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59
59
‘생일이라…’
나는 할아버지와의 통화가 끝나고 한참을 가만히 앉아 있었다.
‘로한’의 생일은 5월 24일, 2학기가 끝나기 바로 전날.
빙의를 한 시점이 8월이니, 내가 로한으로써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생일이었다.
‘미국의 생일 파티는 어떤 느낌이려나?’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만 접해봤지, 한 번도 직접 참석해본 적이 없었다.
빙의 전 ‘로한’은 애초에 학교에 몇 번 가지도 않아서 친구랄 것도 없었고, 그 몇 번 학교 나가서 마주친 대부분의 학생은 그를 싫어할 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로한이 누군지 모르거나, 혐오하거나… 중간이 없는 아이였다.
– 아… 어… 나, 애들이랑 집에서 생일기념, 집에서 파티할 건데… 올 수 있으면 오고…
그래도 2학년 내내 고교 스포츠를 하면서 홈파티에 나를 초대하는 선수도 없잖아 있었다.
– 아… 로한… 그 너한테도 말하려고 했어.. 이번 주말에 스케이트장 빌려서 놀 거야. 너, 너도 와주면 좋겠다.
말로는 오라고 하지만 갈 곳을 잃은 두 눈동자, 자신감 없는 말투.
이상했다. 난 과거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정말 친절하고 착하게만(?) 행동하는데, 아직도 동료들이 사적으론 날 많이 불편해하는 느낌을 받았다.
‘락커룸에서 애들끼리는 재밌게 웃고 떠들다가도, 내가 딱 들어가면 눈치만 보고 조용해지지…’
그래서 되도록 내가 자리를 비켜주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 학기에는… 친구가 생기려나?’
뭐, 과거에도 딱히 친구는 없었으니까…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생일도 그냥 365일 중 똑같은 하루일 뿐.
굳이 의미를 두지 않았다.
*
어째서인지 그날 밤 나는 전생의 꿈을 꾸었다
난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데… ‘생일’이 키워드가 되어서 괜히 무의식 속 감정들을 들쑤신 모양.
사실 난 꽤 오랫동안 ‘생일’의 개념을 몰랐다.
유년기를 보낸 장애 영유아 시설에서 아무도 가르쳐줄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다.
등록된 생년월일은 내가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시설에서 출생 신고를 한 날짜로 정해졌을 뿐.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냥 무수히 많은 실험 환자 중 한 명이었을 뿐, 사람의 대우를 받은 건 아닌 것 같다.
– 선생님, 생일 축하드려요! 오늘은 남친분이랑 보내시나요?
주변 간호사 선생님들의 대화를 듣고 처음으로 생일에 대한 개념을 정립했다.
‘원래 누가 태어난다는 건 축하받을 만한 일이구나. 저주가 아니고.’
나중엔 글도 배우고, 독서를 하게 되면서 생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지만… 어쨌든 생일이 나에게 별 의미가 없는 날인 건 마찬가지였다.
– 다들 모여! 오늘 철수 생일이야. 노래 부르고 케잌 먹자.
그나마 보육원으로 옮겨졌을 땐, 서류상의 생일에 형식적인 축하가 이루어졌다.
그것도 대부분 안 오고, 어린애들 위주로 모여서 후딱 생일 축하 노래를 해치우고 허겁지겁 케잌을 먹기 바빴다.
– 철수 형은 어차피 맛도 못 느끼잖아. 내가 대신 먹어줄게.
– 씨발아, 왜 니가 처먹어. 나도 좀 먹어보자.
– 존나 부럽긴 하다. 이런 새낀 우리 급식도 잘만 먹을 거 아냐.
나중엔 그냥 생일을 안 챙겨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해서 그런 의례적인 행사도 없어졌다.
‘혼자 살았을 때가 맘은 참 편했지.’
나이를 더 먹고 독립하자, 경제적인 책임을 지게 되었을지언정 숨통은 확 트였다.
그땐 먹고 사는 게 힘들어서 생일 따윈 잊고 살았다.
[고객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쇼핑몰 10% 할인 쿠폰을 드리오니…] [김철수님의 생일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가끔씩 이메일을 확인할 때, ‘아, 내 생일이구나. 시간 참 빠르네,’하고 그냥 지워버리는 것이 다였다.
– 철수 씨 오늘도 고생했어. 생일인데 일찍 로그오프해.
– 아… 감사합니다.
– 오늘 같은 날은 친구들이랑 보내나? 가족은 없다고 했지?
– 네, 그러려고요.
– 좋네. 친구들도 젊었을 때나 어울릴 수 있는 거니까 지금 많이 즐겨.
다만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그리고 나이를 먹을수록 나도 모르게 결핍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내게는 없다는 걸 자각하면서부터 생긴 감정이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제풀에 지쳐 모든 것에 초연하게 되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사람의 애정을 갈구하던 시기가 있긴 했다.
그런데 혼자서는 밖에도 못 나가고, 나의 제한된 세상에서 그걸 해소할만한 장소는 한 곳뿐이었다.
[나 오늘 생일임 ㅇㅇ 축하해줘] [여친이 서프라이즈 생파 해줘서 너무 행복했음.] [역시 생일은 가족이랑 소소하게 보내는 거지~.]평소 눈팅만 하던 이런저런 게시판에 가서 글을 남겼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하게, 나중에는 어그로성으로.
– 생축
– 그래서 여친이 있으시겠다??
– 나도 나이 먹곤 가족이랑 보내는 생일이 최고더라.
달린 댓글들을 읽으며 혼자 피식 웃곤 했다.
마음속 공허함을 조금은 채워주더라. 오래가진 못해도.
‘어렸지, 나도 참.’
어차피 부질없는 짓.
책이 있고, 풍부한 상상력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것이 나의 행복이었다.
진짜로.
*
‘로한’의 생일 아침.
“……”
찝찝한 꿈을 뒤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에 아무도 없나?’
부모님은 건물 리노베이션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어 한창 바쁘셨다.
아무래도 공사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오전 중에는 얼굴을 뵙기 어려웠다.
‘곧 가게도 여실 거라 정신 없이 바쁘시겠지.’
의외인 것은, ‘미녀는 잠이 많아,’라며 주말 아침 내내 잠만 자는 리아가 집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평소의 루틴대로 조깅을 하고, 맨몸 운동으로 몸을 풀어준 다음 씻었다.
“모시겠습니다.”
이번에도 시간에 딱 맞춰, 할아버지의 기사가 마중 나왔다.
‘날씨가 참 좋네.’
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기분 좋은 햇살, 딱 좋은 기온, 그리고 청량한 바람. 삼박자가 완벽하게 맞아서 너무나 좋은 그런 날.
차 안에서 창을 열어 날씨를 만끽했다.
나도 모르게 처졌던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는 몰라도, 도착하고 보니 할아버지는 화려하게 꾸며진 뒷마당에 브런치를 세팅해 놓으셨다.
“와주어서 고맙다.”
항상 그렇듯, 반갑게 맞아주시며 날 꼬옥 안아주셨다.
의외로 처음 만나 뵀을 때만큼 어색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여러 의견 불일치가 있지만, 나를 아끼는 할아버지의 애정만큼은 진심처럼 느껴졌다.
“못 본 사이에 키도 많이 크고, 몸이 굉장히 좋아졌구나.”
내 몸이 마치 고기 부위라도 되듯 이리저리 만져보시는 할아버지.
“한창 클 나이니까요.”
“하하… 여전히 재치가 있어. 전문적으로 케어를 받으면 더 좋아질 텐데, 아직도 생각이 없나?”
“할아버지.”
“그래, 그래. 내가 또 괜히 노파심에…”
오늘의 생일 브런치를 받아들이고 내건 조건은 나를 설득하기 위해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을 것.
“앉거라. 오늘은 특별히 쉐프를 따로 초빙해서 음식을 준비했다.”
“아, 감사합니다.”
이후 식사 시간은 의외로 즐거웠다.
잠깐이나마 평범한 조손 관계 같았다.
“이번 학기를 보니 농구 감각이 아주 뛰어나더구나. 모든 포지션 중 최고인 빅맨은 못하겠지만… 지금도 봐줄만 했다.”
“할아버지가 빅맨이었다고… 너무 편애하시는 거 아니에요?”
“사실만을 이야기할 뿐. 힘과 크기로 모두를 찍어누를 때의 쾌감을, 너는 이해를 하려나 모르겠다.”
“……”
그러다 후식을 먹을 때쯤, 할아버지는 비서에게 손짓을 했다.
“명색이 손자의 생일인데, 선물이 빠질 수는 없지.”
“……?”
비서가 건네주는 흰색 봉투.
“이건? 우리집인가요?”
다름 아닌 집 소유권이었다. 이미 내 명의로 이전되어 있었고, 주소를 보니… 작년 말에 팔았던 부모님 집.
“원래는 조금 더 일찍 주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새로 집을 얻었더구나. 오늘이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가지고 있었다.”
“어째서 이걸…?”
할아버지는 착잡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비록 지금은 관계가 소원하지만, 딸이 어렵게 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편한 아비가 있겠냐. 하지만 그 어떤 경제적인 지원도 싫다 하니, 이런 식으로라도 나서야지.”
“……”
내가 비록 전생의 경험까지 있다지만, 할아버지의 속마음을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한화로 따지면 20억짜리 집을 아무렇지도 않게 고등학생 손자에게 선물하다니. 정말 아무런 흑심이 없으신걸까.
‘정확한 의도를 알 수가 없으니…’
나는 찜찜한 마음에 다시 봉투를 할아버지에게 돌려드리려고 했다.
“이미 명의를 바꾸었다. 그리고, 이 정도의 집은 우리의 손자에게 대수롭지 않은 금액 아니겠나?”
“……?!”
‘설마 알고 계신가?’
나름 작가 활동을 조심한다고 했으나, 할아버지가 마음먹고 판다면 이 세상에 비밀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 이것도 깔끔하게 정리해놨다.”
그런데 비서가 추가로 넘겨준 봉투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수표?’
[크롬웰 프로모션]나와 다리우스의 복싱 경기를 주관했던 차머스의 회사 이름으로 발행된 수표.
할아버지는 흐뭇한 얼굴로 나를 관찰하셨다.
“차머스가 차일피일 미룬걸, 내가 교통정리 했다.”
“…감사합니다.”
첨부된 정산서를 보며 나도 조금은 놀랐다.
‘복싱이 가장 수익모델이 좋은 스포츠라고 하더니…’
[$1.5M(=20억)] [오프라인 티켓 매출(체이스 센터): 평균 가격 $100 x 20,000 장 x 로한 정산비율 70% – 경기 대관료] [$18.5M(=240.5억)] [온라인 티켓 매출(PPV): 평균 가격 $30 X 1,100,000 장 x 로한 정산비율 70% – 수수료]아마추어 역사상 최고의 매출을 올린 복싱 경기였다.
심지어 프로 경기와 견주어봐도 역대 50위권에 드는 상당한 금액.
준비 기간이 좀 있었지만, 경기 자체는 3분 안에 끝났다는 걸 고려하면 1초에 1.4억 정도 번 꼴이다.
“축하한다, 로한. 이제야 비로소 경제적인 자유를 얻었구나. 일반인들은 평생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자산을 너는 겨우 고등학생 때 쌓아 올렸다. 참으로 대견한 일이지.”
할아버지는 진심으로 날 기특해하시는 듯했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고, 굳이 생색을 내자면… 이 모든 게 크롬웰의 이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군.”
‘으이구, 틈만 나면 집안 자랑…’
최근에 정산받은 「그녀가 사라졌다」와 「착한 사람」 인세를 보시면 생각이 좀 달라지실텐데.
나는 할아버지의 말이 귀엽게 느껴져서 그냥 웃어넘겼다.
“로한.”
“네?”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돈이 생겼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 생각이냐?”
“…글쎄요?”
“이 시점이 중요하다. 여길 기준으로 일반인과 위인이 나뉘지.”
할아버지는 마치 나를 시험하듯 물었다.
“이대로 은퇴해서 모아 놓은 돈을 쓰며 안주하는 삶을 살겠냐? 아니면 너의 신분을 높이기 위해 전부 재투자할 수 있겠냐?”
“……”
“결국 이 세상은 몇몇의 지주(Landlord) 아래 빌붙어 먹는 소작농(Peasant)이 대부분. 단순히 돈만 많아서는 배부른 소작농을 벗어나지 못한다. 부를 기본 베이스로, 막강한 권력과 영향력을 통해 이 세상의 지분을 얻어야 비로소 지주로 거듭날 수 있는 거지.”
할아버지는 야망, 혹은 광기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는 우리 크롬웰이 진정한 지주로 거듭날 때까지 눈 감을 생각이 없다. 한 번 지주로 올라선다면 영원히 대물림할 수 있지. 영원불멸한 집안이 되는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떠나기 직전 대답을 드렸다.
“할아버지.”
어젯밤 꿈 때문인지, 항상 누워 있어야 했던 ‘철수’가 떠올랐다. 인생의 결핍과 무력함을 독서와 상상력으로 달래야 했던 세월.
내가 바라는 건 그때도, 지금도 한가지 뿐이었다.
“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오후에는 학교에 왔다.
어차피 수업도 다 끝났고, 농구도 시즌이 마무리되어서 굳이 올 필요는 없었는데, 리아가 도움을 청했다.
[리아: 오늘 학교 안 옴? 나 모르고 과제 놓고 왔는데, 좀 가져다줘.] [리아: 아, 씹지 말고… 이번 주 설거지는 내가 할게.] [나: ….원래 설거지는 니 담당이잖아. 밖에 텐트쳐줄까?] [리아: 맨날 쫓아낸다고 협박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못 살겠네. 더럽고 치사해서 얼른 돈 벌어서 나가야지…] [나: (과제 쓰레기통에 넣는 사진)] [리아: 앗!!! 그럼 뭐든 딱 하나만 들어줄테니까, 꼭 좀 가져다줘!! 집에 들를 시간이 없어서 그래…]“……?”
급하게 도착한 학교는 무척 한산했다.
‘이제 곧 방학이라서 그런가? 사람이 거의 없네…’
아무래도 미국은 내일 모래부터 시작하는 여름방학이 3개월에 달하다 보니, 이미 떠난 학생이 많은 모양이었다.
나는 리아가 실내농구장에서 정리를 돕고 있다는 말에 일단 그쪽으로 향했다.
“……?”
커다란 문을 열자 칠흑 같은 어둠속의 경기장이 얼핏 보였다.
딸칵 –
그래서 불을 켰더니…
– 우와아아아아아!!!!
갑자기 귀청이 떨어져 나가라 함성이 들려왔다.
“……!”
관중석을 가득 채운 천여 명의 학생이 나를 바라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몇몇은 단어가 적힌 커다란 카드를 손에 들어 문장을 만들어냈다.
[더 빌런의 생일을 축하한다!] [망나니라 욕하지 마라, 우리 망나니다!] [아직 17살밖에 안 됐다니…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더 많은 사고를 치려고.] [너 때문에 1년 즐거웠다! 제발 감옥 가지 말고, 전국대회 가자!!]“……”
축하해주는 건지… 욕을 하는 건지…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보고 있자, 곧이어 그들은 한 목소리가 되어 노래를 불렀다.
– Happy birthday to you ♩ ♪ ♫ ♬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확실한 건, 평생 이렇게 강렬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
그래서일까? 저절로 심상 세계가 열렸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눈을 뜬 상태로, 현실 세계와 심상 세계가 섞여 하나로 어우러졌다.
“……”
생일 축하 노래가 음표로 형상화되며 하나의 파편을 만들었다.
그 파편 안에는 지금 이 장면이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중.
나의 가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새하얀 감정선이 그 파편을 더욱 단단하게 다져주었다.
‘내가… 미쳐가나?’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심상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리아가 초가 켜진 커다란 케잌을 들고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뒤에 엄마와 아버지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이 충혈되었지만, 곧 이어 눈물이 쏙 들어갔다.
나는 바로 뒤돌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야, 저 새끼 튄다!!!”
“씨발 눈치 존나 빨라. 잡아!!”
“막으라고, 막아! 공격, 수비 라인맨 돌격!!!”
미식축구 선수들과 농구 선수들이 각자 케잌을 하나씩 들고 나에게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기세가 얼마나 살벌한지, 저렇게만 했으면 나 없이도 리그 전승하지 않았을까… 합리적인 의심이 될 정도였다.
‘잡히면… 죽을 수도 있다.’
내 나름대로 지금까지 배운 풋워크를 현란하게 펼쳤지만, 인해전술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으아악!”
관중석의 학생들까지 가세하자 어디 발디딜틈도 사라졌다.
그들은 아예 나를 들어서 콘서트장에서 ‘서핑’을 하듯, 나를 중앙으로 옮겼다.
마치 내가 표적이라도 된 듯, 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빈공간.
“…그동안 내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적 있었나?”
다급한 마음에 과거의 ‘로한’이 한 만행까지 사과했지만, 이미 학생들은 사이좋게 케익을 조각내서 나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퍼억 – !
“……”
이리저리 피하다가 결국 얼굴을 정통 얻어맞자, 내 안의 ‘로한’이 깨어났다.
“오냐, 오늘 한 번 다 같이 죽어보자!”
오클랜드 고교 개교 이래 사상 최악의 푸드 파이트(Food fight: 눈싸움을 하듯 음식을 서로에게 던지는 행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니, 선생님들까지 열심히 참여해놓고 나한테 뒤집어씌운다고???’
이후 흉수가 나로 지목되어 뒷정리를 덤터기 맞았는데, 어쩔 수 없이 미식축구부와 농구부를 총동원해 학기 마지막날까지 청소를 해야했다.
*
다음날, 나는 새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미국 피지컬 천재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