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7
97
2024 United States Olympic Trials.
미국 올림픽 국대 선발전.
육상의 경우 국대 선발전이 네셔널 챔피언쉽, 즉 전국 대회이기도 했다.
미국 내 가장 경쟁률이 치열하고 위상이 높은 전국 대회.
올림픽 다음으로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행사였다.
– 미친. 우린 지금 빌런의 시대에 살고 있는 건가…?
– 이렇게까지 미친 피지컬을 지닌 사람이 존재 했었어?
– 미식축구면 미식축구, 농구면 농구, 복싱이면 복싱… 이젠 올림픽 시즌에 맞춰서 육상까지??
로한은 작년까지 캘리포니아 주에서 활약하는 유망주 정도였다지만, 다리우스와의 이벤트 매치. 특히 차머스와의 타이틀 전 후 WBC 챔피언으로 등극하자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로 스타덤에 올랐다.
– 포브지에서 발표한 2023년 스포츠 선수 수입 랭킹 봤음??
– 나 눈을 의심했잖아. 올림픽은 보통 좀 헝그리한 정신의 가난한 선수들이 뛰는 거 아니냐?
– 올림픽 다회차는 그렇지 않지만, 뭐 적어도 1회차들은 그런 면이 없잖아 있지. 올림픽 메달이 곧 인생 성공인…
– 그런데… 로한은 굳이 어렵게 4년을 갈아 넣어서 올림픽 하나만 놓고 훈련한 선수의 자리 하나를 빼앗아야 하는 건가? 존나 기만인데.
– 뭐야. 윗놈 국대 후보라도 돼? 올림픽이야 말로 그 시대 최고의 올림피언을 뽑는 거 아니야? 원래 부자는 자격 박탈시켜야 해?
특히 포브지에서 매년 발표하는 스포츠 선수 수입 랭킹의 소식에, 로한에 대한 관심은 역대급으로 커졌다.
[Worlds highest paid athletes 2023]4위: 킹(농구): $120M(=1560억)
3위: 헤시(축구): $135M(=1755억)
2위: 로날드(축구): $140M(=1820억)
1위: 킴(복싱/육상): $171M(=2223억)
※프로 및 공식 대회 결과만 산정.
이미 복싱의 팬이거나, 로한을 팔로워하던 사람들이면 모를까.
포브지의 기사가 뜨고 수많은 매체에서 퍼다 나르자, 인터넷이 뜨겁게 달궈졌다.
– 프로 생활만 20년 해먹은 월드 스타 사이에 프로 복싱 경기 1번만 뛴 뉴비가 있다??
– 저건 일회성이지. 차머스는 원래 지난 10년은 거의 항상 저 랭킹에 있을 정도로 슈퍼 스타였다고. 다음 경기 봐라. 바로 흥행 꼬라박는다.
– 복싱 챔피언이자 잘 성장해서 NBA나 NFL를 뛰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냐??
– 그것보다 육상계가 지금 비상이라고. 단순 고딩 유망주인 줄 알았는데, 벌써 국대 선발전에서 경쟁할 정도로 기량이 좋아졌어.
– 비상은 무슨. 우리 입장에서는 메달을 하나라도 더 딸 수 있음 그게 최고지.
인터넷뿐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올림픽을 앞두고 국대 선발전에 대한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는 추세.
그 한 가운데 로한이라는 생태계 교란종이 떨어졌다.
*
국대 선발전은 2024년 6월 17일… 6일 경기, 1일 휴식으로 총 일주일의 일정이 잡혀 있었다.
선수들은 하루 전에 도착해 미리 운동장에서 미리 훈련을 하며 익숙해질 시간을 가졌다.
보통은 같은 종목별로 세 그룹으로 나누어 다른 시간대에 운동장을 쓸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었지만, 여러 종목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시간대 제한이 없었다.
나랑 아레스의 경우였다.
– 100m
– 200m
– 110m 허들
– 멀리 뛰기
[로한 참가 종목]– 100m
– 200m
– 110m 허들
– 멀리 뛰기
우리의 참가 종목이 같아 보인다면 그게 맞다.
“여어. 자주 보네?”
“……”
아레스는 양아치처럼 건들거리다가, 내가 인사를 하자 바로 외면하고 뒤돌아섰다.
‘저렇게 반응하면 꼭 따라와달라는 거 같잖아?’
의외로 그는 훈련 내내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항상 나랑 다른 종목을 연습했고, 겹치기라도 하면 먼저 자리를 비켜주었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나를 괴롭히거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려던 게 아니었나?’
지겨울 정도로 식상한 클리셰.
그런데 정작 다양한 무대에 참여해보니… 가해자들은 굉장히 진지하게 헤이징에 임했다.
올림픽 출전 자격이 달린 국대 선발전에선 가장 심할 줄 알았더니…
“……”
아레스와 친해보이는 몇몇은 함께 나를 흘겨보며 뭐라고 속삭일 뿐. 직접적인 위해는 가하지 않았다.
“……!”
오히려 나의 순수한 눈빛과 마주치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뻣뻣하게 굳었다.
‘왜?’
결국 모든 훈련 일정이 마칠 때까지 별다른 일이 없었다.
똑똑 –
다만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왔다.
선한 인상의 칼 크롬웰.
그는 내가 경계를 하자마자 두 손을 들며 악의가 없다는 것부터 설명했다.
“쉬고 있는데 방해했지. 딱 5분만 내주면 용건만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돌아가마. 다이애나 없이, 우리 둘만.”
“음… 좋아요. 로비에서.”
나도 그의 접근을 기다리고 있었던 차라 기꺼이 대화에 응했다.
*
올해 국대 선발전은 올림픽과 비슷한 형식을 띠었다.
예선, 본선, 결승.
조별 예선에선 각 조의 순위와 상관없이 전체 상위 32명이 본선 진출한다.
본선에서는 8명씩 4개의 조를 이루어서 각 조의 2위만 결승 진출.
그렇게 최종적으로 남은 8명이 경쟁을 해 순위별로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을 수여한다.
그리고 그렇게 셋이 해당 종목의 2024년 미국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영예를 갖는 방식이다.
“어제 잠은 잘 잤어? 컨디션은 어때? 최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심호흡을 해봐.”
“…일단 엄마가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
엄마는 애써 웃으셨지만, 확실히 힘겨워 보이셨다.
‘국대 선발전이라…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오르시는 건가.’
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아드리며 안심시켜드렸다.
“제 기록 봤잖아요. 선발전은 그냥 형식적인 절차죠.”
“하지만… 너도 이미 말했다시피 이번 선발전이 그렇게 순조로울 리가 없어.”
“순조롭지 않으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재밌을 거에요.”
“엄마는 바로 그게 걱정이야. 네가 현재 받고 있는 관심도를 생각하면…”
확실히 내가 계획하고 있는 방안은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이 정도의 규모는 아니겠지.
“그건 어디까지나 제가 선빵을 맞게 되면 그렇게 진행하겠다는 거죠. 만약을 위한 보험.”
“……”
엄마는 여전히 걱정이 많아보였지만,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나의 말에 안심이 된 것이 아니라…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나를 배려한 것이다.
“준비한 대로만 해. 몸 조심하고.”
“몸은 다른 선수들이 조심해야죠.”
“…그것도 맞지.”
국대 선발전은 여러 종목이 동시에 진행된다.
미국 육상 연맹도 시청률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인지라,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마지막 날에 배치.
선발전이 진행될수록 점점 흥미진진해지도록 구성을 했다.
내가 참가하는 종목의 일정은 이러했다.
[110m 허들] – 1~2일차 [멀리 뛰기] – 2~3일차4일차 휴식
[200m] – 5~6일차 [100m] – 6~7일차물론 모두 결승까지 진출한다는 가정하에서 풀 일정을 소화하게 되면 그런 거고, 아니면 더 빨리 광탈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육상 종목이 그렇지만, 허들은 일정한 리듬감이야. 그걸 잊지마렴.”
“감사합니다.”
시간에 맞춰 몸을 풀었다.
심상 세계에서 지난 훈련을 몇 번이나 복기했다.
첫 참가 종목 [110m 허들]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엄마와 특훈을 하며 새롭게 경쟁하게 된 부문.
‘생각보다 더 재밌었다.’
[멀리 뛰기]와 마찬가지로 엄마의 현역 시절 노하우를 전수 받은 덕택에 빠르게 기록이 좋아진 편이었다.올림픽 선발 기준은 쉽게 맞췄지만, 그 이상은 생각보다 기술적인 부분의 발전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
[110m 허들 최종]1. Ares Cromwell 12.94
2. Rohan Kim 12.96
3. Devon Brown 13.10
“축하합니다! 로한 선수. 허들 종목 국가 대표로 선발되셨습니다. 고교 졸업하자마자 올림피언이라니요! 다른 종목에는 몇 번 있었지만, 허들 부문에서는 최초입니다. 심지어 이 기록대로면 올림픽 메달권인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음… 1등하신 분의 피지컬이 상당하네요.”
“오, 빌런이란 악명을 듣고 긴장을 좀 했지만 다른 분부터 칭찬하는 모습을 보니 괜한…”
“머리가 저렇게 큰 걸 무기로 삼아서 0.02초 일찍 들어오다니. 전 다음에 다리라도 뻗어야겠습니다.”
“…네, 다음 분 인터뷰 가겠습니다.”
근소하게 2위로 종목 마감.
종목별 최종 3위까지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때문에, 나는 일단 한 종목 올림픽 참가를 확정지을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긴장했나?’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
그리고 고작 하루 차이지만, [110m 허들]에서 경쟁을 해봤다고, 이후 [멀리 뛰기]는 훨씬 순조롭게 진행됐다.
[멀리 뛰기]에서 중요한 건 순간적인 가속도, 상당한 점프력, 그리고 완벽한 자세.모두 나에게 유리한 부분이라 과연 압도적인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멀리 뛰기 최종]1. Rohan Kim 8.50m
2. Ares Cromwell 8.38m
3. Marcus Dendy 8.26m
당장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록을 달성했다.
“……”
아레스는 정말 근소하게 허들에서는 1위를 유지했고, 멀리 뛰기에서는 적지 않은 격차로 2위로 밀려났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없이 나를 외면했다.
아주 잠깐, 겉보기로나 양아치지 실제로는 스포츠맨쉽이 투철한 기본은 되어 있는 선수가 아닐까. 내가 오해한 건 아닌가 싶었지만, 역시 관상은 과학이었다.
육상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100m와 200m는 선발전의 양상이 완전히 달랐다.
*
이미 칼과 아레스가 나에게 악의를 품고 있다는 사실은 모를 수가 없었다.
거기에 미국 육상 연맹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칼. 그의 아들이자 육상의 미래라고 매일 같이 홍보되고 있는 아레스.
그런 아레스의 주 종목은 100m와 200m. 말 그대로 육상의 꽃이라 불리는 단거리 달리기였다.
‘아레스나 칼에게 있어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종목.’
실제로 칼은 선발전 전날 나에게 찾아와 제안했다.
– 이미 차머스와 다리우스 때 경험했겠지만, 집안싸움만큼 추한 것이 없다. 아버지가 따로 지적하지 않으셨지만, 실제로 심기가 무척 불편해지셨지. 우리는 깔끔하게 교통정리하는 게 어떨까?
– 재밌네요. 같은 집안사람들 내에서도 서로 이렇게나 접근 방법이 다르다는 게. 일단 들어보죠.
– …네가 허들과 멀리 뛰기에서 1위로 선발전을 마감할 수 있도록 힘써주마. 그건 올림픽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대신, 100m와 200m는 포기해라. 아니… 다음 올림픽을 노려보자꾸나. 2028년 올림픽에선 최소 4개의 금메달을 휩쓸어보자고.
로한과 아레스가 네 개의 종목을 두 개씩 나누자는 어이없는 제안.
‘로한’은 당연히 비웃으면서 중간 손가락을 날렸고, 칼은 오히려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유치하긴.’
영화 속 악당들처럼 자신의 계획을 넌지시 밝히고 떠나진 않았지만, 그의 분위기로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선발전 5일차, 200m 예선 당일.
나는 200m를 무척 기다려왔기 때문에, 내가 속한 조의 차례가 되었을 때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동했다.
“……”
순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칼과 눈이 마주쳤지만, 그가 시선을 돌렸고, 나는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신경을 껐다.
스타팅블록(Starting block: 출발할 때 사용되는 발 받침)에서 준비를 하는 그 순간.
가까운 측면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출발 직전이라 고개를 돌리진 못했어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탕 !
200m는 코너를 도는 것으로 시작된다.
코너가 가장 꺾이는 각도에서 하필이면 내 바로 왼쪽 주자가 노골적으로 내 주로를 침범하는 것도 모자라, 애매하게 다리를 뻗어 진로를 방해했다.
‘이 새끼가?’
그대로 뛰면 다리가 걸려 넘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나도 주로를 벗어나 돌아가는 방법이 있겠지만, 심판들이 그걸 어떻게 판정할지 판단이 안 섰다.
거기에 하필이면 속이 부글부글 끓은 ‘로한’의 기운까지 말썽이어서, 나는 최선을 다해 뛰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상대의 다리를 걷어냈다.
빠각 !
그런데 이게 부러지네?
내가 걷어찬 시점에 부러질 리가 없고(?)… 아마 그 충격으로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그런 불상사가 생겨난 듯했다.
‘아니? 사람 다리가 왜 이렇게 약해??’
나는 황망한 눈으로 실려 가는 그놈을 지켜봐야만 했다.
경기는 잠깐 중단되고, 주최 측은 심판과 진지하게 상의하더니 내게 통보했다.
“…네? 뭐라고요?”
“실격이다. 내 평생 이런 추태는 본적이 없다.”
“자기방어가 그렇게 추한 개념인가요?”
“주로를 벗어나고 진로 방해를 한 선수는 당연히 자격 박탈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상대의 다리를 부러뜨리게 되어 있나?”
“…원래 자기 차선 안 지키면 다리 하나 정도로 안 끝날 텐데요?”
내 논리정연한 말에도 주최 측은 들은 척도 안했다.
엄마가 불같이 화를 내며 따지고 들었지만, 이미 나에게 언질을 받은 엄마는 적정선을 지켰다.
어쨌든 [200m]는 예선도 통과하지 못한 채 자격 박탈.
모든 건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다만 [100m]는 생각보다 더 신박했다.
미국 피지컬 천재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