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6
66
3개 대학 합동 에이펙스(Apex) 캠프.
전통적인 미식축구 강호 앨러배마 대학, 노트르담 대학,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이 공동 주최하는 미국 최고의 여름 훈련 캠프였다.
1년에 한 번씩 개최지가 바뀌는데, 이번 2023년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진행.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전국의 고교 선수 300명이 실시간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뭘 쳐다봐?”
“지나가니까 그냥 쳐다보는 거지, 뭘 어쩌라고 새꺄.”
“오, 분노 조절 장애 굿. 그딴 성질머리로 미식축구 해봤자지.”
“뭐라고 지껄였냐?”
아무래도 자기 동네에서만큼은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아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시작부터 신경전이 치열했다.
하지만 폭력 사건을 일으키면 즉각 퇴소. 심지어 퇴소 사유가 공지 사항으로 박제되기 때문에… 겉으로만 으르렁거릴 뿐, 실제로 주먹다짐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역시 한창 혈기왕성할 나이지, 허허.”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사람 좋게 웃는 70대 노인이 있었다.
바로 스탠포드 대학 미식축구팀의 헤드 코치 트로이 테일러.
그는 전설적인 NFL 헤드 코치 출신으로, 무려 두 개의 다른 팀에서 슈퍼볼 우승을 한 업적을 인정받아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을 했다.
다만 크롬웰 재단이 5년 전부터 스탠포드 대학의 미식축구 프로그램을 파격적으로 후원하면서, 테일러 감독까지 복귀하게 된 것.
그 결과 항상 랭킹 20위를 겉돌던 스탠포드 미식축구팀은, 점점 성적이 좋아지더니 결국 지난 2년은 전국 3위안에 들었다.
올해 유독 많은 전국구 유망주들이 모여든 것도, 에이펙스의 이름값도 있지만, 테일러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다.
“노안이 와서 그런가… 사진만 봐서는 실물이랑 매치가 쉽지 않군. 어디, 눈여겨 볼만한 친구가 좀 있나?”
곁에 서 있던 공격 코치가 운동장을 가리켰다.
“이번 기수들은 쿼터백과 러닝백 자원이 굉장히 우수합니다. 아쉽게도 다리우스는 초청을 마지막에 거절했지만, 마이애미 고교의 키요네 젠킨스가 눈여겨볼 만합니다. 어깨가 좋고, 시야가 넓어서 전국에서 총 패스 거리가 가장 높죠.”
“제가 유심히 보고 있는 수비 라인맨도 있습니다. 유타 에릭슨이라는 일본 사모아 혼혈 선수인데, 작년까지만 해도 프로 스모 선수 준비를 하다 가족이 급하게 이민을 온 케이스입니다. 미식축구가 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올해 첫 시즌에 투입되었으면서도, 전국구 관심을 받는 친구죠.”
수비 코치도 급하게 끼어들었다.
“러닝백에서는 웨이드 존스라고…”
“세이프티 자리에 아주 발이 빠르고 전술 이해도가 높은…”
둘은 경쟁을 하듯 한 명 한 명을 테일러 감독에게 소개시켰다.
신입생들에게 제안할 수 있는 전액 장학금의 자리는 제한적이고, 각자 공격진과 수비진을 더 충원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허허, 좋은 인재들이 많군. 아주 좋네.”
양 코치의 애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테일러 감독은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로 화답할 뿐.
그는 유망주들의 신상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음?”
테일러 감독은 그러다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처음으로 먼저 물었다.
“저기 저 친구는 누구지?”
이미 몇백명이 모인 운동장임에도 불구하고, 두 코치는 테일러 감독이 누구를 말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조금 전까지 정글의 야수들처럼 기선제압에 열을 올리던 선수들이 갑자기 홍해가 갈리듯 공간을 벌려주었던 것이다.
그 중심에는 모두를 먹잇감 보듯, 사악하게 웃는 건장한 선수가 입장하고 있었다.
“그 선수네요. 고교 미식축구 역사상 최고의 트러블메이커… 로한 킴.”
그를 바라보는 두 코치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젊은 유망주들을 한 자리에 모은만큼, 어떻게든 안전하게 돌려보내야 하는 것이 책임자들의 의무.
그런데 위험 요소가 제 발로 이곳을 찾아오니 탐탁지 않을 수밖에.
사실 둘 다 로한의 초청을 반대했지만, 테일러 감독이 직접 지목한 유일한 선수라 어쩔 수가 없었다.
“호오. 그동안 키가 좀 컸나? 작년 미식축구 프로필과 좀 다른 것 같은데? 덩치도 훨씬 좋아졌고.”
테일러 감독은 자료를 들춰봤다.
[Rohan Kim] [Height: 6ft 2in(=188cm)] [Weight: 170lbs(=77kg)]작년에 로한이 오클랜드 미식축구팀 트라이아웃을 했을 때 측정한 결과가 아직 고교 선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어 갱신된 적이 없었다.
“그때 이벤트성 복싱 매치에서 209lbs(=95kg)까지 나가는 걸 확인했습니다.”
“흠. 1년 만에 40lbs를 찌웠다라…”
“괜한 과욕이죠. 아마 40야드 대쉬나 버티컬 점프가 예전만큼 안 나올 겁니다. 뭐, 대신 체격이 좋아졌으니 고교 리그에서 그랬던 것처럼 라인을 서기는 더 좋겠네요.”
“글쎄.”
아주 잠깐이지만 테일러 감독의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멀리서나마 로한의 신체를 뜯어봤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고교 랭킹이 뒤바뀌게 되겠군, 허허허.”
“……?”
*
캠프 첫째 날.
미니 컴바인(Combine: 선수의 신체검사 및 체력검정을 하는 행사)이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키와 몸무게를 쟀다. 40야드 대쉬, 벤츠 프레스와 같은 체력검정은 이후 순서.
[Rohan Kim] [Height: 6ft 5in(=195cm)] – 21위 [Weight: 220lbs(=100kg)] – 150위보조 코치는 애매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키는 라인맨 평균이 맞는데, 몸무게는 쿼터백이나 러닝백 수준밖에 안 된다. 차라리 3~40 파운드를 찌우는 게 어떨까?”
내가 주 포지션이 수비 라인맨이어서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가장 크고 무거워야 하는, 든든한 장벽 같은 포지션이어서 라인맨은 평균적으로 250lbs(=113kg), 정말 많이 나가는 친구는 300lbs(135kg)에 육박했다.
“지금 신체 비율이 저한텐 잘 맞아서요. 경기를 뛰는데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운동신경으로 체급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건 고교 리그에서나 가능하다. 프로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에만 와도 어림없는 소리지.”
“제 체급만의 장점이 있지 않을까요?”
보조 코치는 피식 웃었다.
“이번 여름 캠프가 아주 좋은 경험이 되겠구나.”
나도 마주 보면서 웃었다.
“보조 코치님의 견문을 넓혀드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네요.”
“……”
아무래도 미식축구를 해서 그런지, ‘로한’의 영향을 평상시에도 좀 받게 된다.
나는 가끔 뜨악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오히려 내가 이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로 이미 이미지가 이렇게 굳어버렸다.
‘나도 속은 시원하다만은… 사람이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전생에는 무조건 참아야만 했기 때문에 뭔가 한풀이가 되면서도 불안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
팍 –
걷던 중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혔다.
정확하게는 네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 중 한 명이었다.
나보다 작지만 그만큼 날렵해보이는 체구의 소유자였다.
“넌 건방지게 보조 코치님의 말에도 토를 다냐.”“나한테 하는 말이야?”
“그럼 여기에 너 말고 누가 있냐.”
“모르는 꼬맹이가 혼자 쫑알쫑알거리길래, 그냥 혼자 중얼거리는 정신병이 있구나 싶었지.”
“……”
꼬맹이는 똥 씹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지만, 정작 자기의 패거리가 “푸하하하하하,” 빵 터지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착 –
그런데 꼬맹이의 옆에 서 있던 퉁퉁이가 갑자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리 빌런, 이제 보니 아주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네?”
입 냄새가 심각한 퉁퉁이는 나보다 살짝 키가 크고, 몸무게는 실제 300lbs 부근으로 보였다.
흔히 말하는 근육 돼지형. 아까 보조 코치가 말하던 최고의 라인맨 피지컬이다.
“아우 족발 개 무거워.”
그거야 어쨌든, 퉁퉁이의 묵직한 손을 대충 치워버리려는데, 그는 이죽거리며 오히려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래, 이게 고등학생이지.’
치기 어린 신경전.
앞으로 귀찮은 일을 피하려면 한 번쯤 본보기를 삼을 필요가 있다.
“…헙?!”
순간 퉁퉁이의 눈이 커졌다. 경악에 물드는 표정을 감상하면서 힘을 가중시켰다.
그동안 복싱을 훈련하면서 조지 코치가 나에게 진심으로 감탄한 부분은 바로 이 타고난 힘.
나는 퉁퉁이의 손을 그대로 잡아서 바깥으로 꺾어버렸다. 그가 안간힘을 다해서 버티려고 힘을 쥐어짰지만, 그럴수록 얼굴만 붉으락푸르락 추해질 뿐.
“아아악. 놔, 놔라!”
그가 까치발까지 서면서 팔이 더 이상 뒤틀리지 않게 몸을 비트는 꼴은 안쓰러웠지만, ‘로한’은 아직 간에 기별도 안 간 눈치였다.
다행히 제때 보조 코치가 끼어들었다.
“너희, 지금 무슨 짓이지? 입소하자마자 바로 퇴소하고 싶나?”
“앗! 죄송합니다. 저희… 친한 사이라, 장난치고 있었습니다.”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해맑게 웃으며 퉁퉁이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발을 지그시 밟아주자, 퉁퉁이도 사람 좋게 웃었다.
“그, 그럼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보조 코치는 의심의 눈초리로 우리를 번갈아보더니,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 아이 이름은?”
“……”
“유일한 경고다. 다음번에는 짐 싸서 돌아가는 거야.”
“네…”
*
“……”
유타는 손을 가만히 쳐다봤다.
아직도 얼얼했다.
로한에게 손이 꺾였을 때의 무기력함은 예전 스모 선배들에게서나 느껴본 감정이었다.
그런데 그 선배들은 자기보다도 훨씬 덩치가 큰 사람들이었고, 로한은 과장을 보태 자신의 절반만했다.
‘힘으로 밀렸다고? 내가??’
유타는 좀 전의 상황을 몇 번이나 다시 떠올렸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
“신경 쓰지 마.”
그때, 로한에게 꼬맹이라고 불렸던 러셀이 다가왔다.
“어차피 저 새끼 거품… 이번 체력검정에서 다 꺼질 거야. 쟤 저번 시즌 트라이아웃 스탯 봤지? 뭐 작은 우물에서야 나쁘지 않았겠지만, 여긴 전국 무대라고. 저딴 애매한 피지컬로는 한 종목도 순위권에 못 들걸?”
유타의 러셀의 말대로 이제 곧 시작되는 체력검정을 떠올리니 마음이 편해졌다.
에이펙스 캠프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공신력 있는 체력검정 때문.
원래 자기가 속한 고등학교에서 진행한 체력검정은 장비 자체가 전문적이지 못하고, 결과는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학 스카우터들은 의존하지 않는 편이었다.
대신 이런 에이펙스 캠프에서 대학 시설을 이용한 측정은 훨씬 객관적이고 정확해서 고교 선수 랭킹을 매기는데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
특히 단순 개인 기록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모인, 전국에서 날고 기는 유망주들까지 전부 기록되니 서로의 피지컬을 비교하기도 좋은 편이었고.
‘그래, 체급의 차이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지.’
체력검정의 종목은 40야드 대쉬, 버티컬 점프(제자리 높이 뛰기), 그리고 벤치 프레스.
40야드 대쉬는 당연히 러셀처럼 적당한 키에 몸무게가 가벼워야 유리하다.
버티컬 점프는… 그래, 어쩌면 유일하게 로한이 해볼만한 종목.
마지막으로 벤츠 프레스는 자신처럼 크고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유리하다.
하지만…
“……”
콤바인의 벤츠 프레스는 모두 똑같은 무게로, 횟수를 얼마나 많이 치는지 기록했다.
무게는 225lbs(=102kg).
– 우와…. 역시 유타다!! 미친 스모파워!!!
유타는 무려 44회나 해내면서 고교 공식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물론 이전 기록도 자신의 것이었다.
‘저, 저게… 사람인가?’
유타는 로한이 벤츠 프레스를 하는 모습을 보곤 눈알이 빠져나오는 것만 같았다.
로한은 벤츠 프레스를 하며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안정적으로 똑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며, 1회, 2회… 점점 횟수를 늘려갔다.
1. Rohan Kim 50회
2. Utah Ericsson 44회
3. Wade Jones 43회
‘로한 쟤는 분명 주변 눈치를 보고 어쩔 수 없이 그만뒀어. 더 할 수도 있었다고!!’
그 다음 버티컬 점프(제자리 높이 뛰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로한은 예상을 초월했다.
1. Rohan Kim 44in(=112cm)
2. Mitch Stevenson 41.5in
3. Wade Jones 40in
‘저 정도면… NFL 수준 아니야???’
마지막으로 체력검정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40야드 대쉬.
“내가 보여줄 때가 됐군!”
실제 주 대표 육상 선수까지 병행하고 있는 러셀은 기세등등하게 나갔다가… 도망치듯 돌아왔다.
“이건 아니야… 이럴 수가 없다고!!!”
미국 피지컬 천재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