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0
90
로한과 루나는 총 3가지의 장면을 짧게 준비해왔다.
[결혼하자.] [어? 이렇게 갑자기요?] [마음 맞고, 몸 맞으면 결혼하는 거지.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제가 좋습니까? 평생을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데, 평생을 이야기할 수 있나? 그냥 지금은 그래.]당차고 도발적인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모습.
[아, 봤어? 우리 남편 잘 부탁한다고 내 나름대로 청탁했어. 앞으로 상사가 좀 잘해줄걸? 승진하게 될 지도?] […그게 지금 바람 피다 걸린 사람이 할 말이야?] [왜? 속상하긴 해? 너도 화가 나?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 [내 머리 끄댕이라도 잡던가. 아님 상사 멱살 잡으러 가던가. 속 시원하게 감정을 표출해봐. 어?]얼굴에 철판을 깐 듯 뻔뻔하고, 천연덕스럽게 사람의 속을 뒤집는 악녀의 모습.
[제발 니 인생을 좀 살아라, 멍청아.]난산 끝에 신생아를 품에 안고, 서서히 죽어가는 아내의 모습.
“……”
“……”
피셔 형제는 루나를 멍하니 보고 있다가, 이내 연기가 끝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로한을 돌아본다.
“제가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죠?”
데이비드는 현실 부정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피셔 감독은 자괴감에 빠져 자초지종을 물었다.
*
영화 「착한 사람」 의 캐스팅 현장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내가 창작한 인물들을 연기해줄 사람들이라니?’
내가 아마추어라서 그런지, 괜히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주연서부터 조연까지… 중요한 역할의 캐스팅에는 모두 참석했고, 내 의견을 평가지에 작성하고 제출했다.
‘후보까지 전부 출중하셔서 누가 되어도 상관 없었지만… 아내의 역만은 루나가 해주길 강력하게 추천했어.’
그 정도로 확신을 가져본 적이 처음.
나의 심상 세계를 자극한 유일한 배우이기에, 그녀가 실제로 캐스팅되었을 때 진심으로 기대가 되기까지 했다.
‘그런데 촬영에 어려움을 겪게 할 정도로 연기 실력이 부족하다니.’
촬영본을 보니까 내가 다 안타까웠다. 오디션 당시의 반짝거리는 오오라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착각했나?’
루나를 만나러 가기 전에 데이비드에게 부탁해서 오디션 당시 영상을 다시 확인했다.
“……”
여전히 딱딱하고 무감정한 연기.
하지만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자니, 심상 세계가 저절로 눈앞에 펼쳐지며… 그곳에서 살아 숨 쉬는 ‘아내’의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흠…”
몇 번이나 오디션 영상을 돌려봤다. 심상 세계의 ‘아내’가 점점 더 생동감 있게 재현되었다.
나는 루나가 연기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진심으로.
*
루나 메르세데스는 너무나 필요했던 휴가에 충분히 쉬고 세트장으로 복귀했다.
그녀의 개인 트레일러는 항상 매니저, 개인 스텝등으로 북적였지만, 혼자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생각이 복잡해서 그랬다.
‘이번 역을 괜히 받아들였나.’
「A Good Man」의 오디션이 진행된다고 했을 때, 원작을 10회독 이상 할 정도로 팬이었던 그녀는 일단 지원하고 봤다.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으로는 소화하기 힘든 배역이었고, 피셔 감독의 광적인 완벽주의 성향을 익히 들어왔던 것이다.
‘아예 지원을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용기를 냈는데 콜백도 모자라 바로 캐스팅까지 됐어.’
연락을 받았을 때 당연히 기뻤지만, 그 이상으로 두려웠다.
그래서 밤잠 줄이면서까지 연기 선생님과 붙어서 6개월 내내 배역 준비를 했고… 그 결과는 싸늘한 시선이다.
감독을 비롯한 연출부, 촬영부의 침묵은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고, 숨통을 옭아맸다.
길어지는 촬영과 일정에 제작부의 방문도 잦아졌다.
‘그래도 연기 변신할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어.’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그동안 자신을 괴롭힌 악플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 아역 배우 출신인데 저렇게까지 연기 못하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인가?
– 그동안 실력이 아닌 얼굴빨로만 버텨왔다는 거지.
– 세상에 예쁜 사람이 얼마나 널리고 널렸는데, 쟤만 굵직한 영화에 들어가는 거보면… 촬영 외적으로 어필하는 부분이 있나보지?
악순환이었다. 부담감에 긴장하게 되고, 준비해온 20%도 보여주지 못하고. 주변의 시선이 더욱 부담스럽고.
‘에이전시를 통해 내가 먼저 배역을 포기해야겠어.’
쉬고 오면 좀 달라질 줄 알았으나, 여전히 세트장 위에 서면 머릿속이 창백해졌다.
자신이 너무 좋아했던 작품을 직접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
똑 똑 –
매니저가 먼저 트레일러의 창틈으로 상대를 확인했다.
“뭐야? 저 사람이 왜?”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의 매니저가 성가시다는 얼굴로 루나를 돌아봤다.
“어쩔까?”
“……?”
뒤늦게 그녀도 누가 찾아왔는지 확인했다.
현재 「A Good Man」 스텝 사이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다가, 최근 신상이 밝혀지면서 화제의 중심으로 등극한 사람.
로한.
[특별자문위원]이라는 커다란 명찰이, 그에겐 작은 목걸이처럼 보였다.“모셔줘. 중요한 용건이 있으시겠지.”
“흠… 개수작 부렸단 봐라. 복싱은 겨우 스포츠이고, 현실에선 별 소용이 없다는 걸…”
끼이익 –
일부러 인상을 확 쓰면서 문을 열어주었던 매니저는 순간 입이 꾹 닫혔다.
‘무슨 사람 분위기가…?’
적대적인 기세가 전혀 없어도, 바로 공간을 장악한다.
어벤져스가 10년 동안 빌드업하는 최종 보스의 위압감 넘치는 등장씬처럼 느껴졌다.
“…일단 들어오시죠.”
꽤 넓은 트레일러였지만, 로한이 한 걸음씩 계단을 올라 안으로 들어오자 똑바로 서지도 못했다.
“크흠. 그렇게 고개가 꺾인 채 서면 목이랑 척추에 안 좋습니다. 제가 또 운동을 좀 해봐서 잘 아는 편이거든요.”
매니저는 얼른 가서 편안한 의자를 가지고 왔다.
“아, 정신이 좀 없었네요. 혹시 마실 거라도?”
“괜찮습니다. 갑자기 찾아뵈어서 미안합니다. 상황이 좋지 못해서요.”
“네?”
“이번 작품, 루나님과 함께 하고 싶지만… 오래 기다려주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의외로 덤덤하게 잘 받아들이네?’
내가 [특별자문위원]이라는 직책을 쓰게 된 건, 영화의 그 어떤 분야에 관여해도 이상하지 않아서였다.
다만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할 수 없고, 배우들처럼 자존심이 강한 스타일에게는 반발심을 사기 쉬워서 나름대로 이런저런 변명을 준비해왔지만, 루나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이 정도면 기회를 많이 주셨죠. 두 달이나 시간을 잡아먹었으니…”
“음, 그럼 이대로 포기하시는 건가요?”
“네? 그건 제 선택이 아니잖아요?”
그녀의 푸른 눈이 애처롭게 떨린다. 아쉬움. 허탈함. 홀가분함. 슬픔. 눈빛에서만 다양한 감정이 묻어나왔다.
‘…이런 눈을 가지고도 연기를 그렇게 못한다고??’
여러모로 의아해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이번 배역에 특별히 지원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일이 필요해서? 피셔 감독의 영화라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서?”
“작품이 좋아서요. 정확하게는 원작이. ‘아내’라는 캐릭터는 싫지만, 이렇게라도 참여하고 싶었어요.”
“아… 원작이 마음에 들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주인공의 성격이 저랑 비슷해서요. 억울한 일 당해도, 부당한 일을 당해도 이 업계는 원래 그런 거다. 셀렙이라면 당연히 감수해야지. 제가 먼저 합리화하거든요. 책을 읽으면서 제 인생을 많이 돌아볼 수 있었어요. 물론… 결말처럼 마음껏 해소는 못하겠지만.”
루나는 처음으로 웃었다.
촬영본이나, 그녀가 출연한 그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웃음. 주변의 분위기가 급격히 밝아지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진짜 압도적인 미모는 개연성을 무시하는구나… 그냥 웃기만 해도 이 정도의 분위기 전환이 되다니.’
소설을 쓰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감이 전혀 안 왔다.
“근데 제 욕심이었어요. 너무 좋은 작품에 어떻게라도 참여하고 싶었는데, 이제보니 제가 망치고 있었던 거 있죠?”
“혹시 누가 얘기해 준 적 있습니까? ‘아내’역에 유력한 후보가 따로 있었다는 거.”
“네? 아… 들었어요.”
“왜 루나가 됐는지도 들었어요?”
“그것까지는…”
나는 비맞은 강아지처럼 처량해보이는 그녀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다.
“오디션 영상 보고, 원작자분이 강력하게 요청하셨어요. 꼭 저분이 ‘아내’ 역할을 소화해주면 좋겠다고.”
“진짜요?? 아니 왜?”
“그건 뭐 원작자만 알겠죠.”
“아… 하긴. 뭐 이제와서 무슨 소용 있겠어요.”
“아직 끝은 아니잖아요.”
“그게 무슨 말…?”
“저에게 3일의 기한이 주어졌어요. 3일 후, 제 보고에 따라 그냥 루나로 갈지, 아니면 배역을 교체할지 확정할 예정입니다.”
“아… 생각보다 전폭적으로 신임을 받는 분이구나? 어떻게?? 복싱 선수 아니에요?”
“…음, 그것도 맞는데… 그냥 제가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고만 합시다.”
루나는 “그게 뭐야,”라며 작게 웃다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번만큼은 제가 먼저 시간을 아껴드릴게요. 아무래도 제 능력이 부족한 것 같으니, 바로 짐 싸는 걸로…”
“그것도 나쁘지 않죠. 제가 짐 싸는 거 도와드리면 더 빨리 갈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사람 기분 좋게 붙잡아주는 척이라도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뭐야? 주인공이랑 비슷한 성격이라면서요… 아닌 것 같은데??”
루나는 그제야 이상한 점을 알아차린 얼굴이다.
“어? 그러게요. 생긴 거랑 다르게, 사람 편하게 만들어주는 재주가 있네? 와아…”
“칭찬인가? 욕인가?”
“무섭게 생긴 건 팩트. 사람 편하게 만들어주는 건 칭찬.”
“…짐 쌉시다 빨리.”
“아놔, 그렇게 안 쫓아내도 갈 거거든요. 서러워서 원. 나중에 기사 나가도 몰라요? 피셔 감독은 배우 쫓아낼 때 복싱 챔피언으로 위협을 준다.”
“그건 좀.”
우리는 그녀의 말대로 의외로 잘 맞았다.
대화가 편하게 흘러갔고, 그날 밤 늦게까지 영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야기를 내내 했다.
가끔씩 매니저가 의심쩍은 눈빛을 나에게 보냈지만, 내가 미안해서 마주 보고 양해를 구하면 “에이, 괜찮습니다. 편하게 이야기하시고… 필요한 게 있으면 말만 해주세요,”라며 편의를 봐주었다.
‘역시 사람이 착하게 생기고 볼 일이지. 이렇게 예쁜 담당 배우면 걱정할 법도 한데… 나에겐 가드를 내려주는군.’
*
“실망이야. 예의상으로라도 날 잡아주는 척 할 줄 알았더니.”
3일만에 꽤 친해진 루나는 이제 제법 편하게 날 대했다.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원작자 최애픽이라고 해도 떠나려는 사람한테.”
“그거 진짜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데…?”
“그런 거짓말을 해서 얻는 게 뭐가 있다고.”
“영광이다 진짜. 인생 최대의 업적이야. 그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해.”
나는 잠깐 그녀의 가면을 들여보다가 이내 웃었다.
“웃기고 있네.”
“뭐?”
“욕심나잖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연기는 수준급이면서, 도대체 왜 실제 연기는 형편없는 거야?”
“…아무리 팩트라도 그런 말은 상처거든…”
“그렇지? 너처럼 예쁜 애가 아무리 팩트라도 나 무섭게 생겼다고 하면 상처받는 거야.”
“하지만 넌…”
“……”
우린 잠깐 말이 없어졌다.
신기한 건 그래도 어색하지 않았다.
‘진짜 친한 사이는 침묵이 불편하지 않다는 건데…’
그나저나 아슬아슬하게 준비가 되어가는 듯했다.
내가 무슨 연기 전문가도 아니고… 심리 상담가는 더더욱 아니다.
그 어린 4살부터 20대 중반까지 평생 연기를 해온 애가, 정말 재능이 부족해서 못하는 건지… 무슨 트라우마가 있어서 못하는 건지, 하다못해 그냥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못하는 건지, 남이나 다름없는 내가 구분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고작 3일만에 그걸 알아내서 고칠 수 있다면, 진로를 바꿔야지.’
그나마 내가 믿는 건… 「착한 사람」의 원작자라는 점. 그리고 심상 세계였다.
루나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심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다.
‘루나가… 심상 세계를 비집고 들어온다?’
이미 심상 세계 속 ‘아내’는 루나로 대체되어 있었다.
그런데 실제 루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현실의 루나가 곧 ‘아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생겨서일까? 아니면 그녀의 간절함이 나의 마음을 움직인걸까?
알 수 없는 이유에서… 그녀는 나의 심상 세계에 초대되었다.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도, 대화가 이렇게 잘 통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다.
책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녀의 감정과 생각이 느껴졌다.
“그동안 시간 내줘서 고마웠어. 그래도 떠나는 길 쓸쓸하진 않았네. 속 시원하게 할 말도 다 하고.”
피셔 형제와 약속한 3일이 다 됐다. 그동안 그녀는 짐뿐만 아니라 마음도 정리했는지, 매우 홀가분해 보였다.
“좋은 작품 완성해줘. 나중에 꼭 챙겨볼게!”
루나는 해맑게 웃으며 작별을 고하듯 나를 안아주었다.
그런데 좀처럼 떨어지질 않았다.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있었다.
“야야… 화장 묻어.”
“…너, 여자친구 없지. 앞으로도 평생 없어라.”
“일단 다 울었으면 잠깐 앉아봐.”
“……”
효과가 있었는지, 그녀의 눈물이 도로 다 들어갔다.
‘사기네. 진짜 무슨 우는 것도 예술 작품 같냐. 더러운 세상.’
며칠 고민해봤지만, 도저히 소설의 캐릭터로는 살릴 사진이 없었다. 노아의 힘을 빌려도 코믹스에 이런 느낌을 내긴 어렵지 않을까?
“갑자기 왜 앉으라 그래?”
“나도 감독님에게 보고할 내용은 필요하니까… 일단 마지막으로 연기 함 맞춰보자.”
“…이제 와서? 진짜 자문위원 날로 돈 버네.”
그녀가 그러든 말든 나는 진지했다.
“상대역은 내가 맡아줄게. 어느 장면 해볼까?”
“으휴… 그래. 아무거나 상관없지. 그럼 첫 만남?”
“좋아.”
“뭐야, 대본은 안 가져와??”
“이미 외웠으니까, 준비되면 시작해.”
“배우도 아닌데 대본을 다 외운다고?”
“그 정도 준비는 해야지. …너는 필요 없어?”
루나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나도 당연히 내 대사는 다 외웠지.”
“그럼 바로 시작할까?”
“…너무 실망하지 마. 진짜 상처받을 거니까.”
루나는 눈을 살짝 감고 배역에 몰입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뭐, 이 정도면 서로에 대해 알만큼은 안 것 같고… 우리 집? 아니면 너희집? 어디로 갈래?]“…루나… 너??”
순간 지켜보던 매니저가 깜짝 놀랐다.
루나는 몰입한 나머지 그런 매니저의 반응에도 장면을 끝까지 연기했다.
로한이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쳐줘서, 이질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연기를 마치고 나서야 커다란 매니저가 충혈된 눈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그렇게 못했어??”
아니. 너무 잘했다. 내 심상 세계 속 ‘아내’가 현실 세계를 뚫고 나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와 루나가 완벽하게 연결된 느낌.
그녀가 이 감각을 잃지 않도록 우린 아예 ‘아내’의 모든 장면을 한 번씩 리허설 했다.
“……”
그걸로 충분했다. 매니저. 피셔 형제. 그다음은 각 부서의 스텝들까지 하루 아침(정확하게는 3일)에 바뀐 그녀를 보고 경악에 빠졌다.
다시 캐스팅하자는 말이 쏙 들어갔고, 본격적인 촬영이 재개됐다.
마지막 부품까지 정교하게 맞물리자, 「착한 사람」의 촬영은 기존 일정보다 2개월 앞선 3월에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고, 피셔 감독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편집에 돌입했다.
미국 피지컬 천재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