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04)
꿈꾸는 재벌 104화(104/249)
104. 잘하면 꿩 먹고 알 먹고?
현실 같지 않은 현실.
하지만 이정은은 나를 몰라보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지금은 슈트에 머리까지 세팅했으니.
분당에서 본 이선수와 지금의 이선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예쁘지. 나도 깜짝 놀랐거든.”
어머니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이정은도 나를 알아본 것 같았다.
그대로 멈춰 섰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이정은은 설마설마했다.
김경자의 아들 이름이 이선수라고 해서였다.
마지막에 인사도 하지 못했다.
빚쟁이가 어떻게 알았는지 분당까지 찾아와서였다.
그리고 도망치듯 떠났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아서였다.
남동생을 통해 아버지가 무사한지 알아봤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무사했다.
하지만 남동생이 빚쟁이들에게 잡혔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와 함께 빚쟁이들에게 이자라도 갚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어렵게 김경자와 연락할 수 있었다.
몇백만 원이라도 도움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억 원이나 되는 돈을 받았다.
하지만 그 돈은 빚쟁이에게 다 빼앗기고 아버지와 남동생은 원금은 언제 갚을 것이냐고 두들겨 맞았다.
“정은 씨. 내 아들 생각보다 괜찮죠? 어렸을 때 같이 목욕한 것도 기억하려나?”
김경자의 말에 이정은은 얼굴이 붉어졌다.
기억이 안 난다.
“우리 선수가 엄청 예뻐했었는데.”
이선수도 기억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김경자가 말한 목욕은 이선수가 6살 때 한 것이었다.
“아들. 인사해야지?”
어머니의 말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을 때.
삐이-
귀에 소음이 들리면서 두통이 시작됐다.
* * *
크윽.
머리가 아파오면서 내가 꾼 꿈의 내용이 확실하게 기억났다.
과로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꾼 꿈이었다.
그냥 꾼 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꿈에서 내 선택에 의해 결과가 달라졌었다.
그 선택은 이정은이 명함을 줬을 때였다.
명함을 받고 이정은과 함께 일하기 위해 영웅 시스템에 가는 것과.
가지 않는 것.
첫 번째 선택은 가지 않는 것이었다.
왜냐.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나는 이정은에게 호감이 있음에도 외면했다.
그런데 그 선택을 했음에도 다시 똑같은 장면과 장소가 나타나고 나는 이정은과 함께 일하는 것을 선택했다.
왜냐.
첫 번째 선택에서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했었으니까.
이 모든 것이 기억났다.
왜 꾼 꿈이 선명하지 않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첫 번째 선택의 마지막은 어머니와 통화 후 이기자 아저씨를 도와 주는 것으로 끝난다.
이정은을 다시 만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선택의 마지막은 바로 이 장면이다.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되는 것.
그 어떤 것도 끝나지 않았었기에 꿈의 내용이 선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정은이란 이름을 어떻게 기억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꿈에서도 이정은이란 이름은 절대 잊지 않았으면 했으니까.
“아들?”
* * *
잠시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몇 초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머리가 아프기 전 어머니를 포함해 사람들이 서 있던 자리가 변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나를 부르면서 시간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아. 네.”
이기자는 이선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아기일 때 봤던 이선수가 아니어서였다.
김경자에게 그냥 사업 하나 하고 있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이선수가 보낸 B팀 직원들과 함께 올라올 때 이선수가 드림 그룹 회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은 대기업 회장님인 이선수에게 쉽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그럴 수가 있나요. 도와주시는 분인데.”
어머니가 나섰다.
“괜찮아요. 어렸을 때 선수를 아들이라고 불렀잖아요.”
“그건… 그때고요.”
“분명히 커서도 잘생겨졌을 거라고 하면서 사돈 맺자고 한 양반이 기자 씨잖아요.”
“그렇기는 해도.”
나는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도 이정은을 쳐다봤다.
이정은 역시 나를 쳐다봤다.
이정은이 허리를 숙였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집 빚을 다 해결해 주신다고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나는 지금 내가 가진 모든 지위를 버리기로 생각했다.
“전처럼 이선수 씨라고 불러도 돼요.”
이기자 아저씨와 어머니가 나를 쳐다봤다.
“아들. 정은 씨 언제 만났었어?”
“네. 분당에 잠시 일이 있어서 갔다가 만났었어요.”
“그래?”
이정은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속였다고 그러는 것인가?
그때 이기자가 말했다.
“정은아… 너 혹시 정말 미안한 사람이 있다고 한 사람이 혹시 이 회장님이니?”
무슨 소리지?
이정은은 다른 말을 했다.
“아빠. 미안해요. 제가 전에 말했던 것 못 하겠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정은이 뒤를 돌아 달려갔다.
누가 막을 겨를도 없었다.
“누나!”
남동생이 따라갔다.
그러자 이기자가 한숨을 쉬었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말을 했길래…….”
“하아.”
이기자는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할 것 같았다.
“사실은 정은이가…….”
빚쟁이… 그러니까 사채업자에게 이정은이 보증 서류에 지장을 찍었다.
그리고 빚을 제대로 못 갚으면 유흥 시설 같은 곳에서 일하게 한다고 했다.
이기자는 사실 죽으려 했다.
하지만 이정은이 눈치채고 막았다.
죽어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어차피 자신이 보증을 섰으니까.
그리고 그녀는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빚 때문에 팔려 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러던 와중에 김경자의 아들이 빚을 해결해 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지나가는 말처럼 김경자는 자신의 아들과 이정은이 어렸을 때 약혼한 사이라고 했다.
“정은이는 이 회장님과 결혼까지 결심하고 온 겁니다.”
이걸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누가 결혼까지 결심하라고 했나?
결혼하자고 하면 누가 해 준대!
화가 나네.
“임 대표님.”
“네. 회장님.”
“정은 씨하고 동생 그냥 지켜만 보라고 해 주세요.”
“이미 그렇게 지시했습니다.”
집 밖으로는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경호원이 열어 주지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함부로 돌아다니면 경호원에 제지한다.
“한 가지 더요.”
“네. 회장님.”
“B팀이 시골집 감시하던 사람들 잡아 놨나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랬을 겁니다.”
확실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잡아 놨다.
정보를 캐내려면 잡아서 물어보는 것이 빨라서였다.
물론, 그냥 물어보지는 않는다.
“그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죠.”
“알겠습니다.”
임강민 대표는 이선수가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냥 보면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목소리가 가라앉고 말할 때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이선수는 지금까지 그 어떤 경우에도 이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
상대가 누구든 대부분 웃으며 대화했다.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는 듯한 이선수를 보며 상대방은 화가 났을 테지만.
임강민 대표는 이선수가 분노한 이유가 이정은이며.
원인 제공한 이들이 사채업자라는 것을 알았다.
제대로 준비할 생각이었다.
감히 우리 이선수 회장님을 건드려?
“아저씨. 정은 씨는 걱정하지 마시고 일단 앉으세요.”
이기자는 정자 안의 의자에 앉았다.
“사채 빼고 빚이 얼마세요?”
“은행에만 30억 정도 됩니다.”
꽤 사업을 크게 한 것 같네.
은행 대출이 30억 원이면 회사 매출 규모는 거의 100억 원 정도 돼야 한다.
“그럼 사채 원금은요?”
“5억입니다.”
이자는 안 물어본 이유가 있다.
계산이 안 될 테니까.
사채업자가 이자 계산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
밀린 이자가 원금에 더해져서 늘어난다.
“정확하게 어떤 사업을 하신 건가요?”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주로 납품했습니다. 디스플레이 개발도 했고요.”
디스플레이?
“혹시 LCD 액정 말하는 건가요?”
이기자는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혹시 대륜 산업을 아셨습니까?”
“모릅니다.”
알았다면 이렇게 묻지 않았지.
“아! 네.”
“디스플레이 개발을 할 정도면 기술력도 있었을 텐데요. 왜…….”
이기자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다 삼두 전자… 그 개새끼들 때문이죠.”
딱 떠오르는 일이 있다.
“삼두 디스플레이겠죠?”
“어? 아시나요?”
드림 전자 때문에 안다.
드림 전자는 신형 핸드폰 개발을 하는 중이었다.
통신 기술은 현재 한국 최고라고 말할 수 있었다.
러시아의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했으니까.
하지만 다른 기술은 그렇지 못했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디스플레이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삼두 전자가 LCD 액정을 적용한 신형 핸드폰 개발해 곧 출시 예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삼두 전자에 LCD 액정을 납품하는 회사가 삼두 디스플레이였다.
“알 수밖에 없죠. 삼두 그룹하고 우리 드림 그룹이 어떤 관계인지 모르시는 것 같네요.”
이기자가 머리를 긁적였다.
“제품 개발에만 신경 쓰다 보니… 그래도 드림 텔레콤과 드림 건설이 최고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
착한 것일까?
순진한 것일까?
뭐가 됐든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이 갔다.
“삼두 디스플레이에서 납품 물량 늘리면서 공장 증설하라고 했죠?”
“네.”
“불량품이 나온다고 하면서 자신들이 제대로 검수할 수 있게 설계도 요구했을 거고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게 기술 빼앗고 회사 망하게 하는 방법이니까.
“갑자기 불량이 많다고 트집 잡으면서 납품 물량 못 받겠다고 하고요.”
“맞습니다. 그래서 공장 증설하느라 은행에서 빌린 돈의 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IMF가 터져서…….”
삼두 디스플레이가 작업했다 해도 이렇게 쉽게 무너질 회사가 아니었다.
IMF 때문에 이자만 30% 가까이 내야 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특허권은요?”
이기자는 이선수가 마치 겪어 보기라도 한 듯 묻자 놀라면서 대답했다.
“특허권은 끝까지 안 넘겼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서… 죽으면 죽었지… 못 넘기겠더라고요. 뭐… 소용없지만요.”
“왜 소용없죠?”
“제조 공정을 아니까요. 비슷하게 만들어서 특허 출원하고, 마치 자신들이 개발한 것처럼 제품을 생산하고 있거든요.”
“그럼 보유한 특허는 소용이 없겠네요.”
이기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건 또 아닙니다. 빚쟁이들에게 시달리지만 않았고… 어느 정도 여유가 있었으면 소송까지 했을 겁니다.”
“이길 수가 없을 텐데요. 이긴다 해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르고요.”
“몇 년이 걸려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비슷하게 만들 뿐이지, 핵심 기술은 우리 대륜 산업의 특허를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저렇게 자신만만해도 삼두 그룹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몇 년 동안 소송하는 사이 삼두 그룹은 이기자의 대륜 산업에서 만든 기술을 완벽하게 흡수하고 발전시킬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본 것처럼 아십니까?”
“그런 식으로 빼앗은 기술이 생각보다 꽤 많으니까요.”
“혹시… 드림 그룹도…….”
“드림 그룹은 아닙니다.”
어째 이기자를 만난 것이 좋은 기회 같았다.
그가 진 빚이 100억 원이든 1,000억 원이든 상관없다.
디스플레이 기술이 진짜라면.
“그렇군요.”
“만약에 제가 삼두 그룹에 복수해 준다고 하면 그 특허, 드림 그룹에 파실 생각 있으십니까?”
“특허를요?”
안 판다고 말하려던 이기자는 생각을 바꿨다.
사채 빚을 해결해 준다고 한 이선수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인연도 있었다.
어차피 지금 가지고 있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궁금한 것이 있었다.
“얼마에…….”
“특허 기술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말하신 대로 삼두 디스플레이가 핵심 기술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면…….”
얼마를 부를까?
“100억 원에 사겠습니다.”
“…….”
이기자는 깜짝 놀랐다.
많이 줘 봤자 10억 원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이선수가 몇천만 원 보낼 줄 알았는데 1억 원이나 보낸 것도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을 넘어섰다.
“그리고 끝이 아닙니다. 대륜 산업도 인수하겠습니다. 은행 대출도 다 갚는 것은 물론, 기존 직원도 다시 부르세요. 경영은 아저씨가 하시고요.”
이기자는 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자가 얼마가 되었든 사채도 다 해결해 드리죠.”
솔직히 말해서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다.
사채업자들은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까운 이들이었으니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야 무조건 팔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인데…….”
죽으려고 했던 삶이 바뀔 수 있었다.
아니, 바뀐다.
이선수가 동아줄을 내려준 것만 같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솔직하게 말해서 특허 사는 것과 회사 인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금 하려는 말이 어려웠다.
어떤 면에서는 떨리기까지 했다.
“네. 말씀하십시오.”
“제 아버님과 했던 약속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아버님하고요?”
이기자는 무슨 약속이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약속 같은 것은 많이 했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약속은 없었다.
종종 만나서 술 한잔하자는 것.
부부 동반 여행 가자는 것.
은퇴 후 집을 두 채 지어서 이웃사촌으로 계속 지내자는 것.
또 뭐가 있더라.
“혹시…….”
“그 혹시가 맞을 겁니다.”
이기자 아저씨가 다른 것을 말하면 안 되는데.
“삼국지 보고 도원결의하자고 했던 것인가요? 같은 날 같이 죽…….”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언제 그런 약속은 한 것인지.
어머니까 끼어들었다.
“술 마시고 취해서 한 약속이잖아요. 그건! 그거 말고 다른 약속 기억 안 나요? 답답하네.”
어머니는 눈치채셨네.
“김 여사… 뭐를 말하는 건지…….”
어머니가 답답한지 가슴을 치면서 말했다.
“약혼이요. 약혼!”
“아!”
그런데 이기자의 표정이 안 좋았다.
뭐지.
벌써부터 딸 주기 아까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인가?
젠장 기업 인수할 때보다 더 떨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