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79
79
유명한 농구 선수가 이미지 트레이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구체적인 상상은 정말 현실이 됩니다. 슛을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점프를 하는 감각, 몸의 반동, 슛동작, 그리고 릴리스까지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뚜렷한 이미지가 잡힐 때까지 계속 반복해주세요.
–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공이 포물선을 그리고 실제로 링 안에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상상하는 겁니다.
– 그리고 나서 실제로 슛을 쏘는 겁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슛을 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슛을 쏘고. 이 과정을 반복할수록 상상과 현실의 차이가 줄어드는 걸 경험하게 될 겁니다.
내 경험이 바로 이랬다.
눈을 감고 심상 세계에서 하는 훈련은 깨달음을 가져다주고, 실제 체득으로 이어진다.
‘체력회복에도 도움을 주더라.’
최근 지오반니 코치님과의 체력 훈련을 통해 배운 것은,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심상 세계에서 휴식을 취하면 더 짧은 시간 안에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늘의 구름 위에 떠 있는 상상을 하거나, 콜드 플런지(Cold Plunge: 얼음 목욕)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됐어.’
심상 세계의 활용이 더욱 능숙해지자, 3분간 운동을 빡세게 할 때, 심상 세계에서도 몸을 열심히 단련했고, 1분간 휴식을 취할 때, 동시에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장소를 연상했다.
그러다보니 운동 효율이 급격히 좋아졌다.
‘운동이 더 재밌어질 수도 있는 거구나.’
체력 훈련을 통해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것도 무척 즐거웠지만, 스파링이야말로 피를 끓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이게 정상급 풋워크인가?’
내 나름대로 자신이 있던 분야라, 로빈슨과의 스파링은 개안을 하는 느낌이었다.
쉴 새 없이 발을 움직이는데, 모순되게도 낭비하는 움직임이 없었다.
모두 철저하게 계산된 발걸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나는 맞을 땐 맞더라도, 로빈슨 선수의 동선을 최대한 열심히 관찰했다.
뒤로 빠지거나, 횡 이동을 하거나. 그가 중요한 이동기를 펼칠 때 발의 각도, 몸의 무게 중심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패턴이 없어. 내 움직임에 맞춰서 대응하는 방식이야.’
습관이나 패턴을 읽어보려고 했지만, 역시 정상급 선수는 수준이 달랐다.
미세한 낌새도 귀신같이 알아차려서 스파링 내내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최소한 그의 모든 동작을 머릿속에 기록하듯, 계속 지켜봤다.
‘음?’
집중력이 극한에 달했을 때. 나는 미식축구를 할 때 가끔씩 벌어지는 현상을 또 한 번 경험하게 되었다.
심상 세계가 현실 세계 위에 덧씌워진 것이다.
온몸의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지며,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로빈슨 선수가 어떻게 공간을 활용하는지 들리고, 보이고, 느껴졌다.
퍽, 퍼펑 !
막을 건 막고, 맞을 건 맞고.
눈을 떼지 않고 계속해서 그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 타이밍이 왔다.
콰앙 !
로빈슨 선수의 동선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주먹을 가져다 댔을 뿐이다.
그는 전혀 예기치 못한 카운터를 맞고 바닥에 뻗었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예측했어.’
매번 똑같이 재현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이쯤 다가오겠다고 느꼈을 때 먼저 주먹을 뻗었고, 전속력으로 머리를 가져다 박았다.
“……”
그날 밤, 나는 낮의 스파링을 계속해서 복기했다.
로빈슨의 풋워크는 그가 15년간 연습하고, 적용하고, 또 응용한 노력의 산물. 그 경이로운 움직임을 끊임없이 떠올렸다.
심상 세계의 장점은, 내가 직접 겪어봤던 일들을 똑같이 재현할 수 있다는 점.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체험할 수 있다는 부분이 사기였다.
‘풋워크가 복싱의 기본인 이유가 있구나.’
내가 직접 로빈슨 선수의 풋워크를 밟아보는 시뮬레이션을 수백 번 반복한 결과.
그 대단함을 몸소 깨달았다.
‘모든 동작에서 무게 중심이 잡혀 있다.’
복싱 자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무게 중심이다.
무게 중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뒤로 빠질 때, 앞으로 치고 나갈 때. 주먹에 힘을 실을 때 등 모든 동작에 위력이 배가 된다.
로빈슨의 풋워크는 그런 무게의 이동을 기반으로 짜여 있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것도 그런 부분에 대한 연구가 치밀했기 때문.
그의 풋워크는 단순히 거리를 벌리고 좁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펀치력을 강화시키고, 위빙을 용이하게 하고, 그다음 동작으로의 연계를 최대한 부드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사람의 신체는 정말 신비하구나.’
나는 밤새 로빈슨의 풋워크를 익혔고, 심지어 꿈에서도 끊임없이 스텝을 밟았다.
*
스파링 2일차.
– 헤비급이 저렇게 움직이는 건 사기 아니야?
– 하필이면 지옥의 체력훈련을 거친 후라… 기동성이 떨어지질 않네.
– 음… 어째서인지 나는 이미 스파링의 결과를 알 것 같은데?
충격의 현장이었다.
사람들이 잠깐 간과한 게 있었다면, 그건 바로 로한의 발이 무척 빠르다는 사실.
그는 고교 미식축구 선수 중 40야드 대쉬 기록을 세웠고, 복싱 선수만큼은 아니지만, 라인맨도 손을 무척 많이 쓰는 포지션. 그동안 민첩성을 발전시킬 기회가 많았다.
다만 로한처럼 체격이 큰 경우에는 슈퍼 미들급의 로빈슨에 비해 지구력이 부족하겠지만, 최근 급격히 체력이 좋아진 상태였다.
‘…말도 안 돼.’
로빈슨은 하루아침에 공간 활동이 월등히 좋아진 로한을 보며 경악했다.
조금 미숙한 부분이 있었으나, 거리를 좁히면 벌리고, 벌리면 좁히고. 어제보다 공방은 현저히 줄고, 둘의 치열한 공간 싸움이 벌어졌다.
– 숨 막힌다…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둘의 모습이 우스워보일 수도 있었으나, 아무도 웃지 않았다.
오히려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봤다.
– 어쨌든 로빈슨이 유리할 듯. 탱크가 기름 줄줄 흘리는 거 알지? 금방 체력 방전 될 듯.
– 당연하지! 저렇게 움직이고도 쌩쌩하면… 그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1라운드의 유효타는 로빈슨이 훨씬 많았지만, 2라운드에는 너무 빠르게 줄었다. 언뜻언뜻 보여주는 로한의 움직임이 너무 날카로웠다.
3라운드. 로한의 풋워크에서 미숙함이 사라졌다.
4라운드.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보니 로빈슨은 로프를 등지고 있었다.
로한의 기세에 반응을 하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밀려난 것이다.
퇴로를 차단한 로한은 잽으로 위협을 하고 바로 파앙 – !
스트레이트를 뻗었다는 사실을 인지함과 동시에 로빈슨은 정신을 잃었다.
그가 스르르 앞으로 고꾸라지는 걸, 로한이 조심히 받아서 바닥에 내려주었다.
“지오반니 코치님의 체력 훈련이 아니었으면 풋워크를 이렇게까지 소화하기 힘들었을 거에요. 감사합니다.”
“와아… 역시 아버지. 여기까지 내다보신 거군요. 무슨 알리도 아니고, 헤비급에서 이 정도의 풋워크를 장착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대단하십니다.”
“……”
로한의 정중한 인사, 경외감 어린 아들의 칭송에도 지오반니의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다.
*
4일차.
2주 계약을 했던 로빈슨은 도망치듯 떠났다.
고작 3일 만에 로한은 풋워크를 자신의 체형에 최적화하는데 성공했고, 로빈슨과 동등하게 대결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쉴새 없이 움직이며 잽과 스트레이트를 날렸고, 로빈슨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1라운드를 간신히 버티다 결국 2라운드 K.O.를 당했던 것이다.
3일간 그가 남긴 업적은 이랬다.
스파링 1일차: 7라운드 K.O.
스파링 2일차: 4라운드 K.O.
스파링 3일차: 2라운드 K.O.
– 저를 제물로 삼기 위해 부르셨던 겁니까? 이 정도 당했으면 됐지, 도대체 얼마나 더 추락하길 바라십니까!
지오반니는 자신을 원망하는 로빈슨의 말에 한마디도 해주지 못했다.
다만 계약금을 토해내고 가려는 걸, 간신히 뜯어말려서 추가 수당까지 쥐여주고 보냈다.
‘…조지가 다신 없을 복싱 천재라고 했을 때 코웃음을 쳤건만…’
지오반니는 로한의 멘탈을 한 번 부숴보려다가, 은퇴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던 로빈슨의 자존심만 상하게 했다.
“로빈슨은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서 먼저 떠나야 했다.”
“아… 아쉽네요. 어제 경기 후 깨달음을 얻어서 오늘이야말로 원하는만큼의 실력을 보여드릴 수 있었을 것 같았거든요.”
“……”
– 저거, 멕이는 거 맞지?
– 전 프로가 불쌍한 건 또 처음이네. 부디 남은 은퇴 생활은 행복하시길.
지오반니는 헛기침을 했다.
“대신 가빌란을 추천해주고 갔다. 앞으로 2주, 아니… 며칠간 스파링을 도와줄 거다.”
체육관 선수들 사이에서 적잖은 소란이 일었다.
– 오! 현역 헤비급 선수.
– 그래, 이거지. 랭커분이 오셔야 혼쭐을 내주시지.
– 가빌란이면 맷집 좋기로 유명하시잖아. 특히 강철 턱이라 지금까지 K.O 한 번도 안 당하지 않았어?
– 이제야 좀 볼만할 듯. 같은 체급이기도 하고.
빌리 가빌란은 측정하는 협회에 따라 헤비급 9위에서 10위를 왔다갔다하는 수준급 복서.
속력, 펀치력, 인내심, 체력, 기술력 등 전반적으로 우수하지만, 특히 가빌란의 맷집에 있어서는 챔피언 차머스도 인정했다.
– ‘언데드’의 턱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졌다.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맷집만큼은 전 세계 1위. 나머지가 형편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가빌란이야 말로 지금 로한의 천적이라 할 수 있다.’
기본기가 출중하다면 체급 차이가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로빈슨의 발이 아무리 빨라도, 헤비급에서도 하드펀쳐로 통할 수 있는 로한의 펀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한 번 K.O.를 당한 이후로는 극도로 경계하며 수비적인 태세를 보였고, 로한은 노련한 사냥꾼처럼 상대를 천천히 옭아매 숨통을 끊었다.
‘반대로 가빌란은 지난 6년 동안 단 한 번도 다운이 되지 않은 진정한 탱크다. 로한도 자신의 주먹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느끼면 절망할 수밖에.’
아무리 때려도 무너지지 않고, 계속 똑같은 페이스로 달려든다.
하드펀쳐에겐 최악의 악몽.
로한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했다.
간단한 준비 운동을 마치고 가빌란과 로한은 링 위에 섰다.
“로빈슨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가빌란은 몸통이 굵고 목이 짧은 체형. 특히 두터운 사각턱이 굉장히 단단해보였다.
“솜방망이 같은 주먹을 휘두른다지? 헤비급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지.”
“…그 목이 없으면 불편하지 않아? 고개 돌릴 수 있어?”
“……”
둘은 거칠게 글러브를 부딪히고 스파링을 시작했다.
로한을 너무 우습게 본 나머지, 가빌란은 피식 웃으면서 건성으로 가드를 했다.
“음?”
그러자 로한은 굉장히 날카로운 풋워크를 밟으며 가빌란의 움직임을 살폈다.
여전히 가소롭다는 얼굴.
그때였다.
로한은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한 걸음에 거리를 확 좁혔다.
자세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완벽한 무브먼트.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고, 그 반동을 이용한 예술적인 스트레이트가 정확하게 가빌란의 턱에 꽂혔다.
스윽 – 팡 !
가빌란의 나무 기둥과 같이 단단한 몸이 크게 한 번 흔들린다.
그의 미소가 짙어졌다.
‘제법이지만 이 정도로 나에게 데미지를 줄 수는 없다. 내가 그냥 순순히 맞아주는 것 같지만, 번개 같은 순발력으로 고개를 틀거나 자세를 바꿔서 충격을 완화시키기 때문…’
– 정신 차려! 숨을 쉬란 말이야!!
그 순간 가빌란은 저 멀리에서 누군가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 그냥 뺨을 쳐라. 찬물 안 가져오냐?? 바로 부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을 바가지째로 끼얹고나서야 가빌란이 정신을 차렸다.
정신은 들었지만, 아직 몸이 깨지 않아서 천근만근 무거웠다.
‘내가… 정신을 잃었다고?’
무감정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로한.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가빌란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
가빌란은 2일 차에 바로 짐 싸들고 도망쳤다.
– 세상에서 제일 단단한 방패란, 아직 진정한 창을 만나지 못했다는 뜻.
– 만약 상대가 쓰러지지 않는다면, 그냥 더 강하게 때리면 된다…
– 한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이후 로한은 2주간 몇 번의 스파링을 더 거쳤다.
그 결과 지오반니(?)의 의도대로 로한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새로운 기술들을 장착했다.
[로빈슨의 풋워크] [가빌란의 맷집] [로한의 하드펀치+2] [홉킨스의 복싱 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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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머스의 트레이닝 캠프.
휙 휙 – !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섀도우 복싱을 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차머스는 최선을 다했다.
비록 아마추어나 다름없는 로한과의 경기였지만, 조금의 방심도 하지 않았다.
스포츠… 특히 투기 종목에서는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법.
변수를 줄이기 위해선 완벽하게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10분간 휴식.”
그의 선언과 동시에 수많은 스텝이 다가와 땀을 닦아주고, 얼음 마사지를 해주고. 맡은 바 역할을 다했다.
그때 코치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이것 좀 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뭐지?”
“그, 로한의 훈련 영상이 도착했습니다.”
“그딴 걸 봐서 뭐해. 눈만 버리게.”
차머스는 아이패드를 밀쳤지만, 코치가 물러서지 않았다.
“일단 보고 판단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래. 시간 낭비가 아니길 빈다.”
신경질적으로 화면을 받았다.
“……”
심드렁한 눈빛으로 영상을 보던 차머스.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미국 피지컬 천재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