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5
95
세계적인 스포츠 의류/용품 브랜드 [니케]의 본사.
“주목. 하던 거 다 멈추고 일단 회의실로 모여.”
글로벌 마케팅 B팀은 디렉터의 지시에 따라 한 선수를 모니터링했다.
“일단 준비해온 자료부터 살펴보고 이야기하자고.”
다른 브랜드에 비해 후발주자였던 [니케]가 시장에서 4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찍고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스타 마케팅에서 시작되었다.
각 종목 최고의 스포츠 스타와 계약을 한다.
스포츠 스타가 리그에서 활약을 펼칠수록 [니케]의 위상도 올라가고, 우호적인 브랜드 이미지는 결국 판매량으로 이어진다.
어쨌든 스포츠는 최고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 살벌한 경쟁의 무대.
스포츠 브랜드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니케]는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을 스폰서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완성된 스타들은 몸값도 너무 비싸고 경쟁률이 치열하기 때문에, 선점을 위해 일찌감치 유망주를 발굴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로한 킴 선수군요. 1년 전부터 주목하던 선수입니다.”
“그래. 자네가 열심히 추천하던 기억이 나는군.”
“아무래도 SNS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니까요. 쇼츠 영상 대부분이 천만뷰를 찍을 정도로 스타성이 넘쳤습니다.”
요즘은 선수의 스타성을 SNS 지표로 평가한다.
어쨌든 다양한 국가, 다양한 연령, 다양한 문화에 속한 이들이 한꺼번에 검증하는 무대가 아닌가.
이미 SNS를 통해 흥행성을 검증된 선수가 브랜드 파워가 훨씬 강하다는 건 몇 번이나 입증되었다.
“하지만 디렉터님께서 ‘망나니짓’으로 자극적인 조회수를 끌어올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깎아내리셨죠.”
부팀장 츄의 말에는 확실히 뼈가 있었다.
“음, 악동 이미지가 인기는 항상 있지만, 우리 브랜드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했다. 리스크도 크고. 하지만 우리가 마케팅 A팀을 넘어서려면 새로운 시도를 해야겠지.”
“갑자기 생각이 바뀌신 이유가…?”
디렉터는 자료 중 가장 최근 것들을 화면에 띄웠다.
미국 육상 연맹의 청소년 아웃도어 챔피언쉽 하이라이트 영상이었다.
@annachoice
[괴물 피지컬의 미식축구 선수가 육상에 도전하면? 100m, 200m]27.2M views / 2.3K comments
[날아올랐다. 멀리 뛰기 8.22m! 도쿄 올림픽 참가했으면 동메달??]31.7M views / 3.2K comments
[더 빌런. 칼 크롬웰에게 구두닦이 시킴 LOL]50.5M views / 10.1K comments
[니케]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 폭발적인 반응. 조회수 단위가 세계 최고의 운동 선수들에게서도 보기 힘든 규모였다.적어도 인터넷에서는 로한의 위상이 그에 견주거나 이상이라는 의미.
“단순히 고교 육상 경기라서 이 정도로 바이럴 되었던 것이 아니다.”
“항상 어떤 종목의 선수가 가장 피지컬이 뛰어난지 논의하는 것이 최고의 떡밥 중 하나인데… 로한이 그 중심에 있겠네요.”
“대단하긴 하네요. 지금 마케팅 A팀이 올림픽을 앞두고 육상 쪽으로는 아레스 크롬웰과 재계약을 논의하고 있는 것 같던데… 적어도 고교 기록으로는 로한이 아레스의 신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네요.”
“공식적인 멀리 뛰기 기록은 지금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레스가 근소하게 앞서지만, 대회 당일에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갈릴 수준이지.”
육상계가 발칵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고교 기록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확실한 통로였다.
당시 고교 기록을 갱신했던 아레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손쉽게 찍어 누른 로한.
심지어 멀리 뛰기 기록은 올림픽 메달 수상권일뿐만 아니라 전성기에 있는 아레스에 견줄 수준이다.
부팀장 츄는 온몸의 털이 오소소 솟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현재 스타성은 로한이 압도적. 팔로워도 훨씬 많고, 아무래도 가장 인기 있는 미식축구 유망주이다보니… 당장 계약을 추진할까요? 유망주 S급 계약 맞춰서요.”
“그래야겠지. 하지만, 중요한 변수가 있다. 다른 스포츠 브랜드도 그래서 보류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번에는 츄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차머스와의 경기 때문이군요.”
“그래. 명백히 차머스의 무리수고, 어떻게든 돈을 좀 벌어보겠다는 노골적인 머니그랩(money grab)이라 복싱계의 반감이 장난이 아니야.”
“로한 선수의 부상 위험도도 상당하고요.”
“그래. 일단 준비는 하되, 복싱 경기 이후 접선을 하지.”
“제 생각에는 그래도 미리 선점을 하는 게 서로 좋을 것 같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로한이 촉망받는 스포츠 유망주인 건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미리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진행하시죠?”
“음… 우리가 급할 건 없지. 그리고 복싱 결과 이후라면 계약 조건이나, 선수의 태도 등 우리가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츄는 몇 번 더 의견을 피력했지만, 디렉터가 모두 반려했다.
찝찝하긴 해도, 논리적인 선택이라 그렇게 회의는 막을 내렸다.
.
.
.
그리고 얼마 후.
여러모로 전설적인 [차머스 vs 로한]의 복싱 경기가 진행됐다.
“디렉터님?”
“……”
고교 육상 대회 따위는 우습게 만들어버린… 2023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
실제 관람객 10만명.
온라인 PPV 220만장.
로한의 추정 수익 1.7억불(=2210억).
놀랍게도 모든 스포츠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수입을 기록한 것이 바로 17살의 로한이었다.
“…어떻게 합니까? 이젠 단순히 스포츠 유망주가 아닌… 전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되었네요.”
“……”
디렉터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어떻게 하긴. S급 유망주 계약이 아닌, S급 프로선수 계약을 준비해야지.”
“…그러게 내 말을 일찍 좀 들었으면 얼마나 좋아.”
“뭐라고 했나?”
“네,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
*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쁜 2023년 연말, 그리고 2024년 연초였다.
[차머스 vs 로한]의 타이틀 매치에서 승리했다. – 2023년 최대 매출을 올린 단일 스포츠 이벤트. [니케]와 미식축구, 농구, 복싱, 육상 4개 종목에 대한 대규모 스폰서쉽 계약을 체결했다. – 앞으로의 활약에 따라 조던이나 르브론이 맺은 슈퍼딜만큼의 규모로 발전할 수 있는 초호화 계약.내가 꿈꾸는 테마파크 및 복합 쇼핑몰에 대한 사업 구상을 아버지와 함께 시작. – 그동안 모은 돈을 투자하기 위해서 계획했으나 은행이 대부분 대출해줘서 다시 고민이 커짐.
「착한 남자」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 가편집본을 엿본 후 영화 제작사가 눈이 돌아가서 일정을 앞당겨 2024년 여름 개봉 예정.
「더 섀도우: 레거시」의 10부작 연재가 마무리 되었다. 미국 코믹스 시장에 맞춰 1주일에 1부씩 출간. 노아 무어의 이름값과 c.k.작가의 시나리오가 합쳐져 폭발적인 판매부수를 기록. – 벌써부터 애니메이션 영화 추진이 논의되고 있다고 고스트 에이전트가 연락했다.
‘이제 좀 쉬어볼까.’
어느새 ‘우리 집’처럼 포근해진 오클랜드의 집으로 돌아와 독서에 빠졌다.
전생에서부터 내 최고의 힐링은 책을 읽는 것. 이제는 우리 가족이 있는 행복한 장소에서… 책을 읽는 것이 최고의 휴식이 되었다.
‘이게 진정한 행복이지.’
심상 세계 속 나만의 도서관에 책을 차곡차곡 쌓는 포만감. 마치 몬스터 도감의 몬스터를 하나씩 채우는 것만 같은 성취감이 느껴져서 현실 세계로 헤어 나오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중 도착한 것이다.
[…2024년 올림픽을 위한 육상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2024년 3월. 미국 육상 연맹의 올림픽 국대 선발전 초청장이 도착.
드디어 올해 7월 말에 개최되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위해 미국을 대표하는 올림피언들을 선발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정말 해볼 생각이니?”
내가 초청장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빠진 모습을 보고 엄마가 진지하게 물었다.
“네. 도와주실 거죠?”
“……”
엄마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동안 자원봉사 차원에서 지역의 어려운 학생들에게 육상을 가르치긴 했지만, 저명한 대학의 코치로 섭외를 받을 정도로 업계에서 인정 받는 선출치곤 그런 자리를 극도로 경계했다.
‘분명 칼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크롬웰 집안. 같은 엄마 아래 태어난 남매지간.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는 육상을 꺼리게 된 어두운 이유가 있으리라 추측만할 뿐, 따로 캐묻지는 않았다.
다만 괜찮으시다면 엄마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6개월 전에 있었던 고교 전국 대회에서도 엄마의 팁이 적절했고, 그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훈련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엄마의 덕택이 컸다.
선발전까지 1개월. 기량은 많이 발전했으니, 테크닉만 날카롭게 벼릴 수만 있다면… 내가 원하는 결과도 그렇게 멀게 느껴지진 않았다.
“부담드리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레스만큼은 꺾고 싶어요.”
“그게 육상을 시작한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
“그럼요. 저도 이제 육상이 너무 재밌어요. 몸을 끝없이 단련해서 간신히 벽을 넘고 기록을 0.01초라도 단축했을 때의 쾌감. 엄마는 알련지 모르겠네요.”
그제야 엄마가 피식 웃었다.
“그 정도 실력을 가지고 엄마 앞에서 건방을 떨기엔 아직 3년도 멀었어.”
“오오오. 방금 ‘육상의 여신’의 기운이 조금은 느껴졌어요.”
“…으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그래. 며칠만 기다려주렴. 엄마도 준비를 열심히 해볼게.”
“우와!!! 감사합니다!!”
나는… 그리고 ‘로한’은 너무 즐거워서 엄마를 꼭 껴안고 방방 뛰었다.
엄마는 내심 어색해하다가, 곧 익숙해졌는지 환한 웃음을 지으셨다.
…물론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지오반니 관장님보다 훨씬 엄격하고 무섭잖아!!’
*
엄마와 육상 코치가 합류하는, 본격적인 육상 트레이닝 캠프가 시작되기 전… 나는 결정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 있었다.
지망생들에게 3월은 바로 대학 합격 여부가 밝혀지는 시기.
대부분 온라인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미국의 전통대로 가족과 함께 열어보려고 통지서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몇몇 입학사정관은 직접 전화를 해서 결과를 알려주긴 했지만…’
“다 왔지??”
나보다 리아가 더 기대가 된다는 얼굴로 재촉했다.
“그래.”
나는 책상 한편에 쌓아놓은 각 대학의 통지서를 모두 가지고 거실로 나왔다.
엄마와 아버지는 진즉에 휴가를 내셔서 평상시처럼 요리를 하고 아이패드로 뉴스를 읽고 계셨다.
그런데 내 눈엔 두 분이 잔뜩 긴장하신 모습이 선히 보였다.
“어, 왔구나 아들. 아 맞다, 우리 오늘 대학 결과 오픈해보기로 했던가?”
“맞네, 맞아! 깜빡했지 뭐람.”
“……”
나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애써 연기하시는 모습이 감사하면서도 안타까웠다.
“……”
막상 가족이 한 자리에 앉아 나만 쳐다보자 은근히 떨렸다.
‘전생에 그렇게 가고 싶었던 대학…’
평범하게 학교에서 공부하고, 선후배와 우정을 쌓고, 대기업에 취업해 생활하는 것을 얼마나 많이 꿈꿨는지 모른다.
‘어쩌면 평범한 대학생활은 이번 생도 글러먹었을지도.’
“오… 오… 오!”
리아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내가 여는 통지서를 가장 먼저 확인하려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요즘 대학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지원한 모든 곳에 붙지는 않을 거고. 그래도 우리 아들이 워낙 뛰어나니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거다.”
“그래~ 아이비리그도 워낙 입맛이 까다로워서… 완벽한 스펙의 학생도 붙는 대학교가 있고 안 붙는 대학교가 많다더라.”
부모님은 내가 통지서를 하나 하나 여는 내내 괜히 나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려 노력하셨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지.’
[학업 위주]하버드 – 합격
예일 – 합격
프린스턴 – 합격
유펜 – 합격
앨러배마 – 합격
TCU – 합격
조지아 – 합격
오하이오 주립 – 합격
[학업 + 스포츠 둘 다 순위권]노트르담 – 합격
워싱턴 – 합격
미시건 – 합격
듀크 – 합격
내가 지원한 모든 학교에 합격했다.
“꺄아아아아!! 미쳤다, 미쳤어. 망나니에서 탈피했네!!”
리아는 방방 뛰면서 진심으로 기뻐했고, 부모님은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나를 안아주셨다.
“고생했다. 너무 고생했어.”
“진짜 자랑스럽다, 아들. 항상 믿고 있었어.”
나도 눈물이 나려는 걸 가까스로 참아야했다.
함께 기뻐해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실감이 났다.
감정이 추슬러질 때쯤. 나는 부자연스러운 통지서 하나를 발견했다.
“어?”
[스탠퍼드 – 합격]집에서도 가장 가까워서 유력한 대학이긴 했으나… 껄끄러워서 내가 일부러 지원하지 않은 곳이었다.
‘설마?’
어쨌든 상관 없었다. 나는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을 이미 결정했다.
나머지 대학에는 감사하지만 다른 곳을 선택했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귀신 같이 알고, 전화가 다이렉트로 왔다.
[J.P. 크롬웰.]나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이내 핸드폰을 들었다.
미국 피지컬 천재 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