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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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펙스 4일차 일정이 끝나고 갑자기 학생들에게 공지 사항이 전달됐다.
“이게 뭔 소리야?”
유타(퉁퉁이)와 러셀(꼬맹이)은 공지 내용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마지막 친선 경기를 ‘고교팀 vs 대학팀’으로 치른다고??”
에이펙스 마지막 날 친선 경기는 여름 캠프의 꽃이다.
이미 현장에 와 있는 수많은 대학 리쿠르터들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스포츠 관계자와 스폰서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는다.
하다못해 케이블 방송과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중계가 되기 때문에, 고교 선수에게서는 무척 드문 전국 단위 노출이 가능한 무대.
친선 경기에서의 활약을 기반으로 수많은 고교 스타가 탄생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는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경기의 방식이 하루아침에 바뀌다니?
러셀이 에이펙스 유경험자인 유타에게 물었다.
“원래 친선 경기는 대학 조교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서 진행한다고 하지 않았어?”
“…맞아.”
“근데 뜬금없이 ‘고교팀 vs 대학팀’이라니?? 이러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
유타는 선뜻 대답하는 대신, 물끄러미 운동장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항상 캠프 일정이 끝난 자유 시간에 자기들끼리 훈련에 매진하는 오클랜드 고교 선수들이 있었다.
‘말이 훈련이지… 한 명이 일방적으로 시키는 고문 같기도 하고?’
“아…”
어쨌든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최근 캠프의 분위기가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로웠고, 대학 조교들이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다.
‘물론 당사자는 아무 생각 없는 것 같다만은…’
유타는 로한의 모든 부분이 부러웠지만, 저 단단한 멘탈이 단연 최고라고 생각했다.
고교 선수 1%에게만 허용된 대학 미식축구에서도 랭커인 조교들.
그들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것도 모자라, 비웃고, 조롱하고, 욕하고, 몸싸움까지도 서슴지 않는 로한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웠다.
‘분명 캠프 시작 전만 해도 로한의 악명을 듣고 정신교육을 시키겠다느니, 전국구의 격차를 보여주겠다는 고교 선수들이 적지 않았는데…’
로한은 첫날의 체력검정부터 압도적인 피지컬로 기선제압을 하더니, 이틀차부턴 아예 조교들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광기로 캠프의 분위기를 평정시켰다.
– 쟤는 진짜다…
– 와, 자살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더니… 내가 감히 쟤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 소셜에서 화제가 된 더 빌런의 영상은 다 거짓말이었어!! 로한의 모습을 온전히 담지 못했던 거라고!!
아무래도 혈기왕성한 고교생들이 모인 여름 캠프라, 매년 기 싸움도 벌어지고,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데… 적어도 올해는 그럴 기미가 없었다.
최소 고교생들 사이에선.
“대학 조교들이 어떻게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각오? 목적은 대충 알겠는데… 이게 게임이 될까?”
“음, 공지 사항을 보면 일단 대학팀과 고교팀 사이의 스탯은 맞추겠다곤 하지만…”
친선 경기를 위해 신체조건, 근력, 점프력, 속도 등을 수치화하여 양 팀 간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
“신체적인 우위 없이, 대학 미식축구만의 전술과 개인기로 우릴 찍어누르겠다는 거지.”
“모두가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발상이긴 하네. 최고의 고교팀과 대학팀의 격차는 얼마나 날까. 하필이면 실험 대상이 우리라는 게 문제지.”
확실히 흥미진진한 설계다.
[전국 최고의 고교 선수팀 vs 평균적인 대학 선수팀]업계 종사자들은 물론, 미식축구를 좋아하는 일반인들도 충분히 즐길만한 경기였다.
“……”
하지만 유타와 러셀은 친선 경기의 방식에 대해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점점 화가 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짜 조교 새끼들 존나 마음에 안 들어.”
“자기보다 잘난 고교 선수 한 명 못 받아들여서 포지션 훈련 분위기도 엉망을 만들더니… 이젠 작정하고 담궈버리겠다 이거잖아.”
“작년에는 안 이랬어. 몇 년 후배들에게 한 수 가르쳐주고 미래를 대비시켜주는 훈훈한 분위기였는데…”
여름 캠프가 대학 조교들의 자존심 싸움의 무대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웠다.
“생각해보면 우린 경기가 어떻게 돼도 손해를 보는 구조는 아니잖아? 지면 당연한 거고, 조금이라도 우리가 활약을 하면 저 새끼들 노림수가 역효과 나는 거지.”
“음… 그러네? 그렇다면 가만히 앉아서 당해줄 수는 없지.”
유타와 러셀은 곧바로 계획을 세워 실행했다.
내일 경기 고교팀 선수로 뽑힌 이들을 일일이 찾아가 설득했다.
“미친… 제 발로 호랑이굴을 찾아가자고?”
“다른 방법 있어?”
“…하아.”
대부분 듣자마자 강력한 반발심을 보였지만, 이내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총 27명이 모여 로한을 찾아갔다.
“저… 매일 웨이드랑 대런 훈련을 시켜주던데… 오늘이랑 내일 오전까지 우리도 함께 하면 안 될까?”
친선 경기 준비는 코치진이 참여하지 않았다.
캠프 기간 동안 배운 전술과 포지션 훈련을 시험하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학생들끼리의 콜라보가 권장되었다.
원래라면 각 팀을 이끌어줄 대학 조교들이 그 역할을 했어야 하나… 안타깝게도 바뀐 경기 방식에서 학생들의 의지할만한 사람은 체력 훈련 1위, 전술 훈련 1위, 무려 6개의 포지션 훈련에서 조교들을 파괴한 로한밖에 없었다.
“오호.”
로한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학생들을 둘러봤다.
그리고는 사악하게(유타의 눈에는 정말 그렇게 보였다) 웃으며 두 팔 벌려 그들을 환영했다.
“아예 머리가 없지는 않는 놈들이군. 좋다. 내일, 대학팀이 다신 미식축구를 못하게 만들어버리자고.”
“어? 그렇게까진…”
그때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발을 뺐어야 했다.
하지만 다들 그냥 하나의 ‘표현’이라고만 생각하고 넘겼다.
.
.
.
‘빌런이라고?? 그게 아니야…’
‘악마다… 악마 그 자체라고!’
고교팀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끊임없이 훈련했다.
로한은 아예 그들을 3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서, 전술 훈련, 포지션 훈련, 그리고 휴식(이라고 쓰고 ‘몸은’ 쉬는 동안 끊임없이 미식축구 영상을 보고 관련 자료를 읽어야 했다)을 로테이션 시켰다.
취침 시간까지 무한 반복.
‘캠프의 그 어떤 일정보다 빡셌다.’
그들은 씻고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죽은 듯 잠이 들었다.
남몰래 로한을 욕하긴 했지만, 그 누구도 훈련 자체를 후회하지 않았다.
‘로한은 사실 피지컬보다… 뇌지컬 괴물이 아닐까?’
*
[전국 최고의 고교 선수팀 vs 평균적인 대학 선수팀]선공은 동전 던지기로 결정됐다.
고교팀 공격, 대학팀 수비.
양 팀은 곧바로 경기장 위에 정렬했다.
플레이가 시작되기 직전, 라인맨 간의 트레쉬 토크가 치열하게 펼쳐졌다.
“너희도 참 불쌍하다. 캠프 동기 한 명 잘못 들어왔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박제 당하게 생겼네?”
“에이, 아쉽네. 그놈이 공격팀이어야 직접 박살을 내주는데…”
“걱정 마, 살살 할게. 최대한 빨리 공수 전환하는 걸로 하자고.”
대학팀은 고교팀을 상대로 전혀 긴장하지 않는 눈치였다.
적당히 해도 손쉽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물씬 풍겼다.
“병신새끼들. 입으로 미식축구 하나.”
“귀 아파 죽겠네. 헬멧이 아니라 귀마개를 해야겠는데.”
“……”
놀랍게도 고교팀 역시 로한에게 멀어질수록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거이거… 생각보다 경기가 재밌겠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대학팀은 그런 고교팀의 앙탈(?)을 귀엽게 여겼다.
하지만…
“Hut, Hut, Hike!”
고교팀의 공격이 시작되자, 그들의 얼굴에 여유가 싹 사라졌다.
“잠깐만…?”
“이게 무슨…??”
경기의 양상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
고교팀의 메인 쿼터백은 대런으로 최종 발탁되었다.
– 역시 팔은 안으로 굽네. 쿼터백 랭킹 1, 2위가 아닌 3위를 뽑아?
– 뭐, 그동안 합을 맞췄을테니… 가산점이 있겠지.
이미 코치진에서 뽑은 선수 명단에 올랐다지만, 스타팅 쿼터백으로 뛰는 건 별개의 문제.
개인 기량이나 그동안의 전적이 다른 두 쿼터백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 뭐야. 다들 무슨 불만 있어?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해 봐. 내가 또 굉장히 합리적인 사람이거든.
하지만 최종 결정권을 쥔 로한에게 직접 불만을 표현하는 사람은 없었고, 이어진 전술 훈련을 통해 대런이 어느 정도 인정을 받기도 했다.
– 여기 캠프 리크루터들 안목이 형편없어. 니가 쿼터백 중 3위라고? 피지컬만 따지자면 최하위에 더 가까울걸?
– …고맙다, 로한.
– 그런데 쿼터백 자질로는 아슬아슬하게 1위. 그걸 이번 경기에서 증명할 거다.
로한은 그동안 대런에게 테크니컬한 부분을 전혀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옆에 붙어서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응, 즉 전술 훈련을 반복해서 가르쳤다.
– 개개인의 기량은 우리가 대학팀의 발끝에도 못 미쳐. 그동안의 훈련과 경험은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
–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우리가 이번 경기를 이길 수 있는 거야. 쟤네는 나처럼 강력한 구심점이 되어서 팀을 이끌어줄 리더가 없어. 자존감은 또 얼마나 비대한지, 한 명 한 명이 다 사공인 거지.
“Hut, Hut, Hike!”
대런이 라인 센터의 공을 받음으로써 플레이가 시작.
– 방심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라.
대런은 잠깐 포켓(Pocket: 라인맨들이 쿼터백을 위해 만들어주는 공간)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시간을 벌었다.
휙 – !
그리곤 바로 롱패스를 높이 던졌다.
“뭐야? 저 무모한 패스는… 너무 긴장해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가지?”
“편하게 해 편하게. 그래도 테일러 감독님 얼굴에 먹칠은 하면 안 되지.”
아무도 없어 보이는 지점에 던지니, 대학팀 라인맨들의 조롱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 부분이 있다.
오클랜드 고교에는 로한만 있는 게 아니다.
자신과 시즌 중에도 틈틈이 합을 맞추고, 이번 여름방학에는 ‘타도 로한’을 외치며 거의 매일 만나 다양한 전술을 연습한 상대가 오늘 경기장 위에 있었다.
“뭐, 뭐야 저거! 왜 저렇게 빨라!!”
어느새 코너백을 떨쳐내고 무서운 속도로 쇄도하는 선수가 있었다.
힐끗 공의 경로를 한 번 훑더니, 닥치고 돌진하는 기세가 야생 동물과도 같았다.
착 – !
그리곤 정말 아슬아슬하게 공을 받아냈다.
웨이드 존스.
뒤늦게 따라잡은 가벼운 체형의 대학팀 세이프티가 태클을 시도했지만, 웨이드 존스는 코웃음을 치며 유유히 터치다운 존까지 달렸다.
[고교팀 6 : 대학팀 0]눈 깜짝할 사이 선제득점을 올린 고교팀.
‘수백 번은 더 연습한… 이젠 눈을 감고 던져도 성공할 자신이 있는 플레이라고.’
대런은 주먹을 꽉 쥔 채 높이 치켜 들었다.
“크아아아앗!”
웨이드 존스 역시 호응을 하듯, 로한이 언젠가 했던 포효를 그대로 내질렀다.
“이 자식들 봐라?”
“그래도 고교 유망주라 이거지…?”
경기 시작 후 겨우 1분안에 벌어진 득점.
전광판을 보는 대학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고교팀이 필드골까지 성공시켜 점수는 [7:0].
“크크큭, 병신들. 지금 고등학생들한테 당한 거야?”
“고교 라인맨 정도는 바로 뚫고 쿼터백 쌕할 수 있다고 허풍을 늘어놓더니… 정교한 롱패스를 할만큼의 시간을 내줬네?”
“에휴. 가만히 앉아서 구경이나 해. 우린 한 30초 안에 터치다운을 해주지.”
공수 교대를 하며, 같은 팀의 공격진이 그들을 더 신나게 비웃었다.
“……”
당한 게 있으니 화는 못 내고, 대학팀 수비진은 두고 보자는 얼굴로 공격진의 플레이를 잠자코 지켜봤다.
“어?”
순간 그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놈은 어디 갔어!!! 왜 안 나오는 거야??”
“어… 뭐야?? 진짜잖아! 저 새끼들이 단체로 미쳤나?!”
고교팀 수비진에 로한이 없었다.
공격에도 가담하지 않았던 그는 여전히 경기장 선밖에 머물러 있었다.
지금 플레이를 하고 있지 않은 고교팀의 공격진에게 열심히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설마 경기가 불리해지기 전까지는 벤치를 지키겠다는 건가?”
“웃기지도 않는군. 운 좋게 점수 한 번 땄다고 별 지랄을 다 떠네.”
“그래, 지금 마음껏 즐겨라. 헐레벌떡 뒤쳐나오게 만들어주지.”
대학팀은 이를 갈며 공격에 전력을 다했다.
이미 머릿속에서만큼은 고교팀의 수비진을 부숴버리고 수십 번의 터치다운을 기록했다.
일방적인 원사이드 경기에 로한이 결국 투입되고, 그는 더욱 처참하게 짓밟히면서 경기 종료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눈에 선했는데…
“……?”
문제는 고교팀의 저항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수비진을 총책임 하게 된 유타가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수비에 임했고, 끊임없이 동료들을 격려했다.
“명심해! 우리가 무너지면… 로한이 온다!”
그 결과.
1쿼터.
[고교팀 10 : 대학팀 14]2쿼터.
[고교팀 17 : 대학팀 21]3쿼터.
[고교팀 30 : 대학팀 31]놀랍게도 로한 없이 경기 내내 박빙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대학팀이 아슬아슬하게 우위를 지켰지만, 이미 상처밖에 안 남은 상태.
팽팽하던 승부의 추는 4쿼터가 시작되면서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져 버렸다.
“그래도 예의상 한 쿼터는 뛰어야겠지?”
미국 피지컬 천재 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