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03)
꿈꾸는 재벌 103화(103/249)
103. 세렌디피티
“네. 어머니.”
[선수야. 보내준 돈은 잘 받았다고 하네.]“그래요? 연락처 받으셨어요? 아니면 약속이라도…….”
[받기는 받았는데… 내가 서울 한번 올라갈까 하는데…….]말투를 들으니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아들이 사는 집 한번 오셔야죠. 양재동으로 이사했어요.”
[그래? 그럼 무조건 가 봐야지. 너 좋아하는 음식 좀 해 갈게.]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절대로 음식 해서 오지 마세요. 다 못 먹어요.”
부모 마음이라는 것이 아들에게 뭐든 해 주고 싶은 것이다.
다 못 먹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 주고 싶었다.
[냉장고에 두고 먹으면 되지.]“힘드시게 음식 하지 마세요.”
어머니 밥이 맛있기는 했다. 하지만 음식한다고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집에서는 거의 잠만 자요. 밥은 회사에서 거의 먹고요.”
[그래?]“네. 그냥 오세요. 언제 오실 거예요?”
[내일 가도 될까?]내일 일정이 어떻게 되나.
아무리 바빠도 어머니가 집에 오신다는데 오후부터는 일정을 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전에 회의 잡혀 있는 것을 취소할 수는 없고.
“그러세요. 오전 10시까지 차 보낼게요.”
[차? 무슨 차?]“집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가는 시간만 30분이 넘잖아요. 거기서 또 2시간 버스 타야 서울 도착하는데.”
[괜찮아. 몸도 좀 움직여야지.]“평소에 농사하면서 몸 움직이시잖아요. 그냥 보내는 차 타고 오세요. 제가 마음이 불편해요.”
[알았다.]“오전 10시까지 차 보낼게요.”
[그래. 내일 보자.]“네. 내일 봐요.”
전화를 끊었다.
나는 비서와 임강민 대표를 불러 내일 오전에 시골집에 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또 할 것이 있었다.
양재동 박 집사에게 전화했다.
김성웅 사장이 소개한 사람이었다.
박 집사에게 내일 점심을 어머니와 함께 양재동 집에서 먹을 수 있게 준비해 달라고 했다.
* * *
이선수의 어머니 김경자는 보내준 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내내 표정이 밝지 못했다.
이선수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고민스러워서였다.
하지만 양재동 집에 도착하자 잠시 그 고민은 잊을 수밖에 없었다.
커다란 대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꽤 깊숙하게 들어갔을 때 보이는 집 때문이었다.
집의 문이 열리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것처럼 말끔한 유니폼을 입은 여자와 남자들이 나왔다.
그리고 차가 멈추자 백발의 남자 한 명이 문을 열어 줬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차에서 내렸다.
“김경자 여사님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이곳을 관리하는 박성수 집사입니다. 박 집사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여사님.”
“여사님이요?”
“네. 여사님.”
“전 여사님이 아닌데요.”
“회장님 어머님이시지 않으십니까. 당연히 여사님이시죠. 들어가시죠.”
김경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 집사를 따라갔다.
양쪽으로 도열한 사람들이 양손을 모아 허리를 숙였다.
김경자는 살짝 고개를 숙여 가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
들어가자마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깔끔한 대리석 바닥에 멋진 그림과 화분까지.
거실은 또 어떤가.
통유리로 된 창에 마당이 보였다.
그냥 자연이라는 사진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소파에 앉아서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여사님?”
“아! 네.”
그냥 앉으라고 해서 앉았다.
“회장님께서는 회의 때문에 조금 늦게 도착하실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요?”
“네. 오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차를 마시면서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박 집사가 손을 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직원 두 명이 차를 가져왔다.
“캐모마일입니다. 심신의 안정에 도움을 줍니다.”
박 집사의 말에 김경자는 놀랐다.
“제가 불안해 보이나요?”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무언가 고민이 있어 보이시는 것 같아서요. 회장님과 대화하실 때 도움이 되실 겁니다.”
김경자는 집사라는 사람은 다 이런 것인가 싶었다.
자신의 상태를 어떻게 알고 이런 것을 딱 맞춰 준비했을까.
“그럼.”
박 집사가 뒷걸음질 하더니 몸을 돌려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하지만 여직원 두 명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양손을 모으고 김경자를 주시했다.
그렇다고 김경자의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다.
불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어느새 따뜻한 캐모마일 차 한 잔을 다 마셨다.
스르륵.
발소리도 나지 않게 여직원 한 명이 다가왔다.
“여사님 한 잔 더 드릴까요?”
“아! 네.”
조심스럽게 빈 잔에 캐모마일 차를 채울 때 박 집사가 나타났다.
“회장님께서 정문을 통과하셨다고 합니다. 여사님.”
“그래요?”
김경자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마중 나가실 겁니까? 여사님?”
“그래야죠.”
“모시겠습니다.”
지금 나가도 현관에 도착하기 전에 이선수가 들어올 것이다.
원래는 연락 받자마자 박 집사가 빠른 걸음으로 마중 나간다.
하지만 김경자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김경자가 현관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선수가 들어왔다.
“왜 나오세요?”
김경자를 본 이선수가 말했다.
“아들 마중 나가는 중이었지.”
“늦어서 죄송해요.”
“일 때문에 늦은 건데 뭐.”
“배고프시죠. 벌써 1시가 다 되어 가는데…….”
나는 박 집사를 쳐다봤다.
“식사 준비는 끝났습니다. 회장님.”
“어머니 밥 먹으러 가요. 배 고파요.”
아들이 배고프다고 하는데 안 된다고 할 어머니가 아니다.
“그래. 가자.”
“모시겠습니다.”
박 집사가 앞장섰다.
식당은 안쪽에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김경자는 또 놀랐다.
“뭐니?”
“하하. 좀 크죠? 저도 처음 봤을 때는 놀랐어요.”
10명은 앉아도 될 정도로 정말 커다란 식탁이었다.
“아니, 이 음식들 다 뭐냐고.”
“어머니를 위해서 박 집사님이 준비한 음식입니다.”
“박 집사님이?”
솔직하게 말해서 박 집사가 내게 어떻게 하겠다고 먼저 보고했다.
나는 마음대로 하라고 승낙한 것뿐이다.
“네. 어머니를 집에서 처음 식사 대접한다고 하니까… 하하.”
내가 봐도 좀 과했다.
육해공이 총 출동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그리고 닭은 기본.
저쪽에 있는 것은 참치인 것 같은데.
도미인가?
반찬만 20가지가 넘는 것 같았다.
“어떤 것을 좋아하실지 몰라 다 준비했습니다. 여사님.”
“…….”
할 말이 많아 보이시네.
하지만 박 집사가 준비했다고 하니 참는 것 같았다.
“아들, 평소에도 이렇게 먹어?”
“아니요. 오늘만 이렇게 먹을 겁니다. 그리고 손대지 않고 남은 음식은 직원에게 나누어 주거나 놔뒀다가 먹을 거예요.”
박 집사는 직원들이 먹을 만큼 충분히 많이 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선수의 말을 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리고 이선수가 처음부터 양재동 집에 있는 모두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라고 했었다.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으면 식구라면서.
이런 고용주는 처음 봤다.
그래서 재미있었다.
“앉으세요.”
“그래.”
일부러 어머니 옆에 딱 붙어 앉았다.
“이거 드셔 보세요. 회 좋아하시잖아요.”
“회만 먹어도 배부르겠다.”
“조금씩만 맛 보세요. 다른 것도 드셔야죠.”
나와 어머니 주위에 있는 음식부터 맛을 봤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의 음식은 내가 눈길만 줘도 귀신같이 알아채고 직원이 가져왔다.
“미애 이모는 어떠세요?”
“말도 마라. 죽을라고 그러지.”
“왜요?”
나는 어머니 접시에 육회를 얹으면서 물었다.
“드시고 말하세요.”
어머니가 육회를 맛본다.
그리고 눈이 커졌다.
“신선하네. 네 아버지하고 데이트할 때 먹었던 그맛이야.”
30년도 더 된 이야기네.
좋은 추억이었던 것 같았다.
“아. 지수가 찾아와서는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 지수가…….”
한참을 지수와 미애 이모 이야기를 했다.
지수가 마지막에는 내 원망을 했다고.
나 때문에 김동조가 그런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돈이라도 더 많이 벌어서 비교되는 것을 극복해 보겠다고.
웃기는 이야기지.
돈을 열심히 일하거나 능력으로 벌어야지.
지위를 이용한 비리로 벌면 안 되지.
“드세요.”
앞에 따뜻한 죽 같은 것이 있었다.
그것을 떠서 어머니 앞에 놨다.
그러자 박 집사가 말했다.
“진짜 대게 살을 넣은 게살죽입니다.”
“그래요?”
어머니가 맛을 보시더니 엄지를 세웠다.
“진짜 맛있네요.”
박 집사는 김경자가 이선수를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많이 좋아진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불안해하더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쩌죠. 더 먹고 싶은데 배가 불러서.”
“괜찮습니다.”
박 집사가 웃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럼 정원에서 차 한잔할까요?”
“그럴까?”
내가 먼저 일어나 어머니가 일어날 수 있도록 의자를 빼 줬다.
“어머. 이런 호강도.”
“네. 마님.”
“호호.”
어머니가 웃으니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를 모시고 정원으로 나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작은 정자다.
“연못도 있네.”
“그러게요.”
“너는… 네 집이면서 연못 있는 것도 몰라?”
“듣기는 했어도 집에 오래 있지 않으니까요.”
물레방아까지 돌아간다.
박 집사와 직원들이 차를 준비해 왔다.
“회장님은 에티오피아산 원두로 내린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준비했습니다.”
솔직하게 그냥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네.”
“여사님은 소화가 잘되시라고 꿀을 탄 유자차를 준비했습니다.”
“어머. 어떻게 제 취향을…….”
“그냥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후식으로 차도 준비됐으니.
“박 집사님.”
“네. 회장님.”
“잠시 주위에 사람 좀 물려주시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 분 좋은 대화 나누시길.”
박 집사는 물론 직원까지 멀리 떨어졌다.
그렇다고 나와 어머니가 안 보이는 곳까지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저 크게 소리치지 않는 이상 대화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만 유지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쉽게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 내가 먼저 물어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1억 가지고 모자라죠? 사업하신 분인데 빚이 많을 수도 있죠.”
이선수가 먼저 말해 주니 김경자는 조금 편해졌다.
그리고 양재동 집에 와 보니 이선수가 진짜 돈 많은 회사 회장이라는 것이 실감 났다.
어지간한 재력 가지고는 이렇게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모자라긴 한 것 같더라. 그 돈도 다 빼앗겼대.”
“빼앗겨요?”
“아들이 돈을 찾긴 했는데… 아저씨가 나쁜 놈들에게 붙잡혔었더라고. 찾은 돈 다 주고 어떻게 풀려나긴 했어.”
꽤 자세히 아시네.
“그런데 나쁜 놈들이 아저씨를 얼마나 때렸는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라고.”
“마치 보신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설마.
“이기자 아저씨 지금 우리집에 와 계셔.”
사람 잡았네.
“그 아저씨는 왜 어머니 집에… 위험하게…….”
사람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이들에게 쫓기는 중이다.
어머니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화를 내고 그러니.”
“화 안 나게 생겼어요? 경찰에게 도와달라고 하든지요.”
“도와달라고 했지. 하지만 경찰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았어.”
“왜요? 폭행당했잖아요.”
“폭행한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른 사람들이 왔더라고.”
지능적이네.
그리고 협박했겠지.
다시는 신고할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1998년.
이때는 불법 이자 추심 같은 것으로 신고할 수 없었다.
불법 추심이란 죄가 제대로 성립 안 된다.
이유는 법정 이자제한율이 없어서였다.
사채 이자로 1,000%를 받든 10,000%를 받든 계약서에 도장 찍으면 끝이었다.
그러니 불법 추심이 성립 안 되지.
“선수야.”
아들이 아닌 이름을 불렀다.
어머니가 진짜 어려운 말을 하기 전에는 꼭 이름을 부른다.
이럴 때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난 이기자 아저씨가 우리 집에 해 준 것을 절대 잊을 수가 없단다. 그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나도 너도 이렇게 살 수 없었을 거야.”
강북의 빌라도 이기자 아저씨 덕분에 살 수 있었다고 항상 말했었다.
시골로 내려갈 수 있었던 것도.
“다른 것은 몰라도… 아저씨 사채빚은 어떻게 좀 안 될까?”
된다.
무조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사채를 하는 사람 대부분이 폭력적이거나 폭력 조직과 연결되어 있다.
그들 대부분은 돈을 준다고 해도 제대로 안 받을 것이다.
왜냐.
두고두고 이자 빼먹을 수 있다는 판단이 되면 어떻게 해서든 들러붙을 테니까.
“해결해 드릴게요.”
“정말?”
“대신 조건이 있어요.”
“무슨 조건인데. 말만 해.”
“몇 가지 돼요.”
“몇 가지라도…….”
“첫 번째… 어머니 이 집에 들어와 사세요.”
“어? 나?”
“네. 미애 이모하고 이모 할머니는 어머니 집에서 살라고 하고요. 무료 임대로요.”
“…….”
잠시 말이 없던 어머니는 내게 물었다.
“두 번째는 뭐니?”
“이기자 아저씨 여기로 데려올 겁니다. 그리고 사채 빚은 그냥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일해서 갚아야 해요.”
“그건 아저씨도 그렇게 할 거야. 하지만 금액이 꽤 큰데…….”
“그냥 일해서 갚기는 힘들겠죠. 그래서 아저씨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본 후에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도와 드릴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았어. 내가 잘 이야기할게.”
“아니요. 여기 오면 제가 직접 이야기할 겁니다. 아저씨 각오가 어떤지 알아야 해서요.”
세상일 모두 포기한 사람이라면, 그냥 작은 가게라도 할 수 있게 해 줄 생각이었다.
더 많은 것을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결국 또 나나 어머니에게 기대게 된다.
“세 번째는 제 방식대로 사채를 갚을 겁니다.”
“알았어. 아들.”
나는 손을 들었다.
그러자 박 집사가 다가왔다.
“네. 회장님.”
“임 대표님 잠깐 오시라고 해 줘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박 집사가 물러나더니 주머니에서 무전기를 꺼내 임강민 대표를 불렀다.
곧 임강민 대표가 달려왔다.
“회장님 부르셨습니까.”
“네. 우리 어머니 오래간만에 보시죠?”
“네. 여사님 안녕하셨습니까.”
“여사님이라니요. 안녕하셨어요.”
“덕분에요.”
임강민 대표는 어머니와 인사한 후 나를 쳐다봤다.
내 지시를 기다리는 것이다.
“시골 어머니 집에 손님이 계실 거예요. 안전하게 모시고 와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왜 안전하게 모셔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말하려고 했어요. 지인이신데 사채를 쓰셨다고 하네요. 감시 당하고 있을 겁니다.”
“아! 그래서…….”
“무슨 일 있나요?”
“무슨 일까지는 아닙니다. 어머님 모시러 갔던 직원이 집 근처에 인상이 안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해서요.”
“그래요? 그 사람들 조사 좀 할 수 있을까요? 사채 빚도 갚아야 해서요.”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여사님 댁에 B팀 2개 조를 내려보냈습니다.”
슈퍼 가드에는 의뢰 내용에 따라 팀이 달랐다.
슈퍼 가드가 그냥 경호 임무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국정원과 군 정보부 출신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을 이용한 의뢰도 받는다고 했다.
슈퍼 가드를 인수하기는 했어도 운영은 김성동 사장과 임강민 대표에게 맡겨 놨다.
단, 한 번도 슈퍼 가드 일에는 제대로 관여하지 않았다.
보고만 받았지.
보냈다는 B팀은 합법적이지 않은 일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감시 도청 같은 것이라나?
“어디 소속인지 금방 알아낼 수 있습니다.”
임강민 대표가 가만히 있었다.
소속을 알아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것이다.
어머니가 있어서 자세히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일단 알아내고 조용히 감시만요.”
“알겠습니다. B팀에게 여사님 댁 손님 모시고 오라고 하겠습니다.”
임강민 대표가 뒤로 가서 핸드폰을 꺼냈다.
나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집에 전화해서 아저씨에게 사람 보낸다고 하세요. 놀랄 것 같은데요.”
“그러겠네.”
어머니가 핸드폰을 꺼냈다.
아직 시골 집에는 일반 전화기가 있었다.
계속 전화를 해도 전화를 안 받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미애 이모에게 전화해 이기자 아저씨에게 말을 전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미애 이모가 말을 전했다고 하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통화가 됐다.
“네. 아들이 사람 보냈다고 하니까요.”
핸드폰을 손으로 막고 나를 쳐다본다.
“어디서 보냈다고 해?”
“드림 그룹이요.”
“드림 그룹에서 보냈다고 하면 그 사람들 따라오면 돼요. 네. 오시면 다 말씀드릴게요. 저 믿고 따라와 주세요. 네.”
전화를 끊었다.
“아들 고마워.”
“아직 도착 안 했습니다. 그리고 해결도 안 했어요.”
“부끄럽구나?”
아니요.
“유자차 더 드려요?”
“캐모마일? 그거 마실 수 있나?”
언제 와 있었는지 박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사님 곧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박 집사님.”
“아닙니다.”
박 집사가 캐모마일을 준비하러 갔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더 가져다 달라고 했다.
임강민 대표가 B팀에게 지시 내렸다고 했다.
2시간 정도면 데리고 올 수 있다는 말도.
* * *
2시간 후.
양재동 집으로 봉고차 한 대가 들어왔다.
임강민 대표가 내게 말했다.
“여사님 댁에 계시던 손님 도착하셨습니다.”
“박 집사님 여기로 데려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정자에 앉아서 그동안 어머니와 밀린 대화를 하는 중이었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생각은 없었다.
분위기가 좋아서.
박 집사가 손님을 데리고 오는 것이 보였다.
한 명이 아니었다.
남자 두 명에 여자 한 명.
그런데 낯이 익었다.
벌떡.
“아들. 왜?”
“어머니 혹시 아저씨 딸 이름이 이정은이에요?”
“맞아. 기억하고 있었니?”
“…….”
세렌디티피.
운명인가?
“너 7살 때 아버지가 한 약속도 기억하는 거야?”
무슨 약속?
“네 아버지하고 아저씨하고 술 한 잔 마시더니 둘이서 사돈하자고…….”
나는 어머니를 쳐다봤다.
“이왕이면 나는 그 약속 지켰으면 한다. 선수야. 오늘 처음 보는 것이겠지만… 아니구나. 어렸을 때 봤으니.”
어머니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힘든 표정의 그녀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딱 한마디가.
“어쨌든 선수 네 약혼자다.”
메아리처럼 들렸다.
‘네. 약혼자다… 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