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8
98
육상 남자 100m
올림픽에서 육상 종목이 가장 큰 인기를 누린다면, 그중에서도 단연 메인 이벤트는 바로 100m.
남자 100m 우승자만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수많은 육상 종목을 대표하는 것은 물론, 어떻게 보면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
수상 후 받는 대중의 관심이나, 기업의 후원은 몇몇 메달리스트를 제외하고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니 칼이나 아레스가 절대 포기할 수 없겠지.’
크롬웰 집안은 단순히 운동선수의 프레임 안에서 보면 안 된다.
그들은 기업가에 더 가깝다.
운동선수는 자신의 활약에 따라 그냥 자기 이름값, 몸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크롬웰 집안사람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기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브랜드 이미지, 상품 매출 등. 때론 그냥 크롬웰의 운동 선수 한 명이 활약했다는 그 사실 자체로 주가가 요동쳤다.
‘아레스는 칼이 수많은 자녀 중 갈고 닦아 만들어낸 최고의 육상 선수.’
그 할아버지의 그 삼촌이라고… 할아버지보다야 훨씬 비밀 유지를 잘했다지만, 풍문에 따르면 칼도 여러 여자 사이에서 많은 자녀를 얻었다고 한다.
아레스는 그런 역겨운 노력의 산물.
‘도대체 돈과 명예가 뭐라고.’
그들이 [200m]는 물론 [100m]를 어떻게든 사수하려고 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그 방식이 내 예상 밖이었다.
선발전 6일차.
[남자 100m 예선]이었다.예선 성적은 최종 32위 안에만 들어가면 본선 진출이기 때문에 가볍게 몸을 풀겸 뛸 생각이었다.
전력의 힘을 다해 뛰는 건 언제나 부상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선택하는 전략이었다.
순서를 기다린 후, 드디어 우리 조의 차례.
나는 엄마와 시선을 교환하며 마음을 다 잡았다.
[On your mark!]신호를 듣고 내 주로 위에 섰다.
[Get set!]스타팅 포지션을 잡았다.
모든 달리기 종목이 마찬가지이지만, 100m는 그중에서도 출발 무브먼트의 영향력이 지배적이다.
0.01초 차이로도 순위가 갈리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스타트에서 이미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
이 부분에 대한 엄마의 대비책은 의외로 싱거웠다(?).
– 육상의 출발은 특별한 비법이 없어. 같은 선수라도 경기마다 결과가 천차만별이야.
– 그냥 수천 수만번을 반복해서라도… 몸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할 정도로 훈련을 반복할 수밖에 없어.
엄마도 지독한 연습 벌레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나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진짜 스타트 하나는 질리도록 훈련했다.
탕 !
그래서 너무 의외였다.
‘뭐라고??’
출발하자마자 부정 출발이라는 신호가 떠올랐다.
그 상대가 나라고는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호 스타트를 끊었는데…
[False start! Lane 4: Rohan Kim.]하지만 카메라 화면은 명백히 나를 담고 있었고, 심판이 나에게 걸어와 큼지막한 레드 카드를 들어올렸다.
“로한 선수. 부정 출발이네. 바로 실격 처리되니 운동장에서 퇴장해주게.”
“네? 그게 무슨 개소리?”
심판이 불쾌함에 눈살을 찌푸려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만큼 말이 안 됐으니까.
바로 이의를 제기하고 영상 판독을 하고 있던 다른 심판에게 걸어갔다.
“아쉽게 됐네. 직접 확인해보게.”
의외로 순순히 영상을 돌려서 확인해주었다.
“……”
선발전의 규정은 올림픽과 같다.
출발 신호가 들리고 선수가 0.1초보다 먼저 반응을 하면 부정 출발.
발 받침대에 센서가 있기 때문에, 그곳에 일정 압력이 가해진 시점을 확인했다.
예전에는 경고를 한 번 주고 두 번째 기회를 주었지만, 부정 출발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이젠 아예 미리 ‘예측’하고 출발하는 모든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바로 실격을 시켰다.
“여기 기록이 보이나?”
화면에는 선수별 반응속도가 표기되었다.
[Men’s 100m reacton time]– Rohan Kim: 0.099
– Larry Allen: 0.118
– Bird Cunningham: 0.127
.
.
“0.001초 차이로 실격이라고?”
육안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차이다.
심판은 아예 슬로우모션으로 보여주면서 우리 조에서 내가 가장 빨리 반응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주었다.
“훌륭한 선수들은 0.1초보다 빠르게 반응을 하기도 하지. 안타깝지만 규정상 실격 처리할 수밖에 없네.”
“……”
그가 뭐라고 지껄이던, 화면을 확인하니 확신할 수 있었다.
“아마 제 실제 반응속도는 0.11초 부근이었을 겁니다. 근데 다행히 그것만으로도 우리 조 안에선 제 반응속도가 가장 빨랐고, 0.099초였다는 프레임을 씌워 실격을 시키기로 결정한 것이군요.”
“믿기 힘든 현실이라는 건 알지만, 지금 대회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건가?”
심판은 진심으로 불쾌해했다. 다만 나에게 레드 카드를 보여주었던 다른 심판이 순간 멈칫한 것이 느껴졌다.
‘하긴. 엔지니어가 조작해서 기록을 바꾸면… 심판 입장에서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겠지.’
내가 확신을 가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타트만 수천 번 훈련했고, 심상 세계에서의 시뮬레이션을 포함하면 수만 번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젠 진짜 출발 신호가 인풋 되면, 0.11초 반응 속도가 바로 아웃풋으로 나오게 설정된 느낌이었다.
오차가 존재하면 그건 0.001초 단위이지, 적어도 나에게 0.099초는 아예 불가능한 설정값이었다.
‘뭐, 이게 아니었으면 다른 방식으로 실격을 시켰겠지.’
올림픽에서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그런 부분 때문이다.
장비를 신뢰할 수 있나? 아니면 심판을 신뢰할 수 있나?
누군가가 마음을 먹으면 선수 한 명 담그거나, 금메달리스트로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괜히 주최국의 메달 수가 그 해에만 늘어나는 게 아니지 않을까?
“후우…”
나는 순순히 퇴장하면서 칼 크롬웰을 찾았다.
범인은 언제나 현장에 되돌아오듯, 지금 이 순간 내 표정을 가장 확인하고 싶은 건 다름 아닌 그일 것이다.
“…저깄군.”
나는 그를 마주보며 웃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캐릭터 중 한 명이 그랬듯… 엄지를 치켜 들며 유유히 퇴장했다.
그 캐릭터의 가장 유명한 대사가 뭐였더라?
*
그 날 저녁, 인터넷은 발칵 뒤집어졌다.
[육상 아레나의 신, 아레스! 육상 4개 종목 국가 대표로 선발.] [하프 크롬웰도 크롬웰은 크롬웰. 로한 킴 2개 종목에서 출전 자격 얻어. 110m 허들, 멀리 뛰기 모두 메달 수상권??]– 역시 번식의 크롬웰 집안인가. 저렇게 노골적으로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야.
– 존나 후진국 같아. 아무렇게나 싸질러대니…
└ 그건 너의 경우고. 오히려 크롬웰은 엄청나게 재고 따져서 낳음.
– 미친 유전자이긴 하다. 요즘 같이 경쟁률 치열한 시대에 육상 4개 종목이나 경쟁하다니. 칼 루이스 이후 미국 최고의 아웃풋인가.
└ 더 대단한 건 이제 전성기에 접어들어서 전부 다 금메달을 휩쓸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 그렇게 따지면 로한도 미친 듯. 이제 겨우 18살 됐는데 두 개 종목이나 출전한다는 거잖아. 그 중에서 멀리 뛰기는 압도적이던데?? 단순 기록으론 충분히 금메달 가능.
└ 이번 올림픽도 기대할만 하고, 다음 올림픽 땐 무쌍 찍을 듯. 아레스도 지금 똥줄 타고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역시 크롬웰이 크롬웰 했다며 감탄하는 부류가 대다수였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모두 한 인스타 영상이 올라오면서부터 시작됐다.
국대 선발전이 끝나자마자, 로한의 공식 팬 계정(어느새 그렇게 되어버렸다)에서 일련의 영상들을 업로드한 것이다.
@annachoice
[괴물 피지컬의 미식축구 선수의 본격적인 육상 훈련 과정은? 파트 1 – 100m, 200m]30.7M views / 3.2K comments
아무 자막이나 특수 효과가 없는 투박한 영상이었다.
로한이 땀을 뻘뻘 흘리며 시뻘게진 얼굴로 훈련을 하는 게 다였다.
스타팅블록에서 출발하는 훈련.
스타팅 무브먼트의 단계별로 자세를 교정하는 훈련.
마찰력이 심한 바닥에서 무거운 썰매를 끄는 훈련.
커다란 낙하산을 매고 전력을 다해 뛰는 훈련.
지난 6개월.
미식축구 훈련을 할 때도, 복싱 훈련을 할 때도, 어째서인지 갑자기 찾은 LA에서도… 육상 훈련을 유연하게 바꿔가면서 빼먹지 않고 소화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근력 운동을 묵묵히 병행하는 모습은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질리게 했다.
– 우와… 영상만 보는데 제가 다 몸이 좋아지는 느낌입니다. 근데 거울이 왜 이러죠?
– 아니 화면 사이로 땀냄새 나는 거 나만 그럼? 진짜 상남자의 영상. 지금 운동하러 갑니다.
– 훈련량 미쳤네. 얼마나 아쉬웠을까?? 100m 200m 둘 다 실격됐잖아??
└ 자업자득이지 아쉽기는 무슨. 그래서 운동 선수는 마음을 곱게 먹어야 하는 거야. 실력 아무리 좋아봐야 뭐함?
[육상 기록이… 이상하다?? 원래 이렇게 빨리 단축되는 건가? 파트 2 – 100m, 200m]영상 속 강도 높은 훈련의 끝은 딱 한 번의 기록 측정이었다.
[1일차 – 100m]– 9.91
[2일차 – 200m]– 19.79
[3일차 – 100m]– 9.90
[4일차 – 200m]– 19.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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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일차 – 100m]– 9.85
[62일차 – 200m]–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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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이고 고된 훈련을 하는 로한. 그리고 그의 기록 측정이 교차되면서 빠르게 영상이 흘러갔다.
– …뭐야? 기록이 미쳤잖아?
– 그러고 보니 공식 대회 기록은 청소년 대회가 마지막이었나? 그 사이 이렇게 빡세게 훈련하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줄 기회가 없었네?
– 하필이면 100m 200m 둘 다 예선에서 실격돼서 한 번도 기록 측정을 못했잖아.
영상의 마지막은 도저히 사람으로 안 보이는 괴물 같은 로한의 훈련량. 그리고 120일차 기록으로 끝.
[119일차 – 100m]– 9.80
[120일차 – 200m]– 19.62
화면은 그렇게 암전되었고, 영화의 엔딩처럼 자막이 떠올랐다.
[그리고… 2개월이 더 지났다.]– 아니, 저 기록이 정확한 거 맞음?? 팩트면 아레스보다 앞서잖아? 거기다 2개월 더 지났으면… 설마 더 단축 된 거임???
– 두 종목 다 금메달 경쟁권임. 미친. 멀리 뛰기랑 허들도 모자라… 육상의 꽃인 100m, 200m까지 점령한다고? 괴물임 괴물.
– 뭔 소리야. 이미 실격이야. 이번 올림픽은 아쉽게 됐지만, 다음 올림픽은 아예 올림픽 신기록 노려볼만하지 않냐?
– 와… 너무 아쉽다. 이번 선발전에서 뛰는 거 봤어야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빠르다는 거야??
– 딱 봐도 어그로성 주작인데 너흰 저걸 믿냐. 최소 부정 출발해서 달성한 기록일 듯?
– 근데… 나만 이상함? 거짓말처럼 100m, 200m만 실격한 게?? 그것도 예선에서 떨어져서 실력도 못 봤잖아. 이 영상 아니었음 그대로 묻혔을 듯?
└ 음, 음모론 냄새가 짙게 나는군.
└ 마지막이 실격당하고 퇴장할 때… 엄지척했잖아. 그거… 영화에서 따온 거 아닐까?
시간이 흐르자 로한의 실력에 아쉬운 마음이 커지면서, 그의 실격에 대한 의혹이 점차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의혹에 화룡점정을 찍는 사건이 터졌으니…
확실한 증거는 없으나, 수상한 정황이 점차 드러나고 있었다.
– 이거 그냥 방구석 망상론자들의 뻔한 음모론 아니냐. 국대 선발전이 무슨 동네 대회도 아니고…
– 누가 봐도 수상하지 이건. 아예 뛸 기회가 발탁되어버렸잖아. 아들의 올림픽 메달이 걸려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칼 크롬웰은 동기, 기회, 능력 삼박자 모두 갖췄다고.
거기에 기름을 확 끼얹은 한 줄의 기사.
[충격! 로한 킴 미국 국대 참가 철회.]이미 확정된 [110m 허들], [멀리 뛰기] 국대 자격을 자진 반납하면서, 이번 사태는 온 국민이 주목하는 사건으로 번졌다.
결국 사태를 관망하던 미국 육상 연맹과 칼 크롬웰은 해명하라는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형식적인 보도를 냈다.
[칼 크롬웰, “사실무근이다. 과도한 억측과 명예훼손은 고소할 것.”]이후 로한도… 칼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이번 일은 그렇게 사람들의 뇌리에 잊혀지는 듯 했으나…
*
며칠 후.
뜬금없이 한국의 언론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기사를 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육상 선수 김로한! 이달 진천선수촌에 입촌한다!] [참가 종목은 100m, 200m, 400m, 110m 허들, 400m 허들…..]미국 피지컬 천재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