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4
94
“……”
미국 육상 연맹 관계자들은 운동장이 가장 훤히 보이는 위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육상 선수의 전성기인 20대 중후반 선수들에게 집중하는 편이지만, 어린 학생들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스포츠의 인기도에 따라 새로운 인재들이 유입되고, 성장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며 다시 인기도를 높인다.
미국 육상 연맹의 청소년 아웃도어 챔피언쉽도 그런 투자의 일환 중 하나였다.
전국 대회인만큼 상금 규모는 물론, 홍보도 열심히 하고 케이블 방송에 요즘 트렌드에 맞춰 실시간 인터넷 중계도 실시했다.
“확실히 SNS가 활발한 시대라 그런지, 고교 선수 중에서도 흥행 파워가 남다른 아이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게 하필이면 고교 미식축구계의 신성이라 아쉽기는 해도, 그런 친구가 육상에 관심을 가져주면 많은 이들이 주목해주긴 하죠.”
“조금 주목하는 정도가 아닙니다. 작년 전국대회에 비해 실제 관람객이 2배로 늘었어요. 인터넷 중계는 서버가 터져서 아예 유튜브로 방향을 틀었고요.”
“이럴 줄 알았음 케이블 중계료 협상에도 유리 했을 텐데. 저 친구 17살이니 내년에도 나올 수 있겠죠?”
“나이로 치면 그렇지만… 내년부턴 대학에 간다고 하더군요.”
관계자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현재 육상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
그나마 여성 육상은 반등을 하는 추세이지만, 남성 육상은 올림픽만 아니었다면 자생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일시적이라고 해도, 단번에 하락세를 꺾어버린 것이 로한 한 명 덕분이다.
“이래서 스타 한 명이 그렇게 중요한 겁니다. 종목을 초월한 인기. 오히려 미식축구 선수가 도전하는 육상이라서 팬들뿐만 아니라 대중까지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 같습니다.”
“좀 파보면 좋을 비즈니스 모델이네요. 타 종목의 유명한 스타가 도전하는 육상. 뭔가 남자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좋은 아이디어네요! 특히 고교 선수들은 헝그리할 테니 몇천 불만 쥐어줘도 바로 달려오겠군요.”
“저 로한 선수, 다른 대회에도 섭외합시다. 이번 한 번의 이벤트성 효과인지,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진행하죠.”
“음… 근데 로한 선수의 몸값을 맞출 수 있겠습니까?”
“네? 그게 무슨… 대학 스타면 모를까, 고교 선수는 충분히…”
그 말에 다른 관계자가 혀를 찼다.
“다리우스와의 복싱 이벤트 매치를 못 보셨군요. 그 경기 PPV가 백만뷰를 넘겼습니다. 정산만 천만불(=몇백억) 단위랍니다.”
“……”
순간 관계자들 사이에서 정적이 흘렀다.
고교 레벨에서는 상상도 못하고, 모든 종목 통틀어 프로에서도 정상급이나 벌어들이는 금액.
‘이러니 육상의 인기가 떨어지지…’
육상의 경우는 대회 상금과 대기업 스폰서가 수입의 전부다.
로한 정도의 인기를 누리면 광고나 행사에도 많이 불려다니겠지만, 차라리 다른 3대 스포츠에 집중하면 그 빈도가 훨씬 늘어난다.
“크흠. 어쨌든 로한 선수가 나름대로 활약을 해주면 좋겠네요. 육상에 재미를 붙일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요. 육상이야말로 진정한 자기와의 싸움. 육체를 단련하고, 다른 까다로운 규칙, 팀플과 상관없이… 우직하게 달리는 상남자의 스포츠죠. 그 매력에 빠져 참석한 걸겁니다.”
그들이 애써 화제를 돌리던 와중, 누군가가 관중들 사이로 이곳에 도착했다.
“칼 위원! 오셨군요.”
칼 크롬웰. 한때는 육상의 여신 다이애나의 형제라는 별칭으로 불렸지만, 그는 실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고, 육상계에 끊임없는 후원과 왕성한 활동으로… 현재는 미국 육상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연맹의 중역이었다.
“감사합니다, 칼 위원.”
“음? 왜지?”
“칼 위원이 조카분을 설득한 것 아닙니까. 한 번쯤 육상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그 덕에 대회가 이렇게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으니 당연히 감사드려야죠.”
“……”
사람 좋아보이는 칼의 얼굴이 아주 살짝 굳었다가 풀렸다.
‘건방진 놈. 육상을 도대체 얼마나 만만하게 보면.’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과연 어리긴 어린지, 그날의 소란(?) 이후 이렇게 곧바로 전국 대회에 참가하다니.
보통 청소년 레벨에 딱히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이지만, 도저히 신경이 쓰여서 안 찾아올 수가 없었다.
“칼 위원은 잘 아시겠군요. 조카분이 오늘 좋은 성적을 올릴까요? 아무래도 크롬웰의 피를 물려 받았으니… 기대해도 되겠죠?”
“아, 그럼요. 로한은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입니다. 미식축구하는 걸 보셔야 하는데.”
“오! 관심 있게 보겠습니다. 하긴, 조카이니 칼 위원의 지도도 좀 받았을 테고, 또 그 유명했던 다이애나 크롬웰의 직계 아닙니까.”
칼은 일부러 관계자들의 기대치를 높였다.
그래야 실망감도 클테니.
탕!
마침 로한의 100미터 경주가 시작되었다.
[3위: 10.09] [2위: 10.04].
.
[1위: 9.91]“아니!! 고교 신기록 아닙니까?? 10초의 벽을 깼다고??”
“우와… 역시 크롬웰은 크롬웰인가봅니다. 유망주가 많이 참석해서 기대는 했는데, 저 친구가 오늘 역사를 쓰네요.”
“미래가 더 기대됩니다. 아레스의 기록보다 0.09초나 단축하다니! 이대로만 성장해준다면… 세계적인 육상 선수가 되겠습니다.”
“역시, 칼 위원이 직접 찾아오신 이유가 있군요. 사실 굉장히 아끼는 조카 아닙니까?”
“……”
정작 칼의 입이 멍청하게 벌려져 있었다. 현광판의 기록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는지 모른다.
‘9.. 9초대??’
어떻게 보면 올림픽 기록보다 훨씬 대단하다.
올림픽은 그 해 최고의 재능을 겨루는 것이지만, 신기록이라는 건 세대 불문하고 지금까지 그 종목을 겨루었던 모든 이들과 경쟁을 하는 것이니까.
그만큼 아레스가 세운 [10.00초]의 고교 신기록은 가문의 자랑거리였고,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었는데…
“……”
마침 로한이 자신을 발견했는지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준다.
“오오… 역시 관계가 두터우신 모양입니다.”
“자랑스러우시죠?”
“……”
자신의 속을 후벼파는 동료 관계자들.
칼은 애써 웃으며 차분히 자리에 앉았다.
“200미터도 참가했던데 무척 기대가 됩니다. 이번에도 신기록을 깨는 것 아닐까요?? 몇 년 있으면 아드님과 경쟁을 하는 사이로 성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캬아… 아레스와 로한이 지배하는 육상계라. 과거 다이애나의 영광을 재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전국 무대까지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주던 선수였는데…”
칼의 얼굴이 점점 굳는다. 거기에 쐐기를 박는 한 마디.
“그러고보니, 저 기록이면 국가대표 선발전에 초대할 기준은 충족했네요. 거기에 고교 최고의 선수가 도전하는 국가대표. 이거 잘 만들면 넷플 쇼도 제작할 수 있겠는데요?”
“오 육상의 이미지를 높이기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인터넷 반응이 난리가 났어요. 미식 축구가 얼마나 하겠냐, 반감을 가지고 보던 사람들도 팬이 된 듯 합니다.”
“이게 육상의 재미죠!”
‘국가 대표 선발전이라…’
처음에는 불쾌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리 나쁘지 않았다.
스포츠 선수를 절망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에 마주하게 하는 것.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도저히 극복하지 못하겠다는 두려움을 심으면 다신 재기를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건방진 놈.’
하지만 그런 칼의 여유로운 표정도 200m 경기가 시작되자, 경악으로 물들었다.
*
[남자 200m]조용히 내 차례를 기다리는데,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내 움직임 하나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몇몇도 있었다.
관중들은 조금이라도 더 잘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선수들까지 다 나와서 우리 조를 기다렸다.
‘스포츠계만큼 텃세가 심한 곳도 없지만, 스포츠계만큼 실력에 대한 경외감이 큰 곳도 없다.’
수많은 사람이 모인 곳의 침묵이 그것을 증명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이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탕 !
경주 시작.
나는 온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200m는 단순히 100m의 두 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100m는 일직선이 끝이다. 완벽한 스타트를 끊은 이후부터는 똑같은 동작으로 일정하게 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리듬감. 그 리듬감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 결승 지점까지 더 오래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경기다.
하지만 200m는 코너에서 시작한다. 애초에 경주 절반 정도를 코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애해야 하고, 나머지 직선 100m에서 승부가 갈린다.
나는 내가 공부한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코너를 주파했다.
[코너를 돌 때 최단 거리이자 무게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선 주로가 자신의 코스 최대한 안쪽에서 시작해 코너가 끝나는 지점에 가장 바깥쪽으로 끝나야 한다.] [코너를 돌 때의 무게 중심은 아무리 빨리 뛰어도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코너의 안쪽으로 쏠리도록 해야 유리하다.] [200m는 수학이다. 코너를 뛸 때 원심력을 이용한다고 생각해라. 요요를 크게 돌리다가 던지면, 원 운동 방향으로 쏘아져 나간다. 그 각도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코너가 끝나는 그 지점에 쏘아지듯 직진 코스에 돌입해야 한다.]그러자 심상 세계가 현실 세계 위에 덧씌워졌다.
내가 밟아야 하는 최단 거리. 몸의 자세. 경주의 흐름이 한눈에 보였다.
나는 리듬 게임을 하듯, 그 순서를 정확하게 맞추려고 노력했다.
코너에서 한계까지의 추진력을 얻고, 용수철에 튕겨져 나가듯 직선 코스에 진입했다.
여기서부턴 정신력 싸움이다.
다리가 터질 것 같아도, 금방이라도 쓰러지고 싶다는 충동이 강렬해져도 처음 달리는 그 순간처럼 힘 있게 뛴다.
정신을 차려보니 200m 골인지점을 통과했다.
막상 끝나니 허무한 마음이 들었다.
치열한 경쟁의 현장이라 더 즐거웠던 것 같다.
– 와아아아!
귀를 때리는 함성이 가장 먼저 들렸다.
모두가 일어선 그 상태로 우레와 같은 박수로 나를 반겼다.
대회를 참가한 거의 모든 선수가 경외감 어린 눈으로 날 봐서 부담스러웠다.
기록을 확인하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남자 200m] [3위: 20.19] [2위: 20.11].
,
[1위: 19.79]내 자체적인 최고 기록보다 좋았다.
고교 신기록은 [19.97초].
200m의 20초는 절대 고교 수준에서는 깨지 못할 거라는 말이 많았는데, 아레스가 그 기록을 깨고 ‘육상의 미래’라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나는 그것보다 무려 [0.18]초를 더 단축시켰다.
“……”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가슴속 깊은 곳에 피어오른다.
적어도 내 나이에서 최고의 기록을 달성했다는 것.
굉장히 중독적이었다.
‘다행이다. 이걸로 끝이었으면 너무 아쉬웠을 수도.’
원래는 100m, 200m만 신청했으나… 마지막에 마음이 바뀌어서 한 가지 종목을 추가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자신이 있으면서도, 엄마가 가장 압도했던 종목.
다행히 그 부문은 오후에 시작되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시간이 있었다.
나는 차분히 몸을 풀면서, 눈을 감고 심상 세계에서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펼쳤다.
*
미국 육상 연맹의 청소년 아웃도어 챔피언쉽은 아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대회가 끝난 당일부터… 2~3주간 모든 언론 매체가 그 충격적인 결과를 보도한 것이다.
[고교 신기록을 3개나 갱신한 주인공. 더 빌런의 한계는??] [망나니 세레모니는 육상에서도 계속된다! 3종목 우승 후, 칼 크롬웰과 구두닦이 퍼포먼스?? 사전 합의된 것이 아닌지… 처참하게 일그러지는 칼 크롬웰.(사진 첨부)] [100m 200m는 고교 최고. 하지만 마지막으로 참가했던 멀리 뛰기는… 올림픽 메달 수상권 기록??? 당장 내년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나???]어딜 가도 그 이야기뿐. 스포츠를 할 때는 ‘로한’의 기운을 마음껏 빌릴 수가 없기 때문에 괜히 그런 관심이 낯 뜨거웠다.
그래서 조용히 복싱 체육관에 틀어박혀서 본격적으로 차머스와의 경기를 준비했다. 지오반니 관장님과 조지 코치를 필두로 한 트레이닝 캠프에 돌입한 것이다.
‘또 세상이 시끄러워지겠지?’
다양한 프로 선수들과 스파링을 하며 훈련에 집중하던 와중.
나는 얼마지나지 않아서 예기치 못한 전화를 받았다.
“어디시라고요?”
현재 최고의 스포츠 의류/용품 브랜드, 니케의 관계자였다.
미국 피지컬 천재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