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3
93
올해 마지막 고교 전국 대회는, 미국 육상 연맹의 아웃도어 챔피언쉽(USATF National youth outdoor championship).
7살부터 18살까지 나이별로 경쟁하는 권위 있는 대회였다.
‘난 17, 18살 그룹으로 묶이겠군.’
육상 코치의 권유에 따라, 나는 일단 100m와 200m에 참가 신청서를 냈다.
다행히 주 대회에서 우승한 전적이 도움이 됐다.
대회까지는 이제 3주 남짓.
차머스와의 복싱 경기를 위한 트레이닝 캠프 기간과 교묘하게 맞물리지만, 그건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음.”
나는 지난 며칠간, 육상 코치와 가볍게 훈련하면서 감각을 되찾는데 집중했다.
[100m: 10.15초] [200m: 20.33초]– 따로 육상 훈련을 하지 않았는데, 순수 운동 신경으로 주에서 최고의 기록을 보여준다? 분명 육상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뜻이다!
육상 코치님이 호들갑을 떨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교 수준에서는 캘리포니아를 대표할만한 기록.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일단 1차 목표는 올림픽 최소 선발 기준을 넘어서 아예 미국 고교 신기록을 달성하는 것.’
[국가대표 선발 최저 기준] [100m: 10.05초] [200m: 20.24초] [미국 고교 신기록] [100m: 10.00초] [200m: 19.97초]국가대표 선발 기준은 어디까지나 시작점이다.
겨우 선발전에 초대받는 수준이지, 실제로 발탁까지 가려면 메달 수상권에 안착해야 한다.
다만 단기간에 그렇게까지 기록을 끌어올릴 수 있을 진 모르겠고, 당장 미국 육상 연맹의 이목을 끌려면 최소 고교 신기록을 달성해야 한다는 계산이었다.
‘100m는 0.15초 이상, 200m는 0.36초 이상 단축해야 한다.’
신기록을 깨고 싶은 이유는 또 있었다.
두 기록 모두, 아레스가 고교 시절에 달성한 것이다.
‘졸업 후 6년이나 유지하고 있는 신기록. 끌어내릴 때도 됐다.’
확실히 세계적인 재목이긴 했다.
보통 100m 기록에 비해 200m 기록은 2배 이상 차이가 나기 마련인데, 아레스는 그 이하다.
200m를 반으로 쪼갰을 때, 첫 100m보다 나중 100m가 더 빠르다는 뜻.
확실히 고교생때부터 인성에 반비례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아주 재밌겠어.’
*
“……”
육상 코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나… 알고 보니 천재 육상 코치였나?’
항상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오랫동안 결과물이 없으면 부정한 생각이 생겨나기 마련.
“어떤가요? 자세가 좋아졌나요?”
로한이 100m를 완주하고 숨을 고르며 자신에게 물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밖에 대답해줄 수가 없었다.
100m는 일직선상으로 뛰는 단순 무식한 경기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짧은 경기 안에서도 호흡, 자세, 기술등 여러 분야에서 수준 높은 숙련도를 필요로 했다.
그 중에서 육상 코치가 가장 먼저 중점적으로 봐주었던 부분이 자세.
– 미식축구에서는 굉장히 효율적인 몸놀림을 보여주지만, 그것이 육상에서는 흐름을 저해하기도 한다.
로한의 포지션상,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양한 각도에서 태클이 들어오기 때문에, 쉽게 방향을 꺾을 수 있도록 발목에 힘을 준다거나, 무게 중심을 낮게 가져가며 탱크처럼 딴딴한 자세를 유지한다거나.
그런 습관이 달리면서도 묻어났다.
– 육상에서의 무게 중심은 앞으로 과도하게 쏠린다는 느낌이 있어야 한다. 쉴새 없이 앞으로 뛰어나가지 않으면 언제든 넘어질 수 있다는 감각으로.
한 번 시범을 보여주긴 했지만, 바로 100m를 뛰어보라고 지시했다.
입 아프게 설명을 하는 것보다 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
‘수십 수백 번 연습하면서 체득하는 수밖에 없다.’
아예 카메라를 설치해 함께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준비도 마쳤다.
스스로가 어떻게 뛰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최선의 방식. 총의 영점을 잡듯 안 좋은 습관을 조금씩 줄여나가면 조금이나마 기록이 좋아질 수 있다.
“잠깐만요.”
로한은 잠깐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듯했다.
“오, 이미지 트레이닝. 아주 좋은 훈련법이지. 역시 육상을 위해 태어난 존재.”
“……”
자신의 말에 집중력이 흐트러져서인지, 아니면 1분이면 충분했는지… 로한은 바로 준비 자세를 잡았다.
삐빅 !
일단 첫 번째 시도.
[10.10초]“……”
육상 코치는 크게 당황했다.
‘말로 설명 한 번 했다고, 기록이 이렇게 많이 단축돼?’
기존의 평균 기록 [10.15초]에서 무려 0.05초가 줄었다.
육상 선수라면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잘 안다.
“자세가 나쁘지 않았다고요?”
“…일단 영상을 돌려보면서 이야기해보자.”
육상 코치는 영상을 보고 나서 더 할 말이 없어졌다.
‘내가 지적한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바로 적용한다고? 한 번도 안 해보고???’
도대체 자신이 얼마나 잘 설명했으면, 이렇게 곧바로 개선될 수 있었던 걸까?
반면 영상을 몇 번 돌려보던 로한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음, 아직도 고개를 좀 치켜든 것 같고, 팔다리의 움직임 무브먼트가 리듬감을 해치는 느낌이네요. 좀 쉬었다가 또 뛰어볼게요.”
“어? …어 그래.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로한은 30분간 쉬면서 몸을 풀어주었고, 다시 100m를 뛰었다.
[10.09초]진짜 자세가 더 좋아졌고, 그게 기록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로한은 이번에 1시간을 쉬고 3번째 시도를 감행했다.
“……”
육상 코치는 자신의 괴물 같은 지도력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열을 깨닫게 하는 한 마디라니…’
두 번 정도 더 뛰어본 로한은 [10.08초]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뛰는 내내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숙련도가 높아졌다.
로한은 더 훈련을 하고 싶었지만, 육상은 선수가 모르는 사이 쉽게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종목이기에 다음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2일차
호흡법과 출발할 때의 테크닉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10.08초]→[10.05초]3일차~ 21일차
육상 코치는 자신의 능력에 너무 두려운 나머지, 너무 잦은 100m 측정을 금지하는 대신 신체 기능을 강화하는 훈련에 집중했다.
스쿼트, 런지, 종아리 운동, 대퇴이두 단련 등을 훈련 루틴에 포함시켰다.
특히 박스 점프나 바운드 같은 플라이오메트릭 운동을 통해 폭발적인 힘을 향상할 수 있도록 했다.
‘고작 3주 만에 큰 성과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이렇게 6개월만 해도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건 몰라도, 선발전 초대는 굉장히 유력해졌다.
‘이대로 LA 올림픽까지 훈련량을 유지할 수 있다면??’
육상 코치는 이미 파리 올림픽 이후 LA 올림픽을 내다보고 있었고, 자신의 이름을 건 육상 아카데미 설립, 수많은 금메달리스트를 양성한 노고를 인정받아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는 상상까지 마쳤다.
*
미국 육상 연맹의 아웃도어 챔피언쉽 전날.
나는 엄마가 차려준, 탄수화물 위주의 가벼운 아침을 먹고 나갈 채비를 했다.
“음? 클로이 오랜만이네.”
그런데 리아를 만나러 왔는지, 엄마 차를 타기 전에 클로이와 마주쳤다.
“요즘 모델 일 바쁘다며? 못 본 사이 더 성숙해지고 예뻐졌네.”
“……”
난 별생각 없이 말했는데, 클로이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 아무리 미국이라지면 너무 한참 어린 동생 대하듯 했나?’
따지자면 같은 나이. 하지만 난 전생까지 살았기 때문에 클로이가 더 어리고 귀엽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왔네!”
마침 너무 어색해지기 전에 리아가 나왔다.
“오늘 모처럼 클로이 휴가라서 같이 놀기로 했어. 쇼핑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바쁜데… 어쩔 수 없이 니 경기에 끌려가니 영광인 줄 알아.”
“어? 금쪽같은 휴가를 그렇게 써도 돼? 라스베가스까지 가는데…”
클로이는 대답 대신 어깨만 한 번 으쓱한다.
‘나한테 화났나?’
“내가 어쩔 수 없이 참석하니까 불쌍해서 같이 와주기로 했어. 대신 주말 내내 베가스에서 불태울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아.”
“…너희 아직 고등학생인 거 알지?”
“한~창 잘 놀 때지.”
음흉하게 웃는 리아를 보니, 내내 따라 다니며 감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모였네! 비행기 시간 늦겠다. 얼른 가자!”
엄마가 나오자 우리는 바로 공항으로 이동했다.
오클랜드에서 라스베가스까진 1시간 30분 거리.
“우리 전국 챔피언 왔는가.”
공항으로 육상 코치님이 직접 마중 나오셨다.
“그 사이… 코치님 너무 핼쑥해지신 것 같은데. 어? 혹시 우셨어요? 눈물 자국도…”
육상 코치는 멋쩍게 웃었다.
“내일 금메달을 목에 거는 네 모습을 상상해보니 저절로 눈물이 나더군.”
“…그럴 리가.”
지난 3주를 함께 하다보니, 육상 코치의 캐릭터를 더 잘 알게 되었다.
나는 그의 허름한 옷차림, 그리고 앞 소매에 삐죽 튀어나온 티켓을 보며 자연스러운 유추를 했다.
‘스포츠 도박장 티켓? 설마…’
“먼저 오셔서 경기장 상태를 보고, 전략을 준비해주신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하하하. 그럼 그럼. 당연히 했지.”
“그럼 그 티켓은 뭐에요?”
“아… 눈썰미가 좋기는. 원래 스포츠계의 특별한 의식 같은 거야. 베가스에 왔으니 갬블링으로 운수가 얼마나 좋을지 점쳐보는 게 전통이다.”
“…갬블링? 전 스포츠 배팅만 하신 줄 알았는데… 도대체 다 큰 어른이 눈물까지 흘릴 정도면 카지노에서 얼마를 태우신 거에요?”
“아! 너한테 전 재산 배팅한 걸 봤구나. 괜히 갬블링으로 몇천만 원 잃은 걸 내 입으로 실토했네.”
“……”
지적할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난감했다.
‘아무리 베가스라지만, 고교 스포츠에 배팅을 하는 업장도 있어??’
그러고 보니 술을 꽤 하셨는지, 말투도 그렇고 걸음걸이도 불안정하다.
보다 못한 엄마가 쏘아붙였다.
“…너 아직도 이러고 사니?”
“다이애나.”
육상 코치는 애써 눈에 바짝 힘을 주고 정신을 차려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역효과.
결국 내가 업어서 우리의 숙소까지 모시고 가야 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를 꼭 껴안으며 흐느꼈다.
“로한… 꼭 이겨야 한다.”
“……”
*
경기 당일.
야외 운동장에 도착하자 수백 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등록 절차를 마치고 있었다.
대회의 진행 순서에 따라 진행 요원들의 지시를 따랐다.
100m 남자 경주가 첫 경기.
올림픽처럼 예선을 거치고 본선을 통과해 결승을 진행하는 구조가 아니라, 아무래도 참가자가 많기 때문에 여러 조로 나뉘고 각자의 기록에 따라 바로 전체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통 가장 흥행성 있는, 실력 좋은 유망주가 마지막 조에 편성이 되는데… 내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단순 실력 때문이라기보다… 주최측에서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 같지만.’
차머스와의 복싱 경기가 발표된 이후라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
거기에 현재 미식축구 6개 포지션에서 랭킹 1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단순히 40야드 대쉬 뿐만 아니라 육상 자체에 재능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이들까지 이목이 쏠린 상태였다.
물론 거기서 오는 부작용도 있다.
– 미식축구 애들은 꼭 육상에 기웃거리더라. 어떻게라도 입상하면 리쿠르터들이 좋게 본다고…
– 저런 관종 새끼들 때문에 스포츠의 의미가 퇴색되는 거야. 이걸 마케팅 수단으로 쓰잖아.
– 아직 차머스한테 처맞지도 않았는데, 벌써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육상이 만만해? 지금까지 열심히 준비한 사람 한 자리 밀어내고 들어온 셈이잖아.
어떤 스포츠나 텃세가 있기 마련. 다만 내 유명세가 커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건 없잖아 있었다.
특히 가장 주목을 받는 마지막 조에 편성이 된 것도 아니꼽게 생각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긴장할 필요 없다. 원래 최고는 나머지의 시기 질투를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 익숙해져라.”
“코치님… 식은땀 흘리시는데요.”
“크흠.”
탕 !
그 순간, 내 앞에 9개 조가 차례대로 경기를 치렀다.
아무래도 가장 짧은 종목이다보니, 진행 속도도 굉장히 빨랐다.
1조 이후 30분이 채 안 지나서 바로 마지막 조의 차례가 되었다.
[남자 100m] [1위: 10.10] [2위: 10.15] [3위: 10.19]나는 지금까지의 랭킹이 기록된 현황판을 잠깐 확인한 후, 준비 자세를 잡았다.
심상 세계에선 정말 수백번 이상 연습해본 자세. 완벽한 스타트를 끊었을 때의 감각을 최대한 되살리려고 노력했다.
탕!
바로 치고 달렸다.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달리기만큼 단순해 보이는 것이 없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기술적 훈련을 요구하는 복합적인 스포츠.
일정한 흐름을 찾으면, 달리기만큼 즐거운 게 없다. 실제로 쾌락이 느껴질 때도 적지 않았다.
‘너무 좋다.’
– ……!
확실히 10조가 가장 수준이 높았다.
순식간에 경기가 끝났을 때.
우린 앞의 9개조가 세웠던 1~3위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웠다.
[남자 100m] [3위: 10.09] [2위: 10.04].
,
[1위: 9.91]– ……
– ……
100m 경주가 진행되는 내내 응원하고 욕하는 함성으로 시끄러웠던 관중석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9.91초.
고교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던 10초를 깬 것도 모자라, 무려 0.09초를 더 단축시켰다.
고교 최고 신기록이 갱신된 것이다.
그것도 바로 나에 의해.
침묵을 깬 것은 다름 아닌 육상 코치였다.
그는 손에 든 티켓을 마구마구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
“믿고 있었다고!! 200m도 가자!!! 인생역전 가자아아!!!!”
“……”
뭔가 힘이 쭉쭉 빠졌지만, 나는 200m 경기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100m 경기 초반부와 달리, 200m 때는 관중석이 한없이 조용했다.
앞선 조들의 경기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마지막 조. 특히 내가 준비 동작에 들어가자 누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아직 놀라기엔 이르다.’
탕 !
미국 피지컬 천재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