하다고 하더니…과연.”
“그것도 그렇지만, 복싱은 결국 프로모션 놀음 아닙니까. 제 진두지휘 아래 다들 열심히 경기를 홍보해주었습니다.”
차머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J.P.가 물려준 프로모션 회사를 아주 잘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그래. 보기보다 능력이 있더구나. …그런데 선수들과의 정산에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
“아버지, 저도 복서입니다. 프로모션 회사들의 장난질에 진저리 나서 ‘크롬웰 프로모션’이 탄생한 거 아니겠습니까.”
“로한의 변호사가 너무 껄끄러웠던 아니고?”
“……”
‘약아빠진 노인네, 알고 있었으면서 나를 떠봐?’
차머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이내 특유의 조소를 되찾았다.
“어디서 돈이 났는지, 업계에 꽤 유능한 변호사를 대동하고 협상 자리에 나타나더군요. 애초에 독소 조항을 넣을 생각도 없었지만, 시작부터 원천봉쇄당했습니다.”
협상 자리만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이전의 부실 경영으로, 실적이 절실했던 차머스는 일단 주최만 하면 돈을 쓸어 담을 수 있는 이번 [다리우스 vs 로한] 매치를 무조건 성사시키고 싶었다.
반면 어리고 멍청하다고 무시했던 로한은 자신의 절박함을 한 눈에 파악한 눈치였다.
로한은 조금이라도 심기가 뒤틀리면 언제든 판을 뒤엎을 각오로 협상에 임했기 때문에, 차머스는 간이고 쓸개고 내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그 결과.
“보고서를 받기는 했는데, 차머스 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군. 각 선수와 회사 사이의 정산 비율은 어떻게 되지?”
“일단 경기를 무사히 마친다는 전제하에 순매출의 10%씩 ‘크롬웰 프로모션,’ 다리우스, 그리고 로한에게 지급합니다.”
“그리고?”
“…다리우스가 승리할 경우, 다리우스 35%, ‘크롬웰 프로모션’이 35%를 추가 정산받습니다.”
“로한이 승리한다면?”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이미 다리우스의 승리는 내정되어 있습니다.”
“뭐, 무슨 말인지 알겠다만은… 스포츠에 ‘절대’란 없다. 그래서 로한이 승리한다면?”
차머스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억지로 입을 뗐다.
“…그런 불가능한 일이 벌어질 경우, 로한에게 나머지 70%가 전부 정산됩니다.”
“하하하. 그게 사실이렷다.”
J.P.는 한참을 웃었다. 불안한 나머지 차머스가 급히 변명했다.
“우리 모두가 조금 더 균등하게 이득을 볼 수 있는 조건을 내걸어봤지만, 그 아이는 이번 경기에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복싱 프로모션 일을 해보면서 그는 ‘시류’를 탄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억지로 만들 수 없는 흐름이 바로 시류.
마침 노스캘 고교 리그를 통해 다리우스와 로한이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었으며, 크롬웰의 [황태자 vs 사생아]라는 자극적인 구도를 통해 팬들이 몰입하며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스토리텔링을 돈으로 유형화하기 가장 좋은 방식은 당연히 복싱 매치. 현대판 콜로세움 위에서 두 명의 글래디에이터가 목숨과 명예를 걸고 싸우는 최고의 무대다.
‘그런데 그 머저리 자식은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를 몰라보고 경기를 무산시키려 했지.’
“한창 혈기왕성한 아이들은 으레 그렇듯, 일단 붙으면 무조건 자기가 이길 줄 알잖습니까. 그래서 이런 식의 조건부 계약으로 설득했고, 결국 성황리에 프로모션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 뭐, 결과만 좋다면야, 과정은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절대 다른 변수가 생길 수 없도록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그럼 다음 분기 매출 보고서를 기대해봐도 좋겠지?”
“물론입니다.”
불편한 아침 식사는 그렇게 끝이 났다.
‘독사 같은 노인네.’
차머스는 J.P.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분노를 삼켰다.
*
복싱 경기 시작 시간은 캘리포니아 기준 오후 6시. 동부 지역에서도 편히 볼 수 있는 시간대로 계획되었다.
차머스와 다리우스는 일찌감치 경기가 치러질 체이스 센터로 이동했다.
시설팀이 경기전 최종 점검을 하느라 한창 바쁜 와중.
차머스는 다리우스와 함께 마지막으로 계획을 점검했다.
“무대는 완벽히 깔렸어. 오늘 경기가 끝나면 우린 각자 최소 10Million(130억가량)씩 챙기는 거야.”
아무리 재벌가 직계라고 해도 그 정도면 적지 않은 금액.
특히 승리가 보장된 경기 한 번으로 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넌 그냥 내가 가르쳐준 대로만 하면 돼. 생각보다 로한이 체중을 꽤 많이 불려왔지만, 급하게 살을 찌우느라 오히려 독이 되었을 거야.”
차머스는 대략 3주 전에 로한과 접촉해 이번 이벤트 매치를 추진했지만, 실제로 개최를 마음먹은 건 거의 두 달 전이었다.
그러니까 어렸을 적부터 복싱을 틈틈이 훈련한 것도 모자라, 두 달 전부터는 프로 선수 못지않은 트레이닝 캠프를 진행한 다리우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
다리우스가 괜히 미식축구 시즌 피크에 비해서 살이 대폭 빠진 게 아니었다.
그리고…
“빌어먹을 노인네가 꽂아 넣은 심판 두 명 빼고 나머지 둘은 전부 매수했어.”
복싱은 링 위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주심(Referee) 한 명, 그리고 각 라운드의 내용을 채점하는 부심(Judge) 세 명이 있었다.
차머스는 그 중에서 경기를 좌지우지하는 주심을 매수하는데 성공했다.
“뭐, 필요는 없겠지만… 다리우스 네가 범하는 반칙은 주심이 대부분 부르지 않기로 했다. 반면 로한을 끊임없이 괴롭히겠지.”
심판의 판정 하나하나로 시합의 흐름이 크게 바뀔 수 있는 복싱.
“니가 절대 질 수 없는 판을 만들어놓았으니까, 준비한 대로만 해. 초반에는 강하게 밀어붙여서 혼을 쏙 빼놓고, 이후부터는 잡아놓은 사냥감처럼 천천히 말려 죽어버려.”
이미 수십 번도 넘게 연습한 시나리오다. 다리우스는 의욕을 불태우며 차분히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명심해. 이번 경기를 통해서 하이라이트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한다. 나중에 다 짤라서 배포시킬 거야.”
“그림이 좋다 싶으면 큼지막한 펀치들을 날려. 다운되지 않을 정도로만. 바로 죽여버리고 싶겠지만 꾸욱 참았다가 마지막 라운드 때 다 폭발시켜.”
“특히 나중에 사진이 많이 찍히게 얼굴이 피떡이 될 때까지 조져놔. 어지간해선 주심이 중단시키지 않을 거야.”
*
‘미식축구 경기장이랑은 또 다른 느낌이군.’
나는 경기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 관람객들을 보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특히 ‘로한’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꼭 이럴 때 난리지. 관종이야 관종.’
이럴 때 즉효인 방법은 바로 독서한 내용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럼 ‘로한’은 마치 엑소시즘을 앞둔 귀신처럼 납작 엎드려 존재를 감춘다.
마침 심상 세계에서 적절한 문구가 떠올랐다.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