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5
55
“사업? 갑자기 사업이 하고 싶은 거니?”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일은 네가 알아서 잘하니, 아빠의 말은 그냥 흘려들어도 괜찮다. 보통 사업은 시간과 정신력을 많이 소모하게 되는데 괜찮겠어?”
“그래, 아들. 고등학교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너무 바쁘게 사는 거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크네.”
부모님의 입장에선 당연한 걱정. 난 다 생각해놨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당연히 머리 아픈 건 부모님에게 의지하고, 전 그냥 맘 편하게 물주 역할만 하려고요, 하하.”
“그게 무슨…?”
나는 가방에서 서류를 가득 꺼냈다.
“레노베이션이라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건설업체랑 함께 디자인 협의도 해야 하고, 시에 허가도 받아야 하고, 공사가 시작되면 매일매일 찾아가서 물자 점검, 공사 진척도 확인 등 일이 많아서 보통 현장에 상주하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따로 고용한다고 들었어요.”
“…맞다. 우리도 예전에 가게를 했을 때나, 다른 사업 때문에 몇 번 겪어본 적이 있지.”
아버지는 내가 생각보다 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하자 살짝 놀란 눈치였다.
‘아직 놀라시기엔 이른데?’
나는 속으로 웃으며 서류를 하나씩 펼쳐드렸다.
“건설업체 세 군데와 접촉해서 입찰을 받았어요. 직접 미팅을 진행하고,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들을 검토해봤는데 ‘플뢰르Fleur’ 쪽이 가장 전문적이었습니다.”
특히 그쪽 담당자가 무척 의욕적이었다.
“아직 계약서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는 단계이긴한데, 앞으로 저 대신 레노베이션을 맡아줄 프로젝트 매니저가 필요해요. 말씀하셨다시피 전 학생이잖아요? 데이트도 하고, 사고도 쳐야 하고, 밀린 일이 너무 많네요.”
“…마음에도 없는 소릴.”
아버지는 이미 나의 제안을 눈치채셨는지, 말수가 적어지셨다. 머릿속이 복잡하신 듯했다.
“건물은 제가 장 아저씨한테 애교를 부리고, 중개사 없이 직거래를 해 $1.5M 선으로 맞췄습니다. 대신 최소 $1M을 들여서 레노베이션을 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저에겐 무척 중요한 프로젝트에요.”
어차피 건물이 너무 노후화돼서 언젠가는 꼭 해야 하는 큰 공사였기 때문에 마침 장 아저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진행하기로 했다.
훨씬 쾌적한 환경에서 가게 운영에만 집중하실 수 있도록.
“그리고 창고로 쓰는 구역을 아예 싹 뜯어고쳐서 가게를 하나 더 들이려고요. 홀이 있는 식당까지는 어렵고,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설마?”
“네. 혹시… 다시 치킨집 해보실 생각이 있다면, 아버지 어머니를 가장 최우선 고려하겠습니다.”
‘로한’의 기억을 들여다봤을 때, 그리고 예전의 치킨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부모님의 얼굴은 분명 향수에 젖어 있었다.
“원하시면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맡아서 쭉 하셔도 되고, 아니면 창업만 도와주셔서 운영할 사람은 따로 찾아도 되고, 아니면 레노베이션만 도와주셔도 전 너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시세에 맞춰서 보수를 지급해야죠.”
어차피 사업을 벌인 이상 사람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부모님이 맡아주실 수 있다면 난 근심거리가 하나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부모님이 잠깐 어려울 때,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도 컸다.
“너무 좋은 제안인데, 우리가 전문가도 아니고 너에게 폐를 끼칠까봐 조심스럽구나. 엄마와 며칠만 상의해보고 최대한 다시 빨리 답변을 해줘도 괜찮겠니?”
“그럼요. 건설업체 쪽 준비하는 시간이 좀 있으니, 편히 고민하고 알려주세요.”
.
.
.
며칠 후, 아버지는 확신에 가득찬 모습으로 내 제안을 받아들이셨다.
– 고맙다.
단순한 한 마디였지만, 나를 꼭 안아주시는 아버지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동안 아버지가 짊어졌을 책임감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당연히 엄마가 경멸해서 뛰쳐나온 것이지만, 그래도 편안한 상류층 생활을 벗어나 우리 두 자녀가 함께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하진 않으셨겠지.’
우리 부자는 이후 며칠 동안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했다.
레노베이션은 아버지가, 치킨 가게는 엄마가 책임을 지고 디벨롭하고 나는 필요할 때마다 지원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의욕이 넘치는 부모님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그래, 돈은 이렇게 쓰는 거지.’
한편으로 기대도 됐다.
건물이 새단장한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 꾸려질 장 아저씨의 [레드 드래곤]과 부모님의 [레드 치킨]을 얼른 보고 싶었다.
*
‘이번 학기도 세 과목을 들어야겠어.’
첫 주는 수강 신청 기간.
미국 고등학교는 대학교와 시스템이 비슷하기 때문에, 원하는 수업을 직접 선택하고 스스로 시간표를 짤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수업을 오전으로 몰고, 오후에는 운동과 독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정을 비웠다.
‘그나저나 분위기가 좀 바뀌었어?’
며칠 사이 확 느껴졌다.
“헤이! 이번 학기 스포츠도 잘 부탁해.”
“더 빌런! 다리우스 설설 기는 거 완전통쾌했어. 맨날 우리 학교 미식축구 형편없다고 개무시했는데.”
“주말에 울집에서 파티하니까 시간 나면 들러줘~.”
아직 상급생들은 나를 위험한 시한폭탄 취급을 하는 편인데, 신입생인 9학년들을 위주로 나는 셀렙 취급을 받았다.
“그래, 응원 고맙다.”
“하하… 기권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병원에서 빨리 퇴원하길.”
“갈 수 있음 갈게!”
그래서 저번 학기와는 달리 학교에서도 이런저런 대화를 하게 됐다.
내가 너무 ‘로한스럽지’않게 대답해서인지, 기존의 상급생들은 대화를 엿듣고 경악했지만, 신입생들 사이에서는 다 내가 보기보다(?) 착하고 겸손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로한의 평판… 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나는 매일매일 수업에 참석했고, 과제를 하나도 빼먹지 않았다.
위이잉 –
2회차 학교생활을 최대한 만끽하며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1월이 채 가기도 전에 고스트 에이전트에게서 연락이 왔다.
[ghostagent: 축하해! 이미 언질을 받았지만, 드디어 공모전 결과들이 공식적으로 발표됐어.]“아!”
다른 중소규모의 공모전은 진즉에 수상 결과가 나왔지만, 우리가 노렸던 메이저 네 곳은 최근에 며칠 사이로 수상 소식을 알렸다.
[하버드 대학의 ‘베리타스 문학상.’] [빅5 공동 주최하는 ‘넥스트 베스트셀러.’] [미국도서협회의 ‘미국 소설상.’]…마지막으로 오늘 발표한 [피터 오웬 주관의 ‘이 시대 문학상.’]까지.
모두 「착한 사람」을 대상작으로 뽑았다.
‘엄청 자신감 넘치던 에이전트였는데… 많이 자조적으로 변했어… 왜지?’
[ghostagent: 아, 그리고 로렐라이가 거의 한 달은 야근을 했다나봐. 덕분에 「착한 사람」의 정식 출간도 공모전 발표 시기를 맞출 수 있었어.]아무래도 매출의 극대화를 위해 가장 화제가 될 때 종이책을 발매하고 싶어서 사이먼하퍼의 로렐라이가 고생을 해줬다.
[ghostagent: 초판 발행량은 10만부. 반응을 봐서 올해 총 100만 부까지 배급할 생각이라더라. 진짜 야심이 대단해. 순문으로는 올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 작품을 만들겠다는 거지.] [c.k.: 로렐라이라면… 진짜 그럴 듯.]그날 계약을 했을 때부터 로렐라이의 목표는 확고했다.
– 미국 기준으로 1년에 100만부를 팔면 장르를 불문하고 판매량으로 탑 5안에 들어요.
– 그리고 100만부를 달성해야 해외 배급의 마케팅 규모도 각 나라에서 탑급으로 진행됩니다. 그럼 무조건 베스트셀러 목록으로 직행하는 거죠.
– 저는 「착한 사람」이 50여개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눈감지 않을 거에요.
‘그때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적어도 그녀가 진심이었다는 건 이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ghostagent: 아, 그리고 「그녀가 사라졌다」도 순항하고 있어. 제임스가 2쇄 완판됐다고 이미 전해줬지? 그쪽도 제정신이 아닌 게, 수익 100%를 3쇄 인쇄랑 마케팅에 재투자했어.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여기도 로렐라이 못지않게 과감하고 야망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열정적인 건 좋지만… 내가 다 걱정이 될 정도라니까?’
[ghostagent: 그래서 3쇄는 바로 50만부. ‘마법도서관’에서 직판할 물량이랑, 오프라인 서점에 깔 물량을 동시에 찍고 있어. 정식 배급, 유통은 ‘북스타’가 맡아주기로 했고.] [c.k.: 음… 북스타 건은 내가 아이디어를 내긴 했지만, 로렐라이에게 조금은 미안하네…]북스타는 사이먼하퍼와 거의 모든 장르, 지역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빅5 출판사 중 하나.
다른 출판사들도 서로 모두 경쟁 업체이긴 하나, 둘은 아무래도 한 출판사가 정치적인 분쟁을 통해 둘로 나뉜 경우라 유난히 감정이 안 좋았다.
[ghostagent: 아냐, 천재적인 방식이었어. 서로 경쟁을 부추겨 각자 담당한 작품을 더 열심히 팔게 만든다. 우리는 그 결실만 수거하면 되지. 하아… 이런 건 내가 생각해야 하는데… 내가 형편 없는 에이전트라… 너의 발목만 잡는 구나… 하아…]*
고스트 에이전트는 「She’s Gone」과 「A Good Man」이 잘 될 때마다 로한을 위해 진심으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자신의 안목은 정확했다.
‘그의 재능은 가히 천재적이다.’
아니, 따지자면 자신의 판단보다 재능의 크기가 더 컸다.
「She’s Gone」으로 보여준 장르적인 재미만으로도 그는 일류 작가의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높았는데, 「A Good Man」의 작품성까지 겸비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노벨 문학상을 받을만한 대가로 성장할 수 있어.’
보통 그 정도의 재능을 가진 작가는 상업적인 부분에 문외한인 경우가 많은데, 로한은 달랐다.
장르 소설은 실시간 연재로 흥행성을 증명했고, 순문 소설은 자기도 뚫지 못한 미국 최고 권위의 공모전에 출품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난 진짜 거들기만 했을 뿐.’
고스트 에이전트는 다른 업무를 한 편으로 미뤄두고, 자신의 가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나만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뭐가 있을까? 로한에게 뭐가 또 필요할까?’
다방면으로 구상해본 끝에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안 그래도 두 작품 모두 영화 판권에 관심을 보이는 제작사가 좀 있었다.’
당시 로한과 상의한 결과, 영화 판권 판매는 최소 몇 개월 후에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무조건 판권을 팔기만 하면 영화가 되는 줄 알고 밤잠을 못 이루는 다른 감성적인 작가들과 달랐다.
– 영화 판권도 일단 책이 많이 팔릴수록 가격이 비싸지는 거 맞죠?
로한은 전혀 급하지 않다며, 두 작품이 오프라인 서점에 모두 깔린 후, 팔리는 추이를 확인하고 나서 판권 협상에 들어가도 늦지 않다고 먼저 말했다.
「She’s Gone」이야 어느 정도 성과가 있으니 제작사들이 후려치진 않겠지만, 「A Good Man」의 경우는 이제 겨우 오늘 첫 판매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시기상조이긴 했다.
하지만.
‘판권을 더 비싸게 받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고스트 에이전트는 이렇게까지 일을 벌리는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로한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에 위협을 받아 궁지에 몰렸다.
‘작품에 대한 확신만 있으면 충분히 해볼만한 프로젝트야.’
확실한 보상 없이 막대한 시간과 돈의 선투자해야 하는 프로젝트.
그건 고스트 에이전트의 성향을 정면으로 거슬렀지만, 로한의 작품이라면 리스크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A Good Man이 딱 좋다. 영화 제작사들이 군침을 흘릴 작품이지.’
고스트 에이전트가 생각해낸 방법은 바로 시나리오 작업.
보통 제작사들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소설 작품이다 싶으면 판권부터 사고 봤다.
진짜 당장 제작할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중 일은 모르니까. 그냥 보물창고에 모아 놓는 식이었다.
그러다 운이 좋아서 어떤 제작자나, 감독의 눈에 들면 그제야 원작의 시나리오 작업이 시작된다.
그들이 완성된 시나리오를 들고 제작자를 설득해 제작비를 받아내는 것이 영화 제작의 본격적인 1단계.
‘가만히 앉아서 어떤 제작자나 감독의 눈에 들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완성된 수준급 시나리오를 미끼 삼아 낚아버리자.’
원석이 아니라 이미 가공된 보석을 들이밀면 제작자나 감독이 현혹될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이 방법도 문제가 있다.
보통 원작을 시나리오화할 실력 있는 각본가(Screenwriter)는 몸값이 비싸고, 큰맘 먹고 투자해서 그럴싸한 시나리오가 나와도 제작자나 감독이 마음에 들어한다는 보장이 없다.
투자는 투자대로 하고, 그대로 다시 보물창고행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고스트 에이전트는 「A Good Man」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라고 여겼다.
‘좋아! 이거다.’
고스트 에이전트는 자신의 가치를 다시 찾아 의욕 넘치는 눈빛으로 업무를 재개했다.
그는 바로 인맥을 총동원해 현재 스케쥴이 비는 A급 각본가(Screenwriter)를 리스트업 했다.
일정이 안 돼도, 직접 제안서를 돌리며 「A Good Man」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모든 각본가에게 연락을 했다.
‘역시… 사람이 뜻이 있으면 하늘이 돕는구나.’
고스트 에이전트는 짧은 시간 안에, 총 세 명의 각본가로 후보를 추릴 수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최고의 영화감독들이랑만 작업하는 20년차 네임드 각본가.
이젠 제대로 된 작품만 하나 있으면 직접 연출까지 하겠다는 업계의 명망 높은 인물이었다.
‘이 정도면 A Good Man의 영화화도 금방 이뤄지겠는데?’
고스트 에이전트는 싱글벙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로한에게 연락을 넣었다.
[ghostagent: 혹시 「A Good Man」 시나리오 작업 생각해봤어? 아마 너한텐 생소한 개념일 것 같은데, 우리가 단순히 판권만 파는 것보다…]고스트 에이전트는 시나리오 작업의 의미를 아주 자세하게 설명할 생각이었다.
[c.k.: 아, 굿 타이밍. 잠깐만… 됐다. 이제 이메일 확인좀.]“……?”
이걸 데자뷰라고 하던가?
미국 피지컬 천재 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