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uble life of an American phy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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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김씨 삼현파 72대손 김로한! 모국의 품으로 돌아오다.] [육상 불모지 한국에 피어난 한 줄기 희망! 김로한의 메달 수상 가능성은??] [올해 18살로 한국 국적 포기 대상자였던 김로한 씨. 우수인재 국적회복제도로 발빠르게 이중국적 인정받아… 태극마크 달고 2024년 파리 올림픽에 도전한다.]한국의 기사들은 실시간으로 번역되며 각종 커뮤니티에 퍼졌다.
–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미국 국대 반납한 게 다 이런 이유에서였어???
– 한동안 잠잠하더니 큰 거 준비하고 있었네. 와아… 상상도 못했다. 미국 올림피언이 될 수 있는 영광을 걷어차고…
– 과욕 아님? 최대한 많은 종목에 나가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은데, 지가 무슨 펠프스인 줄 아나. 괜히 페이스 조절 못하다가 두 마리 토끼 다 놓치는 거야.
안 그래도 전 국민이 주목하던 사건이기에 충격은 상당했다.
종목에 따라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게 미국 국대 경쟁이다보니, 이중 국적자들이 다른 나라에서 출전 기회를 찾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로한처럼 전도유망한 선수가 그러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 아니, 올림픽 스타를 전쟁영웅만큼 대우해주는 우리 미국을 포기해??
– 금메달 따면 복지도 그렇고, 로한 정도의 스타성이면 스폰서쉽이나 방송계 러브콜도 끊이질 않을 텐데… 왜 변방의 국가로 가는 거지??
– 변방의 국가는 아니지… 이제 한국 정도면 문화 강국 아닌가?
– 응 그래봤자 스포츠는 변방 맞음.
모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미국인들은 처음에 로한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음모론’에 대한 떡밥이 더욱 활활 타오르게 되었다.
– 오죽했으면 저런 선택을 했을까? 분명 뭔가 구린내가 난다.
– 크롬웰 집안의 사생아로 말이 많잖아. 저 집안 나름 스포츠 DNA 순혈주의인데… 그래서 로한은 집안싸움에서 밀려난 거 아님?
대중은 물론, 명망 높은 스포츠 채널 패널들도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미국 육상 연맹을 압박하는 형세를 이루었다.
[그 무엇보다 투명해야 하는 국대 선발과정이 이렇게까지 잡음이 나온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얼마나 홀대했으면, 저 정도의 선수가 국대 자격을 반납하고 다른 나라 소속으로 올림픽을 출전합니까.] [만약 로한 선수가 타국가 소속으로 메달이라도 따게 된다면… 금메달이라도 따게 된다면 국가적 손실이 얼마나 클까요? 멀티 메달 수상도 가능한 인재고, 이번 올림픽보다 다음 올림픽이 더 기대되는 유망주인데…] [이런 사례가 더 나오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미국 올림픽 위원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요?]그리고 사태의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며 안절부절못하는 이가 있었으니…
*
쾅 !
칼 크롬웰은 더 이상 사람 좋게 웃지 못했다.
흉악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신경질을 냈다.
“건방진 놈이, 감히!”
일방적으로 깔아뭉개려고 했던 차머스와 달리, 자신은 로한을 나름대로 대우해주었다.
‘참가 종목을 나눠주겠다고 먼저 제안까지 했건만!’
분명 파격적인 제안이었지만, 로한은 자신을 비웃듯이 미국을 떠났고… 발 빠르게 이적 절차를 밟았다.
그 부분이 가장 열 받았다.
‘분명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올림픽의 국가 대표라는 게 하루 아침에 선정 되지 않는다.
해당 국가의 올림픽 위원회가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에게 후보를 제출해야 하고, IOC의 승인이 나야 국가 대표로 발탁할 수 있는 구조.
긴급 승인 절차가 있긴 하지만, 아무리 빨리 처리해도 이렇게까지 절묘한 타이밍에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국대 선발전 이전부터 준비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
로한이 이런 일을 예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칼은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거기에 국대 선발전에서는 참가 신청도 하지 않았던 400m나 400m 허들 등… 여러 종목을 추가로 신청했다.’
당연히 제대로 된 육상 선수가 없는 한국에서야 신청하는 대로 받아주었을 테고, 한국 국민들이 이례적으로 육상 종목에 더 관심을 보일 테니 IOC라고 거절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칼은 점점 커져가는 불안감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당장 아버지, J.P 크롬웰을 찾아갔다.
“아무런 약속 없이 웬일이냐.”
항상 따스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아버지의 어조가 차가웠다.
“알고 계셨습니까.”
“요즘 아이들이 어디 어른들에게 먼저 의논을 하고 결정하던가.”
“중재를 해주셨어야죠. 그 아이의 만행으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
아버지는 대꾸하는 대신 말없이 그를 마주봤다.
그제야 칼의 이성이 점차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렸습니다.”
“…알긴 아느냐.”
실망감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가 칼의 어깨를 짓눌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당장 국대 선발전을 조사하겠다는 미국 올림픽 위원회를 잠깐 막아주는 게 다다.”
“……”
“육상은 대대적으로 미국이 점령하던 종목. 그 아성에 조금이나마 흠이 생긴다면 누군가는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칼은 결국 본전도 찾지 못하고 쫓겨났다.
그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한 번의 판단 착오로,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좀처럼 떨쳐내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림픽은 예정대로 흘러 가야 한다.’
*
나는 일정에 맞춰, 엄마랑 육상 코치님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역시… 고등학교 코치로 썩기엔 너무 눈부신 재능이란 걸 알았지만… 벌써 올림픽 국가대표 코치로 발탁되다니. 후우… 5년 후의 나는 어디에 있을지 벌써 두렵군.”
“……”
어째서인지 육상 코치님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지만, 나와 엄마는 그냥 한숨만 쉴 뿐. 굳이 초를 치지 않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한국의 풍경.
기분이 묘했다.
전생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분명 나는 ‘김철수’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이었다. 그런데 ‘로한’으로 빙의해서 한국으로 돌아오니 감정이 복잡해졌다.
“……”
다행히 착륙을 하니 더 이상 감성에 젖어 있을 겨를이 없었다.
– 나왔다! 로한 선수!! 여길 봐주세요.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도 나름 미국에서 유명한 편이었다.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 한국에 처음 방문하셨다는데 소감이 어떤지 말씀해주세요!
–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나 그룹이 있으신가요??
내 입국 일정은 어떻게 알았는지, 공항에서부터 수많은 기자가 나와서 플래쉬를 터뜨리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붙잡히면 언제 빠져나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한올림픽위원회에서 경호원과 통역사를 붙여주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한국말을 할 필요가 없었네.’
나도 정말 ‘로한’이 다된 건지,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영어만 쓰고 살아왔다.
아버지가 가끔씩 한국말을 섞어서 말씀을 하셨지만, 우리 집의 공용어는 당연히 영어.
생각해보니 아무도 내가 한국말을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걸 모를 것이다.
그러니 통역사도 붙여주었을 테고.
“불편한 점이 없도록 모실게요.”
자신을 스포츠 아나운서이자 몇몇 선수의 통역을 담당해왔다고 소개한 김민선 아나운서는 노련하게 기자들을 쳐내고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내려 대기 차량까지 나를 안내했다.
곧바로 진천선수촌으로 이동하는 길.
다들 내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를 주었다.
“준비되셨을 때 간략한 일정을 알려드릴게요.”
“지금 괜찮아요.”
“일단 도착하시면 숙소부터 선택하셔서 짐을 푸시면 됩니다. 진천선수촌장님께서 환영식 같은 불필요한 행사들은 모두 취소시키셔서, 식사를 하시고 편하게 쉬시면 됩니다. 나중에 저에게 훈련 일정을 공유해주시면 운동장 예약과 필요한 장비를 미리 세팅해 놓을게요.”
“알겠어요.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
2024년 6~7월.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많은 선수가 진천선수촌에 상주하고 있는 시기였다.
이번 파리 올림픽을 위해 뽑힌 한국의 국가 대표 선수는 250여 명.
야구팀처럼 야구장이 따로 있어서 입촌하지 않는 몇몇 종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와아… 단연 돋보이는 피지컬입니다. 역시 아시안은 한계가 있는 건가.”
식당이나 헬스장 등, 공용시설이 많다보니 다른 종목의 선수들과도 자주 마주치기 마련.
혼혈이자,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한국(?) 선수인 로한은 어딜 가도 눈에 띄기 마련이었다.
“최신 프로필상 198cm라고 했나. 아직도 크고 있다는 게 넘 부럽다.”
“이제 막 생일이 지나서 18살이라잖아. 더 클수도 있어.”
“근데 분명 농구팀이나 배구팀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키인데… 왜 저 친구가 훨씬 세 보이는 거죠?”
“쟤 담당 물리 치료 쌤이 그러더라. 자기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신체 비율을 가진 괴물이라고. 바디밸런스가 완벽하니까 어떤 스포츠를 해도 곧잘 할 피지컬이라나 뭐라나.”
“게다가 애초에 투기 종목 챔피언 아니냐. 그것도 무제한급에서 차머스를 때려눕힌 사람이 평범할 리가.”
전부 엘리트 체육인이다보니, 로한이 비록 어리고 혼혈이라지만… 대부분 그에 대한 경외의 감정을 품고 있었다.
특히 운동장이 겹치는 같은 육상 종목의 국가 대표들은 뒤늦게 입촌한 로한을 존경하다 못해 외계인 보듯 하기 시작했다.
“형님. 저게… 사람의 훈련량이 맞습니까?”
마라톤을 뛰는 20대 초반의 심주한은 슬쩍 로한을 훔쳐보며 혀를 내둘렀다.
“처음에는 여러 종목을 동시에 참가한다고 해서 만만치 않은 관종인 줄 알았는데… 며칠 지켜 보니까 충분히 가능해보이는 건 제가 미쳐서인가요??”
“나도 모르겠다. 미국엔 저런 괴물들이 득실득실해서 올림픽을 할 때마다 메달을 쓸어 담는 거겠지.”
육상 종목의 맏형 황인철은 의욕이 꺾인 얼굴이었다.
‘아니, 정도껏 해야 잘하는 사람을 보고 자극 받아서 열심히 하지… 저런 놈은 있던 의지도 사라지게 한다니까.’
운동이라면 토 나올 정도로 많이 한 그들이 봐도 로한의 훈련은 강도가 높고, 난이도까지 상당했다.
“미쳤다…”
“와…”
어느새 둘 뿐만 아니라 나머지 육상계 국가 대표들도 멍하니 로한의 훈련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역동적인 움직임, 완벽한 자세, 활활 타오르는 투지까지.
남의 훈련하는 모습이 이렇게까지 경이로울 지는 상상도 못했다.
‘이대로 두면 다들 의지가 꺾이기만 할 뿐, 훈련에 집중하기 어렵겠어.’
황인철은 요즘 애들이 좀 싫어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종목별 선수끼리 단합된 모습을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스포츠의 절반 이상은 바로 정신력. 어려울 때마다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너무 잘 알았다.
거기에 겨우 며칠 함께 훈련했다고, 로한이 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해졌기에… 황인철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우리 앞으로 밥은 같이 먹으려고 하는데… 너는 어때?”
일단 한 식구가 되었으니 단체 활동을 유도한다. 그나마 얼굴이라도 자주 맞대야 정이 붙지 않겠나.
“……”
하지만 로한은 진짜 식사 시간 내내 밥을 먹기 바빴다.
다들 운동선수라서 먹는 양만큼은 모두 자신이 있는 편이었는데, 로한은 배가 부른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점심 시간이 끝나서 그만 먹는 개념에 가까웠다.
“음… 휴식 시간에 게임? 아님 노래방?”
아무리 올림픽 준비 기간이라고 해도 체력의 한계가 있는데 내내 운동만 할 순 없는 법.
금쪽같은 휴식 시간을 쪼개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다음날 또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러나 로한은 그런 취미 활동에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진천선수촌의 선수 케어로 마사지를 받으며 책을 읽거나, 간식을 먹으며 책을 읽거나, 얼음 찜질을 하며 책을 읽는 등.
휴식 시간마저 인간미 떨어지게 보내는 로한이었다.
“형님, 그 정도면 노력할만큼 하신 겁니다. 문화적 차이라고 생각하죠 뭐. 우리야 함께 으쌰으쌰하는 단체 생활을 좋아한다지만, 미국은 개인주의니까…”
“그래야지 뭐. 그래도 귀감이 되는 선수인 건 확실해.”
보통 사람은 처음에 바짝 긴장한 채 훈련을 하다가, 나중엔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슬슬 풀어지기 마련이다.
…로한은 달랐다.
그는 매일 자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데 중독된 듯 보였다.
더, 더, 더, 더!
더 이상 손 하나 꼼짝할 수 없을 정도로 지치고, 언제든 쓰러질 수 있을 것처럼 고통스러울수록… 로한은 시원하게 웃었다.
“음?”
그 모습을 보고 도저히 친분을 쌓기는 어렵겠다고 마음 먹은 시점, 황인철은 의외의 곳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
로한이 유일하게 훈련을 잠시 멈추고 관심을 보인 건, 황인철이 잠깐 쉬는 타임에 자신의 주 종목인 창던지기를 심주한에게 가르쳐주고 있을 때였다.
황인철은 최근 아시아 선수권 대회를 제패하며, 올림픽에서도 최소 동메달을 노려볼만한 창던지기의 실력자.
“로한… 너도 가르쳐줄까? 우린 너처럼 훈련만 하면 금방 미쳐 버릴 거야. 가끔씩 이렇게 분위기 전환을 해야 또 다시 힘을 내지.”
겸사겸사 로한과 친해질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한 제안이었다.
…그게 황인철의 실수였다.
‘어?? 이게 … 아닌데…???’
미국 피지컬 천재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