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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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복싱판을 주름잡고 있는 4대 협회 WBC, WBA, IBF, WBO.
이들은 [차머스 vs 로한]의 충격적인 타이틀 매치 이후 공동 성명을 냈다.
[차머스 크롬웰, 불법 약물 사용 확인. 복싱 라이센스 박탈.]– WTF??? 어제 경기 보면서 약 빤 것 같다고 농담했는데… 그게 사실이었어??
– 근데 차머스 오래 활동한 것 치고 전적이 꽤 깨끗하지 않나? 뜬금없이 지금? 그것도 신인을 상대로?? 구린내가 나지 않냐??
– 워낙 치밀해서 지금까지 안 걸린 걸 수도 있지. 그럼 로한은?? 로한은 신인이면서 데뷔전에 약 빤 고인물 챔피언을 상대로 12라운드를 뛰면서 승리까지 했다??
– 아니, 시발 로한도 약한 거 아님?? 순정이었으면 바로 인체 실험실로 끌려가겠는데?
안 그래도 경기전 말이 많았던 타이틀전.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실시간으로 짤을 양산했고, 로한의 승리로 끝났을 때는 인터넷을 파괴시킬 조짐까지 보였다.
최소 경기 직후 10분간, 미국 스포츠 관련 커뮤니티들이 차머스의 몰락과 로한의 승리만을 도배했을 정도였다.
– 미친! 차머스가 도핑한 약 목록 봄?? 거의 뭐 ‘원더웍스’의 슈퍼 히어로, 아메리칸 캡틴이 될 생각이었나 본데???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아침, 차머스의 도핑 사건으로 이젠 메인스트림 미디어까지 시끌벅적해졌다.
[강한 각성제 6종 및 스테로이드성 약물 8종 적발. 은폐를 위한 치밀한 계획. 차머스 개인이 복싱판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라이센스 박탈 및 4대 협회의 경기 기록 모두 무효처리.]– 와, 보통 챔피언이 도핑 걸리면 2~3년 출전 금지당하고 벌금 무는 게 단데… 전적을 전부 지워버린다고??
– 이게 바로 정의 실현이지. 4대 협회가 잘 한 거라고 봄.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알아야, 타 선수들이 도핑의 무게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겠냐. 신성한 스포츠계에서 약을 썼다?? 매장당해도 싸.
– For real! 차머스가 지난 20년 동안 복싱을 대표했던 얼굴인데 이걸 솜방망이 처벌한다?? 누가 믿고 복싱 경기를 보겠어?
– 뭐 그건 다 그렇다 쳐도, 이건 협회에서 차머스가 단물 다 빠지고 병신까지 돼서 쉽게 팽했다 인정? 만약 차머스가 이겼으면, 그 다음 메가 매치로 은퇴전 가질 때까지 은근은폐 했다. 인정??
– LMAO! 그건 팩트인 듯.
스포츠를 사랑하는 미국이기에, 차머스에 대한 여론에 동정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언더독이 정상에 올라가는 이야기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짜릿한 것이 정상에서 추락하는 스토리.
차머스는 뉴스에서도, 커뮤니티에서도, 심지어 현실에서도 끊임없이 조롱당했다.
하지만 4개 복싱협회의 발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안 그래도 활활 타오르는 게시판에, 기름은 물론 기폭제를 잔뜩 꽂은 폭탄을 통째로 집어넣는 추가 성명을 내며… 한동안 복싱판을 뜨겁게 달궜다.
*
조지 코치는 고맙게도 경기 후 며칠간이나 나의 회복을 도와주었다.
‘각오를 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힘든 경기였어.’
프로 데뷔전. 12라운드를 꽉 채운 복싱 경기는 체력에 자신 있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큰 경기가 주는 중압감.
차머스와의 치밀한 수 싸움에 경기 내내 유지해야 했던 고도의 집중력.
끊임없이 축적되는 데미지 등, 정상급 경기는 신체적 부담이 상당했다.
나는 부끄럽게도 체력이 급격히 소모되는 것을 못 느꼈고, 몸의 부상이 이렇게 심각해진 줄도 경기 끝나고 알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엄마가 펑펑 울고, 아버지가 차마 나를 마주 보지 못하셨다.
나중에 거울을 보니 얼굴이 퉁퉁 부은 것도 모자라, 찢어진 상처도 많았다.
거기에 모자라, 뼈 마디마디가 욱신거리는 등 온몸이 만신창이였다.
‘다음 학기 농구는 쉬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다행이다.’
하지만 다행히 푹 쉬었더니 그럭저럭 사람 꼴을 되찾아갔다.
“이게 사람 몸이냐…”
조지 코치는 내 몸을 열심히 마사지 해주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3일 만에 이렇게 빨리 회복한다고? 다음달이면 풀 컨디션으로 경기를 뛸 수 있을 정도잖아. 와… 진짜 인체 실험을 좀 해봐야겠어.”
“……”
딱히 반박할 말은 없었다.
조지 코치의 말대로 몸이 너무 빠르게 재생되고 있었다.
재수 없게 들릴까봐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근육이 찢어진 후 다시 붙으면 이전보다 강해지듯… 내 몸도 더욱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
‘이런 게 담금질인가? 아니면… 그냥 실전 체질?’
그냥 얼른 다시 링 위에 서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며칠 전, 경기장에서 느꼈던 전율을 다시 한 번 경험해보고 싶다.
온몸이 근질근질거려서 어떻게든 남은 힘을 다 폭발시키고 싶었다.
“잠깐 스파링 해줄 사람?”
“……”
하지만 이상하게 내가 물어보자마자 체육관이 분주해졌다. 다들 내 말을 못 들은 척, 각자의 훈련에 집중했다. 심지어 키스는 아예 내 쪽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
“아니… 그냥 가볍게 몸만 풀 거라니까? 땀만 좀 나면 그만할게.”
“로한. 아마 당분간 스파링 상대 찾는 건 쉽지 않을 거야.”
“왜요? 저도 실력이 꽤 늘어서 서로 도움이 될 텐데?”
“음… 그것도 맞는 말이지. 하지만 다들 자기 몸은 소중하지 않겠니?”
“……”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재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칭을 돕던 조지 코치는 나의 표정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아?”
“뭐가요? 복싱협회의 결정이요?”
“그래. 네가 12라운드를 처절하게 싸워서 이뤄낸 성과를… 무산시켜버렸잖아.”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4대 복싱협회 중 3곳이 추가 성명을 냈다.
[WBA, IBF, WBO. “도핑 사건의 위중함이 인정되어 차머스의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하기로 결정.”] [‘차머스 vs 로한’의 프로 경기 기록은 공식 인정하되, 타이틀 매치는 무효. WBA, IBF, WBO의 챔피언 타이틀은 정식으로 회수된다. 각 협회에서 타이틀 매치를 따로 진행하기로.]차머스의 약물 사용을 빌미로 3개 협회는 챔피언 타이틀을 회수했고, 나와 차머스의 경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뭐, 기분이 좋은 건 아니지만… 차머스의 모든 걸 빼앗아 오고 싶다는 생각에서 프로 경기를 진행한 거니까요.”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같았다.
그리고 복싱계에서 언디스퓨티드 챔피언이 가지는 위상이 얼마나 큰 줄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다.
‘챔피언 타이틀 한 번 잡아보려고 몇 년을 기다려온 컨텐더들이 있는데… 갑자기 굴러들어온 돌에게 모든 걸 빼앗긴 기분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지오반니 관장님께서 정식으로 항의 중이셔. 그나마 가장 권위가 높은 WBC에선 타이틀을 인정해줘서 다행이다.”
“그건 좀 의외였어요. 의회장이 코치님의 가족이라서 팔이 안으로 굽은 건가요?”
조지 코치는 손사래를 쳤다.
“너도 직접 만나봐서 알겠지만, 그 아이는 사사로이 휘둘리지 않아. 협회의 미래를 철저하게 따져보고 결정했다고…”
어제 WBC 의회장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의회장이 지오반니 관장님의 손녀이자… 조지 코치의 조카라니.’
그녀는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는 외양을 지녔지만, 절대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 우리 WBC 헤비급 챔피언이 되신 걸 축하드려요. 타이틀 반납을 고려하시기 전, 저의 계획을 먼저 들어주세요.
의회장은 놀랍게도 내가 타이틀 반납을 고려하고 있음을 눈치챈 모양이다.
3개 협회의 결정에 살짝 언짢았지만, 생각해보니까 내가 정통성 있는 챔피언은 아니라는 것을 공감했다.
하지만 의회장이 나의 고민을 덜어주었다.
– 우리 WBC를 대표하는 헤비급 랭커는 현재 베넷 선수에요. 그는 로한 선수를 대환영하는 분위기고, 로한 선수의 챔피언 등극으로 WBC가 더욱 부흥할 거라고 기대하더군요. 물론 저도 동감합니다.
‘…베넷 선수가? 스파링 도와줬을 때, 쌍욕을 박고 떠났는데…??’
– 다른 복싱협회 때문에 많이 실망하셨겠지만, 저희 WBC를 딱 한 번만 믿어주세요. 장기 집권했던 차머스의 퇴장. 4개 타이틀의 분산. 더 빌런 로한의 등장 등, 헤비급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 WBC는 그것을 이용해 로한 선수를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언디스퓨티드 챔피언으로 완벽한 빌드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복싱에서도 더 빌런이라니…’
의회장은 오글거리는 제안을 무척 진지하게 할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 어떻게… 복싱의 전설이 되어보실래요?
하지만 그래서 마음이 움직였다.
– 음… 전설은 모르겠고. 재밌을 것 같은 경기를 주선해주신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님 그냥 타이틀 반납하고요.
비록 복싱을 시작한 계기는 어디까지나 ‘로한’의 가족 문제였지만, 그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서 복싱의 매력에 푹 빠졌다.
실제로 다리우스와의 이벤트 매치 이후, 차머스와 경기를 치르게 될 줄 몰랐던 1년 사이… 아무리 바빠도 스스로 훈련을 나갈 정도였다.
그리고 최근 차머스와의 경기가 화룡점정이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한계를 극복할 때만이 느낄 수 있는 전율은 중독적이었다.
– 단순히 승수를 채우기 위한 시시한 상대 따윈 필요 없습니다. 만약 차머스와 같은 상대가 있다면… 언제든 링 위에 오르겠습니다.
의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복싱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했다.
챔피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1년에 1경기.
그 부분만 지켜준다면 나머지 편의를 봐준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나도 어느 정도 보답을 해줘야겠지?’
나는 WBC 챔피언으로서 먼저 해결해야 하는 비즈니스가 있었다.
며칠 후 스포츠 에이전트 측을 통해서 보도 자료를 냈다.
[WBC 헤비웨이트 챔피언 로한 ‘더 빌런’ 킴. “내 정당한 벨트를 강탈해간 WBA, WBO, IBF를 잊지 않겠다. 앞으로 그쪽 협회 소속 선수와는 그 어떤 경우에도 경기를 치르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WBC 벨트에 도전하고 싶다면 마이너리그에서 탈퇴하고 WBC에 가입해라.”]*
2주일 후.
차머스의 상태가 안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병실을 찾았다.
“흐흐흐… 챔피언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다 찾아오시고.”
애써 웃지만, 그의 눈빛은 죽어 있었다.
“이미 다 가져갔으면 됐지… 그걸로도 성에 차지 않아서 패배자를 능욕하러 왔나?”
내가 차머스에게서 가져온 건 챔피언 타이틀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다리우스와의 이벤트 매치 때와 똑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 경기와 관련된 모든 수익은 승자가 독식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내 예상을 초월했다.
[$17.5M(=228억)] [오프라인 티켓 매출(미식축구 스테이디움): 평균 가격 $250 x 100,000 장 x 수수료를 제외한 정산비율 70%] [$152.5M(=1983억)] [온라인 티켓 매출(PPV): 평균 가격 $99 X 2,200,000 장 x 수수료를 제외한 정산비율 70%]과연 그 어떤 스포츠보다 선수에게 많은 수익이 보장되는 복싱이었다.
그동안 복싱계에서 차머스가 쌓아온 입지와 내가 고교 스포츠를 통해 얻은 명성이 시너지를 일으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거기에 차머스가 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해서 내가 승리할 경우 파격적인 정산 비율을 약속받았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 몇 달간, 한화로 2200억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정산받을 예정이었다.
“이번 경기로 돈도 많이 벌었으면서… 왜 프로모션 회사는 팔아치웠어?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 훨씬 도움이 많이 됐을 텐데.”
“그냥. 니 손때가 묻어 있어서.”
“……”
차머스의 말대로 경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패배자에겐 과분하다,’며 [크롬웰 프로모션]을 나에게 선물해주셨다. 악성 채무까지 전부 덜어서.
그동안은 차머스의 경기를 주최하던 프로모션 회사로, 이제 그의 선수 생명이 끝났으니 내가 알아서 쓰라는 뜻이었겠지만… 나는 미련 없이 팔아버렸다.
“그게 얼마나 효용가치가 뛰어나고… 잠재력이 뛰어난 회사인데… 그래 됐다. 뭐 어차피 내 손을 떠난 것을.”
그는 입술을 깨물며 나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자조 섞인 미소로 읊조렸다.
“그래 로한. 네가 이겼다.”
많은 의미가 내포된 말이었다.
약의 힘을 빌려 12라운드를 소화한 대가는 처참했다.
의사는 그가 평생을 재활해도 평범한 사람만큼의 운동신경을 회복하지 못할 거라고 진단했다.
2년 후, 조깅이라도 할 수 있으면 기적이라고.
처음 그 소식을 접했을 때 나는 전생과 오버랩 되어 아주 살짝 착잡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 죄책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뭐, 약이라도 안 했으면 복서로서의 경력도 고스란히 남았을테고… 일찌감치 K.O. 당했을 테니 몸도 상하지 않았겠지.”
다 자업자득이다.
그리고 차머스는 일말의 연민이나 동정심도 아까운 쓰레기였다.
나는 천천히 차머스에게 다가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리고 아직 시작도 안 했어.”
“……?”
“나… 다 기억났거든.”
타이틀 매치에서 이겼을 때.
심상 세계 속에서 새로운 파편이 생성되었고, 그건 바로 ‘로한’의 무의식 속에 잠자고 있던 기억이었다.
바로 ‘로한’과 차머스 사이의 과거. 아니… 이 빌어먹을 ‘크롬웰’ 집안의 역겨운 가정사였다.
미국 피지컬 천재 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