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7
67
“……”
체력검정을 지켜보고 있던 관계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측정이 잘못되었다고 의심하기엔, 다들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캠프 측에 바로 영상 자료를 요청하러 간 이들도 적지 않았다.
“압도적이다…”
그만큼 로한의 개인 기량은 생태계 교란종급이었다.
전국에 미식축구팀이 있는 고등학교가 대략 15,000곳.
고교 선수는 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아무래도 미식축구가 모든 스포츠 중 절대적으로 인기가 많다보니, 운동을 좀 한다하는 고등학생은 다들 미식축구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전국의 모든 고등학생 중 피지컬과 운동신경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최상위 300명이 한 곳에 모인 자리.
한 명 한 명이 뛰어난 인재인 것은 맞지만, 평가는 상대적이다보니 비교적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로한은 단순히 그 정도가 아니었다.
“벤츠 프레스 50회라고?? 고교 기록은 물론, 대학 기록까지 찢었다…”
1. Rohan Kim 50회
2. Utah Ericsson 44회
3. Wade Jones 43회
고교 최고 기록을 갱신한 유타, 겨우 신입생이라는 게 안 믿기는 웨이드도 대단했지만, 로한은 2등과도 월등한 격차를 기록하며 둘의 성과를 묻어버렸다.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닌가? 무식하게 힘만 세다고 미식축구 잘하는 거 아니지.”
“체력 검정 기록이 실제 커리어 성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다들 유의미하다는 건 인정하잖아? 아니면 컴바인을 왜 해??”
“라인맨을 하기에는 키랑 몸무게가 아쉬웠는데, 알고보니 힘이 장사였어. 어쩌면 대학에서도 통할지도…”
에이펙스 캠프에 참석한 타 대학 리쿠르터들이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비판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대학 수준의 라인맨을 하기엔 애매한 피지컬인 거 인정하잖아? 힘세면 좋지. 하지만 벽이라는 건 탄탄하고 두꺼워야 하는 법.”
“흠… 그래도 대학에 들어와서 웨이트를 집중적으로 훈련해서 체중을 늘리면?”
버티컬 점프 순서로 넘어가자 다시 한 번 관계자들 사이에서 침묵이 흘렀다.
“저, 점프력이 저렇게 좋았나?”
로한은 또다시 2위와의 격차를 벌리며 44in(=112cm)를 찍었다.
고교 선수 최고의 기록인 것은 물론, 대학 리그를 통틀어서 5명이 채 넘기지 못하는 높이였다.
“저 정도면… 와이드 리시버로 포변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점프력이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바로 쿼터백의 롱패스를 받는 와이드 리시버. 높이 뛸수록 상대 수비수와의 공중 경합에 유리한 것이다.
“큰 키야… 와이드 리시버에게 흠이 아니지만, 문제는 달리는 속도지. 저래서는 금방 수비수에게 따라잡혀서 의미 없어.”
와이드 리시버의 평균적인 키는 6ft ~ 6ft 2in(= 182cm에서 187cm) 사이.
아무래도 키가 너무 작거나 너무 크면 달리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
“저 아이 40야드 대쉬 마지막 기록이 4.79초야. 괜히 와이드 리시버로 포지션을 변경한다 해도 후보 선수 직행이지.”
미식축구 포지션 중 가장 발이 빠른 건 와이드 리시버, 그리고 와이드 리시버를 방어하는 코너백이다.
[대학 – 와이드 리시버/코너백] [40 야드 대쉬 평균]후보: > 4.79
주전: 4.71 – 4.79
지역구: 4.61 – 4.70
전국구: 4.54 – 4.60
프로선수: < 4.53
로한의 신체조건을 따져보면 라인맨은 아쉽고, 와이드 리시버가 딱인데… 그것도 40야드 대쉬 기록이 모자랐다.
“그래도 키나 체중에 비해 발은 빠른 편이지 않나?”
“대학에 가서도 성장을 하기 마련이니, 훈련을 잘만 받으면?”
어쨌든 관계자들 사이에서 로한에 대한 관심은 점점 지대해졌다.
“……”
그렇게 쉴 새 없이 잡담을 나누던 관계자들도, 40야드 대쉬가 시작되자 숨죽여 운동장을 바라봤다.
모두의 시선은 딱 한 점에 머물러 있었다.
‘여유가 넘치는군.’
긴장한 기색이 조금도 없는 로한.
그는 간단하게 몸을 풀며 달리기를 준비했다.
‘뛴다!’
콤바인에서는 따로 출발 신호가 없다.
로한이 뛰기 시작하면 시스템적으로 정확하게 시간을 재기 시작한다.
‘…저렇게 편하게 뛴다고??’
관계자 중 감탄을 금치 못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로한의 6ft 5in의 장신으로, 어깨가 넓고 팔다리는 길었다. 그리고 라인맨치고 몸무게가 덜 나가는 거지, 와이드 리시버치곤 무거운 편.
빨리 달릴 수 없는 조건을 갖췄지만… 그의 몸은 너무 가벼웠다.
팔다리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 팔다리만 쭉쭉 뻗아나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과장을 보태 몸이 공기를 갈랐다.
그런데도 전혀 힘겨워 보이지 않고, 가볍게 조깅을 하는 모양새.
하지만 그는 빨랐다. 그리고 점점 빨라졌다.
40야드 지점을 통과했을 때, 관계자들의 고개가 일제히 전광판을 향했다.
1. Rohan Kim 4.33
2. Russell Bennett 4.58
.
.
.
9. Wade Jones 4.74
“……!”
300명 중 1등인 것은 물론 4.33초면 프로리그에서도 알아주는 기록이다.
‘심지어 점점 페이스를 올리는 중이었다. 아마 40야드 보다 긴 경주를 펼친다면… 훨씬 뛰어난 기록을 장식했겠지.’
아마 찾아봐야 알겠지만, 저 정도 키와 몸무게에 저렇게 빨리 뛸 수 있는 선수는 한 손에 꼽을 것이다.
신체의 한계를 벗어난 자.
관계자 대부분은 저런 피지컬로, 로한만큼의 기록을 달성하는 사람은 처음 목격했다.
‘라이트닝 볼트라고 불렸던… 그 육상 선수 떠오르는군.’
“……”
관계자들은 체력검정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침묵을 지켰다.
*
충격의 1일차는 미니 컴바인(체력검정)과 함께 마무리 되었다.
우리는 스탠퍼드 대학 내의 숙소를 배정받고 휴식을 취했다.
‘생각보다 재밌네.’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경쟁한다는 게 좀 유치하게 느껴질 때도 있긴 했지만, 확실히 운동은 사람의 피를 끓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언제든 ‘로한’이 날뛸 것만 같은 기분.
마냥 나쁘지 않았다. 얼른 본격적으로 미식축구 훈련을 받고, 실제 경기를 뛰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했다.
‘시간이 나면 틈틈이 더 섀도우, 레거시나 쓰자.’
참 사람의 마음이 묘하다.
몇날 며칠, 열심히 집필을 하다보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운동을 하고 싶어진다.
반대로 오늘처럼 최선을 다해 운동을 한 날은 글이 쓰고 싶다.
나는 차분하게 눈을 감고 「더 섀도우: 레거시」의 내용을 구상했다.
실제로 등장인물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심상 세계.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관찰하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끔 몰입하다보면, 이곳이 심상 세계라는 걸 잊을 때도 있다.
그만큼 「더 섀도우: 레거시」의 세계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이거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무너졌을 때. 그 때야말로 집필이 가장 잘 되는 때였다.
‘한… 10부의 내용이 되겠어.’
코믹스는 33페이지가 1부. 그 기준으로 이미 3부까지 완성했고, 오늘 대충 큰 줄기를 다듬어보니까 정확하게 10부 분량이 나올 듯했다.
‘잘 됐다.’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바로 태블릿을 꺼내, 「더 섀도우: 레거시」의 콘티를 쓰기 시작했다.
*
에이펙스 캠프 2일차.
아침은 단체 체력 훈련 및 개인기 훈련을 받았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300명이 포지션별로 나뉘어졌다.
– 캠프 관계자들이 너희들의 첫날 체력검정 결과는 물론, 그동안의 경기 데이터를 종합해 너희에게 가장 이상적인 포지션을 분석했다.
– 캠프 기간동안 새롭게 받은 포지션, 그리고 각자가 희망하는 포지션. 이렇게 두 포지션에 대한 집중 훈련을 받게 될 것이다.
‘와이드 리시버라…’
어째서인지 나에게 새로운 포지션을 배정한 관계자들이 날 무척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큰 불만은 없었다.
와이드 리시버도 한 번쯤 꼭 배워보고 싶은 포지션이었다.
우리는 곧바로 10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각 포지션을 위해 지정된 장소로 이동했다.
경기장의 한 구역에 모인 인원은 대략 20명 정도.
코치진 몇이 붙어서 인솔했지만, 포지션 집중 훈련을 담당하는 사람은 놀랍게도 우리의 또래였다.
“자, 와이드 리시버들이지? 만나서 반갑다. 내가 다음 며칠간 너희들의 포지션 훈련을 담당하게 되었어.”
말끔한 인상의 백인 남성. 대략 6ft(=183cm) 정도 되어 보이는 키에 무척 날렵해 보이는 체형을 지녔다.
‘굉장히 이상적인 와이드 리시버의 피지컬이군.’
그때 그를 알아본 몇몇 사이에서 적지 않은 소란이 일었다.
“헉! 체이스 영(Chase Young) 아니야??”
“미쳤다. 와이드 리시버 전국 랭킹 넘버 투잖아?”
“이게 에이펙스지! 노트르담 대학 소속 선수가 올 줄은 알았는데… 거물이 납셨네.”
선수들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체이스의 말을 경청했다.
“나도 불과 2년 전에 너희와 같은 자리에 있었어. 아직 많이 배워가는 입장이지만, 적어도 그동안 내가 경험으로 터득한 걸 나눠줄 수 있으리라 믿어.”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확실히 대단한 선수인지, 그 거칠고 껄렁껄렁한 아이들의 군기가 바짝 들었다.
‘때론 선생님보단, 직속 선배가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는 건가?’
나도 나름 기대가 되었는데, 순간 체이스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장난기 어린 눈으로 나를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로한이라고 그랬던가? 우리,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재밌는 놀이로 시작해볼까?”
“……?”
*
체이스는 로한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여기서 가장 많은 기대를 받는 유망주라 이거지?’
딱히 체력검정의 결과를 몰랐어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모든 선수, 심지어 코치진과 관계자들도 로한 한 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른 포지션보다, 와이드 리시버 반에 가장 많은 참관자가 온 것도 비슷한 맥락이겠지.
‘본보기로 삼기 가장 좋은 먹잇감이야.’
악감정은 조금도 없다.
오히려 체이스는 재능 있는 후배들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다.
미식축구가 재밌는 건 어디까지나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자원들이 몰리기 때문.
‘자신들 중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실력자가 형편없이 꺾였을 때, 충격이 큰 만큼 훈련에 대한 집중도가 올라간다.’
“나와볼래?”
지명받은 로한은 잠깐 자신을 쳐다보더니 느릿느릿 곁에 섰다.
‘귀엽긴.’
체이스는 피식 웃으며 일단 로한을 칭찬했다.
“오, 리시버로는 굉장히 큰 축에 속하겠어. 그런데 달리기도 무척 빠르다지?”
그리고 나서 둘은 경기장 끝에 마주 보고 섰다.
“우리 둘이, 일대일을 하는 거야. 일단 내가 먼저 와이드 리시버 포지션을 하고, 너는 반대로 나를 막는 수비수가 되겠지.”
모두가 잘 아는 일대일 게임이었다.
와이드 리시버는 쿼터백의 패스를 받는 포지션.
여기에 수비수가 붙으니 최대한 동선을 까다롭게, 동작에 페이크를 주면서 수비수를 떨쳐내 어떻게든 패스 받을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무사히 공을 받으면 와이드 리시버 승리.
어떻게든 그걸 막아서 인컴플리트(Incomplete: 패스 미스)가 나면 수비수 승리.
“너희들도 잘 보고 있어. 캠프 기간이 짧아서 내 모든 걸 가르쳐줄 순 없지만, 내가 지금 선보일 전략, 풋워크, 타이밍 등을 집중적으로 다룰 거니까.”
쿼터백 역할은 코치진 중 한 명이 맡았다.
체이스와 로한은 서로를 마주본 상태.
삑 !
호루라기가 플레이 시작을 알렸다.
체이스는 일단 직진으로 뛰었다. 전력을 다했지만, 역시나 발이 빠른 로한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생각보다 더 빠르지만… 이 정도론 날 못 막지.’
그는 바로 몸을 흔들어 페이크를 넣으며 경로를 90도 휙 틀었다.
미처 예상을 하지 못했던 로한은 잠깐이지만 체이스를 놓쳤고, 코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패스를 던졌다.
착 –
로한과 거리가 살짝 벌어진만큼, 체이스는 비교적 손쉽게 패스를 받았다.
– 오오! 역시 90도를 꺾는데도 엄청 동선이 깔끔하다. 저거 타이밍 잘못 잡으면 수비수한테 바로 잡히는데…
– 저게 페이크?? 나도 왼쪽으로 가는 줄… 저건 알아도 몸이 저절로 반응하겠는데??
학생들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감탄을 했지만, 체이스는 무표정하게 서 있는 로한을 보며 등골이 서늘해졌다.
‘무슨 반응속도가…?’
자신의 예상보다 로한과의 거리가 훨씬 가까웠다. 와이드 리시버를 담당하는 코너백 포지션은 처음이었을텐데,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었다.
아마 패스가 조금이라도 더 높았거나, 부정확했다면 패스를 차단했을 가능성이 없잖아 있었다.
‘이래서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망신을 주지 못했다.’
다행히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차라리 스텝이 꼬여서 넘어지게 하거나, 훨씬 격차를 벌려 놓았어야 충격적이었을 텐데…
“…자. 다들 여러 번 밟아본 경로라고 생각해. 하지만 아무리 같은 경로라도 내가 펼치는 페이크의 수준에 따라서 수비수의 반응 속도를 조금 늦출 수 있지. 이제 바꿔서 해볼까?”
“좋죠.”
로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덥석 물었다.
이번에는 로한이 와이드 리시버.
삑 !
로한이 뛰기 시작했다.
‘…엇? 더 빨라졌어??’
미국 피지컬 천재 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