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11)
꿈꾸는 재벌 111화(111/249)
111. 밝혀진 협상 속내
“그런데 혼자 오신 것 같지 않으십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김성웅 사장까지는 이해했다.
하지만 김성웅 사장 옆에 서 있는 남자는 왜 같이 왔는지 몰랐다.
경호원은 아니었다.
나이도 있고 체형도 그랬다.
“이번 일에 연관이 있는 분이라 같이 왔습니다.”
“연관이요?”
“대륜 산업의 이기자 사장님이십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드림 그룹과의 협상 자리에 대륜 산업이라니.
“초반부터 당황하게 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건가요?”
“아닙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번 일의 당사자는 대륜 산업 이기자 사장님이시니까요. 옆에서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이선수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저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앉으시죠.”
“이기자 사장님 먼저 앉으세요.”
이선수가 의자까지 빼 주자 이기자는 당황하며 앉을 수밖에 없었다.
삼두 그룹의 이민욱 부회장과 드림 그룹의 이선수 회장보다 먼저 앉다니.
이민욱 부회장도 앉았다.
이선수는 마지막에 앉았다.
그러자 이민욱 부회장이 말했다.
“이선수 회장님, 우리 깔끔하게 가시죠.”
“깔끔하게요?”
“네. 대륜 산업에서 납품한 디스플레이는 불량을 떠나서 단가를 2배로 올려서 드리죠.”
TV만 50만 대였나?
대단 2만 원이니까.
4만 원씩 준다는 것이다.
200억 원이나 된다.
“그것으로 끝인가요?”
“설마요. 특허 기술 사용료도 드려야죠. 특허 기술을 사용한 제품의 공장도 가격 0.1%를 책정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큰 금액이다.
TV 공장도 가격을 평균 30만 원이라고 생각하자.
0.1%면 300원이다.
하지만 삼두 전자가 생산하는 TV의 수량은 어마어마했다.
연간 1천만 대 이상은 생산한다.
물론, 대륜 산업 특허 기술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천만 대로 생각했을 때 60억 원이라는 돈이 들어온다.
어떻게 보면 삼두 전자가 엄청난 양보를 한 것처럼 보인다.
“납품한 디스플레이는 그렇다 쳐도 특허 기술료는 너무 낮습니다.”
“그런가요? 꽤 배려해 줬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배려가 삼두 전자 이미지의 가격이라면 너무 싼 것 아닌가요? 중소기업 특허 강탈자 삼두 전자.”
나는 씨익 웃어 줬다.
이민욱 부회장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하지만 곧 평정심을 찾은 것 같았다.
“그건 법정에서 결론이 날 일입니다. 아직 어떤 것도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삼두 그룹을 상대로 감히 법정 싸움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이번이 제대로 된 법정 싸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민욱 부회장은 어떻게 해서든 협상을 해야 했다.
“특허 사용료를 공장도 가격의 1%로 올려 드리죠.”
이건 나도 깜짝 놀랐다.
0.1%에서 1%로 껑충 뛰었다.
10배다.
이민욱 부회장이 왜 이렇게까지 배팅하는 것일까?
솔직하게 협상 장소에만 온 것이지 협상할 생각은 없었다.
법정에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삼두 전자, 아니 삼두 그룹의 이미지 때문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허 사용료로 최소 600억 원이라는 돈을 사용하는 것보다 언론이나 법정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힌다.
600억 원은 최소 비용이니까.
“이선수 회장님, 지금 같은 시기에는 서로 이미지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언론도 드림 그룹 편을 계속 들어줄 수는 없을 겁니다.”
알고 있다.
전시훈 편집장이 사표 냈으니까.
“S-ONE 때문인가요?”
이민욱 부회장의 눈이 잠시 흔들렸다.
맞네.
S-ONE. 삼두 그룹에 야심차게 개발한 신형 핸드폰.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그것도 어느 정도 이유는 됩니다.”
나는 잠시 대화의 방향을 바꿀 생각이었다.
“그 전에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어떤 것을 말인지?”
“돈을 떠나서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고생하고 노력한 당사자에게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무슨 말을 하나 싶었다.
“이해 못 하시는 것 같은데… 여기 이기자 사장님에게 먼저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삼두 전자에서 강탈해 갔으니까요.”
이민욱 부회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삼두 디스플레이 사장도 아니고 삼두 그룹의 2인자인 자신에게 사과하라니.
“참고로 이번 협상의 결정권은 이기자 사장님에게 있습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기자 사장께서 승낙하면 드림 그룹도 승낙하겠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사실이다.
하지만 이기자 아저씨는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거든.
“좋습니다.”
드르륵.
의자를 빼더니 이민욱 부회장이 일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대륜 산업의 이기자 사장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겠습니다.”
핵심은 쏙 빼고 사과했다.
특허 강탈 이야기를 넣으면 시인하는 꼴이 되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정말 놀라웠다.
이민욱 부회장의 고개가 이렇게 쉽게 숙여질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아직 안 끝났다.
“별도의 위로금으로 1백억 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삼두 디스플레이가 아닌 삼두 전자에 계속 디스플레이를 납품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이기자는 당황했다.
이선수와 이야기된 것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민욱 부회장이 고개까지 숙이며 사과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1백억 원은 둘째치고 삼두 전자에 디스플레이를 납품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드림 전자에 납품하는 디스플레이 양과는 비교할 수 없으니까.
“어떻게 마음이 좀 풀리셨습니까?”
이기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이민욱 부회장을 쳐다봤다.
“요구할 것이 있다면 더 말하시죠.”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었다.
쉬워도 너무 쉬웠다.
불량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에 찾아가 제발 그러지 말라고 빌어도 소용 없었다.
위약금을 안 물리는 것을 다행으로 알라고 하면서 내쫓을 때도 있었다.
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삼두 디스플레이도 아닌 삼두 전자의 이민욱 부회장이 사과하고 배상까지 한단다.
헛웃음이 나왔다.
“너무 쉽네요. 이민욱 부회장님.”
“쉽다니요?”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러셨군요.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좋으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이기자 사장님.”
“네. 결과가 좋아도 너무 좋네요.”
이민욱 부회장은 이기자 사장이 넘어왔다고 생각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삼두 전자와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안 합니다.”
이민욱 부회장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안 한다니요?”
“사과는 받았으니 됐고요. 나머지는 안 합니다.”
“이기자 사장님! 한두 푼도 아니고 최소 1천억 원 이상의 이익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거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 아닙니까?”
“모르시나 보네요. 삼두 디스플레이 덕분에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났었습니다. 그 채권을 산 곳이 드림 그룹이고요.”
“…….”
“어떻게 해서든 회사 살려 보려고 사채까지 썼다가 자살까지 생각했었습니다. 이런 저에게 삼두 그룹의 돈은 필요없습니다. 처음부터 잘했어야죠.”
이민욱 부회장은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돈으로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런 그에게 이기자 사장이 계속 말했다.
“그리고 이제 돈은 저도 충분히 많습니다. 어떤 분께서 특허를 비싸게 사 주셔가지고요. 그냥 그 돈 가지고 놀아도 되지만… 그럴 수는 없죠.”
이건 이선수에게도 말하지 않은 결심이었다.
가족이 흩어지는 것은 물론, 어떻게 될지 모를 상황이었다.
그것을 이선수가 다 해결해 줬다.
수십 년 전 자신이 해 줬던 것이라고는 열심히 사는 친구 부부에게 약간의 도움을 준 것뿐이었다.
“전 제 남은 인생을 그분을 위해서 살 생각입니다.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해서요.”
이기자 사장은 양재동 집에서 나올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선수와 자신의 딸인 이정은을 보며 생각을 바꿨다.
이선수가 딸인 이정은과 있으면 조금 편안해 보여서였다.
그리고 이정은도 이선수의 어머니인 김경자 곁에서 신부수업처럼 여러 가지를 배우고 있었다.
“S-ONE에 다른 기술을 적용할 생각이신 것 같은데요. 하세요. S-ONE 다음 기종에 하는 것이 시간상 맞는 이야기겠죠.”
뭐지?
이기자 아저씨의 말에 이민욱 부회장이 엄청나게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
“삼두 그룹에서 보면 그저 저 밑에 있는… 기술 하나 달랑 있는 회사겠지만, 그 기술만 파고든 대륜 산업입니다. 삼두 디스플레이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핵심이었다.
이민욱 부회장이 협상하려는 이유.
지금 당장은 손해이겠지만, 먼 미래를 보면 이익이 된다.
왜냐.
터치식 핸드폰을 가장 먼저 선보이고 시장을 선점해야 했다.
지금 협상에서 준다고 한 특허 사용료도 실질적으로는 얼마 되지 않았다.
다른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었으니까.
이미 삼두 전자 연구소에서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저는 이야기 끝났습니다. 이선수 회장님.”
나에게 공을 넘기네.
나야 할 말이 많지.
“이민욱 부회장님, 숨기고 있던 것이 신기술인가 보네요. 그리고 가처분 신청을 취소해야 S-ONE을 먼저 선보일 수 있고요.”
확실하네.
침묵 속에 더 일그러지는 얼굴.
그것을 보며 점점 더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협상 조건을 조금 바꿀까요?”
이민욱 부회장은 이선수가 왜 이러나 싶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협상은 안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어떻게 바꾸겠다는 거요?”
말투가 확 달라졌다.
“먼저 납품한 디스플레이 가격은 배상금이라고 생각해서 3배.”
안 된다고 말 안 하네.
“특허 기술 사용료는 공장 가격의 10%.”
“그건 너무하지 않소.”
“너무하면 협상 안 해도 됩니다.”
“…….”
“하지만 특허 기술 사용료는 핸드폰만 받겠습니다. 다른 제품에 적용된 것은 안 받죠. 대신 가처분 신청은 취하하지 않습니다.”
“지금 그걸 협상이라고…….”
“아직 안 끝났어요. 가처분 신청 취하는 핸드폰만 합니다.”
“…….”
이민욱 부회장의 눈이 커졌다.
그런 그에게 말했다.
“우리 드림 전자도 핸드폰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요.”
알고 있었다.
그런 정보력도 없다면 삼두 그룹이 아니었다.
“같은 날 드림 전자와 삼두 전자의 핸드폰을 선보이고 판매하는 겁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공정한 경쟁을 하자는 거요? 손바닥보다 더 큰 핸드폰을 가지고?”
무조건 삼두 전자가 이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민욱 부회장은 공정하지 않은 경쟁이라는 것을 몰랐다.
“맞습니다. 드림 전자와 삼두 전자가 맞붙어서 싸우는 거죠. 그 승자가 앞으로 핸드폰 시장을 장악할 겁니다.”
이민욱 부회장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에 적용된 특허 기술 가처분 신청이 취하되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다른 제품의 가처분 신청은 문제가 컸다.
아직 제대로 판매하지도 않은 핸드폰보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TV가 훨씬 많다.
S-ONE의 공장도 가격은 80만 원.
한 대당 8만 원을 줘야 했다.
“무조건 이길 것 같다는 자신감이 보이는 것 같은데…….”
당연하지.
핸드폰만 좋으면 뭐 하냐고.
“으음.”
이민욱 부회장은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협상이 결렬되면 어차피 TV나 핸드폰 모두 판매할 수 없었다.
외통수에 걸린 것 같았다.
상대방의 의도대로 따라 주지 않으면 더 손해가 커질 것 같았다.
그렇다면.
“좋아요. 하지만 우리도 조건을 걸겠소.”
“어떤 조건인지?”
“핸드폰 경쟁에서 이긴 승자가 핸드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삼두 전자가 이기면 가처분 신청은 모두 취소하는 것으로.”
콜!
“받아들이죠.”
이선수가 너무 쉽게 승낙한 것이 이상했다.
“합의서도 작성할 거요. 공증까지 받을 거고.”
“당연합니다.”
기존 디스플레이 납품한 것을 3배나 받으니.
600억 원.
삼두 전자가 S-ONE을 얼마나 생산할지 모르지만.
공장도 가격이 80만 원 정도 하니까.
대당 8만 원.
그래도 100만 대는 생산하겠지.
그것만 해도 800억 원이다.
합쳐서 1,400억 원.
대륜 산업 인수하느라 들어간 돈 뽑고도 수십 배가 남는다.
나머지는 연구개발비용으로 들어가겠지만.
삼두 그룹의 돈으로 다 하게 생겼다.
꿩 먹고 알 먹고.
“오늘 정말 좋은 협상이었습니다. 이민욱 부회장님.”
나는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민욱 부회장은 내 손을 잡지 않았다.
“결과를 보고 다시 만납시다.”
만나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이민욱 부회장은 바로 호텔 방을 나갔다.
나머지는 실무자끼리 할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