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75
75
올해 코믹콘의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다.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나 게임 소개 순서는 항상 인기가 많은 편.
그 외에도 인기 배우들 혹은 코믹스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부스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런데 의외의 모습도 있었다.
[코믹스 신작 시사회]코어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부스이기는 하나, 지금처럼 2~3시간을 대기해야 할 정도로 긴 줄은 처음이다.
셀레나 비엘은 지난 5년 동안 매번 샌디에이고 코믹콘을 찾았지만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호기심이 많은 그녀는 근처를 기웃거리다, 그 이유를 엿들을 수 있었다.
– 미친!! 노아 무어의 신작이야. 제작한 것도 아닌 그냥 차기작이라고!!!
– 더 원의 신작??? ‘수호자들’만큼 재밌으려나?
– 그건 불가능하지. 데뷔작으로 레전드 작품을 써낸 작가가 차기작까지 폼을 유지하는 거 봤음?
– 그래도 이건 못 참지. 나도 줄 선다!!
‘노아 무어??’
셀레나의 턱이 떡 벌어졌다.
그녀가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노아 무어의 「수호자들」을 보고 제대로 입덕을 한 계기가 컸다.
‘아니, 아무리 경쟁 회사라지만… 나한텐 아무도 이 빅 뉴스를 안 전해줬단 말이야?’
셀레나는 바로 마스크를 눈 아래까지 올리고, 모자를 눌러 쓴 채 [코믹스 신작 시사회]의 줄을 찾았다.
어차피 오늘 일정은 끝.
3시간을 차분하게 기다렸다.
어렸을 적 우상의 작품을 살아생전 또다시 보게 될 줄이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 미쳤어. 이건 단순히 코믹스가 아니야… 예술 작품이라고!!
– 내가 더 원을 무시한 적이 있었다니… 내가 그러고도 코믹스 팬이라고 할 수 있겠어??
–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안 본 눈 삽니다. 이 경험을 다시 해보고 싶어.
줄이 짧아질수록, 먼저 들어간 사람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떻길래!’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녀도 부스에 입장했다.
“‘코믹스 신작 시사회’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신작 월드컵이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하나에만 투표를 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 리스트를 보고 어떤 작품들을 대여하실지 골라주세요.”
신작 시사회에 출품한 작품은 총 12 시리즈.
주로 [원더웍스]나 [인피니트] 측의 신작들이었으나, 간간히 신생 출판사의 기대작도 눈에 띄었다.
‘다 너무 재밌겠다…’
코믹스의 오랜 팬인 셀레나는 제목과 소개글을 자세히 읽다가, 어렵게 3작품을 골랐다.
「판타스틱 스파이더 – 리뉴얼」
「강철의 슈퍼히어로 비긴즈」
「더 섀도우: 레거시」
“‘더 섀도우’는 워낙 인기가 많아서 지금 다 나갔어요. 먼저 두 작품 읽고 계시면, 다른 분이 반납하자마자 가져다 드릴게요.”
“아… 네. 어쩔 수 없죠.”
가장 읽고 싶었던 노아 무어의 신작이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다른 두 작품도 무척 흥미로워보였다.
[원더웍스]의 대표작인 「판타스틱 스파이더」의 새로운 시리즈.그리고 지금의 [인피니트]를 있게 한 역사적인 캐릭터 「강철의 슈퍼히어로」.
각 출판사가 사활을 걸고 기획 제작하는 메인 시리즈로, 재미 없을 수가 없었다.
‘역시.’
실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판타스틱 스파이더」는 재치 있는 유머로 가볍게 읽다가도, 나중에 가서는 감동을 선사하는 전형적인 코드를 잘 살렸다.
「강철의 슈퍼히어로」는 무게감 있는 분위기로 대서사시를 이끌었다. 특히 액션씬의 연출이 좋아서 손에 땀을 쥐고 읽었다.
‘아무리 노아 무어라지만… 각 출판사의 인기 캐릭터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더 섀도우는 처음 들어보는데…’
[신작 월드컵]에서 팬들의 최다 득표를 얻으면 ‘올해 코믹콘이 주목하는 작품,’이라는 인증마크를 받으며, 코믹콘 차원에서도 대대적인 홍보를 해준다.그리고 그 결과가 수많은 코믹스 커뮤니티 안에서 화제가 되기 때문에, 각 출판사는 [신작 월드컵]에 힘을 꽤 주는 편이었다.
‘이 두 작품만 봐도 얼마나 칼을 갈았는지 알 수 있지.’
내심 노아 무어가 잘 되기를 바라는 셀레나로써는 좀 아쉬울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까보지 않는 한 모르는 것 아니겠어?
“오래 기다리셨죠. 여깄습니다.”
드디어 「더 섀도우」를 영접하게 된 셀레나.
“……”
그녀는 표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 노아 무어는 뛰어난 작화실력으로 유명했지…’
「수호자들」이 인기가 많았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거였다.
실사에 가까운 퀄리티를 보여주면서, 코믹스만의 연출법을 잃지 않는 것. 여전히 가독성 있고, 스토리텔링에 적합한 구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15년 전의 기준에서 그렇게 높이 평가 받는 것이었고, 그동안 업계 전체가 상향평준화가 되었다.
여전히 「수호자들」은 뛰어난 작품이지만, 클래식에 분류하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지난 15년 동안 그냥 놀지만은 않았다는 건가.’
노아 무어는 「수호자들」의 작화 실력으로 코믹스 업계에 큰 충격을 선사했듯, 「더 섀도우」에서도 격이 다른 세련됨을 보여주었다.
셀레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한 페이지씩 넘겼다.
‘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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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섀도우」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날도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심히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슈퍼 히어로와 빌런의 싸움에 휩싸여 건물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대학까지 스포츠를 했던 나머지 몸이 날렵하고 힘이 좋아서 신속하게 탈출구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동료들의 비명소리, 간절한 도움 요청을 무시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건물이 천천히 무너지는 가운데, 주인공의 아슬아슬한 탈출 작전이 시작된다.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구하고, 또 구했다.
[이제 그냥 나와!!! 위험해!!!]안전한 구역에서 그를 지켜보던 동료 직원은 애타게 외쳤다. 서로 좋은 감정을 갖고 이제 막 첫 데이트를 하려던 바로 그 날.
이상하게 주인공은 그녀의 목소리보다, 직장인들을 위해 마련된 어린이집(Daycare)에서 울려퍼지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빌딩은 언제라도 폭삭 무너질 듯 위태로운 상황.
[난 진짜 평범한 사람인데…]어째서인지 그는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어린이집을 향해 뛰었다.
두 살 남짓 된 어린아이. 주인공은 이런저런 난관을 초인적인 힘으로 피하며 간신히 그를 품에 안았지만, 거기까지였다.
천장과 바닥 모두 꺼져버리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아무 생각 없이 공처럼 몸을 웅크려 아이를 보호했고, 그대로 빌딩의 잔해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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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적으로 아이는 살았고, 주인공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전신마비 환자 판정을 받았다.
[내가 왜 그랬을까.]영화에서 본 것처럼 어디 뉴스에 나가거나, 시장의 표창을 받거나. 시민단체의 지원을 받는다는 극적인 일은 없었다.
그냥 회사 의료 보험을 통해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장애인에 대한 도시의 지원으로 간호인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혼자 남았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과 쥐꼬리만한 지원금만 까먹으며… 주인공은 조용히 죽어갔다.
자신의 멍청한 오지랖, 그리고 세상을 원망하다가도… 자신이 살린 아이의 소식을 접할 때면 희미하게 웃게 되었다.
[진짜 답 없는 병신이지…]그러던 어느 날, 그의 인생이 180도 바뀐다.
자신을 완전히 잊은 줄 알았던 직장 동료가 찾아온 것이다.
[뭐야. 첫 데이트 펑크 냈으면, 미안하다고 연락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에요.] [……]말을 못해서 눈을 몇 번 깜빡이며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건 간호인과 자신 사이의 합의된 소통이지… 일반인들은 모른다.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뜸 주인공에게 커다란 짐승의 발톱을 손 위에 올려놓았다.
[어렵게 구한 빌런, 울프맨의 발톱이에요. 상류층 사이에선 이게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거금에 거래되더라고요. 품에 쥐고 있으면… 어쩌면…]그녀는 잠깐 눈시울이 붉어졌다가,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는지 도망치듯 떠났다.
[이런 게 효과가 있을 리가.]주인공은 혼자 그렇게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도 누군가가 자신을 잊지 않고, 이렇게 찾아와주었다는 사실이 좋았다.
이젠 동등한 인간관계가 아니라는 현실이 사무치게 서려웠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주인공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뭐야???]영원한 전신마비 판정을 받은 그는 멀쩡하게 두 다리로 섰다.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튼튼한 몸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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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셀레나는 금방 「더 섀도우」에 빠졌다.
노아 무어의 미친 작화 실력,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연출력은 말할 것도 없고…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밌었다.
알고 보니, 주인공은 슈퍼 히어로나 빌런의 애장품을 손에 넣으면 그들의 힘을 잠시나마 빌려 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한 번에 하나의 능력만을 빌릴 수 있었지만, 다른 빌런이나 슈퍼히어로들과 얽히며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
특히 주인공만의 서사가 쌓여나가는 과정에서 공감되는 가슴 아픈 사연이 많아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응원하고 싶은 주인공. 그리고 그의 활약이 마치 내 자신에게 일어난 것마냥 즐거워서 읽는 재미가 남달랐다.
‘친숙하면서도 새롭고, 그 누구보다도 가슴을 울리는 이런 스토리는 어떻게 쓴 걸까?’
그녀가 알던 노아 무어의 방식이 아닌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 스토리 작가가 따로 있어??’
c.k. 작가.
분명 코믹스 계에서 활동하는 작가는 아니다. 모든 작가를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이런 사람은 돋보일 수밖에 없는 법. 코믹스 계의 네임드 작가 중 c.k.는 없다.
‘그런데 친숙해… 어디서 들어봤지?’
셀레나는 알아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작 월드컵]의 투표 방식은 스티커를 현황판에 붙이는 것.‘굳이 내가 붙이지 않아도… 압도적인 승자가 있네.’
「더 섀도우」는 더 이상 스티커를 붙일 자리도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투표를 받았다.
결과에 아무 의미가 없을지언정, 셀레나는 스티커를 아주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
11학년 1학기.
미식축구 시즌 개막의 시기다.
나는 이미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해서, 고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골고루 주려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패배는 용납할 수 없지.’
출전 시간을 많이 포기했지만, 나를 필요로 하면 짧고 굵게. 상대팀을 박살 내는 데 기꺼이 동참했다.
아쉽게도 다리우스는 이미 대학으로 도망쳐버려서 퍼시픽 하이츠에는 없었지만, 그래도 걔네들을 만나면 일방적인 원사이드 경기를 만들었다.
‘오클랜드 고교 애들이 생각보다 악감정이 많이 쌓였더라고…’
나는 그 외에도 리아와 아이비의 데카슬론 준비를 도와주었고, 부모님의 가게에도 틈틈이 나가 직접 배달을 뛰거나 닭을 튀기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로한! 이 자식!]장 아저씨도 돌아와서 새롭게 단장한 [레드 드래곤]은 예전보다 손님이 3~4배는 많아진 느낌.
그때 일을 소개 시켜 준 루카는 아예 학교를 때려치고 가게 매니저(라고 쓰고 노예라고 읽는다)로 채용되었지만, 그래도 일손이 부족해 알바를 3~4명을 쓰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 너 때문이다. 책임져라.]처음에는 기꺼이 도와드렸는데, 내가 나서면 손님이 더 많이와서 은근슬쩍 도망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 참 행복한 나날이지.’
노아와 함께 진행한 「더 섀도우」는 정식 출간을 준비하게 되었고, 판매량이 받쳐준다면 [인피니트 유니버스]에 편입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거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TheOne: 심지어 코믹콘에서 ‘더 섀도우’를 찾아보고 영화화에 관심을 가지는 여배우가 있나 봐. 벌써부터 ‘인피니트 스튜디오’를 닦달하고 있어서… 유니버스에 포함이 되든 안 되든 영화가 먼저 나올지도?]“……”
불길할 정도로 모든 일이 순탄하게 잘 풀렸다.
이걸 폭풍전야라고 표현하던가?
[리아: 야… 이거 봤어?? (영상 링크)아니나 다를까, 그동안 잠잠하던 사람에게서 폭탄이 떨어졌다.
리아가 보낸 링크를 클릭하니 아주 잘 만들어진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휘익 – !]영상 속 ‘로한’은 단 한 번의 점프로 링의 코너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상대방을 단호하게 가리켰다.
[차머스!!]야만 전사의 포효와 같은 외침.
[목 잘 닦아 놔라. 다음은 너다, 퇴물 새꺄.]그러면서 칵- 엄지로 목을 그어버렸다.
보는 내가 다 소름 돋는 악귀 같은 표정이다.
‘음, 진짜 더 빌런이라는 별명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는 모습이네…’
여기까지는 내가 이미 너무 잘 아는 장면. 하지만 이어진 내용은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푸흐흐흐흐.]4개의 챔피언 벨트를 벽에 걸어놓은 차머스가 마치 끝판왕이라도 되듯, 무게를 잡으며 걸어나왔다.
[입만 산 우리 조카님… 과연 이 링 위에서도, 그따위로 지껄일 수 있으려나?]미국 피지컬 천재 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