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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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웍스 코믹스]의 주례 에디터 회의.치프 에디터의 집무실로 소속 선임 에디터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각자 진행하는 작품에 대해 보고하는 모임.
판매량, 독자 반응, 앞으로 진행 방향을 놓고 함께 논의하면서 다음 한 주를 준비하는 자리였다.
“다 모였습니다.”
치프 에디터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정시가 되자, 선임 에디터 한 명이 알아서 일어났다.
“그럼 제가 담당하고 있는 ‘분노의 화신’ 시리즈에 대해 보고 하겠습…”
하지만 바로 치프 에디터가 제지했다.
“일단 다들 앉지. 시작하기 전에 먼저 다루고 싶은 안건이 있다.”
“……?”
선임 에디터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우리가 제대로 들은 게 맞아?’
‘뭐 잘못 먹은 거 아냐??’
‘그렇게 계획 좋아하는 사람이… 갑자기 딴소리를 한다고?’
치프 에디터는 철저하게 미리 계획한 스케쥴을 따르는 상사였다.
그가 집권한 지난 8년 동안, 정해진 스케쥴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휴식을 취하고 화장실에 가는 시간까지 오차범위 안에서 지키는 별종 중 별종이었다.
그런 치프 에디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례 회의에서 평소의 흐름을 깬다?
“일단 이것부터 검토하도록 하지.”
치프 에디터는 7명의 선임 에디터에게 원고를 한 부씩 나눠주었다.
「The Shadow: Legacy – Vol.1」
“새로 디벨롭 중인 시리즈인가요?”
“그런가 봐요. 정확하게 32페이지, 1부 분량이에요.”
“누가 스토릴 쓴 거지?”
보통 코믹스는 월간지, 시리즈마다 한 달에 한 부씩 출간이 된다.
한 부의 분량은 32페이지.
치프 에디터가 나눠준 원고는 이미 컷도 나뉘고, 장면별 연출까지 담아낸 그림 콘티의 형태였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일단 전부 읽고 토의를 시작하겠다.”
선임 에디터들은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절대적인 권력의 치프 에디터에게 반문하지 않았다.
잠시 후.
“……”
그동안의 소란이 무색할 정도로 집무실은 고요해졌다.
휘익 – 바쁘게 페이지 넘기는 소리만 들린다.
읽는 속도가 빠른 선임 에디터는 이미 1회독을 마쳤지만, 고민도 하지 않고 다시 처음부터 감상했다.
“하아.”
여기저기 탄성이 터져나온다.
선임 에디터 중에서도 [원더웍스 코믹스]의 넘버 원 히트작을 담당하고 있는 그랜트(Grant)가 가장 먼저 물었다.
“이게 뭐죠? 어떤 작가가 쓴 작품인가요?”
그는 다시 원고를 훑으며 말했다.
“암울한 분위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걸 보면 밀러 작가님 같기도 하고… 이 정도의 미친 흡입력으로 스토리텔링하는 걸 보면 맥팔랜드 씨 같기도 하네요.”
“둘 다 아니다. c.k. 작가라고 아는 사람 있나?”
“…어? 어디서 들어본 이름…?”
‘어디서 들어봤지?’
대부분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지만, 그랜트를 비롯한 몇몇은 열심히 기억을 더듬었다.
“설마!! 그 뭐더라… 그래. ‘그녀가 사라졌다,’의 작가를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베스트셀러 작가 분.”
“그렇다. 바로 그 c.k.작가의 원고다. 내게 직접 전달했어.”
“……?!”
선임 에디터들은 작가의 정체를 몰랐을 때보다 더욱 놀란 반응이었다.
“c.k. 작가가 코믹스 광팬이었나요? 글 콘티도 아니고, 그림 콘티를 이렇게 깔끔하게 만들 수 있나?? 이거 그대로 가져가서 그림만 그리면 될 것 같은데요.”
그랜트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이 정도의 그림 콘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직원은 [원더웍스 코믹스] 내부에서도 한 손으로 꼽았다.
“누군가와 팀을 이뤘을 수도 있고, 직접 콘티를 짜왔을 수도 있다. 지금 중요한 건, 이 작품을 우리가 진행할 가치가 있느냐. 있다면 누가 담당하겠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선임 에디터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이들은 [원더웍스 코믹스]에서도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들을 담당하고 있는 선임 에디터.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받다 보니, 이미 포트폴리오에 빈 자리가 없다.
‘재밌어. 코어 팬들을 만족시킬 요소는 충분해. 하지만 이미 안정적으로 팔리고 있는 작품을 하나 포기하고 받을 정도인가…?’
현재 [원더웍스 코믹스]는 하나의 공통된 세계관, 즉 ‘원더웍스 유니버스’에 힘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15년, 성공적인 영화화를 통해서 기존의 코어 팬 이외에도 수많은 라이트 팬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상황.
영화화가 된 슈퍼히어로의 코믹스 시리즈는 어떤 내용이든 찍어만 내면 불티나게 팔렸고, 정작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신작은 이미 여럿 폐기했을 정도로 성적이 저조했다.
“……”
“……”
그러다 보니 「The Shadow: Legacy – Vol.1」이 재밌다는 건 모두 동의했지만, 선뜻 나서는 선임 에디터가 없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제가 진행해보겠습니다.”
그랜트는 큰 마음먹고 자원했다.
‘그동안 너무 편하게 지냈지.’
이미 [원더웍스 코믹스]를 대표하는 히트작 하나를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조금 더 실험정신을 필요로 하는 작품을 더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그랜트는 머릿속에서 어떤 그림 작가를 붙여야 하는지, 앞으로의 내용은 어떻게 진행시키면 좋은지, 그리고 ‘유니버스’에 편입시키기 위해서 다른 인기 슈퍼 히어로와 합작을 할 수는 없는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프 에디터가 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그럼 그랜트가 영업을 뛰는 걸로 하지.”
“네? 영업이라니요? …설마??”
“일단 저작권부터 확보해야 한다. 같은 원고를 ‘인피니트 코믹스’ 측에도 투고한 모양이더군.”
“……”
“서두르는 게 좋겠어. 좋은 결과를 기대해보지.”
.
.
.
그리고 같은 시각 [인피니트 코믹스] 쪽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다만 접근 방식은, [원더웍스 코믹스] 측과 완전히 달랐다.
*
드디어 오래 기다려 온 레노베이션이 끝났다.
아버지는 더 이상 자잘하게 손 볼 것도 없이, 정해진 기한 안에 완벽하게 공사 현장을 관리 감독하셨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며칠 동안 밤잠을 줄여가며 가게를 준비하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디자인 회사에 의뢰해 두었던 [레드 치킨]의 간판을 달았고, 메뉴, 전단지, 투고 박스, 종이컵 등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세팅했다.
‘가게 하나를 여는데도 신경 써야 할 일이 굉장히 많구나.’
그래도 가족이 다 함께 작업을 하니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띵동 –
“다들, 왔나보다.”
나는 잠겨 있는 정문을 열어주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레드 치킨]의 정식 오픈을 앞두고, 가장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했다.
“우와, 건물 밖도 엄청 달라졌는데… 안은 아예 싹 뜯어고쳤네??”
“여기 너무 좋아진 거 아니야??”
고맙게도 리아의 친구들이 급하게 와주었다.
알리사, 아이비, 그리고 클로이.
거기에 내 동료라고 할 수 있는 대런과 웨이드까지 시간 차를 두고 도착했다.
“여기가 너희 집 가게구나! 역시, 리아라면 치킨집이지. 거의 하루에 한 번씩은 후라이드 치킨을 먹는데, 계속 사주느니 직접 가게를 차리는 게 더 경제적일 거야.”
“뭔소리야… 그 정도는 아니잖아…”
나는 일단 아이들을 [레드 치킨]의 좁은 홀에 일렬로 앉혔다.
“급하게 불렀는데, 와줘서 정말 고마워.”
“아냐아냐. 이런 건 얼마든지 대환영!”
“더 자주 불러줘도 돼!”
언제나 그렇듯 알리사랑 아이비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고, 클로이도 옆에서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퍽퍽한 닭가슴살이 아니라 후라이드 치킨이 바로 그 괴물 같은 피지컬의 비밀이었나? 나도 이제 식단을 바꿔야겠어.”
“……”
웨이드는 여전히 자기만의 세계에 사는 듯했다.
“어쨌든, 우리가 가게 오픈에 앞서 레시피는 완성했는데… 아직 대표 메뉴를 확정 짓지 못했어. 오늘, 너희가 맛을 보고 결정을 도와줬으면 좋겠다.”
“와아아아! 너무 좋아요!! 인스타에 올려도 돼??”
“이게 바로 성덕인가… 내 인생 최대 업적 갱신!”
“……”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는다는 소녀들이라서 그런가.
알리사와 아이비는 내가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너무 열렬하게 받아주었다.
“하아… 뭐하냐 너희?”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닌지, 리아가 못마땅한 눈빛으로 말했다.
“약 했어? 오늘 왜 그래?”
“우리가 뭘? 사랑하는 베프를 도와줄 생각에 기분 업된 게 이상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오늘 엄청 중요한 일정들을 싹 비우고 왔는데… 로한, 미안. 리아가 이렇게 싫어할 줄 몰랐어. 지금이라도 갈게…”
알리사와 아이비는 얼마나 죽이 잘 맞는지, 어느새 고개를 바닥에 떨군 채 터덜터덜 힘없이 걸어나갔다.
“리아야?”
내가 한마디를 하고 나서야, 리아는 한숨을 푹 내쉬며… 둘을 붙잡아 정중히(?) 자리에 앉혔다.
“알다시피 우리는 후라이드 치킨 가게를 차리기로 했어. 우리 가족이 워낙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이번에 레시피 개발을 열심히 해서 맛을 꽤 향상시킬 수 있었거든.”
“오오오오오!! 너무 기대돼요. 영상 찍어도 되나?”
“원래도 엄청 맛있게 만들어주셨는데, 거기서 업그레이드를 했다? 말만 하지 말고 얼른 가져다줘!”
“…어… 그래.”
최근에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는데, 벌써 기가 쫙 빨리는 느낌.
“일단 우리가 오늘 도움받고 싶은 건… 한 번 먹어보고 남부식 후라이드 치킨을 팔면 좋을지, 아니면 한국식 후라이드 치킨을 팔면 좋을지 의견을 보태주는 거야.”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치킨 테이크아웃점을 차리기로 한 6개월 전부터 고민하던 난제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리아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괜찮다는 의견. 우린 둘 다 너무 좋아했고, 각자만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엄마와 아버지가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 여기 오클랜드의 인구 구성을 봐봐요. 흑인 비율이 가장 높죠? 그럼 당연히 친숙한 남부식 후라이드 치킨을 팔아야해요.
– 오히려 그래서 K-치킨을 팔아야지. 후라이드 치킨 애호가들이 많기 때문에, 더 맛있는 치킨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 지금 뭐라고 했어요??? 더? 맛.있.는??? 어떻게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그런 거짓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어요? 한국에 치킨을 전수해준 것이 바로 우리들 아닌가요? 오리지널, 클래식, 영원불멸의 진정한 치킨은 남부식 치킨이에요.
– 우리나라에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도 많은 게 치킨집인 거 알아? 남부식 치킨은 그 옛날 구닥다리 레시피가 그대로 이어졌지만, 우리의 K-치킨은 5천만 전국민이 끊임없이 개량한 끝에 가장 이상적인 치킨을 완성했다고. 딱 먹어보면 알잖아?
‘그렇게 사이가 좋은 두 분이, 치킨 이야기만 하면 몇 날 며칠을 싸우셔서…’
우리 가족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을 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 애들한테 물어봐요. 로한이 내가 만든 남부식 치킨이 가장 맛있다고 했어요!
– 로한?? 네 안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그럼 리아? 리아 너는…?? 아빠 치킨이 최고라고 그랬잖아? 그치??
나와 리아는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각자 엄마와 아버지 편을 들어서 균형을 유지해야 했다.
– 차라리 둘 다 같이 파시는 게 어때요?? 이 두 치킨을 세상에 선보이지 않는 건 너무 인류의 손실인 것 같은데…
– 무슨 소리! 내가 여기서 물러서는 건 한국인들의 피나는 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일이야.
– 너희 아버지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 남부식 치킨은 바로 노예제도의 고통을 승화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탄생한 역사적인 음식이야. 오클랜드에서 팔기엔 이것보다 좋은 메뉴가 없어!
나름대로 중도를 찾아드렸지만, 내가 두 분의 승부욕을 간과했다.
분명 스스로가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한 걸음조차 양보하지 못하셨다.
‘어쩔 수 없이 두 분의 원망은 우리 친구들이 받는 걸로.’
하지만 오픈 날짜는 다가오고. 결국은 결정을 내려야 해서 오늘의 자리를 마련했다.
– 그럼 오클랜드 토박이(Native) 친구들을 불러 투표하는 걸로 해요. 마침 리아의 친구가 백인, 남미, 흑인등 골고루 있으니까 얼추 공평할 거에요.
그리고 두 분은 무조건 투표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다.
‘나도 모르겠다…’
“자, 그럼 아버지의 치킨부터 시식해보자.”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버지가 주방에서 나오셨다.
“다들 오래 기다렸지? 괜히 구닥다리 음식을 먼저 먹고 입맛을 버릴까봐 내가 처음으로 나왔다.”
아버지는 테이블 위에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 치킨을 보기 좋게 차려 놓으셨다.
“……”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아버지는 윙크를 한 번 찡긋하셨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저절로 읽혔다.
‘우리 아들이랑 같이 완성한 레시피인데…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지.’
나는 애써 아버지의 시선을 외면하며, 치킨을 먹기 시작한 아이들의 반응을 살폈다.
“…어???”
가장 먼저 큼지막하게 한입을 먹은 알리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닭봉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미국 피지컬 천재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