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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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됐다, 루나. 이 정도로 연기 할 수 있음 못 받는 배역이 없어!”
루나의 매니저는 잔뜩 신이 나서 업계에 전화를 쫙 돌렸다.
소속 에이전시에 연락을 해서 캐스팅 중인 A급 영화를 모조리 뽑아달라고 닦달했다.
– 연기가… 완벽합니다.
피셔 감독이 인터뷰 자리에서 인정했다.
톡톡 튀는 배역인 ‘아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그 기사가 나가자마자, 이미 적지 않은 제작사에서 연락이 오고 있었다.
이젠 오히려 루나가 배역을 가릴 차례.
“난 의심한 적이 없어.”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매니저. 감격스러운 순간은 맞았지만, 그만큼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내내 같이 있어서 잘 알잖아. 진짜 계속 대화를 나눈 게 다였어.”
“……”
진짜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었다.
– 긁지 않은 복권
– 미모에만 올인
– 모델 같은 배우
루나에 대한 별명은 정말 수두룩했다.
한동안 ‘루나 챌린지’라면서, 그녀에게 연기를 가르치기만 한다면 헐리우드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도전 정신을 불태운 감독들도 있었다.
소속사에서도 지금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심리 상담가가 붙어서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 건 아닌지 세밀하게 점검했고.
수많은 연기 지도자가 가르치면서 다양한 연기법을 전수했고.
뮤지컬, 연극, 영화, TV, OTT, 케이블 안 거쳐간 매체가 없었다.
‘너무 좋아하는 연기이지만, 도저히 발전이 없었어. 마음 고생만 하고, 결국 제풀에 지치고. 그러다 잠깐 쿨타임 돌면 다시 도전하고.’
옆에서 보고 있으면 응원이 되면서도 기가 질리는 독특한 배우였다.
‘그래… 여기까지가 한계일 수도 있지. 그래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으니까. 나중에 결혼도 잘 할 테고.’
솔직히 말은 하지 않았어도, 매니저마저 내심 체념을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무슨 수를 써도 도저히 나아지는 기미가 없던 루나가 피셔 감독이 극찬하는 연기를 하는 날이 오다니?
“……”
로한을 떠올리면 진짜 ‘?????’ 머릿 속 물음표만 가득이다.
“어쨌든. 잘 됐어. 그동안의 노력이 이제 빛을 발하는 거라고 봐야지. ‘착한 사람’도 참 운이 좋아. 네가 딱 고비를 넘겼을 때 이 작품을 하고 있었으니까. 앞으로 몸 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를 텐데…”
매니저는 그 누구보다도 기뻐하며, 밤낮 대본을 검토했다.
이제 단순히 예쁜 배역이 아닌, 그녀의 매력을 잘 드러낼 수 있고, 그 매력이 영화에 잘 녹아나는 영화를 골라야 할 때.
“이거 준비해볼까? 피셔 감독이랑 어느 정도 아는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신작이야. 이미 귀뜸을 받았는지, 네 캐스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계시더라.”
[20대 초반의 대학생. 밝고 쾌활하지만, 숨기고 있는 비밀이 있다.]“이거 느낌 좋다. 역시 감각적인 감독님이셔서 캐릭터도 조형을 잘하시는 것 같아.”
“루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럼 함께 캐릭터 분석하고, 대본 연습을 해보자. 오케이?”
매니저는 잔뜩 기대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를 도왔다.
그리고…
[아~ 날.씨.가. 참. 좋.네]“…잠깐잠깐. 크흠.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다시 해볼까?”
[아~. 밖.에.서. 놀.고.싶.다.]“……”
루나는 거짓말처럼 과거의 그녀로 회귀했다.
마치 「착한 사람」의 모든 경험이 꿈이었던 것처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하늘이 무너진 듯한 매니저와 달리 루나는 의외로 크게 낙담하지 않았다.
마치 이런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말로 설명하기 좀 그렇네. 그냥… 로한이랑 연습하면 세계가 바뀌는 느낌이었어. 실제로 ‘착한 사람’의 풍경이 펼쳐지고, 내가 걔의 아내에 빙의했달까? 진짜 마법과도 같은 느낌이었는데…”
루나는 무엇엔가 홀린 듯 멍하니 저 멀리를 바라봤다.
“다음에 또 작품하시면 꼭 불러달라고 부탁드려줘. 또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정상급 복싱 선수이자, 고교 최고의 농구, 미식축구 유망주.
‘도대체 피셔 감독님과는 어떻게 연이 닿아서… 이번 작품에 자문 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거지?’
현장 최고의 미스테리였다. 차라리 스턴트나 액션 감독이라고 하면 믿을 수 있는 피지컬의 사내가… 스토리보드 작업을 총괄하고, 루나의 자연스러운 연기지도까지.
그 외에도 현장 위의 독재자라고 불려지는 피셔 감독이 이따금씩 로한의 의견을 묻는 광경에 최측근들이 놀라자빠질 뻔했다.
물론, 그래봤자 프로덕션이 끝나는 마지막날까지 로한이 「착한 사람」의 원작자임을 감히 짐작하는 사람은 없었다.
딱 한 번, 아슬아슬한 시점이 있었을 뿐.
“그때, 데이비드가 로한을 작가님이라고 부른 적 기억나?”
“음? 또 그 소리야? 너 말고는 아무도 못 들은 것 같은데… 그랬다고 해도, 말 실수였겠지. 호칭 잘못 부르는 건 현장에서 자주 일어나.”
“그러기엔 로한도, 데이비드도 너무 익숙했는데…”
매니저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어? 작가라고 불릴 만한 사람이 시나리오 작가밖에 없는데, ‘착한 사람’ 원작자가 시나리오를 겸한다고 했잖아. 그걸 지금 로한이 썼다고 생각하는 거야?”
“……”
루나는 차마 대꾸하지 못했다.
로한의 미친 피지컬, 어린 나이, 복싱 경기에서 보여준 거친 야생미, 등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래도 뭔가 수상하단 말이지…’
매니저와 그것에 대해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로한은 좀처럼 그녀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
오랜만에 찾은 집.
아직 3월로 한창 학기 중이지만, 졸업반이라 출석 일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은 「착한 사람」의 촬영을 돕기 위해 농구를 쉬었기 때문에… 사실 원한다면 졸업식에만 참석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나는 며칠 휴식을 취했다.
‘이게 사람 사는 거지.’
당연히 내 기준에서 휴식은 독서.
내가 지난 몇 개월 간 못 읽었던 신작을 잔뜩 사들고 방에 틀어박혀서 책만 읽었다.
가족과 함께 먹는 저녁 식사가 아니면 간단하게 쉐이크만 만들어 먹고,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책에 빠졌다.
“……”
책을 좀 읽는 사람들은 다 공감할 것이다.
몇 페이지 읽다가 확 몰입이 되면 더 이상 현실 세계의 나는 없다.
외부의 감각이 차단되고, 오로지 책의 내용에 빠져든 나의 사고만이 남는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심상 세계가 발동 된다.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신을 차려보면 여기가 현실인지, 아니면 심상 세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
나는 다른 세계의 개척자가 되어, 그곳을 구석구석 탐방했다.
내가 방문을 닫고 책에 빠져 있을 때는 가족도 잘 방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3일간 최고의 휴가를 보낼 수 있었다.
똑똑 –
하지만 오늘은 손님이 있었다.
“네? 들어오세요.”
“아들. 바쁘지?”
엄마는 웃으면서 내 곁에 앉았다.
“이 책들 좀 봐. 이렇게 많이 사 모으기만 하니… 방에 발 디딜 틈이 없네.”
실제로 수많은 책장에는 빈틈을 찾아볼 수 없었고, 바닥에 쌓아서 거의 내 키까지 오는 책더미가 수두룩했다.
“다 읽은 책들은 기부를 하거나 창고에 따로 보관해야하지 않겠어?”
“음…”
나는 쭉 둘러본 후 단호하게 대답했다.
“더 큰 집으로 이사가죠?”
엄마는 농담인 줄 알고 웃으셨지만, 난 굉장히 진지했다.
‘모든 책을 심상 세계에 저장할 수가 없으니… 현실 속의 도서관도 마련하면 좋지 않을까?’
이미 여러 방법을 구상해보고 있었다.
“아들… 그새 또 다른 곳으로 멀리 가버렸네. 다시 돌아와줄래?”
“아, 죄송해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엄마는 잠시 나의 얼굴을 빤히 보더니 우편물을 하나 건넸다.
[USATF]발신인만 보고 나서도 무슨 내용인지 알았다.
USATF란 USA Track & Field의 약자.
미국육상연맹에서 온 것이었다.
‘스포츠 에이전트가 미리 언질을 주긴 했지.’
나는 천천히 내용을 확인했다.
[…2024년 올림픽을 위한 육상 국가 대표 선발전에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나랑 엄마는 잠깐 말없이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다 엄마가 나의 어깨를 쓸어내리셨다.
“정말 해볼 생각이니?”
“네.”
“괜히 나 때문에 그런 거라면 괜찮아. 마음 써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아니에요. 개인적으로도 재밌을 것 같아서요. 제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기도 하고.”
“……”
거짓말이 아니었다. 분명 흑심(?)이 있는 것도 맞지만,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건 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육상이야말로 순수하게 신체 능력을 끝없이 발달시켜야 하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0.1초를 단축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가.
체력훈련, 기술 훈련, 식단 조절 등. 복싱이나 미식축구 이상으로 고된 훈련을 거쳐야 하고, 실제로 기록이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멘탈 관리도 쉽지 않다고 들었다.
그냥 상상만해도 너무 즐거운 과정.
엄마는 내가 신나게 설명하자 결국 납득을 한 눈치였다.
“그래. 일단 마음먹은 이상… 꼭 그놈만큼은 꺾어보자. 단 한 종목이라도…”
“한 종목이요?”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 정도로 만족하려면 시작도 안 하죠.”
*
나의 육상 여정은 미식축구를 시작한 1년 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대뜸 수상한 눈초리의 육상 코치가 내게 선언했다.
– 너, 육상을 위해 태어난 인재임을 알고 있는가?
거의 뭐, 종교를 권유할만한 말투였지만, 그럴만도 했다.
[40야드 대쉬: 4.79초 -> 4.50초]미식축구 트라이아웃 기록이 4.79초.
그리고 당시 다리우스를 꺾어보겠다고 [퍼시픽 하이츠 vs 오클랜드] 첫 경기 때 본격적인 훈련을 하고 겨우 1주일 만에 기록을 4.50초로 단축시킨 것이다.
그게 40야드 대쉬 고교 최고 기록.
– 신체 조건, 타고난 비율, 타락한 인성까지 완벽하다! 신이 나를 버리지 않으셨구나.
– ……
그때는 지금보다 키도 10cm이상 작았고, 몸무게는 30kg이나 적게 나갔다. 육상 선수로써는 훨씬 이상적인 체형.
그러니 육상 코치가 눈이 돌아가서 거의 매일 나를 괴롭혔다.
등쌀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지역 대회, 주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전국 대회는 에이펙스와 겹쳐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미식축구랑 농구가 더 재밌었어. 나중에는 복싱에 꽤 진심이게 되었고.’
하지만 그런 내가 육상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또 한 명의 삼촌을 만난 이후였다.
또 그 빌어먹을 크롬웰이란 이름을 가진 외가 쪽의 삼촌 말이다.
*
작년 가을쯤.
굉장히 탄탄하고 균형 잡힌 체격의 남성이 우리집을 찾았다.
차머스는 굉장히 험악한 인상이었다면, 그는 유들유들하고 무척 사람이 좋아 보였다.
“오랜만이다, 로한.”
반갑게 악수까지 청했는데, 순순히 인사를 하지 않은 건 위화감이 느껴져서였다.
‘엄마랑 진짜 많이 닮았네.’
같은 생모에게서 태어난 유일한 형제, 칼 크롬웰.
엄마가 지난 1년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사실을 떠올리며 적당히 거리를 유지했다.
“어쭈? 이젠 고개도 빳빳이 들고 다니고, 많이 컸네?”
그 옆에는 머리의 중앙만 벼슬처럼 금색으로 물들인 20대의 청년이 서 있었다.
‘아레스.’
칼의 자녀 중 한 명이자, 세계적인 육상 선수.
10대에 처음 참가한 올림픽에서 바로 메달을 땄을 뿐만 아니라, 이후 점점 기량이 좋아져 미래가 더 기대된다는 육상계의 슈퍼스타였다.
아레스는 내 가슴팍을 툭툭 치며 비아냥거렸다.
“고작 다리우스 새끼 때려눕혔다고 어깨에 힘 들어간 거야?”
그때만 해도 차머스와의 복싱 경기가 발표되기도 전.
그는 건들건들거리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다.
탁 !
물론 동체 시력과 순발력이 무척 좋아진 나는 가볍게 아레스의 손목을 잡은 후, 오히려 내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원래 이렇게 키가 작았나? 못 본 사이 아주 귀여워졌어?”
“…너 미쳤냐! 뒤지고 싶어서 환장… 이거 놔. 놔라…!”
그는 안간힘을 다해 내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키도, 체격도 월등히 큰 나를 상대로 힘겨루기는 부질없는 짓.
그 사람 좋아보이던 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네 부모가 이렇게 가르쳤나(Is this how your parents raised you)?”
“……”
그 순간 ‘로한’은 아레스를 밀쳐버리고, 칼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미국 피지컬 천재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