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
9
“……”
거의 천 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모여 있는 야외 운동장.
대부분의 인원이 전광판을 바라보며 경악에 빠졌다.
[3조 순위]1. 로한 킴 4.79초
2. 웨이드 존스 4.81초
“4.79초??”
40야드 대쉬에 출전한 주전, 닉 도노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거 오류잖아요? 뭔가 잘못 된 거잖아요!!”
그가 가장 먼저 코치진에게 다가가 따졌다.
코치진은 이미 영상을 돌려보고 있었다.
트라이아웃의 모든 과정은 선수 분석용으로 녹화되기 때문에, 40야드 대쉬에서 어떤 실수가 있었는지 확인하기는 쉬웠다.
“결과는 정확하다. 그대로 기록하도록.”
헤드 코치의 선언에 닉은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
“웨이드 존스의 작년 비공식 최고 기록은 4.6초대. 4.81초가 나왔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그래, 중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웨이드는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로한은?? 그동안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도 안 되던 애가 하루아침에 이런 성적을 낼 수 있나??
“트라이아웃을 재개한다. 4조 정렬하도록.”
멈춰진 시간이 다시 흐른다. 4조는 마른침을 삼키며 운동장 위에 섰다.
“4.79…”
닉의 비공식 최고 기록은 4.80초. 사실 육안으로는 구분할 수도 없는 기록 차이이지만, 그가 평생을 염원하던 4.7초대의 영역. 철저한 훈련은 물론 식이요법까지 곁들이며 기록을 향상했지만… 거짓말처럼 4.80초가 한계였다.
닉에게는 불가능한 영역을 로한이라는 문제아가 너무나 당당하게 깼다는 것이 가장 용납하기 어려웠다.
“닉, 아직도 납득이 안된다면 직접 영상을 확인해도 좋다.”
닉은 바로 아이패드를 건네받고는 방금 3조의 영상을 돌려봤다.
[탕!]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열 명의 후보생들이 열심히 뛴다.
“……”
과연 웨이드는 폭주기관차처럼 거침없었다.
과장을 보태 벽도 뚫고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세가 영상을 통해서도 느껴졌다.
“……?”
반대로 문제의 로한은 상반된 분위기.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으로 달렸다.
처음은 의문투성이었던 닉. 하지만 영상이 진행되는 짧은 시간동안 금방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게… 사람의 가속도인가??”
닉은 몇 번이고 영상을 돌려서 봤다. 어차피 5초도 안 되는 짧은 길이. 이미 그 사이 4조와 5조의 10야드 대쉬가 끝났다.
“아직도 보고 있었나.”
헤드 코치는 아직도 아이패드를 들고 있는 닉을 보며 피식 웃었다.
“닉, 너도 눈이 있으면 알 수 있겠지. 이 아이의 달리기 자세는 완벽하다. 기계라고 생각될 정도로 일정하고, 보폭도 똑같다. 완벽한 동작이 물 흐르듯 이어지면서 일종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지. 그래서 점점 가속도가 붙는 거다.”
그랬다.
로한은 분명 출발했을 때보다 40야드 지점을 지날 때가 가장 빨랐다. 아마 40야드보다 더 긴 경주를 한다면 훨씬 대단한 기록이 나올지도 모른다.
“놀라운 피지컬이지만,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난 1년 동안 미식축구 훈련을 받은 너와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어지는 트라이아웃 종목에서 한계가 드러나겠지.”
헤드 코치는 단언했다. 고등학교부터 미식축구부는 꽤나 체계적인 훈련을 거친다. 팀 전술 훈련, 개인 체력 훈련, 포지션 별 기술 훈련 등. 하루에 최소 4~5다섯시간씩 트레이닝을 한 기간이 길면 길수록, 단순히 피지컬로 찍어누르지 못하는 격차가 생겨난다.
‘로한에게 그 차이를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 미식축구부에 잡음 없이 흡수할 수 있겠지.’
헤드 코치는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트라이아웃을 구경하는 로한을 조용히 바라봤다.
‘하지만 눈부신 재능의 원석이라는 것은 변함 없다. 그래서 입학 첫날부터 공을 들였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아직 망가지지 않아서.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진 몰라도 제발로 트라이아웃에 참석해서.
*
트라이아웃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40야드 대쉬, 버티컬 점프, 푸쉬업, 블로킹 등 개인의 기량을 측정하는 체력검정이었다.
비록 올해 트라이아웃은 역대급 인원이 참여 했지만, 10개의 조로 나누어서 진행하다 보니 체력검정 정도는 금방 끝이 났다.
“……”
그런데 헤드 코치는 1부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2부 준비에 들어가지 못했다. 딱딱한 석상처럼 굳은 채, 멍하니 한 선수를 지켜보고 있을 뿐.
“헤드 코치님?”
“아아…”
“괜찮으십니까? 이제 2부 진행하셔야죠.”
“…너무 아름다운 자태가 아닌가.”
“로한이요? 아직 16살밖에 안 된 남자애를 보고 그러시면…”
“자네 요즘 일을 쉬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
“앗, 아닙니다. 저는 공격 코치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면서 매일 최선을 다해서 노예처럼 일하고 있습죠. 오히려 퇴근하면 괴로워요. 집에 애가 둘이거든요.”
“……”
‘능력이라도 없었으면 당장 잘랐을 텐데.’
헤드 코치는 자신의 스트레스 중 절반은 공격 코치에게서 온다고 다시금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그는 어쩔 수 없이 공격 코치의 해고를 또 한 번 미루고, 트라이아웃 1부 데이터를 확인했다.
[종합 순위]1. 로한 킴 100%
2. 웨이드 존스 91%
3. 대니 슈 84%
.
.
100. 티에리 페이엇 11%
종합 순위는 트라이아웃의 모든 종목별 순위를 환산하여 참가자들을 상대적으로 평가한 결과였다.
예를 들어 1위를 한 로한 킴은 모든 종목에서 1등을 했기 때문에 100% 만점. 그가 종합순위의 기준이 되었고, 그를 기준으로 기록이 저조할수록 더 낮은 점수를 책정받았다.
2위인 웨이드 존스가 91%밖에 안 되는 것은 그만큼 절대값인 로한과의 격차가 있었다는 의미.
모든 코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트라이아웃이었다.
‘완벽한 피지컬은 아름다운 예술 조각과도 같구나.’
헤드 코치는 로한이 경이로웠다. 모든 종목에서 1위를 했다는 사실보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여유롭게 해냈다는 것이 대단했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니까.’
헤드 코치로써 가장 설렐 때가 바로 이런 순간이다.
대런 로저스의 성장을 지켜볼 때.
웨이드 존스의 기세를 맞닥뜨릴 때.
그리고 로한 킴의 가능성을 엿볼 때.
“애송이들아! 2부이자 트라이아웃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될 시간이다. 종합 순위 확인하고, 22위 아래로는 모두 짐싸들고 돌아가라. 그대로 관중석으로 가든가 말든가, 꼴도 보기 싫다.”
헤드 코치의 한 마디에 희비가 교차했다.
“아… 나 23등했는데…”
“와우!! 엄마!!! 나 붙었어!!! 봤어???”
그 자리에서 78명은 탈락했고, 나머지 22명은 살아남았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헤드 코치는 애송이들 주제에 벌써 다 끝난 게임처럼 자축하는 꼬라지가 볼썽사나웠다.
“아직 트라이아웃이 끝난 게 아니다. 22명 중에서 남은 시합 중에 형편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녀석이 있다면 몇 명이 됐든 탈락시킬 거다.”
“시합?”
오클랜드 고교의 트라이아웃에 대해 미처 숙지 못한 소수는 시합이라는 말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나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천천히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저 관중들이 너네 체력 검정 보려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나?? 무려 천여명이??? 한심하긴.”
그게 아니었다. 1부는 어디까지나 에피타이저. 워밍업에 지나지 않았다. 관주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유일한 이유는 트라이아웃의 하이라이트…
“이제부터 공격 코치가 너희들의 포지션을 정해줄 거다. 모두… 신입생 대 주전 모의 경기를 준비하도록.”
“……!”
오클랜드 고교의 오랜 전통인, 신입생 대 주 전 대항전 경기가 남아 있었다.
*
2부 모의 경기를 앞두고 신입생들은 한참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운동이 이렇게 재밌었나?’
평생 몸을 써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트라이아웃에 앞서 유튜브 영상을 여럿 공부했다.
운동을 독학하다니… 어떻게 보면 우스운 일이었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그래도 워낙 SNS가 발달한 시대라 그런지, 작년 트라이아웃 영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
‘미리 연습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재밌을 줄은 나도 몰랐어.’
트라이아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연습해온 것을 그대로 반복만 하면 된다고 여겼으니까.
그런데 천여명 앞에서 경합을 하듯 체력검정을 치르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경험이었다.
‘나… 관종이었나?’
처음에는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로한’을 아는 사람들은 대놓고 야유도 했다.
하지만 40야드 대쉬가 끝나는 바로 그 순간.
모두가 침묵했다.
이후 버티컬 점프, 푸쉬업, 블로킹 등이 진행될 때마다 내 이름을 환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었다.
종합 순위가 발표되었을 때는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 로한, 로한, 로한, 로한!
그들의 함성에 온몸이 짜릿해졌다. 관중의 힘, 그리고 응원의 힘은 말로 어떻게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이 순간도… 내 손은 미세하게 떨렸다.
그때, 2부 모의 경기를 앞두고 준비 시간이 주어지자 공격 코치가 다가왔다.
“자, 신입생들은 모두 모여라.”
공격 코치는 헤드 코치와 달리 무척 서글서글한 인상의 사람이었다.
실제로 친절하기까지 했다.
“로한. 지망하는 포지션이 뭐니? 오늘 데이터를 봤을 땐… 어떤 포지션이든 최적화되었다고 나오는군. 하하하.”
나는 모의 경기를 펼친다는 영상을 미리 숙지하고 왔기 때문에, 생각한 포지션이 있었다.
‘와이드 리시버가 재밌을 것 같아.’
벼락치기 하듯 모든 미식축구 룰을 숙지했지만, 머리로 아는 거랑 실제로 적용하는 거랑 차이가 있다.
그나마 와이드 리시버는 열심히 공간을 만들어서 쿼터백이 던져주는 공을 받는, 비교적 단순한 포지션.
그래도 수비를 상대로 머리싸움도 하고, 현란한 발재간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저는 당연히… 쿼터백을 해야죠. 다른 포지션은 생각도 안해봤습니다.”
‘……!’
또 입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말투는 또 얼마나 거만한지, 나는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고 싶었다.
“음, 그래. 안 그래도 쿼터백 테스트를 따로 한 번 치러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모의 경기가 좋은 무대가 되겠어. 혹시 너희 중에 쿼터백 자원이 있었나?”
신입생 몇몇이 쭈뼛쭈뼛했지만, 차마 의견을 내지는 못했다. 성적순으로 포지션 결정권이 주어지는 듯한 분위기여서 더 그랬다.
“뭐, 경기를 치르다가 로한 폼이 엉망이면 로테이션 돌릴 테니까 지원이라도 하렴. 모의 경기라지만 주전들을 상대로 이기는 건 무리고, 각자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헤드 코치의 눈에 드는 거야.”
“아 그렇다면 저를 후보로 적어주세요.”
“저도요! 저도 꼭 한 번 던져보고 싶습니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사내놈들이 너무 주눅들지 말란 말이야. 난 헤드 코치랑 달리 공평한 남자니까. 음하하.”
“……”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공격 코치는 노련하게 화제를 돌렸다.
‘이런 취급이 익숙한 모양이야.’
“자아, 2위는 웨이드였나. 그래 지망 포지션은?”
“음…”
웨이드는 아주 간단한 질문에도 온갖 똥폼을 다잡으며 고뇌하는 듯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피식 웃었다.
“와이드 리시버 가겠습니다.”
“아주 좋지. 넌 워낙 힘이 좋아서 라인을 서도 되긴 하는데, 빠른 다리가 아깝지. 와이드 리시버 먼저 해보고, 나중에 타이트 엔드도 한 번 해볼까?”
“알겠습니다. 믿어주신다면 주전 놈들을 다 박살내버리겠습니다.”
“하하하. 의욕이 참 좋은 친구야. 그래그래. 기대해보지.”
공격 코치는 정말 형식적으로 말만 받아주고 다음 아이의 포지션으로 넘어갔다.
어쨌든 나는 포지션이 정해졌기 때문에, 일단 장비를 하나둘씩 착용하기 시작했다.
“음? 왜?”
근데 웨이드가 무척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모든 스포츠 스타의 시작은 그의 성장을 도와주는 라이벌이 존재한다. 나는 그 라이벌을 대런 로저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트라이아웃에서부터 나를 물 먹인 네가 그 역할을 맡았군. 앞으로 잘 부탁한다. 나를 전미 최고의 미식축구 선수로 성장시킬 거름아.”
“……”
나는 깔끔하게 그를 무시하고 모의 경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
영국-미국에서 가장 많은 책 판매량을 자랑하는 전 세계 1위 출판사 사이먼하퍼(Simon&Harper).
그곳에서 소설 부문을 총괄하는 Editor-in-Chief, 즉 치프 에디터는 우연찮게 하나의 원고를 입수하게 됐다.
‘인턴들이 만장일치로 추천하는 소설은 처음이군.’
그녀는 투고 되었다는 원고의 제목을 확인했다.
[Untitled 7(미제 7)]미국 피지컬 천재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