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6
56
‘갑자기, 이메일을 보냈다고?’
고스트 에이전트는 로한의 메시지에 무척 당황했다.
지금까지 그가 자신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낸 건 단 한 번뿐.
「She’s Gone」의 종이책 출간을 축하하기가 무섭게 「A Good Man」의 원고를 보낸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겨우 두 달밖에 안 지난 시점에 또 이메일을 보냈다?
‘설마… 벌써 세 번째 작품을???’
“……”
고스트 에이전트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 세상에 손이 빠른 작가가 로한만 있는 건 아니지만, 「She’s Gone」과 「A Good Man」만큼의 흥행성과 작품성 있는 작품을 연달아 집필한 작가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고스트 에이전트는 떨리는 손으로 로한의 이메일을 확인했다.
“후우… 다행히 신작은 아니구나.”
안도감과 함께 아쉬움도 들었다.
‘만약 로한이 정말 세 번째 작품을 집필한다면… 기존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을까?’
사실 로한의 신작을 그 누구보다도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고스트 에이전트 본인이었다.
“…잠깐.”
그런데 이메일을 확인하던 고스트 에이전트의 눈동자가 격심히 흔들렸다.
“내가 지금 제대로 읽은 게 맞나?”
[「A Good Man」 – 영화 각본 버전]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로한이 직접 각색한 「A Good Man」.
고스트 에이전트는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게 됐다.
‘설마 나를 감시하나?’
지난 몇 주간 그렇게 개고생을 했지만 정작 로한에게 자신의 노력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어떤 시나리오 작가에게 작품을 맡길지는 전적으로 로한이 선택할 문제였지만, 뚜렷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을 아끼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 이 타이밍에 영화 각본을 보낸다고??
고스트 에이전트는 여전히 의심 가득한 눈으로 파일을 열었다.
‘소설가가 직접 원작을 각색하는 일이 없지는 않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로한이라지만… 결과물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각본과 소설은 아예 체계가 달랐다. 같은 글쓰기이지만, 완전히 반대의 영역에 있다고 보면 됐다.
그 차이 때문에 두 가지 글쓰기 모두를 A급으로 해내는 작가는 현역 중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의욕은 칭찬할만하지만, 당분간은 소설에만 집중하는 게 좋을 텐데…’
성공한 소설 작가 중 섣부르게 각본에 도전했다가, 이후 영향을 받고 글이 망가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로한의 천재적인 재능을 고려하면 언젠가 소설도 각본도 잘 쓰는 작가로 성장할 수 있겠지.’
하지만 고스트 에이전트가 봤을 때 당장은 작가로써의 아이덴티티를 굳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흠.”
고스트 에이전트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천천히 「A Good Man」의 각본을 읽기 시작했다.
“……”
점점 읽을수록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갔다.
*
나는 심상 세계에서 두 번의 강화를 마친 「착한 사람+2」을 완성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다.
얼른 만져보고 싶어서 참기가 힘들었다.
‘일단 시나리오 작법서를 몇 권 공부해봐야겠어.’
가장 설레는 순간이었다.
잘 모르는 분야를 처음 접했을 때.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미지의 영역을 점점 채워가는 성취감이 쏠쏠했다.
특히 어느 정도 개념이 정립되면, 배운 걸 토대로 뭔가를 새롭게 창조해내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역시 영어가 좋구나.’
나는 시나리오 작법서를 찾아보며 그 방대한 양에 살짝 놀랐다.
한국으로도 많이 번역되어서 들어왔지만, 원서의 바다에 비견할 바는 아니었다.
작법과 관련이 있어 보이면, 보이는 족족 읽었다.
– 시나리오 작법 관련 책들을 다 찾아달라고?그건 도대체 어디다 써먹으… 됐다. 내가 뭘 묻겠어. 니예니예, 대령하겠나이다.
소피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우리 학교 도서관을 먼저 털었고, 그다음은 목표는 버클리 대학이었다.
– 로한! 축하드립니다. 제가 주제넘게 나선 건 아닐지 걱정했는데, 오픈 마인드로 받아줘서 고마워요.
거의 매일 출근 도장을 찍다보니, 와그너 교수님과도 몇 번 마주쳤다.
– 오, 「착한 남자」의 시나리오 작업이라…! 좋은 공부가 될 겁니다. 명심해야 할 건, 소설은 지문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 함께 스토리를 완성해나간다면, 영화는 보여주는 장면 장면이 모여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와그너 교수는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조언도 많이 해줬고, 서적도 여러 권 추천해주었다.
‘확실히 내 작품을 읽어본 분이라서, 딱 나한테 필요한 책만 집어주시는구나.’
지금까지 주제에 관련된 서적을 50여 권은 넘게 읽었는데, 와그너 교수가 추천해준 서적들이 가장 도움이 됐다.
「시나리오란 무엇인가」
「내 영화를 쓰는 법」
「시나리오: 구조, 스타일, 스릴」
‘이 정도면… 기본기는 다진 느낌?’
나는 그 모든 책을 ‘나만의 도서관’에 꽂아 넣으며, 시간이 날 때마다 핵심 내용을 복기했다.
시나리오 작법에 대한 이해도가 점점 깊어지면서, 빨리 내 두 손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충동이 강해졌다.
특히 「착한 사람+2」는 이미 심상 세계에서 ‘영상’을 기반으로 완성된 스토리라,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다고 여겨졌다.
“……”
결국 나는 바로 각색을 시작했고, 주말을 통째로 할애해 「착한 사람+2」의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다.
‘괜찮아. 생각보다 잘 나왔어. 그런데…’
어째서인지 완성된 시나리오를 읽으면 읽을수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공부를 하면서 워낙 수준급 시나리오를 많이 접해봐서 눈이 높아졌는지, 이 정도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시나리오들은 확실히 달라.’
「시티즌 케인」, 「갓 파더」, 「쇼생크 리뎀션」, 「펄프 픽션」, 「데어 윌비 블러드」…
하나하나 읽으면서 너무 행복했다. 정말 예술의 경지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마스터피스!
그런 세기의 시나리오들을 감히 「착한사람+2」와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나도 사람이다보니 욕심이 생겼다.
‘무엇이 저 시나리오들을 특별하게 하는가.’
그 명제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예 시나리오만 읽지 않고, 영화들을 일일이 찾아서 봤다. 필요하다면 자리에 앉아서 같은 영화를 두세 번은 시청했다.
‘신기하네.’
텍스트로 시작된 시나리오가, 영상으로 옮겨졌을 때, 그 결과를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상상한 그대로 영상화한 장면도 있고, 느낌이 완전히 다른 부분도 있었다.
“…오!”
영화와 시나리오를 얼마나 많이 반복해서 봤는지, 이젠 눈을 감고 집중하면 심상 세계에서도 각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시킬 수 있었다.
영화 장면을 보면 실시간으로 시나리오의 문장이 떠올랐고, 시나리오의 문장을 읽으면 상응하는 영화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나중에는 내가 따로 시나리오를 읽어본 적이 없는 영화라도, 일단 감상하기 시작하면 시나리오의 문장을 정확하게 옮겨 적을 수 있었다.
반대로 영화를 본적이 없는 시나리오도, 읽다보면 어떤 영화가 될지 비슷한 수준까지 연상되었다.
‘지금 다시 시나리오를 써보면, 좀 다를까?’
나는 준비가 되었다고 느꼈을 때, 다시금 심상 세계에 몰입해 「착한 사람+2」의 스토리를 체험했다.
‘아!’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번에는 내 첫 시나리오의 문제점을 바로 파악했다.
「착한 사람+2」은 영상화 작업이 다 되어 있었지만, 문제는 분량이 너무 길었다. 소설 한 권의 내용을 모두 담고 있었던 것이다.
‘8시간짜리 영화를 만들 게 아니라면, 이대론 아무 의미도 없다.’
나는 각색의 의미를 다시금 깨달았다.
지금 현 상태로,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선 8시간을 전부 필요로 하는 스토리.
이걸 1시간 30분 분량으로 맞추려면 단순히 분량만 잘라내는 게 아니라, 사건과 캐릭터 자체를 각색해야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다.
주인공을 화나게 하는 사건을 더욱 짧고 간결하게.
원래는 여러 사건으로 차츰차츰 화를 쌓아갔다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사건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 휙휙 보여주기만 하고, 정말 강렬한 한 방은 자세하게 힘을 주고.
직장 상사와 아내 이외의 인물들은 최대한 많이 쳐내서, 이들과의 관계를 위주로 스토리를 재편성한다.
‘그래, 이 방법밖에 없다.’
나는 심상 세계 속에서 8시간짜리 분량의 「착한 사람+2」을 쪼개고 쪼개서 수많은 퍼즐 조각으로 나눴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퍼즐 조각을 버리고, 필요하면 완전히 새로운 퍼즐 조각을 만들어서, 기존의 「착한 사람+2」과 최대한 똑같은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밤잠까지 쪼개면서 계속 퍼즐을 맞췄다. 몇 번이나 그림이 완성됐지만, 완성된 그림이 수준에 못 미치면 시간이 아깝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다행인 건 하면 할수록 각색이 익숙해졌고,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생겼다. 무엇보다 정말 재밌었다.
내가 너무나 잘 아는 「착한 사람+2」의 이야기지만, 그걸 1시간 30분으로 줄이다보니까 완전히 새로운 작품처럼 느껴졌다.
‘너무 소설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가 없다.’
주조연과 메인 스토리라인을 뼈대로 삼아, 나머지 피와 살은 완전히 재구성했다.
그렇게 학교 수업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일주일을 내내 매달린 결과,
드디어 시나리오가 나왔다.
‘……!’
신기한 경험이었다. 분명 지금까지 10개 이상의 버전을 만들었는데, 가장 마지막 시나리오를 완성하니… 심상 세계에 완전히 새로운 파편이 만들어졌다.
내 임의로 작명한 「착한 사람+3」.
최종 시나리오를 몇 번이나 더 검토했지만, 더할 것도 없고, 뺄 것도 없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
고스트 에이전트는 [「A Good Man」 – 영화 각본 버전]을 읽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 따위가 감히 로한 작가님의 한계를 판단하다니.’
그는 자책하면서 이 강력한 시나리오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머리 빠지도록 고민했다.
‘원래는 원석을 잘 가공해서 판권을 더욱 비싸게 팔 생각이었는데…’
영화가 실제로 제작되는 건 진짜 천운이 따라야 가능한 부분. 고스트 에이전트는 현실적으로 자기가 컨트롤할 수 있는 판권 판매 정도에만 집중한 것이 사실이었다.
‘앞으로 영화 제작이 불가능해 보인다면, 내가 쥔 시나리오가 부족한 건 아닌지 의심해야겠군.’
하지만 이 정도의 시나리오를 쥐고도, 판권 팔아먹을 생각밖에 못한다면 그건 자신이 무능한 것이다.
고스트 에이전트는 의욕을 가지고, 「A Good Man」의 영화화에 총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ghostagent: 이젠 놀랍지도 않다. 당연히 시나리오도 잘 쓰겠지. 솔직히 염두에 두고 있던 시나리오 작가가 있었는데, 그 사람한테 맡겨도 이런 수준의 각색은 불가능했을 거야.] [ghostagent: 돈은 돈대로 꼴아박고, 시간도 몇 개월은 잡아먹었을걸? 내 삽질을 일찌감치 예방해줘서 고마워.]하지만 이대로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날 고스트 에이전트가 아니었다.
[ghostagent: 이 시나리오, 이거 딱 한 명의 영화감독을 염두에 두고 쓴 거지?] [c.k.: 맞아. 「A Good Man」의 매력을 가장 잘 살려줄 수 있는 감독분이라고 생각해서… 맞춰서 시나리오를 각색해봤어.] [ghostagent: …그래. 당연히 그러셨겠지. 그래서 내가 그분 스케쥴을 물어봤는데, 이미 한 영화 제작사와 두 작품 5년 전속 계약이 되어 있으시더라. 그 이후 5년도 구상하시는 프로젝트들이 몇 있어서…] [c.k.: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업계 탑 감독님은 다들 바쁘시겠지. 나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는 생각 안 했어. 그냥 비슷한 느낌의 신인 감독님이라도 관심을 보여주시면 나는 완전 감사하지.] [ghostagent: 보통은 그런 수순으로 흘러갔을 거야. 하지만 내가 누구냐? 나만 믿고 있어 봐.]고스트 에이전트는 로한의 의중을 파악한 뒤, 다시 인맥을 총동원해 ‘그’ 감독에게 줄을 대기로 결심했다.
‘그래,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빚을 회수할 수 있겠어.’
[ghostagent: 난데, 예전에 나한테 빚 진거… 이번에 좀 까자. 내가 시나리오를 하나 들고 있는데…]*
시나리오 「A Good Man」은 어느 영화 제작자(Executive Producer)에게 은밀히 전달됐다.
‘참나, 감히 감독을 내정해? 대충 훑어보고 내 선에서 커트해야지.’
거부할 수 없는 부탁이라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내야 했다.
제작자는 남는 시간에 대충 몇 페이지를 훑었다.
몇 시간 후, 그는 다급하게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수잔? 내 일정 좀 비워주세요. 그리고 대표님이랑 최대한 빨리 미팅 잡아주시고요.”
그날 밤, 시나리오 「A Good Man」은 [위너 스튜디오] 대표의 손에 쥐어졌다.
‘그 깐깐한 제작자가 직접 내게 시나리오를 추천한다고? 우리 슈퍼스타 감독의 일정 조율이 가능하냐고 물으면서?’
그녀는 호기심을 느끼고 잠자기 직전, 잠깐 시나리오를 들춰봤다.
“……”
몇 시간 후, 그녀는 바로 영화 감독에게 전화를 넣었다.
다음 날 아침, 시나리오 「A Good Man」는 바로 영화감독의 집으로 배달되었다.
‘이 시나리오가 도대체 어떻길래?’
이상한 일이었다. 곧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갈 작품이 있었지만, 대표는 은근슬쩍 「A Good Man」을 추천했다.
물론 최종 결정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몫.
‘내가 얼마나 어렵게 이번 작품을 선택했는지 알면서.’
감독은 그냥 예의상 몇 페이지를 읽어보기로 했다.
미국 피지컬 천재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