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3
53
‘이건?’
나는 깜짝 놀랐다.
세 개의 파편이 서로 공명했다.
‘다른 작품에 융합되어 새롭게 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이미 완성된 착한 사람에 반응을 보인다고?’
괜히 다른 작품들을 들춰보고 있던 나에겐 의외였다.
「착한 사람」
「로한의 포효」
이 두 개가 융합되었을 때, 「착한 사람」을 완성되었다.
「로한의 포효」 덕분에 습작 수준이었던 「착한 사람」의 감정선이 더욱 선명해졌으며, 무엇보다 가장 폭발적인 ‘파트 3’를 새롭게 창작할 수 있었다.
심상 세계를 통해 내 ‘경험’을 작품에 녹여내면서 퀄리티가 월등히 좋아진 것이다.
‘수많은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게 해준 소중한 작품.’
그 자체로 충분히 만족하는 작품이라, 또 다른 파편과의 융합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
새로운 기억, 「로한의 어퍼컷」 파편이 「착한 사람」과 추가로 공명하며, 눈부신 빛을 발산시켰다.
‘설마, 아예 다른 소설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기대를 갖고 두 번이나 강화를 마친 「착한 사람+2」을 들춰봤다.
심상 세계를 통해 공간이 재구성되며, 작품의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졌다.
‘음…’
가만히 지켜보니,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
단지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이 달라졌을 뿐.
분명 기존의 작품은 ‘텍스트’ 기반의 이야기, 그러니까 원형 자체가 소설이었다.
심상 세계의 특전으로 등장인물, 배경, 사건 등이 순차적으로 이미지화되긴 했지만, 그 위에 자막처럼 끊임없이 소설의 내용에 입혀졌다.
호흡과 전개 방식이 모두 소설의 틀 안에서 놀았다.
‘그런데 이건 다르다.’
「착한 사람+2」은 ‘이미지’가 원형이었다.
더 많은 경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실제 사람 사는 현실 속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같은 내용이지만,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의 호흡과 연출방식을 갖는 「착한 사람+2」은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나는 아무래도 개인의 상상력으로 채워질 수 있는 소설쪽이 더 마음에 들지만… 이런 형식도 장점이 뚜렷하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정리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미지’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파급력.
디테일한 설명이나 묘사 없이도 사람이 보자마자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인다.
무엇보다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소비하는 유형의 컨텐츠라, 「착한 사람+2」을 보면 볼수록 욕심이 났다.
‘이걸 기반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써 봐?’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스타일의 글쓰기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생각에 너무 흥분되었다.
나는 휴일이 끝나고, 다시 버클리 도서관이 열면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영화 시나리오 작법을 공부하고 「착한 사람+2」의 각본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
“으아아아아!!”
다리우스는 하필이면 미국의 가장 큰 휴일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를 병상에서 보내야 했다.
어제, 로한의 어퍼컷으로 깔끔하게 넉다운 된 이후 거의 두 시간 동안 의식을 못 찾았다.
그냥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병원이었다.
– 최소 2주는 경과를 지켜봐야 합니다.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는 건 복강내출혈. 지속된 수액과 수혈로 차도가 없으면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세컨드가 기권을 하자고 권유할 때 무시한 피해가 너무 컸다.
안 맞아도 되는 바디샷을 두 번이나 더 허용했고, 골을 뒤흔드는 어퍼컷에 아직도 미세한 편두통에 시달렸다.
특히 입 안이 얼얼했다.
‘치열이 일그러진 건 아니겠지?’
차라리 ‘기권을 하느니 K.O.를 당하겠다!,’는 패기라도 보여주었다면 어느 정도의 이미지 회복이 가능했을 텐데… 그러지도 못했다.
[야생마 주제에 쫄? 쫄??](로한이 주먹만 살짝 까딱해도 다리우스가 뒷걸음치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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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한 아저씨? 저 속이 너무 안 좋아요”](다리우스가 로한에게 바디샷을 세 번이나 맞고 눈물 콧물 빼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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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심폐소생킥으로 깨워놨더니 대들어? 다시 잠이나 자라!](로한에게 어퍼컷을 맞고 공중으로 붕 뜬 다리우스가 우주를 뚫고 날아가더니 곧이어 병상에 착지하는 패러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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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우스는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훨씬 컸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각종 소셜에서는 다리우스와 로한에 관한 짤이 베스트 순위를 장식했다.
‘이래서는 심폐소생킥 때보다 훨씬 심해졌다…’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서서히 대중의 기억에라도 잊혀지지, 지금은 불난 집에 아예 다이너마이트를 박스째 집어 던진 꼴이다.
당장 이미지 관리를 위해 집안의 PR홍보팀에게 연락을 넣었지만 아무도 연락받지 않았다.
휴일 없이 24시간 대기하는 팀과 연결이 안 된다는 건 아버지 선에서 차단을 했다는 뜻.
‘설마 이대로 버림받는 건가??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아버지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다리우스는 참지 못하고 차머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 뭐야? 아직도 수치사 안 했어?
“뭐긴 뭐야. 내가 중상을 입었는데, 어떻게 병원을 한 번 안 찾아와?”
– 새끼가 말투 봐라?
“…아니. 그렇잖아. 니가 설득해서 복싱하다가 이 모양 이꼴이 된 건데…”
– 야, 다리우스. 너 때문에 지금 손해가 얼만 줄 알아? 정산될 돈만 생각하고 마케팅 뿌렸다가 사비로 간신히 메꿨어. 노친네가 로한에게 정산할 돈, 장난치면 유서에서 이름 빼겠다고 협박하더라. 씨발. 늙어서 감성적으로 변했는지 이젠 별놈을 다 챙겨요.
이런 순간에서도 끝까지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차머스에 다리우스는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
“차머스 니가 시킨대로만 하면 된다며! 계획이 있다며! 글도 제대로 못 읽는 놈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병신이지!!”
– 아이고, 우리 동생이 형을 많이 보고 싶었구나? 거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라. 곧 간다.
“…음, 미안. 내가 통증 때문에 안정제를 많이 맞았거든? 본심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네?”
– 바디샷 처맞고 간덩이가 제대로 부었군. 운 좋은 줄 알아라. 어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한동안 발레단 통째로 데리고 휴양갈 생각이다.
“아저씨, 그 나이에도 서요? 제발 이번엔 네 만행이 소셜에 안 뜨길 빌게.”
– 와, 너 어제 경기에서 이 정도의 패기만 보였어도… 그래도 그 새끼한테 처참하게 졌겠지만, 그나마 인터넷의 조롱거리는 안 됐을 텐데. 넌 인마, 어제 경기 내용 생각하면 감히 나한테 큰소리 못 치지.
“……”
그래도 어느 정도 딜을 교환하니 다리우스는 속이 다 시원했다.
차머스도 자신이 불쌍하긴 불쌍한지, 크게 화를 안 내고 그럭저럭 받아주는 눈치. 심지어 어울리지도 않는 조언까지 했다.
– 넌 앞으로 몸 회복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한동안 조용히 살아. 앞으로 미식축구만 열심히 하고, 소셜은 아예 손도 대지 마라. 결국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 우리의 근본은 어디까지나 스포츠. 선수는 결과로 말한다. 사람을 죽여도, 미식축구만 잘하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미국이야.
다리우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차피 나한테 다른 옵션은 없잖아. 일단 아버지 눈 밖에 난 것 같으니… 한동안은 착실하게 성과를 올려야겠지. 차머스 너는?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여러 의미가 내포된 질문에 차머스는 잠깐 뜸을 들였다.
– 난 손해를 보고 살지 않아.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지. …우리 팀에서 지금 계산해보고 있다.
“계산?”
– 너랑 그 잡종 새끼만으로도 $30M(=390억)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어. 걔가 원하는 대로 내가 링 위에 선다면? 이 분위기를 몰아서?
“미친 거 아냐? 어젠 그냥 퍼포먼스였지, 로한이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고 해도 너와의 매치를 받아들일까?”
– 글쎄. 생각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새끼라, 일부러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 거야. 애초에 복싱 경기를 받아들인 것도… 어쩌면 내가 목표여서 그런 걸지도 몰라.
“……!”
– 내가 너와 로한을 위해 판을 깔아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로한의 더욱 큰 판의 한 조각밖에 안 됐던 거지. 크크큭.
차머스는 한참을 웃었다.
– 어쩌겠어. 애가 너무 기고만장해지면, 집안의 어른이 먼저 나서서 한 번쯤은 차가운 현실을 깨닫게 해줘야지.
*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이사를 했다.
가구와 가전은 대부분 새로 사서 바로 배송, 설치가 되었고, 우린 트럭을 빌려 개인짐 위주로 옮겼다.
“아들, 넌 쉬라니까. 어제 큰 경기를 뛰고 나서 힘들 텐데…”
“쉬는 건 다리우스가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있어야 금방 끝내서 다 같이 쉬죠.”
가족이 계속 만류했지만, 나는 힘이 펄펄 넘쳤다.
다리우스의 잽이 한두 번 스치거나 가드에 맞은 것이 전부.
경기 자체도 3분밖에 안 뛰어서 후유증이랄 게 없었다.
우리는 하루종일 이사하고, 저녁은 장 아저씨의 [레드 드래곤]에서 배달시켜먹었다.
“들었어? 최근에 여기 미슐랭 검사관이 다녀갔잖아.”
“오, 진짜? 리아 넌 어떻게 알았어? 장 아저씨가 별말씀 안 하시던데.”
“우리 한 번 꽂히면 거기만 가잖아. 그리고, 너랑 아는 사이라고 장 아저씨가 툴툴대면서도 잘 챙겨주거든. 너 거기서 알바한 게 진짜 인생 최대 업적이야.”
“…근데 미슐랭 검사관이 오면 아저씨 싫어하시지 않아? 이미 손님 많다고 불평하시잖아.”
리아가 빵 터졌다.
“맞아. 엄청 웃겨, 아저씨. 그날 우리가 파이널(Final: 기말고사) 끝난 기념으로 가서 밥을 먹는데, 그날 검사관이 좀 티를 내더라고.”
“그래?”
“어. 미슐랭 책자랑 사증을 슬쩍 보여주면서 클로이한테 수작을 부리는 거야. 알리사한테 혼쭐이 나곤 다신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음…”
“어쨌든 그래서 우리가 장 아저씨한테 귀띔해주니까, 장 아저씨가 바로 그 테이블에 내놨던 음식이 잘못됐다며 다시 가져가버리는 거 있지?”
“설마… 음식을 다시 내다 주신 거야? 아마 엉망이었겠지?”
리아가 다시 깔깔깔 웃었다.
“맞아. 일부러 플레이팅을 아무렇게나 하시고, 어떻게든 미슐랭 스타를 거부하려고 불친절하게 대하시면서, 나중에는 다 먹지도 않았는데 음식을 싸서 쫓아내셨어.”
“장 아저씨답네.”
“그치? 아저씨 볼수록 매력 터진다니까.”
우리 남매는 오랜만에 평범한 남매처럼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리아가 갑자기 생각났다며 말했다.
“아, 그리고 너 꼭 한 번 시간 날 때 찾아오래. 요즘 무슨 고민이 있으시다고… 내용은 말씀하시지 않았는데 좀 심각해보이시더라. …사실 항상 진지한 얼굴이라 그냥 평범한 표정이었을 수도 있고?”
“그래? 그럼 학기 시작하면 한번 찾아뵈어야겠다. 오랜만에 일도 좀 도와드리고.”
우리 가족의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함께 짐 정리하고, 웃고 떠들고. 나중에 크리스마스 영화 하나 보면서 분위기를 냈다.
부모님은 특별하지 않은 크리스마스라고 미안해했지만, 나는 지금까지 보냈던 수많은 크리스마스 중 오늘이 가장 행복했다.
‘돈은 이렇게 쓰는 거구나.’
*
미국은 겨울 방학이 2주가 채 안 됐다.
뉴 이어스 데이(New Years Day: 1월 1일)를 쉬고 바로 다음 날부터 10학년 2학기가 시작됐다.
나는 학교가 끝난 오후 두 시에 [레드 드래곤]을 방문했다.
장 아저씨는 오랜만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보자마자 바로 용건부터 말했다.
“흠.”
“…여기 써주세요.”
[우리 가게를 인수할 생각이 있나?]“갑자기요?”
장 아저씨는 잠깐 주저하다가, 이내 아저씨의 사정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