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2)
꿈꾸는 재벌 12화(12/249)
12. 꺼지세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이민식 전무는 어이가 없었다.
“경찰서로 데려오는 것이 그렇게 어렵습니까?”
경찰이 공항으로 이정석을 체포하러 간 것은 이민식 전무의 생각이었다.
담당 경찰서에 압력을 넣을 수 있었다.
그것도 형사과장에게.
“변호사요? 변호사가 무서워서 일을 못 한다니……. 경찰의 힘이 그것밖에 안 되는 것이군요. 됐습니다. 수사나 똑바로 해요.”
전화를 끊은 이민식 전무는 짜증이 났다.
처음부터 자신이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서였다.
“경찰서에서 겁을 먹는 것이 더 나았을 텐데.”
더는 경찰을 믿을 수 없었다.
“돈이 더 들겠어.”
이민식 전무는 전화기를 들었다.
담당 검사에게 전화하기 위해서였다.
“김 검사 어떻게 되고 있어? 경찰 수사 보고서를 기다릴 필요 있나? 검찰에서 직접 수사해도 되잖아. 수사권?”
한발 뒤로 빼는 듯한 담당 검사의 말에 더 짜증이 났다.
“왜 이래. 할 수 있는 것 알아. 제대로 해 주면 내가 섭섭하지 않게 대접할게. 어?”
담당 검사가 계속 빼는 것 같았다.
미리 약을 쳐달라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오늘 저녁 시간 어때? 오래간만에 밥도 먹고 술도 마시자고. 그래. 내가 화끈하게 쏘지. 그래. 이따가 8시쯤 보자고.”
전화를 끊은 이민식 전무는 짜증 나는 목소리로 비서를 불렀다.
비서가 바로 들어왔다.
“네. 전무님.”
“팔미정 예약하고 깨끗한 것으로 5백 정도 가져와.”
“알겠습니다.”
팔미정은 보안이 철저한 술집이었다.
일반적인 술집은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요정이었다.
임금님 수라상처럼 엄청나게 많은 음식이 나온다.
비서가 나가자 이민식 전무는 씨익 웃었다.
“그래도 돈 받은 만큼 확실하게 일을 하니까.”
이정석을 제대로 압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민식 전무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려고 했다.
전화기를 들었다.
* * *
이정석 선배를 집에 데려다줬다.
2명의 경호원만 두고 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 송으로 향했다.
급하게 법무법인 송과 전화로 계약하느라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었다.
법무법인 송에 도착해 회의실로 갔다.
회의실에 앉자 같이 온 배정민 변호사가 말하기 시작했다.
“이선수 의뢰인님……. 오면서 대충 듣기는 했습니다만… 다시 한번 확인하겠습니다.”
배정민 변호사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기업 비밀 유출 및 도용에 관한 사건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상대 기업이 삼두 그룹이고요.”
전화 상담 후 다음 날 바로 입금된 5억 원이라는 돈 때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퇴사하기 전 회사에서 통과되지 못한 사업을 퇴사 후 성공했다.
회사는 전망이 좋지 못하다는 이유로 통과시키지 않았다.
거기에 여러 가지 압박으로 회사에서 퇴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삼두 종합무역이라는 것은 듣지 못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본 생각한 것은 이선수가 말한 대로라면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것보다 착수금 5억 원이 더 큰 이유이긴 했다.
“정확하게 말해서 삼두 종합무역입니다. 변호사님.”
“그게 그거죠.”
말투가 좋지 않네.
“삼두 그룹의 핵심 계열사입니다. 즉, 삼두 그룹과 소송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죠.”
배정민 변호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법무법인 송이 업계 5위라고 해도 삼두 그룹을 이기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마치 삼두 그룹과는 소송전을 하기 싫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게 아니라.”
배정민 변호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싶었다.
그때 회의실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배정민 변호사가 벌떡 일어났다.
“대표님.”
법무법인 송의 대표 변호사인 송일수였다.
“배 변, 이분이 그 의뢰인이신가?”
“그렇습니다. 대표님.”
송일수 대표 변호사는 이선수에게 다가갔다.
“법무법인 송의 대표 송일수입니다.”
“네. 이선수입니다.”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회사 사정으로 인해 의뢰를 맡을 수 없게 됐습니다.”
송일수의 말에 배정민 변호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자신이 이선수에게 직접 말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책임이 송일수 대표 변호사에게 있게 됐다.
“착수금 5억 원을 입금했습니다만.”
“그건 돌려드리겠습니다.”
웃기네.
돈 받을 때는 좋다고 하다가 삼두 그룹이라고 하니까 발을 빼려고 하네.
“착수금만 돌려준다는 건가요? 구두 계약도 계약입니다. 위약금은 최소 2배일 텐데요.”
10억 원을 토해 내야 한다.
쉽게 의뢰를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아직 정식 계약서를 쓰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승낙하지 않았는데 이선수 씨께서 입금하신 겁니다.”
“그렇게 주장하시겠다는 거네요.”
“법무법인 송을 상대로 소송하시려면 하셔도 됩니다. 아마 맡을 변호사는 없을 겁니다. 법무법인 포함해서요.”
송일수 대표 변호사의 말대로겠지.
“재벌 그룹의 이름을 듣고 의뢰를 포기했다는 소문이 돌아도요?”
“그런 소문 따위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것 같은데.
법무법인의 대표가 직접 왔다는 것 자체가 그랬다.
이런 일 정도는 배정민 변호사를 불러서 지시만 해도 된다.
무언가 더 있는 것이 분명했다.
“우리 법무법인의 의사는 정확하게 전달했으니 인제 그만 나가 주시죠.”
그럴 수는 없지.
“통화 녹취가 있습니다. 언론에 제보해도 될까요?”
움찔하네.
“하하. 녹취요?”
생각하지도 못한 말에 송일수는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빠르게 대응 방법을 생각했다.
“언론에 제보한다 해도 방송이 될까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면 방송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변호사 협회에도 보내 항의할 생각입니다. 변호사 협회에 법무법인 송에 다 우호적인 사람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드디어 얼굴이 일그러지네.
제대로 찌른 것이 맞네.
“법조계에서 법무법인 송의 이름이 이상하게 거론될 것 같네요. 아닌가요?”
이선수의 말대로였다.
어떻게 해서든 법무법인 송의 명성을 떨어뜨리고 그것을 기회 삼아 위로 올라가려는 법무법인은 많았다.
그리고 법무법인 송이 더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막으려는 1위부터 4위까지의 법무법인들 역시 반대편에 설 것이 분명했다.
“그런 위험부담까지 지실 필요는 없을 텐데요. 의뢰 거절하지 마시죠.”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거절한다면 삼두 그룹에서 개입한 것이 분명하다.
“좋습니다. 위약금 포함 10억 원을 드리죠.”
역시.
“삼두 그룹에서 벌써 연락한 모양이네요.”
“그건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아니란 말은 안 하네.
깔끔하게 위약금까지 주면 더는 법무법인 송을 고용할 방법이 없다.
“위약금을 오늘 당장 입금할 수 있나요?”
“지금 당장 입금하죠. 계좌번호만 주시면 됩니다. 배 변.”
배정민 변호사가 다가왔다.
그리고 펜과 종이를 앞에 내려놨다.
“어쩔 수 없네요.”
종이에 계좌번호를 적었다.
싱가포르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였다.
“여기로 입금하면 됩니다.”
“그러죠. 이제 나가시죠.”
그럴 수는 없지.
“입금 확인한 후에 나가겠습니다. 그때까지 이 회의실에서 기다리죠.”
송일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마음에 안 들지만, 그 정도는 이해하겠습니다. 배 변 가지.”
송일수 변호사와 배정민 변호사는 회의실을 나갔다.
사실 일부러 돈 입금된 것을 확인한 후에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임강민 씨라고 했나요?”
“네.”
공항부터 따라온 경호 책임자다.
“방금 들었듯이 상대는 삼두 그룹입니다. 경호에 문제가 없는지 회사에 확인해 줬으면 합니다.”
경호업체까지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해야 했다.
큰 걱정은 안 하지만, 그래도 확인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다.
“우리 회사는 경호만 할 뿐입니다. 다른 것은 일절 상관하지 않습니다.”
예상한 대로이긴 한데.
“그 말 책임질 수 있나요? 회사에 확인 안 해도 되나요?”
임강민이 씨익 웃었다.
“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요?”
“제가 대표입니다.”
임강민이 대표인 줄은 몰랐다.
슈퍼 가드라는 경호업체가 그 어떤 일에도 계약은 지킨다는 명성만 들었을 뿐이다.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
삼두 종합건설의 용역과 슈퍼 가드가 한 번 부딪쳤었다.
재개발 문제 때문이었다.
용역은 폭력으로 재개발 주민을 몰아내려 했다.
그것을 막은 것이 슈퍼 가드였다.
그래서 삼두 종합건설에서 슈퍼 가드를 회유하려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결국, 삼두 종합건설은 법원 명령을 통해 경찰과 집행관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을 들었었다.
“몰랐습니다.”
“하하.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임 대표님께서는 삼두 그룹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의외의 대답이 들렸다.
“두렵습니다.”
하지만 임강민 대표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신뢰를 잃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감사한 말이네요.”
“저도 정말 감사합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지.
“사실 회사가 경영난에 처해 있습니다.”
삼두 종합건설과 부딪친 일 때문이었다.
명성은 얻었다. 하지만 일감은 잃었다.
삼두 그룹의 압박을 견디고 일을 줄 의뢰인이 많지 않아서였다.
“입금해 주신 5억 원 중 3억 원이나 썼습니다.”
황당하네.
“오늘 오전에 입금했는데…….”
임강민 대표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동안 밀린 월급과 미지급한 대금 그리고 퇴직금을 줬습니다.”
어쩐지 전화 통화로 5억 원을 입금하겠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하더라.
잠깐만.
“그럼 위약금은커녕 계약금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네요.”
임강민 대표가 멋쩍게 웃었다.
“하하. 그렇죠? 죽으나 사나 사장님 경호하는 수밖에는요.”
“그래도 돌려달라고 한다면요?”
“파산이죠. 정말 돌려달라고 하실 건가요?”
이 사람 지금까지 무슨 대화한 것인지 잊었나 보다.
돈을 더 주더라도 경호해 달라고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한다.
“설마 그러겠어요?”
“하아. 돌려달라고 하실까 걱정했습니다.”
진짜 안심하네.
의자에서 일어났다.
“임 대표님 앞으로 잘 부탁하겠습니다.”
손을 내밀었다.
임강민 대표가 양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어쩌면 좋은 인연을 만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슈퍼 가드도 조금 신경 써 볼까?
회의실 문이 열리고 배정민 변호사가 들어왔다.
“입금했습니다. 이제 나가시죠.”
은행에 가서 직접 입금했는지 입금증을 가져왔다.
그냥 갈 수는 없지.
확인할 것이 있다.
“그러죠. 그런데 삼두 종합무역에서 5억 원만 준다고 합니까?”
“…….”
표정이 달라지네.
말도 안 하는 것이 확실했다.
삼두 종합무역에서 위약금을 대신 내준 것이다.
어쩌면 다른 법률문제도 의뢰했을지 모른다.
“임 대표님 가시죠.”
“네. 사장님.”
임강민 대표가 배정민 변호사를 옆으로 밀쳤다.
“비켜.”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 같은 눈빛이었다.
“가시죠. 사장님.”
임강민 대표와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법무법인 송에서 나왔다.
대기한 차에 올라타자 임강민 대표가 물었다.
“사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아직 어디로 갈지 결정하지 못했다.
사실 법무법인 송이 이렇게 나올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 놓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그 생각을 아직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임 대표님.”
“네. 사장님.”
“혹시 사람도 찾아줄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아직 경찰 인맥도 있고 후배 중에 사람 찾는 일만 전문으로 하기도 합니다.”
“잘됐네요.”
“기본적인 인적 사항이 있으면 하루 안에 찾을 수 있습니다. 없으면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내일까지 찾았으면 합니다.”
시간이 없다.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인적 사항을 아시나요?”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직업이 변호사고 이름은 강무송입니다.”
임강민 대표의 눈이 커졌다.
“강무송 변호사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아시나요?”
“당연히 알죠. 그놈 때문에 일이 다 꼬인 건데요.”
“그놈이요?”
“네. 삼두 종합건설과 부딪치게 된 이유가 그놈입니다.”
“친구인가요?”
“하하. 아닙니다. 의뢰인이었습니다.”
임강민 대표는 강무송 변호사만 생각하면 이를 갈 정도로 화가 났다.
“교묘한 말로 사람을 설득해서는…….”
단, 하루 재개발 지역 주민을 보호해 주는 대가로 5천만 원을 받았다.
강무송 변호사의 전 재산이었다.
그의 진심 어린 설득에 넘어갔다. 그리고 하루가 아닌 한 달을 보호했다.
도저히 재개발 지역 사람들을 놔두고 갈 수 없어서였다.
어떻게 보면 회사가 자금난에 빠진 것도 강무송 변호사 때문이었다.
“어디 있는지 아나요?”
“압니다. 다 쓰러져 가는 건물 3층에 사무실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빨리 만나야 할 상황이었다.
“동대문으로 출발해.”
운전을 맡은 경호원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그러자 임강민 대표가 말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강무송 변호사가 삼두 그룹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확실합니다.”
알고 있다.
삼두 화학의 공장 폐수 문제와 삼두 전자의 산재 인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결국, 긴 싸움 끝에 배상과 산재 인정을 받아냈다.
물론, 10년쯤 뒤의 일이다.
다들 미친 짓이라고 했는데.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는 삼두 그룹과의 소송 중인 그가 변호를 맡아 줄 것으로 생각했다.
* * *
“바쁩니다. 이거 안 보이세요?”
“야! 네가 이러면 안 되지.”
임강민 대표가 화를 내며 끼어들었다.
“제3자는 꺼지세요.”
임강민 대표가 주먹을 쥐는 것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