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70
70
올해 에이펙스를 주관한 스탠퍼드 대학의 코치진은 진지한 얼굴로 친선 경기를 지켜봤다.
“허허허, 불리한 경기를 앞두고도 고교팀의 얼굴이 무척 좋구나. 좋은 경기가 되겠어.”
테일러 감독의 말에 수비 코치는 혀를 찼다.
“그것도 아직 경기가 시작되지 않았으니까 그런 거죠. 일단 벽에 세게 한 번 부딪혀보면 정신이 바짝 들겁니다.”
코치진 대부분이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걱정 마십시오. 1쿼터는 적당히 맞춰주라고 지시했습니다. ‘생각보다 해볼만한데?’라며 기세등등해졌을 때 추락하면 가장 아픈 법이니까요.”
“…그렇게 뻔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고교팀이 굉장히 철저하게 준비하더군.”
“감독님의 고견이 그렇다면, 그게 맞겠지요. 어쨌든 대학팀에서 2~3쿼터는 냉혹한 현실을 알려줄 것이고, 4쿼터는 다시 기를 살려주는 방향으로 훈훈하게 경기를 끝낼 예정입니다.”
대학 수준의 경기를 경험하는 일은 값진 자산이 되어, 캠프 참가생들을 한층 성장시킬 것이다.
사실 진지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고교 선수라면 돈을 주고서라도 경험하고 싶은 실전 경기.
경기가 시작됐다.
1쿼터.
[고교팀 10 : 대학팀 14]“하, 하… 대학팀이 생각보다 더 살살해주고 있네요.”
2쿼터.
[고교팀 17 : 대학팀 21]“어…? 로한도 없는데…??”
3쿼터.
[고교팀 30 : 대학팀 31]“……”
그 말 많던 수비 코치는 이미 한참 전부터 침묵을 지켰다.
다른 코치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테일러 감독은 공격팀과 수비팀이 번갈아 쉴 때마다, 뭐라고 자세하게 지시를 내리는 로한을 가만히 지켜봤다.
‘선수로써의 기량도 상당하지만, 벌써부터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코치의 역량을 지닌 건가.’
아마 일반 관객들은 모를 수가 있다.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전국 업계 전문가들만 몇백명이 넘는다.
그들은 경기의 양상을 정확하게 읽고 있을 것이다.
‘대학팀이 안일했던 건 맞다.’
캠프에 참석해 하루종일 전술훈련을 받은 건 고교 선수들이지 대학 조교들이 아니었다.
전술 수행 능력이야 대학팀이 월등히 뛰어나겠지만, 아직 조직력을 갖추지 못했다.
훈련할 시간이 따로 주어지지만, 자율 참석이기 때문에 연습이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고교 선수를 상대로 내가 왜?’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대학팀의 공격 전술도 단순히 러쉬 플레이, 패스 플레이.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단순한 포메이션을 선호했고, 수비 전술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고교팀은 어떠한가.’
어제 로한이 갑자기 찾아와서 고교팀 각자의 레포트를 달라고 해서 의아했지만, 내어주긴했다.
반나절 만에 소화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으나, 어떻게든 노력해보겠다는 마음이 갸륵해서였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진짜 팀원들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놀랍게도 개개인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상대의 전술에 따라 최적의 대응을 미리 연구했고, 그 포메이션에 맞춰 가장 역량이 뛰어난 팀원을 기용했다.
그것도 후보 선수까지 30명을 전부. 플레이 시간을 조절하며 체력관리도 완벽하게 했다. 스위스제 시계의 정교한 무브먼트처럼 예술적으로 맞물리는 팀.
‘우리 코치진에게 맡긴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저 정도의 분석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쨌든 양 팀 간의 하드웨어는 엇비슷하므로, 대학팀은 장착한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봐야하는데… 고교팀이 만반의 준비를 통해 격차를 거의 없앤 상황.
‘그래도 대학물을 헛먹은 건 아닌지, 슬슬 정신을 차려간다만은.’
테일러 감독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학팀의 변화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큰 무대를 경험한 대학 선수가 많은만큼, 뒤늦게라도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젠… 고교팀도 경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
“씨발!!! 이게 뭔 개망신이야!!”
“아! 프로 스카우터들도 보고 있는데… 이러다 내년 드래프트 망하면 어떻게 하라고!!”
“아니 주최측에서 중재를 봐야하는 거 아냐?? 고등학생들이야 앞날이 창창하다지만, 우리 앞길 막히면 책임 질거냐고.”
대학팀 분위기가 살벌했다.
경기 내내 아슬아슬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미 진 경기나 마찬가지였다.
관객들의 반응이 그걸 대변했다.
– 와, 이래서 자신 있게 고교팀 vs 대학팀으로 친선 경기를 하는 건가?
– 대학팀이 못하는 거야, 고교팀이 잘하는 거야??
– 저기 쿼터백, 내년 NFL 드래프트 1픽 후보 아냐? 별로 특별한 거 모르겠는데??
–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고교팀이 이겨라!
압도적인 실력차로 수준 높은 아트 미식축구를 보여주었어야 하는 경기.
하지만 정작 경기 내용은 매끄럽지 못했고, 필사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고교팀의 플레이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도 순수하게 이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경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대학팀의 스타팅 쿼터백, 저스틴 루터는 그런 악을 쓰며 매 플레이 최선을 다하는 고교팀을 보며 반성했다.
단 한 명도 설렁설렁하거나, 체면 구기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학팀처럼 어떻게 하면 내가 조금 더 돋보일까, 키플레이어의 역할에 혈안이 된 선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안 돼. 뭔가 방법을 바꿔야 한다.”
“고교생들이 깐족되는 거 들었냐. 확 입을 찢어버리려니까…”
“차라리 우리 대학 팀원들이었으면 이딴 일은 없었을 텐데… 이런 오합지졸들이 랭커라니.”
“뭐라고 지껄였냐. 넌 뭐하고 있는데? 엉?”
금방이라도 자멸할 것만 같은 팀 분위기에, 그나마 제정신인 몇몇이 말리고 나섰다.
“정신 차려. 이대로 경기 끝낼 생각이야?”
“그럼 어쩌라고.”
“고등학생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도움이 된다면 그냥 라이벌 대학팀이라고 생각해. 이대로 오늘 경기가 인터넷에 박제돼도 괜찮아? 프로 가서도 조리돌림 당할 걸?”
“……”
5만명의 관객도 적지 않은 수지만, 현재 온라인 스트리밍하고 있는 시청자가 40만 명을 넘어섰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까지 포함한다면 어지간한 대학 경기보다 시청자수가 많을 것이다.
“제대로 정비하고, 4쿼터에서라도 우리의 진면목을 보여주자고.”
“하아… 그래. 이렇게 끌려가기만 했다간 평생 악몽으로 다시 꿀 것 같다.”
공격팀과 수비팀 모두 짧게나마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쌓인 데이터로 고교팀의 약점을 나눴고, 서로 최적의 대응책을 논의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고 하던가? 처음으로 팀다운 단합력을 보여주었다.
‘됐다. 전술만 충실히 잘 따라준다면 우리가 당연히 흐름을 가져오게 된다.’
이제야 대학팀으로써의 면모를 되찾았다.
“가자. ”
4쿼터 시작에 맞춰 공격팀이 하나둘씩 경기장 위로 올라갔는데… 갑자기 몇 명이 우뚝 멈춰섰다.
“뭐야… 저 새낀 또 갑자기 왜 나와?”
누군가가 가리킨 방향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모습을 비치지 않은… 그 누군가가 서 있었다.
하품을 하며 귀찮다는 얼굴로 라인의 끝, 즉 디펜시브 엔드 포지션 소화하고 있는 인물.
다름 아닌 로한 킴이었다.
“……”
대학팀 전체가 로한 한 명을 숨죽여 주시했다.
‘고교생 한 명의 존재감이 이리 클 줄이야.’
저스틴은 바로 대학팀을 격려했다.
“겨우 한 명이야. 달라지는 건 없어. 계획대로만 하면 된다.”
*
[고교팀 30 : 대학팀 31]4쿼터는 대학팀의 공격으로 시작됐다.
저스틴은 다른 고교 선수까지는 몰라도, 로한의 경기 영상은 최대한 많이 찾아봤다.
“고교 리그에서도 디펜시브 엔드를 서더라. 분명 쌕을 노릴테니 잘 대비해줘.”
노스캘 리그에서 역대 최다 쌕(Sack: 수비수가 상대 쿼터백이 패스를 던지기 전에 태클을 성공시키는 것)을 기록한 로한.
고교 수준이라고 무시하기엔 너무 날카로운 태클 실력이라, 쿼터백인 저스틴으로썬 일단 조심하고 봐야 했다.
“하이크!”
첫 번째 공격 시도(First down).
저스틴은 공을 스냅받자마자 바로 로한의 위치를 확인했다.
‘안 보여?’
라인맨이 잘 밀어내고 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좀 있다는 생각에 진형을 살피기 시작했다. 리시버들이 열심히 빈공간을 향해 쇄도하고 있다.
‘저기…!’
그런데 저스틴이 미처 패스 동작에 들어가기도 전에, 커다란 충격과 함께 뒤로 쓰러졌다.
“커헉!”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했을 때 얻어맞는 태클은 데미지가 몇 배 이상으로 크다.
고통에 휩싸여, 순간 손에 공이 빠져나갔다는 사실도 몰랐다.
‘펌블!’
– 와아아아아, 출전과 동시에 슈퍼 플레이!!
– 더 빌런의 플레이엔 확실히 화려한 무언가가 있어.
관중의 환호성에 저스틴은 주먹으로 바닥을 때렸다.
[고교팀 36 : 대학팀 31]경기 시작 20초 안에 공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바로 실점까지 했다.
화면에서 리플레이를 보니, 로한은 플레이 시작과 동시에 아예 라인의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원래 디펜시브 엔드는 측면으로 돌아가서 쿼터백을 노리는 것이 정석이라, 제대로 허를 찔렸다.
하필이면 가장 최근 포지션 훈련 때, 일대일을 당한 센터를 노렸고, 아직 트라우마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는지… 센터가 로한을 보자마자 움찔하는 찰나를 놓치지 않고 빈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무슨 바위에 부딪힌 느낌이야.’
저스틴은 팀원들이 일으켜줘서 억지로 일어났지만, 계속 누워 있고 싶었다.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분명 작년 고교 리그를 뛰었을 때보다 키도 크고 체중이 늘어난 건 알았는데…’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로한을 바라봤다.
이제 겨우 팀원들을 다독여서 제대로 게임을 해보려던 찰나, 단 한 명의 선수가 20초 만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또다시 대학팀의 공격.
“……”
아직 충격을 온전히 떨치지 못한 저스틴은 반응속도가 살짝 느릴 수밖에 없었고, 또 한 번의 쌕은 어떻게든 피해야된다는 생각에 조급한 패스를 많이 던졌다.
그 결과 대학팀은 경기장의 절반도 채 못 가고 공격 횟수를 모두 소진해버려서… 결국 공격권을 넘겨주어야 했다.
‘…흐름이 좋지 않아. 일단 다시 멘탈을 추스르고 돌아와야…????’
공격 턴이 끝나 벤치로 돌아가던 저스틴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어? 쟤, 벤치로 안 돌아가는데? 설마….???”
다른 팀원도 같은 모습을 목격했는지 다급하게 외쳤다.
대학팀의 이목이 다시 한번 로한에게로 쏠렸다.
“미친…!”
그랬다.
로한은 대학팀을 상대로 하는 경기에서 수비를 뛸 뿐만 아니라, 공격도 가담할 것으로 보였다.
“진짜 우릴 물로 본다 이거지?”
“몸을 극도로 사려도 모자랄 판에… 죽여달라고 애원을 하는구나.”
대학팀의 공격진은 살기어린 눈빛으로 로한을 지켜봤다.
“어?”
[고교팀: 37→43]그런데 또 불과 20초 만에 고교팀이 득점을 올렸다.
로한이 쿼터백과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다들 그가 패스를 받는 리시버의 역할을 할 줄 알았다.
그래서 대학팀의 수비진이 그것에 맞춰서 포메이션을 변화시켰는데, 쿼터백이 공을 받아서 바로 로한에게 후방 패스를 했고… 로한은 생각할 것도 없이 전진 패스를 던졌다.
대학팀을 상대로는 너무 무모해서, 감히 시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전략.
고교리그에서도 오클랜드 고교가 딱 한 번밖에 선보이지 않았던 투 쿼터백 전술이었다.
로한은 고교팀의 스타팅 쿼터백보다 훨씬 빠르고 정교한 패스를 던졌고, 웨이드 존스는 말 그대로 손만 뻗어서 정확하게 배달된 공을 잡고 엔드존을 밟았다.
‘로한 한 명이 투입되었다고… 고교팀이 완전히 달라졌다.’
[고교팀: 44→50]대학팀의 공격진은 이번에 턴오버를 면했지만, 득점 없이 공격권을 박탈당했다.
다만 이어진 고교팀의 공격으로 두 번의 플레이 만에 터치다운.
쿼터백이 다시 로한에게 공을 넘겨주자, 대학팀은 당연히 롱패스를 던지는 줄 알고 양쪽으로 퍼진 리시버들을 봉쇄했다.
그러자 로한은 그냥 공을 들고 뛰었다. 엔드존까지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다.
“……”
고교팀은 4쿼터 시작 3분만에 21득점을 올렸다. 아직도 경기 종료까지 9분이 남은 셈.
그동안 로한은 쿼터백이자, 러닝백이자, 리시버의 역할을 번갈아가면서 소화했다.
“……”
대학팀은 단순히 패배만을 걱정할 때가 아님을 깨달았다.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쳐야 하는 상황.
“막아!!! 막으라고!!!”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대학팀의 표정은 썩어들어갔다.
전광판의 남은 시간을 확인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한 쿼터가 이렇게 길었던가…’
*
그날 밤.
인터넷을 발칵 뒤집어 놓는 몇 개의 영상이 업로드 되었다.
@annachoice
[고교 선수와 대학 선수가 일대일을 붙는다면? (x6)]27.1M views / 1.9K comments
[캠프에서 쫓겨난 조교 인터뷰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인성이 파탄나면 팀 단합이 중요한 대학 미식축구에 적응 못 한다. 친선 경기에서 묵사발 나는 모습 보게 될 것.”]32.8M views / 2.6K comments
[“4쿼터 괜히 뛰었다.”]50.4M views / 3.3K comments
미국 피지컬 천재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