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ing Tycoon RAW novel - Chapter (122)
꿈꾸는 재벌 122화(122/249)
122. 미쳤구나
“아버지!”
고진웅 사장은 깜짝 놀라 고한평 회장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고한평 회장의 오른쪽 발에 기브스가 보여서였다.
“호들갑 떨지 마라.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뼈에 살짝 금이 갔다고 하더구나.”
“설마… 이선수 회장이 그런 겁니까?”
고진웅 사장은 주먹을 꽉 쥐었다.
“왜 주먹을 쥐고 그러냐?”
“가만히 두지 않으려고 그럽니다.”
“이선수 회장에게 빚진 것으로 아는데?”
고한평 회장은 아들인 고진웅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다.
재미있었다.
“빚은 빚이고… 아버지를 이렇게 만든 것은 용서가 안 됩니다.”
“생각보다 효자구나.”
“이건 효자와는 상관없는 겁니다. 그 어떤 누구라도 가족을 건드리면 화가 납니다.”
“그러냐? 그런데 어떻게 하냐?”
고진웅 사장은 고한평 회장의 반응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냐니요?”
“내가 탁자 다리에 걸려서 넘어진 거다.”
“무슨 말씀이신지?”
고한평 회장은 자세하게 말해 줬다.
“내가 급하게 움직이다가…….”
탁자에 걸려 넘어지고.
이선수와 협상하느라 고통도 잊었다.
이선수와 협상이 끝나고 나니 통증이 심해졌다.
병원에 가서야 뼈에 금이 간 것을 알았다.
“이선수 회장 탓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고진웅 사장은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항상 강해 보였던 아버지다.
그런 사람이 기브스를 하다니.
“그건 그렇고 이선수 회장 조금 달라졌더구나.”
“달라지다니요?”
“여유가 더 생긴 것 같아. 그리고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재주도 있고.”
“여유야 이선수 회장이 더 유리한 상황이니까 그런 것 아닐까요?”
“그것도 있는데 조급하지가 않았어. 나중에 만나 보면 알게 될 거다.”
이건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사람의 느낌은 직접 봐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3조 원에 엘아이 반도체 넘기기로 했다.”
“3조 원이요?”
최악의 경우 2조 5천억 정도 받을 줄 알았다.
최대 2조 7천억 원까지 받으려 했다.
“이선수 회장이 손해 보는 협상을 했다고요?”
“겉으로 보기에는 손해인 것 같겠지. 하지만 미래의 고객에게 잘 보인다는 이선수 회장의 말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 엘아이 전자.”
미래의 고객이라는 말 한마디에 고진웅 사장은 모든 것이 이해됐다.
5천억 원 깎아서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보다.
5천억 원 더 줘서 좋은 관계가 낫다.
아무리 3G 인터넷과 카페 때문에 빚을 졌다 해도 그건 그거다.
별개의 사업인 반도체는 선을 그을 수도 있었다.
그때 빚을 들먹인다면 더 고마운 일이다.
반도체 하나로 빚을 탕감할 수 있으니까.
“이선수 회장은 더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언제까지나 우리 엘아이 그룹이 어려울 리가 없으니까.”
맞다.
어떻게 보면 이런 치욕도 없다.
계열사를 빼앗기다니.
적자 계열사이지만, 그룹이 끌고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적자 계열사 하나가 없어지면 그룹의 재무 구조는 나아진다.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엘아이 그룹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룹을 탄탄하게 만들 것이다.
“3조 원이면 더는 그룹에 어려운 일은 없겠군요.”
“그렇겠지. 대출도 더 줄어들 테고.”
“언제쯤 인수 발표한다고 합니까?”
“그건 선견 그룹과 협상한 다음 할 것 같다.”
고진웅 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선견 그룹과 왜 협상합니까?”
“내 생각에는 아마도 이선수 회장이 정부의 체면도 세워 주려는 것 같다.”
고진웅 사장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정부와 친하지 않더라도 일부러 밉보이는 짓은 안 하는 것이 낫다.
“언제 선견 그룹과 협상한다고 했나요?”
“지금쯤 협상하고 있지 않나 싶다.”
“잘하겠죠?”
고한평 회장은 웃었다.
“하하. 지금 이선수 회장을 걱정하는 거냐?”
고진웅 사장은 자신도 모르게 이선수를 걱정한 것을 알았다.
“거봐라. 이선수 회장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니까!”
“홀리는 재주겠죠.”
“그게 그거 아니냐.”
고한평 회장과 고진웅 사장은 이선수가 선견 그룹과의 협상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 * *
“돈 있으세요?”
“…….”
돈이 있느냐고 묻는다.
최현종 회장은 자존심에 금이 가는 듯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래서 컨소시엄을 하자는 것 아닌가. 하지만 9대 1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안 드나?”
말투가 좋게 나올 리가 없었다.
“최 회장님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이선수의 얼굴이 무서워 보일 정도로 변했다.
표정 변화가 없는 것이다.
“엘아이 반도체를 드림 그룹에서 인수하고 싶습니다.”
“그 말은… 온전하게 드림 그룹이 인수하겠다는 건가?”
“맞습니다.”
“정부에서 쉽게 허락하지 않을 텐데.”
“그래서 선견 그룹을 앞에 내세우는 겁니다.”
최현종 회장은 이선수가 엘아이 반도체를 인수하려는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 같았다.
“정부가 바보도 아니고… 우리 선견 그룹을 내세우는 것을 모를 것 같나? 그리고 내가 싫다면?”
“최 회장님이 싫다고 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엘아이 반도체를 다른 그룹에서 인수하게 될 겁니다.”
최현종 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이선수에게는 그럴 힘이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현재 정부와도 거리를 두고 있는 이선수였다.
“그게 되겠나? 정부가 허락하지 않을 텐데…….”
내가 정부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정확한 판단이다.
“그리고 9대 1을 승낙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나. 우리 사이가 이런 것 때문에 멀어져서는 안 되지 않나.”
그동안 이선수가 해 준 것이 고마운 것은 사실이었다.
“5대 5쯤이면 어떤가?”
이것도 많이 양보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선수는 아니었다.
“정부에서는 2조 원을 생각하고 엘아이 그룹은 3조 원을 생각합니다.”
“엘아이 그룹이 반도체를 3조 원에 매각할 생각인 것을 어떻게 아나?”
“엘아이 그룹 고한평 회장님과 만났습니다. 드림 그룹에 매각하고 싶어 하더군요.”
최현종 회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빅딜 전에 매각하려는 건가?”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가 자신들의 계획대로 하지 않는다고 싫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빅딜이지 않느냐고 주장한다면 먹힐 수 있다.
그리고 이선수의 돈이 있느냐고 물어본 것처럼 3조 원이란 돈은 없다.
대출 받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정부가 자존심을 내세운다면?
“정부가 허락하지 않고 개입한다면 어떻게 할 건가?”
“그래도 선견 그룹이 인수할 수는 없을 겁니다.”
“왜 그렇게 결론을 내리는 것인지 궁금하군.”
“엘아이 그룹이 선견 그룹이 아닌 다른 그룹과 빅딜하겠다고 할 테니까요.”
“드림 그룹과?”
“그럴 수도 있지만, 정부가 쉽게 허락해 주지 않겠죠.”
밉보였으니까.
전 경제수석도 날려 버렸는데 좋아할 리가 없다.
“하지만 대현 그룹이나 태평 그룹으로 바꿔 달라고 엘아이 그룹이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겁니다.”
대현 그룹과 태평 그룹이라.
“대현 그룹은 가능성이 있지만, 태평 그룹은 힘들지 않나? 지금 상태로는 다른 기업을 인수할 여력이 없을 텐데.”
없다.
그럼에도 태평 그룹은 정부 요청으로 몇몇 기업을 인수할 것이다.
“대현 그룹이라면… 가능성이 있겠어.”
대현 그룹은 삼두 그룹과 주력 사업이 달랐다.
하지만 대현 그룹도 전자를 키우고 싶어 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9대 1을 승낙하지 않는다면 대현 그룹으로 가게 할 것처럼 들리는데… 손해이지 않나? 결국, 드림 그룹도 못 갖게 되는 거니까.”
핵심을 찌른다.
하지만 최현종 회장이 던지는 미끼를 물 생각은 없었다.
“선견 그룹도 못 갖게 되는 거죠. 하지만 드림 그룹은 다시 대현 그룹에서 엘아이 반도체를 가져올 겁니다.”
“어떻게 말인가?”
“엘아이 반도체는 적자 기업입니다. 매년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어야 하죠.”
최현종 회장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끝에 달콤한 열매가 있을 것이라는 유혹에 빠져 있기도 했다.
“매년 1조 원 넘는 적자를 감당할 기업은 몇 안 될 겁니다.”
“…….”
달콤한 열매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
1조 원.
1년만 적자가 나도 선견 그룹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3년을 버티면 선견 그룹은 휘청일지도 몰랐다.
다른 계열사가 성장해야 할 돈을 가지고 반도체에 쏟아부어야 하니까.
“어떻게 1조 원이 넘는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하는가?”
“삼두 전자와 경쟁해서 이길 자신이 있나요?”
바로는 없다.
“엘아이 전자와 드림 전자가 있지 않나.”
“드림 전자는 그렇다 해도 엘아이 전자는 비싸게 주고 사지 않을 겁니다. 생산 원가를 알고 기술 현황도 알 테니까요. 최대한 깎으려고 할 겁니다.”
“…….”
또 할 말이 없었다.
엘아이 그룹은 반도체를 가져간 선견 그룹을 좋게 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엘아이 전자는 선견 그룹의 반도체가 아니더라도 살 곳이 많습니다.”
삼두 전자에서 사도 된다.
삼두 전자야 두 손 들고 환영할 것이다.
더 저렴하게 판매해서 선견 그룹의 반도체 사업을 망가뜨리면 결국 이익이니까.
최현종 회장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위험이 높으면 이익도 커진다.
하지만 이건 위험만 높을 뿐 이익이 없다.
“잘못 먹으면 체하겠군.”
“아무래도 그렇겠죠?”
“드림 그룹이라면 체해도 소화시킬 여력이 있는 것은 확실하고.”
최현종 회장은 드림 그룹이 튼튼한 재무 구조를 생각했다.
지금 한국에서 엘아이 반도체의 적자를 감당할 그룹은 드림 그룹뿐이라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다.
“대현 그룹도 길어야 2년에서 3년이겠군.”
“아마도요.”
“그때 다시 사도 되는 일인데… 왜 굳이 9대 1이라는 지분구조까지 만들면서 엘아이 반도체를 인수하려는 건가?”
이런 것까지 친절하게 대답해 줄 생각은 없었다.
고한평 회장처럼 삼두 그룹을 떠올리지 않는다면.
“돈이 많아서요?”
최현종 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이 대답 역시 무례했다.
하지만 뭐라 할 수 없었다.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돈이 많다고 이선수 회장이 허투루 사용하지는 않을 테고.”
“아마도요?”
엘아이 반도체를 인수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삼두 전자와 경쟁하려면 더 많은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경쟁력을 갖출 기회가 온다는 것도 알고.
“좋네. 9대 1로 하도록 하지.”
최현종 회장은 결심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어서였다.
기껏 엘아이 반도체를 인수했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다시 팔아야 한다면 뭐하러 인수할까?
그동안 손해 본 돈은 어떻고.
하지만 10%만 투자해서 이익을 본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3조 원의 10%면 3천억 원이다.
그 정도 투자할 여력은 있었다.
“그런데 9대 1이면 3천억을 넣어야 하는 건가?”
조금이라도 깎아 볼 생각이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요?”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좋네. 선견 그룹이 대외적으로 엘아이 그룹을 인수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실질적인 주인은 드림 그룹이라는 것을 정부도 모르지 않을 거야. 만약, 정부가 반대하면 어떻게 할 건가?”
“반대 안 하게 해야죠.”
“어떻게?”
“김영서 경제수석을 같이 만나서 해결할 겁니다.”
“우리 둘이서?”
“아니요. 셋이서요.”
“셋? 누굴 또… 혹시 고 회장인가?”
“네.”
“방법은 있고?”
궁금했다.
“있습니다. 두 분 회장님께서 무조건 저만 지지해 주시면 됩니다. 대화와 협상은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말해 주면 안 되나?”
그냥 웃어 줬다.
“안 되는군.”
“약속 잡아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게나.”
최현종 회장은 이선수를 만나면서 더 속이 후련해졌다.
정부가 강제로 하는 빅딜이었다.
엘아이 반도체가 달콤한 열매를 줄 것으로 애써 생각한 것이다.
그럴 가능성도 높았고.
하지만 이선수를 만남으로서 그 환상이 깨졌다.
“돈 없어서 서러운 사람은 그냥 이 회장이 하라는 대로 해야지.”
이 양반이 뒤끝 있네.
“하하. 선견 그룹 회장님이 돈 없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이 다 웃을 겁니다.”
“그럼 안 되지. 하지만 단 한 사람은 해도 되네.”
눈빛이…….
말 안 해도 누군지 알지?
그런 느낌이었다.
“이미 했고.”
맞네.
“연락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이 자리를 빠져나가야 할 때다.
* * *
김영서 경제수석은 드림 그룹 이선수 회장이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거절했다.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엘아이 그룹 고한평 회장과 선견 그룹 최현종 회장이 같이 만난다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엘아이 반도체의 빅딜 문제가 분명하다고 예상해서였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드림 그룹의 이선수에게 확실하게 경고할 생각을 했다.
정부에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 정부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그러다가 다친다고.
아주 확실하게 밟아 놔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선수를 청와대에서 기다렸다.
* * *
“고한평 회장님! 최현종 회장님 오래간만입니다.”
경제수석을 할 정도면 경제계에 아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자네가 이선수인가?”
그리고 이선수를 일부러 깎아내렸다.
고한평 회장과 최현종 회장은 자연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엘아이 그룹 고한평 회장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크게 말했다.
“김영서 경제수석! 말이 좀 짧습니다.”
“나이도 저보다 어리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선견 그룹 최현종 회장이 나섰다.
“그럼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나도 깔보겠네? 이거 그래도 좋게 봐주려고 했건만… 경제수석으로 백만 년 있을 것 같나?”
김영서 경제수석은 당황스러웠다.
두 회장이 이선수를 이렇게까지 편들 줄은 몰라서였다.
“그건 아닙니다. 최 회장님.”
“아니라니. 이선수 회장은 엄연히 한국을 지탱하는 한 그룹의 회장이야. 그런데 그런 사람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대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나?”
김영서 경제수석은 최현종 회장이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맞는지 안 맞는지는 제가 판단합니다. 그리고 말씀이 심하십니다. 하대하지 마시죠. 전 청와대 경제수석입니다.”
최현종 회장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뭐? 청와대 경제수석이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모든 것은 아닙니다만, 정부의 경제 정책은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선견 그룹만 제외한 모든 것을?”
옆에서 지켜보니 괜히 만나는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지닌 사람에게는 협상이 통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말이 안 통한다.
사람과 대화해야 말이 통하지.
선민의식으로 가득 찬 이런 사람은 뭐…….
권력을 잡으면 사람이 변하는 것인가?
“김영서 경제수석님! 미안합니다.”
내가 미안하다고 하자 고한평 회장과 최현종 회장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김영서 경제수석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할 줄도 알고,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군. 그렇게 자세를 낮춰야지.”
웃기고 있네.
“그런 미안함이 아닙니다.”
“그러면?”
“대화를 할 필요가 없는 것 같군요. 고 회장님, 최 회장님, 돌아가시죠.”
“…….”
김영서 경제수석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더 황당한 소리가 들렸다.
“정부를 배제하고 선견 그룹과 컨소시엄으로 엘아이 반도체를 인수하겠습니다.”
내 말에 고한평 회장이 웃었다.
“그렇게 해 주면 엘아이 그룹이야 좋지.”
최현종 회장도 한마디 했다.
“정부 체면 안 빠지게 배려하는 것도 모르고 저러다니. 쯧.”
김영서 경제수석은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잠깐만! 지금 정부를 빼고 빅딜을 하겠다는 건가?”
나는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
“맞아.”
김영서 경제수석은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이선수가 반말로 대답한 것도 인식하지 못했다.
자신이 처음으로 기획한 빅딜 정책이 시작부터 엉뚱하게 흘러갈 것 같아서였다.
아니, 실패할지도 모른다.
“잠깐만! 기다려.”
“싫어.”
이제야 이선수가 반말하는 것을 알았다.
“경호원! 이 사람들 잡아!”
김영서 경제수석의 말을 들은 나는 한 가지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미쳤구나.